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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부처라 할지라도 나이를 먹습니다. 하물며 보통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어차피 나이를 먹는 것이라면,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고 아름답게 늙고 싶습니다. 봄날의 벚꽃도 아름답지만, 가을의 낙엽도 맛이 있습니다. 나이는 먹지만 늙지 않고, 하루하루 앞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것, 그런 삶의 방식을 한문에서는 “炳燭之明(병촉지명)”라 합니다. 인생의 미묘한 그림자는 아침이나 대낮의 눈부신 빛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저녁 무렵 등불로 비추어야 비로소 보입니다. 실제로 인생론에 관한 명저의 대부분은 저자들이 만년에 쓴 것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병촉지명”은 아침 해보다 밝다 할 것입니다. <‘늙는다는 것’에서> ***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만일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하고 생각한 적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만약 A고교가 아닌 B고교에 들어갔더라면? 만약 A사가 아닌 B사에 취칙했더라면? 혹은 A양이 아닌 B양과 결혼했더라면?…… 사람이 가장 많은 가능성을 갖는 것은 어릴 때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꿈과 가능성을 줄여가는 것입니다. 이를 한문에서는 “墨子悲絲, 楊朱泣岐(묵자비사, 양주읍기)”라고 합니다.<‘교양교육과 전문교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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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책의 목적> 근엄한 한문 고전을 친절한 생활의 조언자로 삼는다 이 책은 “사고를 단련하는 도구로서의 한문”을 읽고, 21세기의 제반 문제를 생각하기 위한 논설력의 단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쓰는 문장이라고 해봐야 고작 친구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 정도인” 젊은 세대의 논설력 저하를 우려하면서, 그를 극복하는 유익한 대안이자 길잡이로서 한문 고전의 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선조들의 한문 글을 풀어쓴 책들이 여럿 나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대적 문체를 구사하여 옛 책의 내용을 지금의 현실 속에 적극 부활시켜낸 것이 그 인기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 또한 그런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문 고전의 전체를 아우르되 우리 인생의 중요한 마디에 맛깔스럽게 연결시켜내는 힘은 다른 책에서 맛보기 힘든 이 책만의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문의 고전작품은 실로 방대하며 다종다양합니다. 그러나 “감히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한문학이란 ‘나’로부터 출발하여 세계와 우주를 거쳐 마지막으로 또 다시 ‘나’로 귀착하는 장대한 문학체계입니다.”(19쪽) 그에 맞게 이 책의 장들은 ‘나’라는 사람의 “외면과 내면”에서 출발하여 “저승과 이승”, “우주와 자연”을 거쳐 “나를 살린다”로 돌아오고, 마지막으로 “문명의 계략”의 장에서 다시 한 번 한문 고전의 전체 성격을 정리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한문에 익숙한 세대는 물론, 한문에 위화감을 갖는 세대들에게도 충분한 소구력을 갖습니다.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보았음직한 문제들을 뽑아내고, 그것의 답을 생각해내는 힌트로서 한문 고전을 골라 읽게 하는 솜씨가 여간 재미나지 않습니다. “고전의 실타래를 풀어 인생을 개척해가는 힌트를 얻는 것, 본래 교양이란 그런 것일 터”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데, 그야말로 술술 읽다보니 어느새 교양이 쌓이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한국에 소개되는 일본 저자들의 책이 대부분 경박단소(輕薄短小)한 것들이라 내심 신물이 난 독자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목차는 번드르르한데 내용은 기실 그것이 그것이더라는 평이 많습니다. 이 책을 시장에 내보내는 시점에서 좀 우려되는 바가 있다면 그러한 선입견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10여 쪽만이라도 정독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이 그러한 책들과 차별된다는 것을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또한 일본 작가의 경우, 특히 문사철을 장르로 하는 작품의 경우, 미리 그의 관점 내지 입장을 세세히 더듬어보아야 하는 것은 그의 주장하는 바가, 또는 속내가 우리의 현실과 미묘한 관련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 가토 도루는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극우보수주의자들과 분명히 선을 긋는 인본주의적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불편 없이, 가까이 읽을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해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