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의 정점 가운데 하나인 공자의 일생을 그린 {공자연의}는 공자를 다룬 중국 최초의 소설로, 중국에서는 공자 연구서로도 각광받고 있는 책이다. 비록 연의(소설)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어느 한 구석도 꾸며내지 않고 여러 고서들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공자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공자가어}, {사기}의 [공자세가]와 [중니제자열전] 그리고 여러 제자백가서에 나오는 공자 관련 기록들을 폭넓게 참조하여 사상가로서 공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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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규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공자가 최근 들어 대중의 새로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래처럼 딱딱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흥미와 재미를 앞세운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가 하면 TV의 '공자 강의'는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충분히 넓은 시각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공자의 언행에서 한 모퉁이만을 놓고 균형 잃은 해석으로 사람들이 몰리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공자의 사상은 {논어}로 대표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사상은 그의 일생 전체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사상가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저술만이 아니라 그 행적까지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연의}에는 공자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노나라에서의 정치 참여와 좌절, 열국을 주유하며 겪는 역경과 고난이 자료가 허용하는 대로 담겨져 있다. 그리고 자료의 울타리를 벗어나 인간적 해석으로서 '연의'를 덧붙였기 때문에 독자들이 소설 보듯 쉽고 재미있게 읽는 가운데 공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 해석이 상식의 범위를 지키고 자료에 배치되는 선을 넘지 않는 까닭에 그 모습이 일그러진 것이 아님을 믿을 수 있다.
또한 {공자연의}에는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 말기의 시대 상황과 공자 문하 여러 제자의 행적까지 그려져 있어 공자 사상의 배경과 공자의 인간적 고뇌까지 살펴볼 수 있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춘추시대의 천하질서가 무너지며 약육강식의 전국시대가 예고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제후(천자를 명목상으로 받들던 각국의 왕)들이 천자의 눈치를 살필 것 없이 세력 확장에 급급하고, 제후국 안에서는 대부(제후 밑에서 각 지역의 영주로 군림하던 고급 귀족)들이 힘을 키워 제후의 권위를 넘보는 일이 이 무렵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공자의 조국 노魯나라는 인근의 제齊나라나 진晉나라보다 세력이 약해 침략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었다. 더욱이 맹손씨孟孫氏, 숙손씨叔孫氏, 계손씨季孫氏 등 대부들이 국내의 실권을 장악해 군주의 위엄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혼란한 때 위태로운 곳에 태어난 공자는 예악禮樂과 인의仁義를 비교적 중시했던 지나간 시대의 도덕정치를 그리워했다. 상고시대의 성인들은 이런 도덕정치를 완벽하게 실행했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이것을 당대에 재현하는 것을, 현실의 문제점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정치의 궁극적 이상으로 삼은 공자는 14년 동안 제후국들을 돌아다니며 이상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공자는 각국의 당시 현실정치를 비판하고 군주를 설득하려 온갖 애를 썼지만 그의 정치적 이상은 어디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의 제후들은 하나같이 국력을 키워 패자覇者가 되는 길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공자의 도덕정치를 수용하려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만년의 공자는 제자를 키우는 일에 더욱 정성을 모으게 된다.
{공자연의}는 안회, 자공, 자로, 자화 등 공자 문하의 제자들과 각국의 장수들, 주요 사건 등과 관련하여 공자가 어떤 말,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공자의 일관된 생각을 보여준다. 각국을 돌아다니며 겪는 온갖 수난,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는 반란세력들의 거듭된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도道를 지키는 공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한 성인聖人이 아니라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갈등 속의 지식인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