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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저자)
“생성형 AI보다 조금은 조용히, 하지만 어쩌면 더 거대한 혁명이 이 순간 벌어지고 있다. 바로 BCI가 막연한 꿈이 아닌 미래 의료, 경제,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대표 뇌공학자 임창환 교수의 『뉴럴 링크』는 BCI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정확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특히 머스크와 저커버그 같은 빅테크 리더들이 최근 왜 BCI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계가 점점 인간스러워지는 미래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도리어 점점 기계와 연결되고 ‘기계스러워’지는 역설적이면서도 흥미롭고, 걱정되면서도 기대되는 ‘신나는 BCI 신세계’를 이 책을 통해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
책 속으로
■묵묵히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버스바이스는 2011년에 스티브 라르손(Stephen D. Larson)이라는 젊은 신경과학자와 함께 오픈웜(OpenWorm) 재단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조직했는데,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다름 아닌 컴퓨터 안에서 살아가는 인공 예쁜꼬마선충을 만드는 것이었다. ■48쪽
■댄 교수는 고양이의 측면슬상핵에 바늘 모양의 전극 177개를 꽂아 넣고 177개의 신경세포가 고양이 망막의 어느 위치에 대응되는지를 알아냈다. 이를 위해 그녀는 고양이 눈앞의 여러 위치에서 밝은 빛을 보여준 다음 어떤 신경세포가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고 나자, 그녀는 고양이 눈앞에 흑백 동영상을 여러 개 보여주고 고양이의 측면슬상핵에서 측정되는 신경신호를 이용해 영상을 복원했다.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고양이에게 보여준 영상과 비슷한 윤곽의 영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57쪽
■그렇게 뇌파를 이용한 기계 제어 연구가 점점 인기를 잃어가던 2013년, 전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연구 결과가 하나 발표되었다. 바로 미네소타주립대학교의 빈 히 교수 연구팀에서 들려온 소식이었다. 다름 아니라 뇌파를 통해 생각만으로 드론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여러 장애물을 통과시키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었다. ■87쪽-88쪽
■월드컵이 개막하기 1년 반 전, 니코렐리스 교수와 뜻을 함께하는 25개국의 156명 연구자들이 〈다시 걷기 프로젝트(Walk Again Project)〉라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곧이어 수십 명에 달하는 하지 마비 환자 지원자도 모았다. 여러 가지 메디컬 테스트를 통해 후보자를 3명으로 좁히고, 최종적으로는 29세의 줄리아누 핀투(Juliano Pinto)라는 청년을 시축자로 선정했다. 핀투는 척수신경이 손상되는 사고로 인해 가슴 아래부터 발끝까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109쪽
■그런데 우리 자신도 잘 모르는 우리 뇌를 읽어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면? 그것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이용해서 말이다. 이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수동형 뇌-컴퓨터 인터페이스(passive brain-computer interface, pBCI)’라고 한다. 이때 ‘수동형’이라는 용어는 기존의 기기 제어나 의사소통을 위해 개발된 ‘능동적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달리 뇌의 상태를 수동적으로 읽어내기만 할 뿐 사용자가 스스로 어떤 명령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139쪽
https://www.youtube.com/watch?v=N6QO2DH1PHE
■이런 뉴로피드백 훈련을 응용한 흥미로운 사례로는, 이 분야를 주도하는 일본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의 미쓰오 가와토(Mitsuo Kawato) 박사 팀의 연구 결과가 있다. 2016년, 가와토 박사 연구팀은 대뇌의 대상피질(cingulate cortex)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게 함으로써 특정 얼굴들에 대한 선호도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뇌를 조절해 이상형의 얼굴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2018년 연구에서는 하부 측두엽의 활동을 조절하게 함으로써 공포스러운 대상을 볼 때 공포감을 덜 느끼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187쪽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 낸 이런 미니어처 뇌, 뇌 오가노이드는 생물학적 신경망과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연구에도 쓰일 수 있다.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연구는 2022년에 발표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있는 뇌과학 스타트업, 코르티컬랩스(Cortical Labs)의 공동창업자인 브렛 케이건(Brett Kagan) 박사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칼 프리스턴(Karl Friston) 교수 연구팀과 함께 생물학적 신경망을 컴퓨터와 연결해 간단한 게임을 수행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205쪽
■해마 칩으로 인해 기억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뜻이다. 현재 해마 칩은 알츠하이머로 인한 기억력 저하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기억 능력에 문제가 없는 일반인도 해마 칩을 사용하면 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버거 교수 연구팀은 커넬(Kernel)이라는 회사를 통해 사람의 뇌에 이식이 가능한 해마 칩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커넬은 지금까지 우리 돈으로 3,000억 원에 달하는 큰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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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KAIST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 추천
★★★★★ 한국공학한림원 선정 도서
★★★★★ 미래 100대 기술 주역 선정
뇌를 수정하고 강화하는 세상,
이미 시작된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당신의 뇌를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2011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는 쥐들에게 MK801이라는 약물을 주입했다. 약물을 주입받은 쥐들은 ‘지연 표본 불일치’라는 간단한 기억 측정 과제조차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는데, 버거 교수가 쥐들의 해마에 작은 칩을 이식하자 쥐들은 이전처럼 과제를 잘 수행해 냈다. 이른바 ‘해마 칩’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버거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후속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약물을 주입하지 않은 일반적인 쥐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었다. 해마 칩을 삽입한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 지연 표본 불일치 과제를 잘, 그것도 훨씬 더 잘 수행해 냈다. 해마 칩을 인간에게 이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력이 저하된 환자들뿐만 아니라, 기억 능력에 문제가 없는 일반인도 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버거 교수 연구팀은 커넬을 통해 사람의 뇌에 이식 가능한 해마 칩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착수했고, 커넬은 이로써 우리 돈으로 3,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브레인 칩이나 뇌파를 통해 지능을 높이는 뇌공학 기술들은 현재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놀랍게도, 베르니케 영역이나 배측전전두피질 같은 뇌 영역들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집중력이나 암기력, 언어 이해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기술은 이미 수년 내에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상태다. 또한 신경과학자들이 논문을 통해 “행복이라는 것이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쉽게 얻어진다면 이는 과연 윤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전기 자극 하나로 괴로운 기억을 지우거나 우울감을 줄이고, 더 나아가 쾌락마저 생산해 내는 심부뇌자극 기계 역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4부 ‘비욘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서는 이러한 인지능력 증강, 감정 완화/증폭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뇌를 연결하고, 뇌와 뇌를 연결하는 뇌 오노가이드, 뇌-뇌 인터페이스 기술들에 주목한다.
하루가 멀게 무서운 속도로 발달하는 인공지능과 뇌과학은 공학을 통해 과연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책의 후반부에서는 최고의 뇌공학자들이나 뇌과학자들, 미래학자들의 입을 빌려, 장밋빛 전망만큼이나 어두운 앞날을 상기시키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미래, 그리고 그에 따른 노동시장과 사회구조의 변화, 새로운 산업의 출현에 대한 네 가지 미래 시나리오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