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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질투(시기) (1) 질투(시기)란 무엇인가
악마가 리비아 사막을 지나다가 소수의 사람이 한 순례자를 몹시 괴롭히고 있는 곳에 오게 되었다. 그 순례자는 그들의 악한 제안을 쉽게 떨쳐 버렸다. 악마는 그들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좋은 수를 알려 주려고 앞으로 나왔다. “너무나 유치하게 행동하고 있잖아, 내가 해 보겠네.” 악마는 그 순례자에게 가서 속삭였다. 네 형제가 방금 알렉산드리아의 주교가 되었다.” 그 순간 순례자의 고요했던 얼굴은 악의에 찬 질투로 험악해졌다. 악마는 지켜보던 자들에게 말했다. “이게 바로 자네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방법이지.” - 고든 맥도널드의 「영적인 열정을 회복하라」 중에서
질투의 자화상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순간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성공 소식에 잠시 말문이 막혔던 순간이나 타인의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해 주지 못했던 순간, 남의 좋은 일에 마지못해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내가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마음이 불편했던 순간, 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가 실패하기를 바랐던 순간, 질투하는 마음을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은밀히 포장하거나 질투하는 내 자신이 형편없이 느껴져 부끄러웠던 순간 말이다.
일본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는 「질투의 향기」에서 인간을 ‘질투하는 동물’이라고 표현하면서 아이나 어른이나, 남자나 여자 할 것 없이 어떤 성인군자도 시기나 질투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반려 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동물도 질투(시기)한다.
2014년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는 반려견들을 대상으로 무엇에 질투(시기)하고 그 반응이 어떠한지를 연구했다. 흥미롭게도 반려견들에게서 인간의 질투(시기)와 거의 같은 모습이 관찰되었다.
질투(시기)의 대상을 발로 밀어내고, 주인의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하거나 신발을 물어뜯는 등 분노의 모습을 보이며 질투(시기)의 대상과 주인 사이에 끼어들기도 하고, 급기야 우울증까지도 걸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질투(시기)하며 살아왔다. 부모님께 좀 더 사랑받는 형제에게, 공부를 잘하고 선생님들께 칭찬받는 친구에게, 좋은 직장에 취직한 아들을 둔 엄마들에게, 좋은 차에 명품 옷을 누리는 친구나 나보다 능력 있는 동료에게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질투(시기)에서 자유로운가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면서 부정적인 자신의 언행을 멈추도록 특별한 은총을 청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발견되는 그 모습 앞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심지어 질투(시기)의 대상이 사제와 수도자나 열심인 교우들에게로 향하고, 방법 또한 더 교묘해짐을 느끼면서 큰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동시에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질투(시기)를 받기도 한다. 첫 번째로 받는 질투(시기)는 동료 신자들에게서 온다. 이를테면 본당 공동체에서 봉사에 열심인 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지적하거나 미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적과 미움은 대부분 질투(시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받는 질투(시기)는 비그리스도인에게서 온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덕과 가치, 평화로운 삶에 대한 부러움에서 기인한다.
이따금 비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의 이런 모습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방해하면서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으로 살며 연륜이 쌓여도 질투(시기)의 감정이 올라오거나 누군가의 질투(시기)를 받을 때 그에 반응하는 방법이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제인 나 또한 질투(시기)를 하기도, 받기도 한다. 또 나로 말미암아 서로 질투(시기)하는 모습도 본다. 그럴 때면 “사제로 말미암아 질투(시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사제뿐만 아니라 수도자와 공동체의 봉사자도 자신들의 질투(시기)를 잘 다스려야 하며, 자신도 다른 이들로부터 질투(시기)받는 사람임을 알아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질투(시기)는 한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질투(시기)로 말미암은 공동체의 분열을 특별히 강조하셨다. 이를 ‘악마의 무기’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독으로 공동체를 오염시켜 분열을 일으킨다고 말씀하셨다.
용어의 문제
칠죄종에서 언급되는 ‘Invidia’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시기하여 미워하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의 선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 적의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선을 마치 자기의 악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최고의 계명인 ‘사랑’에 위배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칠죄종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악한 생각’(logismoi)의 여덟 가지 목록에는 ‘Invidia’가 빠져 있다. 이 항목은 그레고리오 1세 교황님이 후대에 첨가하신 것이다. 아마도 ‘Invidia’는 초기 수도 생활을 중심으로 성찰한 ‘악한 생각’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확장하면서 점차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Invidia’를 ‘시기’ 또는 ‘질투’로 번역하면서 함께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둘의 의미는 약간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시기’(phtbonos)는 상대방이 잘되거나 또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상대가 가졌을 때 느끼는 좌절감과 미움인 반면, ‘질투’(zelos)는 상대방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해 슬퍼하고 속상해 하는 것이다(「수사학」, 1387B, 1388A 참조).
쉽게 말해, 시기는 ‘타인이 가진 것을 미워하는 것’이고, 질투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슬퍼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기(envy)는 그 장점을 찾기 어렵지만 질투(jealousy)는 잘만 조절하면 좋은 동기로 승화시킬 수 있다.
이를테면 질투는 성장하는 데 좋은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학생을 질투하여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도 있고, 일 잘하는 직장 동료 때문에 업무에 더욱 매진하며, 온유한 사람의 모습을 질투하여 자신도 온유함을 지니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실제로 라이벌 관계에서 질투로 자신을 더 성장시킨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질투 또한 부정적이거나 위험한 태도와 만나게 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범죄의 20%가 질투 때문에 일어나고, 이혼한 부부의 30%는 질투가 원인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부유층이나 권력을 지닌 이들에 대한 질투가 증오의 감정으로 이어져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이따금씩 소개된다.
최근에는 질투로 말미암은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초기 교회의 교부들은 칠죄종을 성찰하면서 우리를 죄로 이끄는 부정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려고 ‘시기’(envy)의 어원격인 ‘Invidia’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경, 교부들의 저술, 현대 심리학을 비롯한 많은 인문 서적과 일반 생활 안에서는 시기와 질투를 크게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필자 또한 시기와 질투를 특별히 구분해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그 둘을 같은 의미로 보면서 이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질투(시기) (3) 질투는 왜 일어나며 어떻게 이겨낼까
질투(시기)의 원인
질투(시기)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해독제를 찾는 데 매우 중요하다. 반복되는 질투(시기)의 주된 원인을 찾고 치유해야 증상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열등의식 또는 낮은 자존감은 질투(시기)를 촉발하는 가장 흔한 심리 요인이다. 열등감이 꼭 파괴적인 행동으로 발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 말미암아 누군가의 칭찬이나 비교, 경쟁과 같은 외부 환경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
둘째, 애정 결핍이 그 원인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중요한 사람에게서 사랑과 인정을 받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근본적 욕구가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랑과 인정에 대한 결여는 질투(시기)의 원인이 된다.
셋째, 경쟁심이 원인이다. 질투(시기)는 때로 과다한 경쟁의식의 부산물이다. 자신이 획득하려는 어떤 사물이나 조건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는데, 거기에서 뒤처지면 자신이 놓친 대상과 관련해 질투(시기)를 느낀다.
넷째, 자기중심성을 들 수 있다. 이는 자기가 상황이나 사건의 중심이 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 중심성에 사로잡히면 질투(시기)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질투(시기)의 특징
● 모든 연령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에 따르면 인간의 질투(시기)는 매우 어릴 때부터 생겨난다. ‘아이가 엄마의 가슴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질투(시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대상이 달라질 뿐 모든 사회 안에 모든 연령에게 다른 방식으로 현존한다.
● 대상은 가까이에 있다
질투(시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이와 직업 등 삶의 방식이 자신과 비슷한 이들에게서 일어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도공이 도공을 질투(시기)한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질투(시기)의 대상은 대부분 바로 가까이에 있는 형제나 이웃, 동료가 된다.
● 자신의 모습을 숨긴다
질투(시기)는 자신의 모습을 숨긴다. 이를테면 어떤 직장 상사는 젊고 패기 있는 부하 직원의 업무 능력을 보며 질투(시기)심에 불타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서 그를 교묘하게 괴롭히거나 일부러 어려운 과제를 주어 그 일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질투(시기)심을 표현하는 순간, 자신은 열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질투(시기)는 은밀하게 움직인다.
● 선(善)을 볼 수 없게 한다
질투(시기)는 라틴어 어원에서 드러나듯이 ‘나쁜 눈으로 보는 것’(in-videre)이다. 그래서 질투(시기)하는 사람은 선을 볼 수 없다. 처음에는 상대의 선을 애써 외면하지만 나중에는 시력을 잃게 되어 선이 보이지 않게 된다.
단테는 질투(시기)를 선을 보지 못하는 ‘영혼의 실명’ 상태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신곡」에서 질투(시기)에 사로잡힌 이들은 연옥에서 눈꺼풀이 굵은 철사로 챙챙 꿰매진 상태로 지낸다고 묘사했다.
● 우울감과 분노를 부른다
질투(시기)의 열매는 우울감과 분노이다. 곧 상대의 재능을 보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한탄하고 우울해한다. 그래서 자주 미움이나 분노에서 상대방을 험담하거나 모략을 꾸미고 해코지하려고 한다. 타인의 실패를 바라는 마음은 오래된 습관으로 굳어져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그의 모습 어디에도 평온함이나 넉넉함, 기쁨은 찾을 수 없다.
정신병리적 형태로 나타나는 질투(시기)
진화심리학적으로 질투(시기)는 모든 인류, 아니 모든 영장류가 지닌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이 통제를 벗어나 부정적인 태도와 만나는 순간,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도 파멸에 이른다.
● 부정 망상(不貞妄想, delusional jealousy)
질투(시기)가 심각해지면 부정 망상이라는 정신병리학적 상태로 진행될 수 있다. 오셀로 증후군(Othello syndrome)이라고도 부르는 부정 망상은 부부간에 상대방의 정조(貞操)를 의심하는 망상성 장애의 하나다. 우리에게는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질투(시기)심 사고에 영향을 미쳐 근거 없고 비합리적이며 비현실적인 사고의 이상 현상을 만들어 낸다. 결국 질투(시기)가 비합리적인 의심으로 이어지면서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큰 상처를 준다
● 스토킹(stalking)
스토킹은 다른 사람에 대하여 호의 또는 원한을 품고 계속해서 쫓아다니는 행위를 뜻한다. 이 또한 질투(시기)가 만들어 내는 부정적인 행동으로, 오늘날 연예인들의 폭로를 통해 자주 접하기도 하지만 일반인에게도 일어난다. 자신의 집착 행동을 사랑과 관심의 표현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사랑과 집착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사랑은 타인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하는 반면, 집착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것으로 타인의 반응에 주목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존중감의 결여는 곧 집착이 된다.
질투의 치료제
● 자신의 바람 대면하기
질투(시기)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바람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기회다. 이를테면 동료의 지적인 능력에 대한 질투(시기)는 자신도 그런 능력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질투(시기)심을 느낄 때 행동을 멈추고 자신의 진정한 바람을 마주하면서 이를 위해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
질투(시기)는 타인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상대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림으로써 생긴다. 따라서 내가 남보다 가지지 못한 것을 보기 보다는 자신이 가진 것에 주목하면서 작은 것부터 감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에게 감사는 “도리요, 구원의 길”(성찬 기도문)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그리스도인의 여정에서 자신의 참된 가치를 하느님 안에서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 타인에 대한 거품 빼기
질투(시기)하는 이는 타인에 대해 과도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 사람은 돈이 많아. 능력도 많고, 가족들도 대단해….” 그렇지만 이러한 평가는 자신이 만든 거품일 수도 있다. 막연하게 질투(시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정확하게 관찰하면서 사실이 아닌 거품을 없애야 한다.
● 시야 넓히기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만 바라보는 이들은 질투(시기)에 더 쉽게 노출된다.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도 많지만 나와 비슷하거나 부족한 사람도 많다. 질투(시기)를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삶의 영역을 넓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체험하면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
● 험담 멈추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질투(시기)가 ‘험담’으로 이어진다고 말씀하셨다. “남의 잘못이나 흉을 들추어 말하는 험담은 진실도 아니고 선도 아니며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교황 프란치스코 어록 303」).
험담이 처음에는 가벼운 내용으로 시작되고 은근한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유혹에 빠지기 쉽기에 작은 험담도 주의해야 한다. 험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옮기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한다.
누군가의 험담에 맞대응하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험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