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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든다. 그리고 사다리를 향하여 몇발자욱 간다. 여자들이 뒤를 따른다.)
아버지: 해치울 수 있어 (몇계단을 올라간다. 뒤를 돌아본다.) 더러운 것들. 거기 있어 그놈한테 손대지 말어. 내가 해치울테니까. (사다리를 빨리 그리고 조용히 올라간다.) (딸은 사다리밑에 기대어 서있다.) (어머니는 난로 있는데로 도로 간다 - 긴침묵 간의 소음. 딸 사다리의 맨 끝단에 한쪽발을 천천히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난다. 밑으로 내려온다.
위에 놓고 떨면서 상에 기대어 선다. 어머니 다가온다. 침묵-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딸: 칼이 그대로 있네.
어머니: 해치웠우?
아버지: 저- (주저 앉는다.) 마니! 속이 뒤집혀서 못했어. 들어가지도 않았다. 왼종일 일을 했더니 몸이 아픈걸 (기침을 한다. 그리고 조금 구역질을 한다.)
어머니: 해야해요.
아버지: 이 꼴론 할 수가 없어. 술, 술이 들어가야 겠어.
어머니: 그 놈이 다 마셨어요. 죽여야 해요. (아버지는 비틀거리면서 후 무대로 가서 윗도리를 <<000>><<>>)
아버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술집에 가서 한잔 해야겠어. 그러면 해치울수 있을거야……. (몸을 편다. 좀더 조리있게 말을 한다.) 내가 돌아오거든 보란 말야 누구든지 찌를 수 있을테니. (문간에서 어물거린다.) 금방 돌아올께. 그때엔 그놈을 문제없이 죽일걸. 살인주를 마시고 올테니까. 하느님 도우소서. (퇴장) (그의 몸이 천천히 뛰면서 가는 것이 창문을 통해서 보인다. 어머니와 딸은 그가 걸어가는 것을 쳐다본다. 그리고 잠시 귀를 기울인다. 위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머니가 불을 끈다. 그들은 난로옆자리에 앉는다. 딸은 관석을 등지고 앉아서 난로에 장작을 집어넣고 난로문이 열린채로 놓아둔다. 난로에서 불빛이 비친다.)
딸: 아버지는 겁쟁이야.
어머니: 그렇지 않아.
딸: 겁쟁이라니까.
어머니: 그렇지 않대두. 생각이 많아서 그렇지 넌 몰라. 술이 들어가면 문제가 없어. 술은 생각을 없애주니까.
딸: 사람을 죽이려고 마음 먹었는데 술먹느라고 그만 두지는 않겠어.
어머니: 넌 안 그렇겠지. 난 아버지나 그 일을 안한다고 할까봐 혼났다.
딸: <<0000000>><<>>
어머니: 그럴돈이 어디있니- 더구나 뭣때문에 술집에 갔는지 알고있어.
딸: 아버지는 빠져 나갈려고 갔어요. (짧은 침묵) 기다리려니 죽겠어.
어머니: 돌아오면 해치울거야. (일어서서 사다리를 지나 다시 돌아서서 간다. 선채로) 내가 알아. (시계를 내려서 살펴본다.) 너 그 사람이 도둑놈 같니? 모르겠어. 하여튼 우린 부자가 될꺼요. 이곳을 뜰 수가 있어. (시계를 건다.) 어딜가나 마찬가지야. 허지만 굶지는 않겠지.
딸: 기다릴려니 미치겠어. (침묵) 무슨일이든 단번에 해야돼. 생각하면 더 어려워져요.
어머니: (심란해져서 창가로 걸어가면서) 밖은 밝구나. 아무도 못봤겠지! 그 사람이 저녁을 먹는걸 말야. (돌아선다.)
딸: 그럼, 길가에서 여긴 보이지 않아요.
어머니: (돌아가서 앉는다.) 그건 그렇구 밤에 누가 올까?
딸: 가끔 오지요.
어머니: "가끔이라구" 널보러 꽤 많이 오지않데? 젊은 녀석들이 일년에 두번씩 말이다. 내가 네 나이땐…….
딸: 엄마는 언제나 날 질투해! (목소리가 날카로와 진다. 그러나 성난 목소리는 아니다.)
어머니: 질투? 내가 젊었을 적엔 사내들이 여나무명이나 날 따랐단다. (손님이 발을 벗은채 샤쓰와 바지를 입고 사다리꼭대기에 조용히 나타난다. 성냥불을 왼손에 켜들고 약간 상기되어 빨리 내려온다.)
딸: 늙어 지가고 샘 내는건 추한 것이에요.
어머니: 넌 언제나 날 미워했어. 난 네 에미야 에미를 미워하는 법이 어디있니? 넌 마음이 비틀렸어.
딸: 미워하는건 어머니야.
어머니: 넌 에미된 마음이 어떤건지를 모른다. 넌 짐작도 못할거야 (손님 사다리 맨끝까지 내려온다. 나무가 비꺽 소리를 낸다. 이 소리에 딸 뒤로 쳐다본다. 놀라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어머니가 딸의 얼굴을 쳐다본다. 무엇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본다.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선다. 짧은 침묵)
어머니: 왜 일어나셨지요?
손님: 아! 바깥어른께선 어디계시죠?
어머니: 나갔어요. 혹시 주무시는데 방해된 일이라도 있었나요? 사장님?
손님: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저-바깥주인하고 얘기가 하고 싶어서요. 오늘밤에 했으면 했는데, 괜찮습니다. 언제쯤 돌아 오실까요.
어머니: 저- 잘모르겠는데요. 아마 몇시간 후에나-
딸: 아버지는 늦게 돌아 오실거예요.
손님: (한두발 다가서며) 뭐 내일이래도 괜찮습니다.
어머니: (창가로 빨리 가면서) 꽤 추워요? (헌 나무로 된 덧문을 닫는다. 그리고 녹슨 빗장으로 지른다. 손님 불안한 태도로 멍하니 쳐다본다.)
어머니: 문을 잠그고 자야겠어요. 주인이 늦게 돌아오실테니까요. 필요한 것이 없으신지요. 사장님?
손님: 아니요 그저 주인께서 계사다면 자기전에 밝힐 것이 있어서……. 대수로운건 아니지만요. (사다리로 다시 간다.)
어머니: 우리가 손님 잠을 방해하지는 않았죠? 사장님? 우리 얘기가 말이예요.
손님: 아이 천만에요. 잠깐 잠이 들었다가 문득 잠이 깼어요. 그리고 다시 잠들기 전에 무엇을 좀 밝혀 둬야겠다고 생각되기에.
어머니: 어서가서 주무세요. 사장님! 이젠 조용히 할테니까요.
손님: (불쑥) 그러죠.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참 꿈같은……. 내일도 괜찮아요. 오늘밤은 잘자겠어요. (사다리를 올라간다.)
어머니: (여전히 창문앞에서) 네 고단 하실텐데. (딸 일어난다. 손님 퇴장. 어머니 앞으로 나온다. 어머니와 딸은 속삭인다.)
어머니: 무슨 뜻이지? 왜 내려왔을까?
딸: 몰라
어머니: 우리 애길 들었을까?
딸: 못들었을 거예요. 아마 무서워서 일어났겠지.
어머니: 아니면 돌았거나.
딸: 처음부터 괴상하게 굴었어.
어머니: 취했단 말인가? 그렇게 조금 마시고 남자들은 술이 취하면 이상한 짓들을 하더라만.
딸: 다시 내려올까?
어머니: 그 사람이- 그전에- 저- (문두드리는 소리. 두 여자는 서로 부등켜서 주위를 둘러본다.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 어머니 속삭인다.) 문을 열어야 해. (딸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 문쪽으로 간다. 딸은 재빨리 난로쪽으로 가서 시계를 떼서 옷 가슴속에 감춘다. 어머니가 문을 살짝 연다. 내다본다. 문을 더 열며 말한다.)
어머니: 아! 어서 들어와요! (산토끼를 든 남자 들어온다. 젊은이는 발을 털고 코트를 벗는다. 그는 키가 큰편이고 혈색은 보통이고 단단히 생긴 얼굴에 깨끗히 면도한 25세의 젊은이다.)
어머니: 이렇게 늦게 왠일이지?
젊은이: 여덟시반도 안됐는걸요. 그저 잠깐 들려봤어요.
어머니: 문을 잠그려든 참이었어! 우린 일찍 자기 때문에 말이야 (계속해서 사다리쪽을 살펴본다.)
젊은이: 이걸 드릴려고 왔어요. (산토끼를 식탁위에 던지면서)
어머니: 저런 참 고맙군 (산토끼를 집어들고 본다.)
젊은이: (젊은이와 딸이 난로쪽으로 온다.) 잠깐 몸 좀 녹이겠어요.
어머니: (등불을 들고 사다리쪽으로 간다.) 난 들어가서 자야겠다. (사다리로 올라가면서 딸에게) 너도 곧 올라 오너라 (오른편으로 퇴장) (딸 산토끼를 집어들고 만져본다.)
젊은이: 여긴 아늑하군 (침묵) 밖은 몹시 추운데, 아버지 계셔?
딸: 마을에 갔어요. 술마시러
젊은이: 네 어머니는 친절하신데 우리 둘만 남겨두시고 가시니.
딸: 어머닌 잘 준비하고 있을거야
젊은이: (싱긋 웃으며) 그런데 아무 소리도 안나지 않어?
딸: 어머니 걱정은 말어. (침묵)
젊은이: 그렇게 일찍 자는지는 몰랐어.
딸: 자주 안오니까 모르지.
젊은이: 알았더라면 안왔지 이집이 왜 이렇게 불친절해.
딸: 이런걸 갖다줘서 고마워.
젊은이: 오늘 덫으로 잡은거야.
딸: 어머니가 문을 걸려고 할거야.
젊은이: 내가 싫어?
딸: 그렌게 아니야. 난 몹시 고단해. 가는게 좋겠어.
젊은이: 오늘 밭에 안나왔더군, 내가 보러 갔었는데…….
딸: 집안일이 바뻤어. (젊은이에게 다가간다.) 가세요 네? 그리고 딴 날 만나 언제든지 좋으니까. (갑자기) 자 가라니까
젊은이: (양손을 딸의 어깨위에 얹으며) 왜 자꾸 가라구만 그러지 도무지 모르겠는걸
딸: (남자의 팔을 뿌리치고 빠져나오며) 가요! 나중에 만나요.
젊은이: (딸이 팔을 뿌리치자 손목을 조용히 붙잡으며) 좀 더 있다가도 되지않아
딸: (젊은이의 팔을 벗어나며) 어서 가라니까!
젊은이: 안가면 어떡할래!
딸: (젊은이의 팔을 힘차게 흔들면서) 가요. 어서!
젊은이: (여자를 품에다 안는다. 둘 서로 버틴다.) 힘이 세지도 못하면서! (잠깐동안 몸부림 치더니 여자의 입술에 입맞춘다. 입을 뗀다. 여자가 다시 남자의 입에 입맞춘다. 여자가 뒤로 밀려서 상모서리에 부딪친다. 상이 흔들린다. 남자의 몸에서 벗어나서 상에 기대어 선다. 남자는 싱그레 웃는다.)
딸: (속삭이듯) 상을 뒤집어 엎겠어
젊은이: 힘도 없으면서!
딸: 제발 가요.
젊은이: 다시 올께
딸: 내일
젊은이: (코트를 접어들면서) 좀 일찍 올께 행길에서 만나
딸: 그래요.
젊은이: (코트를 입으면서) 할 얘기가 많아
딸: 이젠 정말 자러가야 해요.
젊은이: (못들은체 하면서 서있는 딸에게 입맞춘다.) 잘자. (젊은이 퇴장. 딸은 그가 나간 다음에 가만히 문을 닫는다.)
어머니: (빨리 사다리를 내려온다.) 갔구나 (딸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 머리를 사다리에 기대며) 손님이 내려왔으면 어떻게 할뻔했지!
딸: 누가 또 올지 몰라
어머니: 젊은 녀석들이 네 냄새를 맡고 말이지?
딸: 병신- 그 돈을 우리 손아귀에 넣어야해. 그래 여길 떠나야 돼.
어머니: 도시에서 너 같은걸 누가 거들떠 보기나 할거같애? 도시 사람들은 거기 출신을 좋아하는 법이야.
딸: 아빠가 곧 와서 해치워야 해 (앉는다.) 나가신지 한 시간이나 되는데 (침묵) 나가신지 한시간이나 됐군
어머니: 5분 만 더 기다리자 (침묵)
어머니: (갑자기 일어서며) 무슨 소리야?
딸: 뭐가?
어머니: 발자국소리
딸: 어디
어머니: 바깥에 아빤가봐
딸: 아무소리 못들었는데
어머니: 어쩌면 딴 사람인지 (사이, 침묵)
딸: 아무것도 아니야
어머니: 또 아빠가 용기를 내지 못하면-
딸: 아빤 겁보야
어머니: 고단해서 그래, 너무 취해 버릴지도 몰라 (사이)
어머니: (태도를 바꾸며) 못기다리겠다. 누가 우리를 꼭 노려보고 있는것 같아 (사이) (딸 일어나서 절름거리면서 난로뒤 선반에 있는 <<0>><<>>로 가서 샅샅이 뒤진다.)
어머니: (건 목소리로) 거기서 뭘하니?
딸: 칼들이 낡고 약해
어머니: 너 여기와 앉아! 아빠가 올거야
딸: (장작더미 위로 허리를 굽히면서) 난 기다리기가 미치겠는걸 (도끼를 손에 들고 일어선다.) 날이 세진 않았지만 무거우니까
어머니: 무슨소릴 하니?
딸: (식탁위에 등잔에 불을 켜면서) 쉬- 우리가 할 수 있어
어머니: (일어서면서) 안돼 도무지 네 생각은?
딸: 약하고 쬐끄매, 어머니는 치마를 벗어서 그사람 목까지 덮어씌워 손을 못들도록 꾹 눌러요. (어머니 치마를 벗는다.)
어머니: (사다리로 가면서) 제발, 빨리와 오, 맙소사
딸: 등잔을 선반위에 놉시다. (그들은 조용히 사다리로 올라간다. 딸이 먼저가서 왼편으로 사라진다. 사이 손님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좀 들린다. 고함소리 무엇이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 신음소리가 쿵하는 도끼소리에 들리지 않는다. 이 중에서 규칙적으로 무거운 도끼소리. 이런 소리가 나는 동안 빠른 발자국 소리가 난다. 어머니가 반은 엎어지면서 조용히 울며 사다리를 내려온다. 도끼소리 그친다.)
어머니: (식탁 의자에 주저 앉으면서) 오. 맙소사 그만! 제발 그만해 (딸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한손에 불을 들고 다른 손에 도끼를 뻣뻣히 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어머니 울음을 그친다.)
어머니: 왜 그리 자꾸만 쳤냐?
딸: (등불을 상위에 놓으면서) 그밖엔 도리가 없었어요.
어머니: 계속해서 자꾸자꾸 쳤어. 네가 미친줄 알았다. 그놈이 처음에 "어머니"하고 소리 지르더라
딸: (일어서며) 그렇지 않았어요.
어머니: 어머니를 불렀어 그 어머니는 알지 못하고 있겠지. 넌 자꾸 내리쳤어 끔찍하더라 왜 그랬니?
딸: 그칠 수 없었어! (돌아가서 난로가에 선다.)
어머니: 왜 그렇게 계속해서 자꾸 쳤냐 말야. 네가 미쳤는 줄 알았어.
딸: 어쩔 수가 없었다니까 (사이)
어머니: 그놈의건 왜 아직 들고 있니? (딸 난로 뒤로 가서 도끼를 나무통속에 던진다. 돌아와서 관중을 등지고 자기 의자에 앉는다.)
어머니: 그 치마 다신 안 입을 란다.
딸: 이젠 입을 필요도 없어 (사이, 어머니 천천히 남은 식사를 치우기 시작한다. 손에 머리를 파묻고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어머니: 얘, 이젠 죽었겠지? 아버지를 시켜서 오늘밤이나 내일 새벽 숲속에 운반해야 겠다. 그리고 겨울이 닥치기 전에 이곳을 떠나자. (바깥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희미한 소리) 우리는 잘살게- 무슨소리지? 아버지구나 (소리가 점점 커진다.) 얘, 정신차려 끝난거야 누구를 데리고 오는가 보다. 애기소리가 들리는데 아버지가 아닌지도 몰라, 어서 일어나, 네 꼴 좀 봐
딸: (홱 뛰어 일어나면서) 다 끝났어 아빠한테 끝났다고 해야지 아이좋아, 여길 빠져나갈 수 있어 부자가 되고 비단옷을 입을 테야
어머니: (딸을 가로질러서) 아버지가 이름을 부르는게 들렸는데 그 양반이 돌았나? 누굴 데리고 오는 걸까?
딸: 잔뜩 취했어. (문 흔드는 소리)
어머니: 붙잡혀 끌려왔나- (가서 문을 연다.) (술집 주인과 아들이 아버지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들어온다. 주인은 키가 크고 노랑머리에 나이는 40세 가량의 경쾌한 사나이에 얼굴에 수염이 많이 있고 좀 살이 찐편, 그의 아들은 나이 18세 정도이고 낯빛은 좀 검고 수집어 하는 성격, 상점주인은 반장화 한짝을 손에 들고 있다. 그들은 술에 취해 눈이 풀어져 질질 끌리는 아버지를 부축하고 있다. 주인과 그 아들도 조금씩 취해 있다. 주인은 기분이 한창 좋다. 아들 얼굴은 좀 붉다. 어머니와 딸이 서있다.)
주인: 아주머니 안녕하슈, 댁의 영감을 모셔왔우다. (웃으면서)
어머니: 여보
주인: 이 양반이 자꾸 혼자 오겠대요. 뭐 할일이 있다나? (웃는다.) 가만, 집에 가야한다. 그리구 이 장화를 벗었어요. (장화를 든다.) 못말리겠드군요. 다른 한쪽은 벗지도 못하고 "조용히" 하라면서 가만가만 걷는 꼴, 아주머니가 보셨어야 했을텐데, 웃기드군요. 볼만했죠. (아버지 졸면서 사다리 앞에 주저 앉는다.) 자, 정신차려. 찬바람을 쐬드니 멍한가 보군 정신차리게 한잔만 딸아라. (아들, 상위에 있는 잔에 술을 딴다. 아버지를 흔들어 깨서 그 술을 마시게 한다.)
아들: 이분이 하얗게 질려가지고 벌벌 떨면서 들어오셨어요. 그래 가지군 "술좀 줘" 그러시지 않겠어요? 그래 한잔 따라드렸지요. 그랬더니 두잔을 연거푸 들이키고 나서야 입을 여시더군요. "나 할일이 있어"라구요. (낄낄 웃는다.)
주인: 내가 봤을 땐 너무 취해서 왼종일 굶은 모양이지, 석잔에 그렇게 녹초가 되는 꼴이 저 양반이 무슨 운이 티었다고 뽐내면서 말하더군요. 그래 우리 다같이 축배를 들었죠. 내가 자 복많이 받으슈 그러면서 말이유
아버지: (갑자기) 쉿 (사다리를 올라가려다 쓰러진다.)
어머니: (소리를 지르면서) 여보!
주인: (즐겁게) 바로 그랬죠. 아! 괜찮아요. 다치지 않을 겁니다. 저 사람이 절룩거리는 산토끼같이 진흙속을 질걱거리며 가는 꼴이란- "가야돼" 그렇지 않겠어요. 웃겼어 우린 배꼽을 잡았죠. "운이 텃어 하느님은 내편이야" 그러지 않겠어? 그래서 내가 "자, 하느님께 건배"하고는 "난 자네 운이 튼걸 알아, 이젠 굶지도 않을테고!"하고 우리 다같이 마셨죠. (어머니와 딸 갑자기 주인을 노려본다. 아버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한손을 쳐든다.)
아버지: 조용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 뛰어가서 그의 팔을 붙잡는다. 여전히 주인을 노려보면서)
아들: (낄낄거리며) "조용히" 이말을 연거퍼 했어요. 그랬죠 아버지? "난 할일이 있어 조용히 소리내면 안돼" 그랬죠 그러더니 장화를 벗어던지고 진흙속을 질척거리며 뛰어다녔죠. 절룩거리는 산토끼 같이
어머니: (주인에게) 저-, 아나요?
주인: (싱그레 웃으면서) 그러면요
어머니: (침착하게) 물론, 우리 나누어 가제요 운이 트면
주인: (즐겁게) 저 내몫이나 받지요. 그사람한테도 그렇게 말씀했죠 우리 모두 조금씩 나누어 갖는다구 오늘은 참 기쁜날이네요. 그사람 윗층에 있겠지요? (고개로 윗층을 가르킨다.) (어머니 끄덕인다.)
주인: 고단한가 보죠 네? (웃는다.)
어머니: (잠깐 있다가) 저- (다시 시작한다.) 저 사람이 말했나요?
주인: (신이나서) 그러문요! 마을에 들어오자 날찾아 왔어요. (아버지 또 마신다.) 난 못알아 봤단 말씀야 그런데 그는 날 알아 보더군. 20년만이었는데도! 우린 한잔 했지요. "내일 일착으로 가서 그분들을 축하해야지. 아들이 이렇게 돌아오기란 좀처럼 쉬운일이 아니야! 아들이 돌아왔으니 얼마나 기뻐할가!" 했죠 (사이 이반은 술잔을 흔든다. 꿈속에서와 같이 "해야할일이 있어" 말하며 사다리에 앉아 존다. 술잔 땅에 떨어져 깨진다.)
어머니: (공허하게) 아들- 아들이라구? (식탁에 기댄다.) (딸 뻣뻣이 섰다.)
주인: (폭소를 터트리며) 모두 얼떨떨 해졌군 그 사람이 날보구 "난 부모님들을 놀려 드릴거예요. 가서 문을 두드리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은 부자인데 하루밤만 재워 달라고 하겠어요. 그리고 날이 새면 내돈을 전부 보여주고 식구들의 반응을 봐야지 자, 보세요 잃었던 아들이 여기 있습니다! 하고 놀래 드릴 작정이에요" 그래 내말이 아마 밤새 비밀을 못지킬 것이요 했는데 과연 못지켰죠? 내 그럴줄 알았단 말씀이야 "내가 내일 아침 일착으로 축하해 줘야지" 했는데 오늘밤에 미리합니다. 그려! (술을 병채로 마신다.) (사이 어머니 식탁을 내려다 본다.)
딸: 그를 알아봤어요?
주인: 아휴, 네! 어릴때 애기를 했을때, 왜 모두들 그런 얼굴을 합니까? 그사람 여길 안왔나요?
딸: 왔어요 (침묵 주인이 경계하듯 쳐다본다.)
주인: 기뻐하지도 않다니-
어머니: (갑자기 의자로 가면서 말한다.) 외쳤어 "어머니" (앉는다.)
주인: (진지하게) 물론 그랬을테지?
아버지: (갑자기 잠을 깨면서) 해야 할일이 있어 (어머니 갑자기 소리지른다.)
딸: 그만해, 어머니!
주인: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주인과 아들 한발짝 문쪽으로 물러선다. 어머니 계속 소리지르며 운다.)
주인: (딸에게) 왜그래! 자기가 누군지 말 안했나요?
딸: 아뇨
주인: 어떻게 된거야? 그 사람은 어딧어? (갑자기 머리를 쳐들고 외친다.) 이봐 젊은이 젊은이!
아버지: (한쪽 신을 더듬거리면서) 소리내면 안돼! (침묵)
어머니: 외쳤어, "어머니!" 하고 넌 왜 자꾸만 내리쳤어 (소리지른다.)
주인: 대관절 무슨짓을 했어? 설마- (문쪽으로 물러나면서 노려본다. 아들 그뒤에 서있다.)
아들: 저기 손에 뭘 갖고 있어요 아버지! (어머니 여전히 소리지른다.)
딸: 고만해, 어머니! (아버지 비틀거리면서 사다리를 오르려 한다. 아들 문밖으로 빠져나간다.)
주인: 당신네들이 (문을 쾅 닫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어머니 소리지른다.)
딸: 고만해, 어머니!
아버지: (꿈속에서 굳은 결심이나 한것 같이 중얼거린다.) 아주 가만히 자- 조용히 조용히! (사다리에 쓰러진다.)
딸: 날 감옥속에 넣겠지!
막.
8월의 크리스마스
S#1 거리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정원
정원이 스쿠터를 타고 동네 거리를 지나가고 피아노와 오보에의 선율이 돋보이는 잔잔한 "사진 속의 기억들(정원의 Theme)"이 흐른다.
S#2 타이틀
8월의 크리스마스
S#3 정원의 방
페이드인 잠에서 깨어나는 정원
S#4 거리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정원
S#5 병원복도
병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원. 앞에 앉아있는 꼬마와 장난을 친다.
S#6 운동장
철봉하는 정원. 운동장에 앉아있는 정원.
운동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반쯤 박혀 있는 타이어 위에 정원이 앉아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의 선율과 함께 옛날을 얘기하는 정원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정원의 옆에서 모래집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나래이션: 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있기를 좋아했다. 그곳에서 내곁에 없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S#7 사진관
일하고 있는 정원 한 여자가 들어온다.
정원: 어서오세요.
머리 큰 여자: 사진 찾으로 왔거든요.
정원: 성함이…….
머리 큰 여자: 최명숙이예요. 그저께 저녁에 맡겼는데…….
정원: 예, 여기있어요.
머리 큰 여자: 저 아저씨 사진이 좀 이상하게 나왔는데요.
S#8 촬영실
사진 찍으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
여자 큰 얼굴을 머리칼로 쓸어내려 감추려고 든다.
정원: 저, 잠깐만 만져 드릴께요. 예, 훨씬 더 좋으네요. 그러믄요 밑에 것만
머리 큰 여자: 괜찮은데.
정원: 괜찮으세요. 찍을께요. 찍을게요.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찰칵
S#9 사진관
현상기가 작동되고 있다. 전화를 받는 정원.
정원: 예, 여보세요. 어 철구야. 언제 돌아가셨는데…….
S#10 화장터
울부짖는 철구 식구들을 바라보는 정원
정원이 나무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
가족들이 "산사람은 살아야지요"하며 식사 재촉을 한다.
가족들과 함께 프레임 오른쪽으로 정원이 빠져나간다.
웬 어린 여자아이가 "슈퍼맨!"을 외치며 지나간다.
S#11 사진관 밖
다림 기다리는데 정원 다가온다.
다림이 닫힌 문 앞에서 "출장중"이라는 팻말을 쳐다본 후, 오른쪽에 놓인 여고생 2명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림이 쳐다보는 사진의 두 여고생은 정원의 동생 정숙과 정숙의 친구이자 정원의 옛 여자친구였던 지원입니다.)
정원이 다가와서 다림을 놔두고 사진관의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온다.
다림: 한참 기다렸어요. 저 이거 빨리해야 되거든요. 얼마나 걸려요. 아저씨?
정원: 저 미안하지만 좀만 이따 오면 안될까요?
다림: 안돼요. 아저씨 저 여기 동그라미 친 부분만 빨리 확대해 주세요.
다림 나가고 정원 멍하니 앉아있다.
S#12 정원 공간
약을 먹는 정원, 세수하는 정원
S#13 사진관
일을 하다가 밖에 있는 다림을 발견하는 정원
S#14 사진관 앞
다림에게 하드를 건네는 정원
정원: 아까 저 때문에 화났었죠? 날씨도 덥고 아침부터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다림: 사진 언제 나와요?
정원: 좀만 있으면 다돼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드를 먹다 웃는 두사람.
S#15 정원 집
아버지와 정원 요리를 하고 있다.
정원: 아버지 감자요.
아버지: 냄비에 넣어. 정관아, 파좀 뽑아올래?
정원: 파요?
아버지: 응
S#16 정원 마당
파를 씻는 정원. 비가 내린다.
S#17 주유소
정원, 주유소에서 스쿠터 기름을 넣고 있는데 다림의 주차단속차량이 들어온다.
주유원: 얼마나 넣어드려요?
정원: 가득이요.
정원: 얼마예요?
주유원: 만땅 삼천원입니다.
(효정/다림 차안에서 웃는다.)
정원: (효정과 다림을 보며) 안녕하세요?
주유원: 잠깐만 기다리세요. 얼마나 넣어드릴까요?
효정: 가득이요.
S#18 사진관
고만고만한 소년들이 정원 앞에 단체사진을 놓고 떠들고 있다.
정원: 동원이, 동원이는 얘?
아이1: 예, 아저씨. 얘는요 내가 찍은건데 예쁘죠?
아이2: 아니요. 얘가 더 이쁘죠, 아저씨
아이1: 어떻게 얘가 이뻐? 얘는 키도 작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아이2: 얘가 더 이쁘지?
아이1: 얘가 더 이뻐.
정원: 야, 야, 야. 조용히 해! 시끄러 죽겠네. 장근이 장근이 너는?
다림, 사진관 들어와 소파에 앉는다.
아이3: 저는요. 좀 많아요. 얘하고요. 앤데요
정원: 세명?
아이3: 그중에서 얘가 제일 예뻐요
정원: 이름이 뭔데?
아이3: 서은지라는 앤데 가장 이뻐요.
아이1: 야 너 내여자 건들지마.
정원: 야 근데 니들 얘네들한테 말 걸어 봤어?
아이들: 아니요
정원: 못 걸어봤어? 근데 이 사진 크게 확대하면 좀 흐리게 나올텐데
아이들: 괜찮아요.
정원: 괜찮어? 그러면은 내일 저녁 6시까지 와. 아저씨가 해둘게.
아이들: 아저씨. 이것 좀 잘 해주세요.
정원: 알았어. 알았어.
아이들: 안녕히 계세요.
정원: 옳지
애들 나가자 소파에서 일어나 정원쪽으로 오는 다림
다림: 어른이나 아이나 남자들은 다 왜그래요?
정원: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게 잘못 됐나요 뭐? 발개벗은 사진 갖고 와서 확대해 달라는 것 보단 낫죠.
다림: 그런 것도 해줘요?
밖에서 싸우는 아이들, 정원 아이들 싸움을 말리려 한다.
S#19 거리
지원이와 만나는 정원
정원: 오랜만이다.
지원: 응
정원: 집에 왔니?
지원: 응
정원: 하나도 안 변했네.
지원: 오빠도. 나 갈게
정원: 엉 그래. 잘 가라.
S#20 사진관
지원의 액자를 떼는 정원
S#21 정원마당
정숙, 빨래를 걷고 있는데 정원 들어온다.
정숙: 왔네
정원: 어, 언제 왔어?
정숙: 방금왔어. 뭐 그렇게 사왔어?
정원: 아이 이거.
S#22 정원집 부엌
부엌에서 김치 보자기를 푸는 정원
정숙: 빨간 뚜껑은 열무 김친데 냉장고에 넣고 3일 있다 먹고 하얀 뚜껑은 배추김친데 그냥 익혔다 먹어
정원: 얼마나?
정숙: 뭐, 한 삼일이면 익겠지.
S#23 정원집 마루
수박을 썰고 있는 정숙. 정원 프레임 인
정숙: 낮에 지원이 만났어. 오빠 만났다고 하더라.
정원: 응
정숙: 걔 생각하면 속상해 죽겠어. 남편이 또 놀음을 했데. 이젠 아예 때리기까지 하나봐.
정원: 너 하는 일은 잘 되니?
정숙: 정신없지 뭐. 애들 월급 주느라구 허리가 휘어져. 오빠 아직도 지원이 좋아해?
정원:…….
정숙: 오빠 생각나. 옛날에 오빠 학교 다닐 때 지원이 사진 책갈피에 끼워 놓고 다녔잖아
수박을 먹다 마당에 씨를 동시에 뱉는 두사람. 서로 쳐다보며 웃는다. 갑자기 울먹거리는 정숙.
S#24 거리
정원 일을 하고 있고 다림 들어온다.
정원: 아유, 어서 오세요.
다림: 사진기 좀 고쳐 주세요. 아저씨가 쓰는 카메라 얼마예요?
정원: 왜요?
다림: 그냥요. 그런거 갖고 다니면 사람들이 무시 못 할 것예요. 아저씨 나 여기서 좀 쉬었다 가도 돼요?
정원: 예. 그래요.
다림: 더운건 이젠 아주 지겨워.
정원: 힘들죠?
다림: 아저씨 사자자리죠? 생일이 팔월 아니예요. 사자자리가 나랑 잘 맞는 다던데, 근데 아저씨 몇 살이예요?
정원: 나? 나 이십데 후반.
다림: 에이, 삼십대구나. 그렇게 얘기 하는거 보니까 완전히 아저씨네. 결혼은 안했죠?
정원: 에이. 벌써 애가 둘이야.
다림: 옷 입는거 보면 알아요. 거짓말 하지 말아요. 저 지금부터 이제 잘 테니까 말 시키지 말아요. 근데, 아저씨
정원: 엉
다림: 오늘은 왜 반말해요?
S#26 수산시장
회를 뜨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와 정원
S#27 거리
아버지와 아들, 짐을 들고 걸어간다.
S#28 정원집 마루
식사하는 식구들
정숙: 아버지 찌개 솜씨는 여전하시다
정원: 나도 꽤 연구하는데 이런 맛이 안나와.
정숙: 나도 그래.
아버지: 이게 뭐 아무나 되는 건줄 아냐? 정성이 모자라서 그래.
석희: 이 사람은요. 살림은 야무진데 음식솜씨는 완전히 꽝이에요.
아버지: 지 에밀 닮아서 그래.
정숙: 그럼 얘도 꽝이겠네?
아버지: 당연하지
정원: 아버지도?
정숙: 오빠 내일 병원 갈 때 나한테 전화 좀 해.
정원: 됐어 혼자 가도 도. 종래 밥 좀 먹여. 과자만 먹는다. 야.
S#29 정원집 마당
가족 사진을 찍는 아버지.
정원: 아버지, 제가 찍을께요?
아버지: 됐어 임마. 아직은 니 기술보다 내 기술이 나. 하나, 두울 셋 찰칵
S#30 사진관 앞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다림, 정원 스쿠터를 타고 다가오다 그냥 지나친다. 실망하는 다림, 어느새 스쿠터 소리 다시 들려온다.
정원: 어디가요?
다림: 구청에요.
정원: 그건 뭐예요?
다림: 숙녀가 이렇게 무거운걸 들고 가야 되겠어요?
정원: 에유, 단골손님인데……. 어유 무거워. 뒤에 타요.
다림을 태우고 달리는 정원의 스쿠터.
정원: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어요?
다림: 없어요. 다들 시시해요.
정원: 좋아하는 남자 친구 생기면 달라질걸…….
다림: 모르죠. 뭐.
정원: 꽉잡아요. 이렇게.
S#31 사진관앞
청소를 하고 있는 정원. 지원이 다가온다.
지원: 오빠
정원: 어, 지원아
지원: 청소해?
정원: 어 나 지금……. 하하하 들어가 있을래?
S#32 사진관
정원, 지원에게 커피를 준다.
정원: 지원아 너 생각나니? 국민학교 때 너 일기보고 날씨 빼낀거.
지원: 정숙이 꺼 보고 배끼지 왜 내꺼보고 배끼냐고 싸웠잖아. 오빤 이 동네 에서 이십년이 넘게 지냈는데 지겹지도 않아?
정원: 모르겠어.
지원: 왜 아직 결혼 안 했어?
정원: 너 기다리느라고. 지원이 너 애가 둘이라고 그랬나?
지원: 응 여기 다시 오게 될줄은 몰랐는데. 오빠 많이 아프다면서?
정원: 아냐 야 나 멀쩡해.
지원: 심각해?
정원: 멀쩡해
S#33 버스안
달리는 차 창밖을 내다보는 정원
정원이 버스에 앉아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다.
산울림의 "창문넘어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가 흐른다
정원의 나레이션이 흐릅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습니다……. "
이 씬 이후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긴팔 옷을 입고 등장
S#34 병원 복도
긴 복도를 걸어가는 정원
S#35 병원앞
병원에서 나오는 정원
S#36 정원 집 마루
발톱을 깍다 눕는 정원
S#37 운동장
바람이 몹시 부는 운동장
S#38 사진관 앞
출장 가려는 정원. 다림 뛰어오며
다림: 어머, 아저씨 어디 가세요.
정원: 어 나 출장가는 길인데
다림: 어머 어떻해? 이거 너무너무 급한데.
S#39 사진관
일하고 있는 정원, 다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정원 소파로 다가가며
정원: 맛있어? 아냐 아냐 나 많이 먹었어.
다림: 아저씨 외아들이죠?
정원: 아니 왜?
다림: 그렇게 먹는거 보면 알아요. 우리집은 아이스크림 먹을 때 난리를 쳐야 되거든요.
정원: 먼저 먹어? 형제가 많아?
다림: 우리 엄만 뭐할려구 그렇게 많이났는지 모라. 정말. 아저씨 저기요. 선을 딱 이렇게 긋는 것부터 전쟁의 시작이예요.
정원: 하하하
다림: 지겨워
정원: 사진 다 나왔겠는데?
S#40 음식점 앞
다림, 효정 식당에 들어가려하는데 쫏겨난다.
손님1: 아 밥좀 먹자. 밥좀
주인 아줌마: 아유 가요. 도대체 왜 그래요? 장사도 못하게
효정: 밥 먹으러 왔어요.
주인 아줌마: 안 팔아요. 가요, 가
S#41 나무그늘
나무그늘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효정과 다림
효정: 어디가서 밥먹니?
정원 스쿠터를 타고 프레임 인
정원: 너 여기서 모하니?
다림: 더워서 쉬고 있어요. 어디 다녀오세요?
정원: 나 시장에
다림: 아저씨가 시장엘 가요?
정원: 나 음식 잘해 야.
다림: 어 이게 뭐야? 어머 당면이잖아. 시금치도 있네. 이런것도 할 줄 아세요?
정원: 먹을 만해 나 갈게.
다림: 집으로 가세요?
정원: 어 (효정에게) 수고하세요.
다시 햄버거를 먹는 효정과 다림
S#42 사진관
문고리를 고치는 정원. 그 뒤로 티코를 타고 들어오는 효정과 다림.
효정: 아저씨, 아저씨 뭐하세요?
정원: 퇴근하는 길이예요?
효정: 예. 이거 내일 찾으러 와도 돼죠?
정원: 예
효정: (다림을 보며) 오늘 좀 피곤한 가봐요. 일이 좀 많았거든요. 갈께요.
정원: 가세요
멀어지는 티코에서 손을 흔드는 다림.
S#43 태권도장
태권도를 지도하는 철구. 정원 프레임인 되어 철구와 인사를 한다.
S#44 일식집
회를 먹고 있는 정원과 철구
정원: 정말 오래간만이다. 이렇게 술 마시는 거.
철구: 그래.
정원 ; 너 그 제대하고 쫓아다니던 여자 생각나니?
철구: 복덕방집 딸.
정원: 너 왜 여자 쫓아다니다가 노태우 선거운동까지 했잖아. 어유, 그때가 엇그제께 같은데 벌써 십년전이다.
철구: 아줌마 술 한병 더요.
S#45 일식집앞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정원과 철구
정원: 빨리 나와. 계산 맞아. 빨리와. 철구야. 나 한잔만 더 먹고 시포.
철구: 안돼. 나 몸도 예전 같지 않고 그래 가지구.
정원: 모퉁이집 가서 한잔만 더 하면 되잖아.
철구: 그만해. 이 새끼 술꾼 다 됐네.
정원: 너 스물 아홉 살 마지막 날에 나한테 뭐라고 그랬어?
철구: 내가? 몰라.
정원: 몰라?
철구: 저 새끼 이상하네
정원: 술 먹고 죽자.
철구: 이히힝……. 야 너 어디가? 야 얌마. 야 너 왜 그래? 엉? 무슨일 있냐 너? 안먹던 술 까지 먹고.
정원: 말 시키지 마.
철구: 말해봐. 에이씨 오줌도 안나오네. 어유 되게 마려웠는데 안나오네.
정원 귓속말 한다.
정원: 나 곧 죽는다.
철구: 야 이 새끼 이거 술 처먹을려고 별 수작을 다하네. 그래 임마 먹자. 이세끼야.
정원: 술 먹어?
철구: 쳐 먹어 그래 이새끼야.
정원: 술 먹어?
철구: 먹어 이 새끼야.
정원, 철구: 술 먹고 죽자!
S#46 파출소
취조 받는 철구와 남자1, 정원 소파에 앉아있다. 남자2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왔다갔다 한다.
경찰: 어디서 그랬어?
남자1: 공중전화요. 가만 있는데 그랬다니까요. 전화 오래한다고.
남자2: (경찰에게 다가오면) 아저씨 솔직히 얘기하는데 내가 민정당 조직책입니다.
경찰: 민정당 없어졌다니가 가서 앉아있어.
남자1: 저 놈이 발로 찼어요. 가만히 있는데.
철구: (다가오며) 제가 말씀드릴께요…….
경찰: 알았어, 알았으니까 저쪽 가서 얘기해.
남자2: 이 새끼 인상 드럽군
남자1: 뭐 샤갸 니가 더 좇같다.
남자2: 내가 뭐 틀린 말했냐?
경찰: 조용히 해.
정원: 조용히 해. 내가 왜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씨발. 내가 왜 조용히 해
정원 일어나서 소리치며 운다. 정원을 말리는 철구. 남자1,2와 경찰 소란스럽게 떠들어댄다.
S#47 정원집 마루
전화벨 소리. 전화를 받는 정원
정원: 어 철구냐……. 어? 파출소?……. 몰라. 포장마차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랬냐? 주차단속원?……. 그래 내가 있다 연락할게 올 필요없어.
전화를 끊고 마루에 눕는 정원
S#48 거리
경고 방송하는 다림
S#49 사진관
일하고 있는 정원. 다림 유리문 앞으로 다가와 유리를 두드린다. 돌아보는 정원.
다림: 뭐해요? (못 알아듣는 정원) 뭐하냐구요?
정원: (일하고 있다는 제스쳐)
다림: 들어가도 되요?
정원: ?
다림: 나 들어가도 되냐구요.
정원: 커피한잔?
다림: 알았어요.
다림 문을 열고 들어간다.
S#50 정원공간
카메라를 만지는 다림. 정원 커피를 타 다림에게 건넨다.
다림: 아저씨. 아저씨는 왜 나만 보면 웃어요?
정원: 허허. 근데 아가씨전엔 무슨일 했어?
다림: 그냥 집에서 빈둥거렸어요……. 근데 왜 아저씬 결혼 안했어요?
정원: 바빠서……. 근데 일이 힘들지 않아?
다림: 뭐 그냥 그렇고 그래요. 아저씨는 사는게 재밌어요?
정원: 나두 뭐 그냥 그렇고 그래.
다림: 저 월급 받았어요.
정원: 그래? 그럼 한턱 써야지.
다림: 아저씨 하는 거 봐서요.
S#51 촬영실
정원, 다림의 사진을 찍는다.
정원: 입에 다림씨, 침 좀. 더 세게 해 요. 이렇게 이렇게. 아 좋다. 잠깐만요.
정원, 카메라를 만지다 부품을 떨어뜨린다. 웃는 다림.
S#52 화장품 가게
화장품 가게 안으로 들어와 이것 저것을 살피는 다림. 물건을 하나 고른다.
S#53 다림방
거울 앞에서 화장품을 발라 보는 다림.
S#54 사진관
삼대가 모인 가족이 사진을 찍는다.
정원: 할머니, 안경을 벗고 찍으시는게 나을까요. 쓰고 찍으시는게 나을까요.
할머니: 안경? 이렇게.
안경을 벗는 할머니
정원: 아뇨. 쓰고 찍으시는게 낫겠네요.
할머니: 이거 아들이 해준건데 쓰고 찍는게 낫지.(안경을 쓴다.)
정원: 자 찍을께요……. 활짝 웃고 찍으면 잘 나을텐데……. 하나 둘…….
후레쉬가 터진다. 밖으로 나오는 가족들.
아들이 할머니에게
아들: 어머니 사진관에 오셨는데 독사진 하나 더 찍으시죠.
할머니: 아니 뭐. 천천히 찍지.
아들: 한 장 찍으세요.
할머니: 찍어?
할머니 자리에 다시 앉는다. 사진 찍을 준비를 하는 정원.
S#55 오토바이 가게 앞
비오는 거리. 티코가 지나가다 멈춘다. 티코에서 내린 다림. 가게 앞에 서 있는 정원에게 다가간다.
다림: 아저씨. 여기서 뭐 해요?
정원: 어 다림아. 나 스쿠터 고칠려고. 야 너 잘됐다. 나 사진관까지만 바래다줘라. (다림의 우산속으로 뛰어든다.)
다림: 맨 입으로?
정원: 그럼 어떻게?
다림: 좋아요. 이따가 일 끝내고 갈테니까 술 사줘요.
정원: 알았어.
다림: 정말이요.
빗속을 걸어가는 두 사람
S#56 사진관
비내리는 저녁 거리를 내다보는 정원.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는 다림을 기다린다.
(김광석의 거리에서)
정원: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드드륵 문소리에 문을 쳐다보는 정원. 낮에 왔던 할머니가 한복 차림으로 들어온다.
정원: 어 할머니. 사진 아직 안 나왔는데요.
할머니: 낮에 찍은 사진……. 그…….
정원: 다시 찍으시개요?
할머니: 다시 찍을 수 있겠지?
정원: 예 다시 찍어드릴께요
할머니: 돈은 안받는 거지?
정원: 예 그냥 거저 해드릴께요.
할머니: 아유 고마워.
정원: 저쪽으로 가세요.
할머니 촬영실 쪽으로 간다.
S#57 촬영실
거울을 보며 단장하는 할머니. 정원 조명기를 만지며,
정원: 할머니 준비 다 됐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할머니: (의자에 앉으며)나 사진 이쁘게 찍어 줘야 돼.
정원: 왜요?
할머니: 아 이거 제삿상에 놓을 사진이야
정원: 예 제가 할머니 잘 찍어 드릴께요. 잠깐만요.
사진기 뒤에 서는 정원.
정원: 할머니 젊으실 때 고우셨겠어요.
할머니: 이쁘긴 뭐가 이뻐…….
정원: 자 할머니 찍을 께요. 자 할머니 죄송하지만 안경 한번 벗어보세요. (안경을 벗는 할머니)아유 훨씬 이쁘세요. 자 할머니 찍을께요. 할머니 고개 약간만 오른 쪽으로요. 예, 자, 할머니 한 번 웃어보세요. 예 찍을께요……. 웃으시구요. 하나, 둘, (찰칵)잠깐만요. 할머니 한 장만 더 찍을께요.
정원 다시 필름을 장전한다.
S#58 정원집 마루
아버지 방에서 담배를 훔쳐 피우는 정원
S#59 정원방
천둥소리에 잠을 깨는 정원.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S#60 아버지방
아버지 옆에 와 살며시 드러눕는 정원.
S#61 운동장
비 개인 운동장
S#62 사진관
소파에 앉아 자고 있는 정원. 다림 문을 열고 들어와 정원 옆에 앉는다.
잠을 깨는 정원.
정원: 어……. (다림 정원에게 안경을 집어준다.)
다림: 아저씨 저번에 저 안와서 삐졌죠.
정원: 아니 왜 안왔어?
다림: 그냥 오기 싫어서 안왔어요. 저 일하러 갈께요.
일어서서 나가는 다림. 다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원.
S#63 백숙집
고구마를 굽는 정원과 철구. 철구와 친구들 평상에서 화투를 치고 있다.
정원: 철구가 연락했니?
친구1: 어. 이번에도 안 나오면 평생 안보겠단다. 저 자식 웃긴다 저거.
정원: 그렇지 않아도 나도 연락해서 만나보고 싶었어.
친구1: 그래 임마
철구: (멀리서) 감자 다 안 익었냐?
정원: 기다려
친구1: 간다 가. 저 작식 보채는 건 여전해.
친구2: (고스톱을 치며) 고도리.
철구: 감자 먹고 하자.
철구 감자를 집어 나누어 준다.
친구2: 왜 그래 임마. 고도리에 양박에 쓰리고 까지 최소한 십점인데. 너 같으면 입에 감자가 들어가냐?
철구: 감자 먹고 해 임마. 감자 먹고.
친구2: 이 새끼 학교 다닐 때 짤짤이 할 때도 그렇더니만
정원: (철구에게) 너 또 사고쳤지.
철구: 먹어 먹어.
친구2: 저 새끼 매너 드러워요.
웃는 친구들.
S#64 촬영실
찬구들 사진기 앞에 일렬로 서 있다. 정원도 함께 선다.
잠시 후 셔터기 터진다.
정원: 하나 더 찍을까?
S#65 부엌
약을 먹고 설거지 하는 정원
S#66 안방
아버지 TV를 보다가 정원을 부른다.
아버지: 정원아.
정원 안방으로 들어온다.
정원: 예 아버지
아버지: 테이프 좀 틀어줄래?
정원: 테이프요? 빌려오신거예요?
아버지: 그래. 지상에서 영원으로야. 옛날에 니 어머니하고 같이 봤잖아
정원 테이프를 넣고 아버지 옆에 앉는다.
정원: 아버지. 아버지가 한번 해보세요. 제가 설명해 드릴께요. 테이프 넣으시면 자동으로 플레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티브이 전원하고요…….
정원 아버지에게 설명을 한다. 아버지 정원이 시킨대로 해보지만 자꾸 틀린다.
정원: 아뇨, 아버지. 전원 먼저 켜신 다음에 채널을 티브이 쪽으로…….
아버지, 다시 한번 하지만 또 틀린다.
정원: 전원 먼저 키신 다음에 단추를 티브이로…….
다시 해보지만 또 틀리는 아버지.
정원: 단…….
정원, 화가 나서 나가버린다. 아버지 혼자 남아 리모콘을 눌러 본다.
S#67 정원방
하얀 종이에 비디오 작동법을 적고 있는 정원.
S#68 마당
쌀을 씻는 정원
S#69 권투도장
연습에 열중인 관원들. 정원 가방을 메고 들어온다. 선수가 정원에게 다가간다.
선수: 안녕하세요?
정원: 예 시합있어요? 폼은…….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는 선수,(아주 젊고 어린 해맑은 소년)
정원 카메라를 보다가,
정원: 웃으면 안되요……. 하나 둘.
찰칵.
S#70 사진관
다림 사진관 안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린다. 정원 다락에서 내려오다 다림을 발견한다.
다림: 안녕하세요.
정원: 어. 너 화장했네
다림: 네
정원: 너 화장하니까 아주 이쁘다. 뭐? 커피줄까? 아, 아이스크림? 어디가?
앉아서 술 마시는 정원과 다림
정원: 다림이는 쉬는 날 뭐하니?
다림: 저요? 책도 보고, 그냥 그래요. 아저씬 뭐해요?
정원: 나 나 그냥 잠자.
다림: 하루 종일 잠만 자요?
정원: 아니 빨래도 하고, 그리고 다림질도 하고, 그리고 또 자고 으허허허
다림: 내 친구도 일요일날 굉장히 바쁜데
정원: 친구 뭐하는데?
다림: 어머 내가 얘기 안했나? 서울랜드에서 일하는데, 언제든지 오면 공짜 표준다고 그랬는데.
정원: 근데?
다림: 그냥 그렇다구요. 언제 한번 거기 야하는데 시간이 나야 말이죠.
S#71 롤러코스트
롤러 코스트를 타는 정원과 다림
S#72 밴치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오는 다림, 정원 옆에 앉는다.
다림: 어지럽다면서 이제 괜찮아요?
정원:…….
다림 음료수를 따서 정원에게 건네준다, 음료수를 받아드는 정원.
다림: 드세요.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면서 다림이 파워에이드를 꺼내어, 따개 부분을 손수건으로 닦은 다음 정원에게 건네줍니다. (참 사소한 동작 하나로 다림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과 파워에이드를 번갈아 먹는 정원에게 다림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앉습니다.
둘의 뒤로 야외촬영을 하러 나온 신혼부부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S#73 학교 운동장
운동장을 달리는 정원과 다림.
다림: 뭐해요?
정원 다림보다 먼저 지쳐 멈춘다
정원: 다림아, 같이가.
S#74 목욕탕앞
목욕탕앞에서 다림을 기다리는 정원, 다림이 나온다.
다림: 벌써 나오셨네. 남자가 빠르긴 빠르구나.
정원, 다림에게 귤을 건넨다.
정원: 너 이거 먹을래?
다림: 하나만 샀어요? 두 개?
정원: 응
다림: 어유 참
정원: 어디가니?
다림: 귤 더사게요. 아줌마 천원어치만 더 주세요.
S#75 골목길
정원 다림에게 귀신이야기를 하면서 걷는다
정원: 왜 옛날에 내 바로 밑에 쫄병하고 보초를 서고 있었거든. 이 근데 갑자기 방귀 냄새가 나는 거야. 그래서 그 쫄병한테 너 방귀 뀌었지 하니까 자기방귀 안꼈대. 그러면서 자기가 방귀 꼈으면서 자기한테 방귀 꼈다고 덮어 씌고 나한테 막 뭐라고 하는 거야. 둘이 방귀를 꼈네 안꼈네 하면서 옥신각신 하다가 날씨도 춥구해서 내무반에 들어왔거든. 그래가지고 내무반에 들어와서 막 잠을 청하려고 그러는데 아까 쫄병애가 심각하게 아까 자기 방귀 안 꼈다고 그러는거야. 근데 황당한 거는 아가 나도 방귀 분명히 안 꼈거든. 근데 알고 보니 그 초소에서 근무하는 병사가 자기 얘인 죽었다고 따라 자살한 장소래. 그 초소가. 그리고 그 죽은 병사가 평소에 방귀를 그렇게 잘 꼈대.
다림 은근히 팔장을 낀다
약간 어색한 듯 약간 놀라고, 말은 더듬는다
팔짱을 끼고 멀어져 가는 두 사람.
다림: 웃긴다.
정원: 웃겨?
다림: 근데 무서워요. 어떻해요? 나 내일부터 무서워서 이 길 어떻게 다녀요? 아저씨도 귀신 무섭죠? 방귀 냄새까지 맡았는데…….
정원: 뭐 어떨땐 무섭다가도 어떨땐 하나도 안 무섭워. 사람이 죽어서 귀신되는거 아니니? 다림이도 그렇구, 나도 그렇구.
다림: 아저씨 얘기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근데 귀신이 방귀를 뀌나?
S#76 병원앞
걸어내려오는 정원과 정숙
S#77 사진관
폴라로이드로 현상기의 사진을 찍는 정원, 하얀 백지에 현상기 작동법을 적으며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에 번호를 매긴다.
S#78 정원집 마루
난에 물을 주고 있는 아버지.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S#79 정원방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고 있는 정원, 아버지 그림자 다가오다 멀어진다.
S#80 정원집 마루
먼산을 바라보는 아버지
S#81 사진관
숨가쁘게 달려오는 다림, 사진관 문이 잠긴걸 확인후 돌아서 가버린다.
S#82 버스 정류장
버스를 타려다 길을 뛰어가는 다림
S#83 효정 집
다림과 효정이 침대에 나란히 눕는다.
다림: 언니, 이런 방 구하려면 얼마나 있어야 돼?
효정: 여기 얼마 안해. 너 집 나오게?
다림: 아니, 내가 그런 돈이 어딨어?
효정: 아 피곤해 자자.
다림: 언니 내가 귀신 얘기 해줄까?
효정: 싫어 안 들을래
다림: 아냐 하나도 안 무서워. 무서우면 내가 안 무섭게 해줄수도 있어. 들어봐. 어떤 사람이 군대에서 자기 쫄병하고 보초를 서고 있었대. 근데 갑자기 방구냄새가 나드래. 그래서 이사람이 자기 쫄병한테 야 너 방구 꼈지? 그랬대……. 그러니까 이 쫄병이 아니요. 형 저 방구 안겼어요. 그러드란다. 그래서 이사람이
효정 잠들어 있고 다림 혼자 이야기 한다.
S#84 정원집 앞
정원을 업고 나오는 사위, 아버지와 정숙 따라 나온다.
정숙: 조심하세요. 아버지 병원가서 전화 드릴께요.
혼자남은 아버지, 정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S#85 구청식당
배식구에 서있는 단속원과 공익근무원들
철이: 이모 밥 좀 많이 주세요. (앞에 서 있는 다림에게) 다음주에 파견근무 나가요?
다림: 네
철이: 어디로 가요?
다리: 그건 잘 모르겠어요.
밥을 먹고 있는 다림과 효정, 철이 다가온다.
철이: 같이 식사해도 되죠?
효정: 네
철이: 효정씨도 같이 옮기나요?
효정: 아니요. 이번에는 같이 안가요.
철이: 떠나기 전에 술한잔 해야죠.
효정: 좋죠. 그러나 저러나 이번에는 어디로 가려나.
S#86 사진관 앞
서성이는 다림, 문단힌 사진관
S#87 다림방
편지를 쓰고 있는 다림
S#88 사진관 앞
사진관 앞을 지나치는 단속차.
다림: 차 좀 잠깐 세워주세요.
다림 차에서 내려 사진관으로 간다. 문틈에 편지를 끼워 넣는 다림.
S#89 입원실
밥을 먹는 정원.
정숙: 다 먹었어?
정원, 그릇을 치우려는 정숙을 제지하고 밥을 더 먹는다.
정원: 정숙아 물 좀 줘.
물을 갔다주는 정숙
S#90 다른 사진관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다림. 사진사가 손님의 증명사진을 찍는 중이다.
S#91 사진관 앞
문닫힌 사진관 앞을 서성이는 다림
S#92 사진관
문틈에 낀 편지를 빼내려고 하는 다림. 핀으로 꺼내려 하지만 편지는 바닥에 떨어진다.
S#93 입원실
잠에서 깨어나는 정원 정숙이 옆에 있다.
정숙: 오빠 깼어? 아프진 않아?
정숙 정원을 일으킨다.
정숙: 꿈 꿨어? 여자 꿈이구나 어떻게 찾아오는 여자 한 명 없냐? 누구 오라구럴 사람 없어?
정원: 됐어. 보고 싶은 사람 없어.
S#94 락카페
춤추는 단속원과 공익들. 다림 바라보고있다. 다림 춤을 추는 사람들 틈에 낀다. 함께 춤을 추다 갑자기 나가버리는 다림.
S#95 화장실
손을 씻고 있는 다림, 울고 있다
S#96 사진관 앞
문 닫힌 사진관 앞에 서는 다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 유리창에 돌을 던진다. 울며 서 있는 다림.
페이드 아웃
S#97 사진관 앞
돌아온 정원, 문을 열고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S#98 사진관
돋보기를 치우고 편지를 확인하는 정원,
소파에 앉아 다림의 편지를 읽는다. 생각에 잠기는 정원
S#99 정원 집 마루
컵에 담긴 물에 만년필 촉을 담그는 정원
S#100 정원 공간
다림에게 편지를 쓰는 정원
S#101 구청앞
구청에서 단속원에게 다림의 행방을 묻는 정원
S#102 찻집
일하고 있는 다림의 모습을 발견하고 안타깝게 손가락으로 쫓는 정원
S#103 정원 공간
편지 박스를 열어보는 정원. 다림의 사진이 나온다. 다림의 편지와 자신이 다림에게 쓴 편지를 상자에 넣는 정원. 편지 박스를 넣으려다 오래된 앨범을 꺼내서 보는 정원
S#104 사진관
오래된 앨범을 뒤적이는 정원
정원이 소파에 앉아 앨범을 보고 있습니다.
정원이 앨범의 옛사진들을 보다가 피식 웃습니다.
정원이 앨범을 내려두고 팔짱을 끼고선 몸을 조금 앞으로 수그립니다.
S#105 촬영실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의자에 앉아있는 정원. 셀프타이머 셔터를 누른다.
가만히 미소를 짓는 정원. 영정사진으로 디졸브된다. 페이드 아웃
S# 106. 학교 운동장
페이드 인 눈 내리는 학교 운동장의 모습 페이드 아웃
S#107. 사진관 앞
눈 쌓인 사진관 다림의 사진이 정숙과 지원의 사진이 있던 자리에 걸려 있다.
사진관 문이 열리면서 아버지가 나와 "출장중" 팻말을 걸어 놓는다.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들리면서 아버지가 스쿠터를 타고 프레임의 오른쪽으로 빠져나간다.
프레임 왼쪽에서 다림이 나와서 자신의 사진이 걸려 있는 쇼윈도 앞으로 다가간다. 쇼윈도에 걸려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다림이 웃는다.
다림의 웃는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이 클로즈업됩니다.
눈 쌓인 거리와 지나는 사람들, 다림 그리고 사진관 전경이 풀샷으로 비춰진다. 자신의 사진을 바라보던 다림이 뒤로 돌아서 관객쪽을 향해 걸어옵니다.
Sam Lee의 기타 솔로가 흐르는 "8月의 크리스마스"를 밑으로 하고,
나레이션
정원: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
페이드아웃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한석규 노래 "8월의 크리스마스" 오른다.
두 번째 공공의 적
프롤로그
1.
초등학교 외경부터 운동장을 지나 게시판이 걸린 현관. 그리고 다양한 표어가 적힌 계단을 올라가 신발이 가지런히 정렬된 신발장과 반들반들한 복도.
창문을 통해 보이는 교실과 교실을 가득 메운 1학년 어린아이들.
가슴 한쪽에 손수건을 핀으로 꽂고 있고 그 위에는 명찰이 달려있다.
칠판에는 ‘반장선거’ 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쓰여 있고. 그 앞에는 똘똘해 보이는 어린 철중과 조금 멍청해 보이는 아이 하나가 나와 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 위로 어린 철중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어린철중: (N)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떠들지 않고, 콧물 흘리지 않고, 여자 짝꿍 때리지 않으면 착한 어린이입니다. 나는 착한 어린이었고, 그래서 반장이 되었습니다.
반장에 뽑힌 듯 아주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어린 철중.
박수치는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강당에 잔뜩 모여 있는 어린이들. 모두 반장인 듯 앉음새가 반듯하고 ‘반장’ 뱃지가 달려있다.
강당 전면에는 ‘학생회장 선거’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당 단상에 올라가 힘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선거 연설을 하는 6학년의 강철중.
그 뒤에는 철중을 잔뜩 비웃는 얼굴로 서있는 건장한 6학년. 철중 보다 목 하나는 더 있는 체격이다.
철중이 들어가고 건장한 6학년이 마이크 앞에 나온다. 그러자 어린이들 뒤에 자리 잡고 앉아있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그리고 선생님들 사이, 교장 선생 옆자리에 화려뻑짜하게 꾸미고 앉은 자모 하나가 보인다.
선생님들, 자모에게 말을 걸며 잘 키웠다는 듯, 부럽다는 듯 이런 저런 칭찬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뒷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보는 철중.
건장한 6학년의 연설이 끝나자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선생님들.
자모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이미 게임 끝났다는 듯 거만하게 웃는 건장한 6학년.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쥐어 철중에게 보인다.
1학년보다 조금 나이든 목소리로
어린철중: (N)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난 인생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것,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런 모범생이 아니었다.
분한 듯 건장한 6학년을 쏘아보는 어린 철중.
건장한 6학년의 주먹이 철중 눈 하나 가득 들어온다.
어린철중: (N) 난 12살 76일에야 세상을 배웠다.
2.
뻑! 하는 격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얼굴이 돌아가는 중학생의 철중.
가슴에 ‘강철중’이란 명찰이 정확하게 쓰여 있다.
화면 넓어지면 공사장 한 쪽의 공터.
수십 명 학생들이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버티는 철중.
중학생 철중: (N) 모범생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 남자의 인생. 그 자식이 학생회장이 된 것은 나보다 힘이 셌기 때문인 게 분명했다. 힘을 키우기, 안되면 버티기 이것 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교무실.
패잔병의 모습으로 줄줄이 서있는 학생들 수 십 명.
선생님들, 그 앞을 지나가며 출석부로 학생들 머리를 쾅쾅 때리고 지나간다. 그래도 전우애를 느끼며 서로를 보고 씩 웃는 학생들.
유난히 뿌듯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고개 들고 출석부를 맞는 철중.
줄의 마지막, 곱상한 부잣집 도련님 같은 남학생 하나가 서있다.
출석부로 머리 치던 선생님, 도련님 앞에 가자 도련님 엉덩이만 툭툭 치고 지나간다.
어라……. ? 하는 시선이 되는 철중.
교무실 문이 열리고 육중한 유력자 느낌의 아버지와 고급스럽게 꾸민 어머니가 나타나고.
선생님들 일제히 일어나 꾸벅 머리를 숙인다.
부모, 다소 거만한 느낌으로 인사를 하고.
선생님 하나가 도련님을 향해 손짓을 한다.
도련님, 학생들에게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부모님 쪽으로 가고. 학생들, 도련님 동선을 따라 시선 옮아간다.
도련님을 맞는 어머니, 안쓰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주는데 얼굴이 천사 같다.
도련님 보는 학생들을 돌아보는 순간, 표독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바뀌는 어머니.
허걱- 놀라는 학생들.
선생님들의 토닥거림을 받으며 부모와 함께 교무실을 나서는 도련님.
충격을 먹은 청소년 철중 얼굴 C.U. 되고.
중학생 철중: (N)힘……. 것두 아니었다.
3.
고등학생이 된 철중.
칠판 하나 가득 복잡한 수식의 문제를 풀고 있는 고등학교 철중의 뒷모습.
조용한 화면 위로 칠판을 날아가는 철중의 분필 소리만 흘러나온다.
마지막 답 ‘0’을 써내고는 딱- 점을 찍는 철중.
그리고 돌아서는 얼굴엔 안경이 씌워져있다. 가슴엔 자랑스러운 이름표 ‘강철중’
그러면서 씨익- 미소하는 철중.
앉아있는 학생들 중에 아주 느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재수하:나가 보인다.
모두들 철중을 향해 감탄을 하고 있지만 재수는 비릿한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다.
고교 철중: (N)학생의 본분은 공부. 중학교 때 개교 이래 최대 폭력 사건에서 그 자식이 빠져 나간 것은……. 그 새끼가 전교1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나의 고교시절은 내신 1등급을 향한 고독한 싸움으로 시작되었고 난 승자가 되리라 믿었었다.
체육관
재수와 철중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둘 모두 비슷한 시기에 점차로 느려지더니 올라오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그러자 학생들 뒤, 의자에 앉아 무심한 듯 초시계 보고 있던 체육 선생님
슥 일어나 재수 머리 쪽으로 옮겨 와 쭈그리고 앉는다.
그리고 재수가 내려왔을 때, 곤봉으로 슬쩍 슬쩍 재수의 등과 허리를 밀어 올린다.
그 모습은 보지도 못하고 눈 질끈 감고 열심히 윗몸일으키기 하고 있는 고교 철중.
체육관, 밖. 교장선생님이 서서 그 모습 바라보고.
흐뭇한 듯 고개 끄덕이며 바라보는 교장.
체육 선생 인사하고.
교장 선생, 슥 비켜서면
체육실 안으로 번쩍거리는 새로운 체육 도구들을 줄줄이 실어 나르는 인부들.
그 모습 보다가 돌아서는 교장 선생의 팔목에 금팔찌가 번쩍거린다.
모기 물려 가려운 듯 뒷목 긁적이는 교장 선생……. 목에도 금 번쩍이다.
새로운 체육 도구들 앞에서 ‘B'가 쓰여진 평가표를 들고 서있는 고교 철중과 A플러스 평가표를 들고 서있는 재수.
그 모습 바라보는 철중의 충격 먹은 얼굴 C.U. 된다.
그리고 빠르게 인써트 되는 과거의 모습들.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과 악수하며 돈 봉투를 건네던 엄마와 중학시절, 선생님 책상 위에 돈 봉투를 놓던 도련님의 아버지 그리고 재수를 보는 고교 철중의 얼굴로 돌아오고.
고교 철중: (N)착한 어린이가 돼도, 힘을 길러도, 공부를 잘해도…….
철중: (N)내가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넘어설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난 어른이 되었고…….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나의 전쟁도 시작되었다.
씬1. 도로 (아침)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 여기저기 빵빵거리는 크락션 소리와 매연, 탁한 공기 등이 짜증스럽기 그지없는 전경이다.
그 화면 위로 흐르는 맑고 경쾌한 목소리.
여자: (E) 눈 가장자리의 근육을 움직여 주시는 게 포인트 입니다. 입만 웃을 때, 상대방 은 뭔가 가식적인 인사를 받았단 느낌이 들겠죠.
도로의 차 가운데 가장 낡았다 싶은 구형 중형차 한대로 Z.I. 되고
차 안
테잎이 돌아가는 카세트 데크.
여자: (E) 자, 따라해 보시죠. 눈과 입을 함께 웃음으로. 치즈-!
화면 넓어지면 운전하고 있는 철중.
테잎에서 시키는 대로 눈을 크게 뜨고 입으로 치즈- 하며 웃음을 지소 있다.
철중: 치즈-!
치즈- 치즈- 계속 웃다가 뭔가 시선을 느낀 듯 돌아보면 옆 차의 운전자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 구경하고 있다.
옆 차 운전자에게도 치즈- 하고 웃어 보이는 철중.
어이없어 마주 보고 웃는 옆 차 운전자.
계속 흐르는 매너 테잎의 여자 목소리.
여자: (E) 자 그런 웃음과 함께 오늘 아침엔 가볍게 인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이!
씬2. 로비(아침)
큰 건물의 로비. (서울지검)
경비 둘(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경례를 붙이고 있다.
여자들이 간간히 끼어있을 뿐 대부분 점잖은 인상의 남자들(검사들)
경비들의 인상도 경직돼 있다.
철중: 하이!
움찔 놀라, 눈을 드는 경비들.
그들 앞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보이고 들어가는 철중.
나이든 경비, 빙긋이 웃으며 다시 경례하고.
철중이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의아한 듯 돌아보고 묻는 젊은 경비.
젊은 경비: 누구에요?…….첨 보는 얼굴인데.
늙은 경비: 자네 출근한 지 얼마 됐지?
젊은 경비: 4일이요.
씬3. 사무실 입구(아침) -김신일 부장검사의 방
사무실 입구. 안에서 흘러나오는 벼락같은 목소리.
신일: (E) 4일 동안 잠복?!
씬4. 신일 사무실(아침)
성질이 잔뜩 나있는 신일이 책상에 앉아있고.
그 앞에 열중 쉬어 자세로 서있는 철중.
신일: (일어서며) 너 검사 맞어?!!
철중: (N) 그렇다. 난 세상을 향한 전쟁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 검사가 되었다.
철중에게 손 내미는 신일.
내민 손바닥을 보다가
신일의 얼굴을 보며 웃으려고 하는 철중.
신일: 치즈- 너 그거 할라 그러지? 됐어. 신분증 내놔
철중: 뭐 하시게요?
신일: 수사관 발령 내 줄께. 잠복 실컷 하구, 현장에서 밤새고, 검사 할 거 뭐 있냐?
그 때, 여직원이 서류철을 들고 들어온다.
여직원: 부장님, 여기 사인.
철중: (여직원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하이!
여직원, 쿡- 웃는데
신일: (철중 손잡아 내리며 억제된 목소리로) 그냥…….좀…….검사하자, 응 검사답게.
철중: (N) (빙긋이 웃는 얼굴 C.U)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스마일 검사가 되었다.
씬5. 강력부 사무실(아침)
철중이 벌컥 방문 열고 들어가자 여직원, 40대의 박계장, 김계장, 20대의 강석신 수사관(씩씩한 느낌)과 30대, 40대의 수사관들이 일제히 바라보는데
철중: (반갑게 손들고) 하이! 별일 없었죠?
그 가운데 무서울 만큼 점잖을 떨고 목소리를 까는 수사관 석신이 슥 앞으로 나온다.
석신: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철중: (계속 웃으며) 뭔데?
석신: (깍듯하게 목례하며) 축하드립니다.
의아한 철중.
천천히 고개 드는 석신, 아주 느끼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석신의 미소에 따라 미소하는 철중.
CUT TO
그 크기 그대로 일그러진 철중의 얼굴 C.U. 되고 그 위로
최영섭: (O.L.) 맞습니다. 위즐 나이트 저희가 접수할려구요……. 치구 박다가 뱀눈하구 쌍칼 하구…….고의가 아니라. 어쩌다가 머리를 그냥 좀 잘못 쳐서…….
화면 넓어지면 강력부 사무실.
철중이 가운데 책상에 앉아있고, 그 앞에 포승에 묶인 엄청난 덩치의 사내 셋이 앉아있다.
좌우로 늘어진 책상에 계장과 수사관들이 앉아 있거나 걸쳐 서있고, 모두 세 사내의 진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강동일: (고개 끄덕이며) 기물 파손한 것도 인정하구요.
김이석: (껄렁껄렁하게) 최사장 개새끼 협박으루두 걸었죠? 그것두 뭐…….없는 얘기 아니니 까 인정하죠.
세 사내를 쭉 훑어보고 후……. 깊은 숨을 내쉬는 철중. 더 이상 미소 짓는 얼굴이 아니다.
조용히 시간이 흐르자 모두 초조한 기색을 띄고 그러다가 씨익- 웃는 철중.
너무 무서워져 얼떨결에 따라 웃는 사내 셋.
최영섭: (뒤를 돌아보며) 박계장님, 저기, 조서에 저희가 지장.
철중: (말 자르며)안테나 왔었냐?
최영섭: (화들짝 놀라 철중을 보며) 예?
철중: 안테나가 광진파, 순식파 연합하는 거 들키느니 위즐나이트 한 건으루 정리하는 게 낫다구, 인정하라구 했지?
최영섭: (억지로 웃으며) 아니 무슨…….안테나 형님 못 뵌 지가 언젠데.
철중: (최영섭을 보면서 씩 웃고 고개 끄덕이며) 음.
최영섭: (땀 뻘뻘 흘리며 시선 피하다가 벌컥 화내며) 그 동안 조사하시던 거 그냥 다 인 정 한다구요.
철중: (일어서며) 어제 얘네 면회 온 거 누군지 체크해서, 안테나 없으면 73년생 선영 규, 82년생 안상욱, 83년생 정승환, 85년생 최한솔.
정신없이 받아 적는 수사관들과 계장들.
철중: (멈칫 생각이 나지 않는 듯 인상 쓰며) 팔이. 팔삼…….팔오…….누가 빠졌는데…….
생각해내려는 듯 최영섭을 째려보는 철중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시선 피하는 최영섭.
철중: (혼자 웅얼거리듯)팔공공오일팔…….(수사관들 보며)아, 팔공년생 최용욱이, 팔일년 장 기현이. 걔네들 중에 하나가 있을 거야. 그 놈이랑 안테나 들어오라고 하구, (서류 철 탕탕 정리하며) 위즐 나이트건하고 광진, 순식, PDA파 연합 건하고 묶어서 다 시 갑시다.
자기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