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반유대주의#자기성찰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확증편향(確證偏向)이란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에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신념과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 정보는 보려 하지도 또 들으려 하지도 않는 경향을 일컫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1960년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이 제시했던 개념이다.
확증편향자의 전형적인 특징은 모든 정보를 팩트(사실)와는 상관없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다는 데에 있다. 한마디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서는 이를 진실이라고 확신하여 강력하게 주장하는 오류를 범한다.
한국사회 및 성격심리학회는 ‘2024년 한국 사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사회 심리 현상’으로 확증편향을 최종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학회는 심리학과 교수와 범죄심리사 등 사회심리학 전문가로 이뤄진 회원들에게 △확증편향 △사회적 고립 △자기 불구화(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등 5개 후보를 제시하고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참여 회원 74명 가운데 가장 많은 24명이 확증편향을 꼽았다.
학회는 확증편향의 대표적인 예로 정치·사회 현안을 바라볼 때 자신의 성향에 맞는 뉴스만 취사선택해 소비하고, 반대되는 뉴스는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을 꼽았다. 여러 사례 중 하나로 서울 서초구 서이초교 교사 사망 사건이다. 당시 배후에 여야 중진급 의원이 개입됐다는 허위 정보가 급속도로 퍼졌다. 경찰 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지만, 이후로도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 문제는 구체적인 정황이 밝혀진 사건이였다.
또한 유튜브와 SNS에서 개별 사용자의 시청 기록 등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이런 확증편향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한국인의 유튜브 뉴스 이용과 확증 편향성’ 논문에 따르면 주요 진보, 보수 유튜브 채널을 3개씩 총 6개 채널을 선정해 시청자를 추적한 결과 확증 편향적으로 한쪽 진영 안에서만 시청하는 이들이 양쪽 진영 모두를 시청하는 사람들보다 5배가량 많았다.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콘텐츠가 일종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것도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극히 상업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내 의사와 관계없이 ‘내 성향’으로 분류된 콘텐츠가 끊임없이 노출된다. 애써 찾아보지 않는다면 그것과 반대되는 내용은 쉽게 접할 수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것만이 전부인 가상의 세상에 갇히게 된다.
전문가들은 “확증편향 자체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확증편향이 형성되는 원리에 대한 설명으로는 몇 가지 이론적인 측면이 있다.
먼저 확증편향은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많은 정보를 빨리 판단하고 처리하기 위함이라는 이론이다. 확증편향은 인지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요컨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기존의 신념에 부합되는 정보는 취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들은 걸러내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확증편향은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전에 위험 요소를 차단하고자 하는 생존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지적 유능감이나 자존감 유지를 위한 노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자신의 생각이나 이를 지지하는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이며, 자신의 견해가 타당하다고 믿음으로써 지적 능력이나 자존감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견해이다.
반면 확증편향은 개인의 선입견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논리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입견은 자기 신념을 뒷받침하는 근거나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게 되는데, 이때 새로운 정보나 다른 의견을 틀린 정보로 인식하는 것이다.
나아가 정보에 대한 해석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축소, 왜곡하는 자기 합리화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편견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 결과 확증편향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짜뉴스를 잘 믿는 사람들, 즉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매몰된 사람일수록 ‘나는 편향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확증편향은 감정의 산물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를 맹신하고 싫어하는 정보는 배척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이성적’이라 생각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비이성적’이라 비판한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확증편향이 강할수록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다.
이성적인 사람이 되는 첫 단계는 ‘인간은 비이성적이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진화 과정에서 이성을 획득했지만, 여전히 감정이 인간을 지배한다. 감정은 대부분 무의식의 영역이라 이성적으로 감지하지 못하기에 착각한다. 즉 확증편향이 본능적 감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벗어나기 힘든 이유이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일어난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 사건은 반유대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기억되고 있지만, 인간의 ‘확증편향’이 보여준 그릇된 확신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1894년 유대인 출신의 프랑스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독일에 군사기밀이 담긴 문서를 팔아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강하게 결백을 주장했지만, 군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같은 해 말에는 유죄 판결을 받아 대서양 건너 ‘악마의 섬’이라는 곳에 유배됐으며, 군중들은 그곳으로 이송되는 드레퓌스를 보며 “유대인을 죽이자”라고 고함쳤다. 분위기로 보아 알 수 있듯이 당시는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드레퓌스가 범인이라는 주요 근거는 소문과 필적이었다. 프랑스 군부에서 드레퓌스를 조사할수록 미심쩍은 정황이 드러났는데, 그가 특정 장소를 얼쩡거리며 사람들에게 캐묻는 모습을 봤다거나, 독일 황제를 찬양했다는 소문이 증거로 채택됐다. 또한 프랑스 군부는 문제가 된 문서의 필적과 드레퓌스의 필적을 대조해 본 결과 둘의 필적이 비슷했다는 것을 결정적인 단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후일 드레퓌스는 무죄임이 밝혀졌다. 진짜 용의자는 페르디낭 에스테르하지 였다. 문제가 된 문서의 필적이 페르디낭의 것과 더 일치했음이 조르주 피카르 중령에 의해 밝혀졌다.
사실은 이러했다. 드레퓌스 사건을 맡은 수사관들은 필적 조사 당시 두 명의 전문가에게 감정을 요청했는데, ‘일치한다’라고 단언한 전문가 한 명의 의견만 채택했다. ‘확실치 않다’라고 말한 나머지 한 명은 그가 유대인의 영향력이 큰 프랑스 은행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신뢰하지 않았다. 결국, 드레퓌스를 조사했던 수사관들의 논거는 반유대주의에 기초한 ‘심증’ 밖에 없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드레퓌스 사건의 진상을 밝혔던 피카르 역시 유대인을 싫어했던 반유대주의자였다는 것이다.
줄리아 갈렙은 그의 저서 <스카우트 마인드셋>에서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 드러난 두 가지 인간상에 주목한다. 그 둘은 ‘전투병’과 ‘정찰병’이다. 저자는 수사관들은 전투병이며, 피카르는 정찰병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전투병과 정찰병은 어떻게 다를까. 저자에 따르면 전투병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요새를 방어하는 사람이다. 이때 요새는 바로 자신의 신념이다. 신념을 지켜야 하는 전투병은 오직 그것을 침해하지 않는 정보만을 수집한다. 가령, 유대인을 혐오하는 반유대주의자에게는 유대인에게 불리한 정보만을 수집하는 것이다.
반면, 정찰병에게는 신념이 우선이 아니다. 그의 임무는 지도에 표시된 이동 경로가 안전한지, 또한 적에게 취약한 면은 어디인지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길을 탐험해야 하는 정찰병으로서는 어떤 돌다리든 두드려 봐야 한다. 그들에게 있어 신념보다는 확실한 사실이 더 중요하다. 설령 진실이 신념에 위배되더라도 말이다. 훗날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피카르는 무죄를 밝히기 위해 얼마나 애썼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제 임무”라고만 짧게 답했다.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법이다. 그러나 바야흐로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는 자신이 ‘전투병’인지 ‘정찰병’인지 한번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자기기만의 유혹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달갑지 않은 진실이라도 이를 직시하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아는 것은 큰 힘이 된다”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성공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평정심이 생긴다”라고 조언한다.
인간은 편향에 대응할 수 있는 이성을 지니고 있다. 감정은 뇌과학적으로 기억과 경험의 산물이다. 이성이 감정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행동은 선택할 수 있다. 행동은 경험과 기억으로 쌓이면서 감정을 변화시킨다.
내가 믿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아니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진지한 성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월간샤밧>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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