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 재봉사가 창업 6대째 150년 킬트 납품
킨록앤더슨은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점에서 시작, 킬트와 타탄 체크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류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왕실 인증 기업이자 장수기업이다. 더글러스 킨록앤더슨 회장은 창업자 5대손. 더글러스 회장의 아들 존이 최고경영자(CEO), 아내인 데어드레이는 임원직(시니어 디렉터)을 맡아 경영에 참여한다. 상장도 아직 하지 않은 전형적 가족 기업 형태다.
존이 2000년 28세에 아버지 뒤를 이어 CEO에 취임한 이후 회계 담당 임원이 잠시 공동 CEO를 맡긴 했으나 이내 단독CEO 체제로 회귀했다.
이에 대해 더글러스 회장은“비상장 가족 경영 기업의 최대 장점은 중요한 사업 결정을 아주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주 같은 외부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과거 기성복이나 비(非)의류 사업 진출을 결정할 때도 이런 가족 중심 의사 결정 구조 덕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둘째 장점으로는 “2~3년 안에 결과가 나오는 단기 실적을 고려한 투자ㆍ배당 등 주주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게다가 가족 경영진은 회사 미래에 대한 태도나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일정 수준 이상 갖추고 있다. 물론 가족 구성원 간 의견이 항상 일치하지 않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두 회사 장래를 진심으로 고민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주인 의식이 남다르다는 뜻이다.
존 킨록앤더슨 CEO는“배를 타고 여행할 때 그 배가 자기 배여야 원하는 곳에 맘대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킨록앤더슨(Kinloch Anderson)은 정장이나 재킷, 구두 등을 주로 생 산하는 스코틀랜드 패션업체다.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든버러 중심부 조지스트리트에서 재봉사로 일하던 창업자 윌리엄 앤더슨이 두 아들과 맞춤 의상실을 운영하다가 사업 규모가 커지자 1868년 킨록앤더슨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차린 게 시작이다. 올해로 창립 150주년을 맞았다.
킨록앤더슨은 남성용 맞춤복을 주로 만들던 중, 1차 세계대전을 맞아 스코틀랜드 군대용으로 전통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군복을 제작하면서 사업 규모가 커졌다. 이후 남성용 기성복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확장을 시도했다. 1903년 영국 왕인 에드워드 7세를 위해 스코틀랜드 고지대 지방과 아일랜드에서 입는 스커트형 남성용 정장인 킬트(kilt)를 제작하면서 사업이 도약대에 올랐다.
1934년 조지 5세로부터 왕실 인증을 받으면서 킬트 등을 납품한 이래 계속 왕실 기업 지위를 유지하면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94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결혼식 때 화동(花童)들이 입은 킬트 역시 킨록앤더슨 제품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군 필립 공, 찰스 왕세자 등 영국 왕실 가족이 입고 나오는 킬트와 배우 숀 코너리, 테니스 선수 앤디 머리가 착용하고 나온 킬트도 킨록앤더슨이 공급한 것이다.
지금은 킬트 제품을 중심으로 남성용ㆍ여성용ㆍ아동용 의류, 가방, 스카프, 목도리, 액세서리 등과 위스키까지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