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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 '핵 없는 생명의 땅' 염원하며 걷다 | ||||||||||||||||||||||||||||||||||||||||||
5개 종단 7개 단체가 함께하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범종교 생명평화 순례' 시작돼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고리원전에서 삼척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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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교인들이 탈핵과 생명을 염원하며 걷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범종교 생명평화 순례'가 8월 2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시작됐다. 순례단은 나흘 동안 고리, 월성원자력발전소와 경주 방사능폐기물처리장 건설 현장, 그리고 핵발전소 유치가 확정된 영덕, 삼척 등 현장을 방문하고 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을 만나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 이번 순례에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단 종교인들이 참여하며,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에코붓다, 원불교환경연대,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천도교 한울연대 등 7개 단체가 함께했다. 작년에 김해 구제역 발생지와 우포 늪, 한진중공업 등 고난의 현장을 순례했던 데 이어 두 번째 동행이다.
출발에 앞서 순례단은 8월 20일 오후 2시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환영사에 나선 유영일 신부(천주교 부산교구 생태환경사목위원장)는 "핵발전의 시발점인 이곳 고리에서 순례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면서 "걷는 동안 우리의 무관심을 되돌아보고 그만큼 힘을 얻어 여러분 각자가 지역에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천도교 한울연대 김용휘 총장은 "우리 걸음의 궁극적인 방향은 단지 핵발전소 하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 중심의 사회에서 보다 청빈한 삶을 지향하며 모든 이들이 공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문명 전환 운동을 해 나가는 것"이라며 종교인 순례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서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개신교 순으로 각 종교 형식의 생명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쳤다. 부산반핵시민대책위원회 이흥만 대표는 "이곳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기장읍내에 사는데, 재가동한지 한 달도 안 된 고리 1호기가 또 고장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기도가 형태는 달라도 하늘에 가 닿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폭염주의보가 내린 이곳을 걷는 여러분의 걸음이, 예리코 성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원자력발전소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격려했다.
기도회가 끝난 후 순례단은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출발해 신암삼거리까지 약 1시간 30분을 걷고 첫날 숙소인 경북 경주시 천도교 용담수도원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여장을 푼 순례단은 식사를 하며 이날 하루의 소감을 나누고 자기 소개를 했다. 양재성 목사(종교환경회의 상임대표)는 "수운 최제우 선생의 기운이 오롯이 남아 있는 용담정에서 하루를 쉬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를 비롯해,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의 오체투지 등 여러 종교인들이 함께한 생명 평화 활동을 소개하며 "우리 종교인들이 깊어지고 넓어진 만큼 세상이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다"고 종교인 순례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서 원불교 김선명 교무(전주 덕진교당)는 "진리가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서 "한국의 사회적 갈등을 넘어 하나의 사회를 지향하는 소중한 기폭제가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순례 전체를 총괄한 양기석 신부(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대표)는 "물질 중심적인 사회에서 종교가 갖는 고유한 가치가 외면되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종교인들이 중요한 가치를 위해 뜻을 모은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세상에서 우리를 필요로 할 때마다 뜻을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8월 23일까지 계속되는 종교인 순례는 원자력발전소 유치가 확정된 후 주민들의 반대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삼척에서 마무리하게 된다. 이후에 삼척 성내동성당에서 8월 23~24일 양일간 이병창 목사(시인, 진달래교회)의 주제 강연 '생명위기시대, 종교인의 수행과 삶'을 중심으로 종교인 대화 마당을 연다. 대화 마당 실무 담당인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종교인 이전에 인간이자 '생명을 가진 이로서 가야할 길'을 묻고 답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