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車)에 얽힌 내 인생 살피기① - 봉고(Bongo)
제가 처음으로 차(車)를 운전하게 된 것은 1986년 농촌 교회에 부임하여 이듬해에 구매한 중고 봉고(Bongo)차였습니다. 18년이 지난 차라 몹시 낡아 범퍼가 덜렁대어 철삿줄로 묶어 놓았던 차였습니다.
1987년 12월 29일 새벽 3시쯤 만삭인 제 아내가 살살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화장실을 가야 하나” 하고 말이죠. 그러다가 5시가 넘어서 진통이 임하기 시작했습니다.
급히 이웃에 살고 있었던 여자 집사님께 부탁하여 4살 된 큰딸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으로 차를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워낙 차가 낡아서 가다가 고장이 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제 아내가 뒤에서 아이가 나올 것 같다고 아우성칩니다.
이거 보통 큰일 아닙니다. 아이가 나오겠다는데 이걸 어떻게 막는다는 말입니까?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하고 긴장감이 돕니다. 참는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을 “조금만 참아요!”를 연발하면서 산부인과 병원에 간신히 도착하여 들어가자마자 아이를 낳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런 아슬아슬한 경험도 있었지만 좋은 추억도 있습니다. 차의 뒤편에 어린 두 딸을 위하여 합판을 걸쳐 놓고 어린이용 매트를 깔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침대차라고 하여 무척 좋아하였지요. 특히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올 때 휴게소에서 들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먹으며 즐거워했고, 운전하고 가는 중에 아이들은 그새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곤 하였습니다. 차에서 깊은 잠에서 깨어 일어날 때 집에 도착하였던 그때의 경험이 오늘까지 아이들에게는 좋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비록 낡고 보잘것없는 차였지만 쓸고 닦으면서 관리를 잘하였습니다. 웬만한 고장은 부속을 사다가 갈아 끼우면서 차를 아꼈습니다. 봉고차가 있었기에 가까운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동기 목사님과 수시로 왕래하면서 별 것 아니라도 함께 식사를 나누며 재미있는 농촌 목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살전 5:18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