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탑에 태국서 가져온 진신사리 모셔 태국 승왕이 창건주 스님에게 하사 낙성식때 대만 스님들 108명 참석하기도 무설전에 조성된 열반상도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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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각 밑 산허리에 자리잡은 적멸보궁이 위엄스럽게 자리잡고 앉아있다. | 1월 중순 강원도는 이제야 겨울답다. 눈 속에 산과 강이 잠겨 세상이 적요해지면서 비로소 겨울이 절정이다. 눈가뭄에 시달리다가 연거푸 내린 함박눈으로 삼라만상이 하얗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린 눈이라 더 반갑다. 고만고만한 농가들이 눈 속에 잠겨 물결 같은 밭고랑 흔적만 남아있는 홍천 자명사 가는 길. 강원도에서도 홍천은 범속한 세상과 좀 떨어진 곳이다. 설원은 마치 스펀지처럼 세상의 모든 소리를 빨아 들인다. 도시의 소음에 시달린 여행자들이 고요와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곳. 세상을 피해 침잠하며 수행정진하고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겨울 여행지로는 제격이다. 세상이 좋아지면서 길도 좋아졌다. 산은 깊지만 서울서 1시간 30분 정도면 자명사에 충분히 다다를 수 있다.
속가와의 경계는 일주문이다. 겨울이라 앙상한 나무가지만 도열해 있지만 숲을 걸어서 들어야 산사의 운치를 맛볼 수 있다. 일주문서 사찰 입구까지 700m 정도는 족히 돼 보인다. 거리는 짧아도 오르막이라 숨이 턱까지 찬다. 계곡과 나란히 걷는 길이다. 겨울 계곡은 눈으로 덮여 있다. 모난 바윗돌도 백설에 덮여 둥그스름하다. 설경이 곱고 아름다운 것은 이처럼 세상의 모든 뿔과 티끌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 반쯤 얼어있는 개울에서는 물소리도 숨을 죽여 흐른다. 눈길에는 간혹 동물의 발자국만 또렷히 남아있다.
산세가 깊어 자명사는 일찍 해가 진다. 오후 2시 밖에 안됐는데도 햇빛은 제몸을 잘게 부수어야 겨우 땅에 닿을 수 있다. 진입로에는 눈이 간간히 쌓였다. 발자국 소리만 정적을 깨는 눈길. 한 걸음에 추억이 되살아나고, 두 걸음에 마음이 고요해진다.
절집에 들었다. 자명사는 단출하다. 대여섯 채 가람들이 전부다. 이 작은 절집은 성지다. 적멸보궁에 모신 사리 때문이다. 산신각 밑 산허리에 앉은 적멸보궁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적멸보궁에는 부처님 진신이 있기에 불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자명사도 마찬가지다. 적멸이란 번뇌를 깨치고 해탈한 경지다. 적멸은 곧 열반을 뜻한다.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길에서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적멸의 공간으로 향하는 데 무슨 생각이 필요할까.
자명사는 적멸보궁 때문에 생긴 절이다. 역사는 30년 남짓 짧다. 창건주인 효성 스님이 평소 인연이 깊었던 태국 승왕으로부터 진신사리를 받고 모실 곳을 찾으러 만행기도를 다니던 중 이 곳 문수산을 발견했다. 이 곳서 수개월간 산신기도를 하던 효성 스님은 어느날 꿈에 코끼리를 타고 하강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후 1천일 기도끝에 이 곳에 탑을 조성해 진신사리를 모시고 보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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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신사리를 모신 탑이 유리창 너머로 멀리 보인다. | 진신사리탑 낙성식에는 당시 똑같이 태국 승왕으로부터 사리를 받은 대만 자명사 스님들 108명이 오셔서 함께 축하해 주었다고 한다. 사리를 모신 기념으로 사찰명을 대만과 한국에 자명사로 똑같이 지은 것이다. 흔히 적멸보궁하면 양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정선 정암사, 영월 법흥사의 적멸보궁을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으로 친다. 신라 때 자장이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부처님 사리와 정골(頂骨)을 나눠 봉안한 도량들이다. 그런 천년고찰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자명사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소박한 기도처로 자리하고 있다.
주지 지명 스님은 “언제든지 누구나 찾아와 기도정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도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재 1천일 나한기도를 지난해 3월 입재해 진행중이며 앞으로 나한기도 전문도량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두루뭉술해서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자명사 가는 길. 법당을 모두 새로 올려 예스러움은 찾을 길 없지만 속세서 맺힌 마음의 매듭을 풀어놓을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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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상을 모셔놓은 무설전 내부 |
주변 가볼만한 곳 ▲겨울 스포츠 천국,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인 스키와 보드를 즐길 수 있는 스키장도 있다.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매봉산 자락에 있는 대명 비발디파크는 서울과 가까운 거리인 데다 대규모 스키장을 갖춰 겨울이면 스키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대명 비발디파크는 13면의 슬로프로 이루어져 있고 곤돌라 1기를 포함해 10기의 스키리프트를 운행한다. 하루에 최대 2만 명까지 수용하는 규모로 초급자·중급자·상급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자명사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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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마을에서는 다양한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무궁화마을 홍천은 무궁화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홍천군 서면 모곡리에는 있는 무궁화마을은 홍천에 오면 꼭 들려야 할 관광 명소 중 하나다.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한서 남궁억 선생이 1918년 낙향한 곳이 지금의 무궁화마을이다. 마을에 학교와 교회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편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겨레의 꽃 무궁화를 온 나라에 퍼뜨리기 위해 애썼다. 무궁화마을에서는 계절에 따라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사계절 가능한 무궁화 우산 만들기, 지끈공예, 짚풀공예가 인기 있다. 무궁화 티 파티, 무궁화 화전 만들기, 관람차 타고 마을 여행하기, 배바위 앞에서 카누 타기, 다듬이 소리 공연, 농사 체험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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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은 겨울 축제가 많다. 사진은 꽁꽁축제. | ▲겨울축제 홍천군은 겨울 축제행사가 많다. 인삼한우 축제를 비롯해 발구타기, 팽이치기, 초가집 풍경과 전통 문화 체험, 바람개비 거리, 맨손 송어잡기로 유명한 홍천강 꽁꽁 축제 등이다. 2월에는 방태산 고로쇠축제가 열린다. 홍천에는 민물매운탕, 감자옹심이, 화로구이, 막국수 등을 하는 집이 홍천강과 비발디파크 가는길에 많다. 그중 팔봉산 유원지 근처에 있는 식당 ‘꺼멍’은 불자 김미경 사장이 운영하는데 특히 뚝배기에 나오는 김치찌개와 차돌된장찌개가 일품이다.
자동차 서울-경춘고속도로 남춘천 IC-양평, 비발디파크 방면-김유정로 따라 3.45킬로 -홍천, 부사원 방면-팔봉산로-운수골길-자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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