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살다보면 눈 딱 감고 들이박고 싶은 일이 꽤나 많다. 억누르고 사는 사람일수록 한번 터지면 활화산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마도 오랜 절제와 사유로 뜸 들이는 시간이 길수록 내면에는 더 단단하고 뾰족한 쇠뿔이 자리 잡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원추형 기둥의 두 뿔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내면에 솟은 쇠뿔이야말로 세상을 밀고 당기며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짐승들처럼 마구 들이받아서 세상일이 해결된다면 서로가 사정없이 들이받으며 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서로를 밀고 당기며 더욱 자제하고, 견제하게 된다. 바로 이런 원심력이 있기에 다행히 두 뿔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 두 뿔의 간격에서 우리는 바로 시인의 심성을 읽는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려는 열정과 그 열정을 시로 승화시키며 감정을 억누르는 이가 바로 시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따금 구름 떠도는 멧부리가 연붉다
이따금 구름 사이로 설핏 보이는 멧부리가 마치 쇠뿔처럼 보일 때도 있다. 나란히 솟은 두 뿔에서 구름 같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뿔과 현실에 발붙이기 위해 안으로만 끌어당기는 뿔이 동시에 보이는 건 왜일까. 다가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두 평행선과 같은 거리, 그 두 뿔 사이에서 오늘도 고뇌하는 시인의 시심이 온통 연붉은색으로 번져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