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가 포함된 숙박이므로 일어나 식당으로 갔습니다.
좀 무뚝뚝해 보이는 어쩌면 우리네 욕쟁이 할머니같은 인상의 初老의 여인이 주방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빵 , 커피 , 우유 , 쥬스 , 시리얼과 같은 기본만 있고 햄 , 계란등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조금 많이 볶은것으로 보이는 이태리 커피는 딱 내 취향입니다.
그래도 설탕을 넣지 않고는 먹기가 힘드니 역시 촌아저씨인 모양입니다.
뭐니뭐니해도 나는 믹스커피를 좋아하니까요.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다시 시내로 들어갔습니다.
처음 들른곳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입니다. 여기서 나는 급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고.
1750년에 설립되었고 성당 , 수도원등에 소장되었던 이 지방 출신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학생할인이 되는데 딸아이가 학생증을 보여주었더니 26세 이상의 학생은
할인이 안된다는군요. 늙은 학생은 학생이 아님감.
대부분의 그림이 聖畵였는데 가슴을 찌릿하게 만드는 작품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립니다.
다음에 들른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앞 가게에서 알록달록한 디자인의 우산을 샀습니다.
페기 구겐하임 (Peggy Guggenheim)은 뉴욕에서 부호의 딸로 태어나 파리에서 미술에 눈을 뜨고
런던에서 화랑을 열어 본격적인 작품수집을 하고 베네치아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래서 화가가 아니면서도 현대미술사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20세기 최고의 콜렉터입니다.
호사가들은 자서전에 나타난 그녀의 끊임없는 남성편력에 대해 말하지만 그것하고 수집하고는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대운하에 바로 접한 미술관은 생전에 그가 살던 집입니다.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내가 아는 이름은 피카소 뿐이었습니다.
자그마한 정원에는 조각들도 전시되어 있었고 별도의 방에는 기획전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돈으로 2만원 가까이 하는 입장료가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 미술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세계적 명성의 반열에 있는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음은 행복한 일입니다.
세상은 아는것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오늘 이 시간들이 내가 세상을 보는데 눈꼽만큼 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찾아간 곳은 살루떼 성당입니다.
17세기 베네치아에 창궐했던 흑사병이 물러간것을 감사하며 지었다고 하는데 살루떼라는 이태리어는 ' 건강 '이라는 뜻이랍니다.
지붕에 돔이 얹어진 성당 내부는 흰 대리석으로 되어있어 지금까지 보아왔던 다른 성당들과는 달리 많이 밝았습니다.
오전이라서 그런지 구경하는이도 별로 없어 조용히 흐르는 침묵이 주변의 성화 , 조각과 어울어져 경건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이제 베네치아를 떠날 시간입니다. 성당 앞에서 배 버스를 탔습니다.
정류장에 매표소도 없고 승선하는데 표 검사도 없습니다.
내릴때도 표 달라는 말이 없었는데 아직도 그 숙제는 풀지못했습니다.
배 버스는 진행하면서 운하 양쪽의 정류장에 지그재그로 멈추었습니다.
운하에는 다리가 없으니 어느쪽에 내리든 조금만 걸으면 목적지에 갈수 있다는 쓸만한 발상이지요.
운하의 양쪽에 늘어선 고풍스런 집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물과 멋진 조화를 이루어 내는 풍경을 눈에 담으며
베네치아여 안녕
여기서 로마에 이르는 여정은 일종의 성지순례입니다.
첫 목적지인 5세기 동로마제국의 수도 이기도한 Ravenna로 향했습니다.
시내에 들어가 안내소를 찾았는데 우리가 가고자 했던 곳들은 거기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들린곳은 산비탈레 성당입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정방병 성당건물과 달리 이 건물은 다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지배자였던 여황제의 무덤과 목욕탕 , 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여기에는 건물의 벽화와 바닥이 , 전시된 많은 그림이 모자이크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이 도시를 모자이크예술의 본고장이라 한답니다.
이 도시는 단테가 말년을 보내고 묻힌곳 이기도 합니다.
입장시간이 지나서 단테의 무덤은 보지 못하고 철문을 향하여 ' 나 왔다 가요 ' 했습니다.
피자가게에서 피자 몇 조각을 사서 자동차에서 저녁을 대신하기로 하고 Assisi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