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현 │ 「어제의 일들」을 배달하며…
대략 저간의 사정이 짐작됩니다. 이보다 앞선 페이지에 등장하는 '유부남 미술 교사'라는 말을 더한다면 전체의 줄거리마저 잡힙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투신을 했고 지금은 장애를 안은 채 주차장 관리인으로 일하며 뒤늦게 찾아오는 옛 동창 친구들을 하나하나 만납니다. 친구의 숫자가 늘수록 '사건'에 대한 그들의 진술이 많아질 수밖에 없지만, 워낙 소문이 소문을 낳았던 일이고, 주인공의 기억도 이제는 노트에 꼼꼼히 메모를 하지 않으면 어제의 일을 잊을 만큼 심각한 훼손을 입어 '사실'의 전말을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사실이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한 소녀가 아파트에서 목숨을 던지게 한 그 유령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린 무얼 믿고 무엇에 의지해 어떻게 판단하고 치명적 선택에까지 이르는 것일까요. 그런 식으로 좌우돼 버리기도 하는 목숨이란 건 대체 무엇일까요.
문학집배원 소설가 구효서 2019-12-12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가 : 정소현
출전 : 『품위 있는 삶』, 「어제의 일들」 정소현, 창비. p.7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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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초저녘에 푹 자고 일어나 고택 음악회 들으며 보며 `어제의 일들을` 또 듣고 작가의 어제의 일들이 아닌 나의 엣일들이 자꾸 생각나는 건 왜일까
안 봐도 비됴요내도 맹맹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