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거사地空居士
-윤동재
나도 지하철 공짜 타는 지공거사地空居士된 기념으로
이틀 전 외국에 나갈 일도 없고 나갈 형편도 안 되는데
지하철 공짜 타고 인천공항에 갔다 왔지요
인천공항 이곳저곳 구경하다 보니
입국장이 갑자기 소란해 그리로 가보았지요
오기吳起 입국 반대 띠를 두른 사람들
오기吳起 입국 환영 띠를 두른 사람들
삿대질하고 서로 뒤엉켜 몸싸움도 서슴지 않았지요
한쪽에서는 오기吳起가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집에 가지 않고 입신양명에만 힘썼으니
이런 불효막심한 놈을 동방예의지국에
어떻게 입국시키느냐고 했지요
다른 쪽에서는 오기吳起가 장군으로 있을 때
병졸 부자父子의 등창 종기를 직접 빨아주어
감동한 병졸 부자가 적에게 맞서
용감히 싸우다가 둘 다 죽게 했으니
정치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판에
오기吳起가 입국해 국민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감동 정치의 진수를 보여주어
국민의 자발적인 희생과 헌신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지요
나는 평생을 말단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이쪽도 저쪽도 편들지 않는 데 이골이 나서 그 자리를 피했지요
남들은 지공거사地空居士가 되면
지공거사至公居士가 되고 지공거사知空居士가 되기도 한다는데
그날 보니 나는 말단 공무원을 퇴임해서도 퇴임한 게 아니고
지공거사地空居士가 되고서도 남들과는 달리
지공거사至公居士가 되고 지공거사知空居士가 되기는
영영 틀렸다고 영영 글렀다고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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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吳起 : 중국 춘추전국시대 병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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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기라는 불청객이 지공거사의 시를 망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