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추진 중인 ‘재활용탄소연료(RCFs) 규제자유특구’ 지정은 침체된 석유화학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과 친환경 산업 전환 속에서 울산이 기존 제조업 중심 구조를 넘어 미래형 순환경제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울산의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중국의 추격, 국제 환경규제 강화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존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친환경·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특구 사업의 핵심인 재활용탄소연료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만든 액체 연료다. 항공유와 경유 등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 연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폐기물 처리와 탄소 감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혼합 정책 확대는 관련 시장 성장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울산이 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와 전국 최대 액체화물 처리 항만, 축적된 정유·화학 기술 기반은 다른 지역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강점이다. 여기에 SK지오센트릭과 HD현대케미칼 같은 대규모 수요기업까지 연계된다면 ‘폐플라스틱→재활용탄소연료→저탄소 화학제품’으로 이어지는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보다 제도다. 국내 기업들이 이미 상당 수준의 기술 개발을 마쳤음에도 현행 법령상 재활용탄소연료가 대체연료로 인정되지 않아 상용화가 제한되고 있다. 결국 이번 규제자유특구 지정은 단순한 실증사업이 아니라 산업 전환을 위한 규제 혁신 시험대라는 의미를 가진다.
안전성 확보 역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정은 화재·폭발 위험성과 환경오염 우려가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시민 신뢰 없이 산업 전환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재활용탄소연료(RCFs) 규제자유특구’ 지정은 울산 산업의 미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산업 경쟁력이 석유화학 생산 능력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친환경 기술과 탄소 감축 역량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울산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미래 에너지·순환경제 산업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 역시 적극적인 규제 개선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