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동대문, 그리고 을지로6가!
왕십리다, 한양 도성에서 10리 떨어진 곳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 즉 변두리였던 곳
지금은 한양대와 규모를 과시하는 왕십리역과 고가의 아파트군이 즐비하다.
예전 사근동 미나리강에서 웃통을 벗어제낀 아이들이 하루종일 뛰어 놀았던 곳
배명고등학교, 무학여고, 광무극장
문득 떠오르는 영화 빨간 마후라, 돌아온 외팔이,이소룡의 영화들
그리고 도금봉의 월하의 공동묘지. 언젠가는 빵떡 모자를 뒤집어 쓴 채 울고 말았던 저하늘에도 슬픔이까지
내 어린 시절의 시네마 천국이었다. 그리고 풀빵구리처럼 들락거린 외할머니가 사셨던 유락동 골목들,
이젠 그런 골목들이 마치 아득한 전설같구나..
저 밑으로 신설동, 청계천.
노새가 짐을 이고 다니던,
미군 차량을 향한 아이들의 '기브 미 초코렛'이 아직도 귓전을 때리던
왕십리 교회 아랫녁이 나의 고향이다.
광희국민학교의 통학길엔 지금도 여전한 중앙시장이 있다.
아! 그리고 황학시장도.그리운 곳, 유년 시절의 나의 무대다.
골목 골목엔 아직도 들릴듯한 동무들의 웃음소리
그렇게 오가던 길엔 번데기와 해삼과 호떡과 달고나 등등
궁물까지 핦아 먹던 번데기 봉투가 눈에 선하네 하하
중학교는 을지로로 진출하였다.
이름도 한양중학교
그 바로 뒤가 지금은 사라진 서울 운동장
여름철 수영장 비키니여성들을 몰래 바라보던 까까머리 중학생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 물론 나도 그중의 한 아이였다
근처엔 수구문(옛날 시체를 도성 밖으로 내다 버리던 관문)이 있고,
동화극장,계림 극장이..
26곱하기365=제로라는 얄굿은 제목의 (이영하,유지인 주연) 영화도, 깊은 밤 깊은 곳이라는 외국 영화도 그 무렵 섭렵했던
내 영화의 리스트였었다.
지금이 5월말이니 곧 여름일터. 서울 운동장 주변에서 사먹던 아이스케키의 추억이 그립다.
그리고 취미처럼 배회하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
아! 그 당시 새롭게 등장한 쥬크박스에서 듣던 팝송 '더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
때론 서소문에 있던 동양방송국에 방청객이 되기도 했었다. 나중 중학생 퀴즈왕이란 프로에 출연도..
방송에의 꿈을 키운 중학 시절의 일이다.
훗날 한양대 교수가 되신 시인 이건청선생님의 국어시간은 시인의 꿈을 꾸기도 했던 문학의 시간들
때론 명동성당 관사지기 아들과 성당 뒤에서 탁구를 치기도 했었다.
그당시 장발 청년들이 빠끔거리며 유난히 주변 눈치를 살피곤 했는데
알고보니 대마초였던 것이다.
그건 너가 대 유행했던 시절 별들의 고향의 경아가 문득 그립다..
..........
최근 동대문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너무도 달라진 왕십리,동대문, 그리고 을지로6가
비행선처럼 변해버린 서울운동장과 즐비한 고층빌딩숲
그래도 추억은 여지없이 살아난다. 추억은 참으로 강한 생명력을 지닌 모양이다,
마치 뿌리를 찾아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이곳에 오니
추억이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나는 잡초처럼 솟구친다.
그래, 이곳이 나의 고향이다. 내 유년의 한마당이다.
세월은 가고 역사는 남고, 사람의 숨결은 잠들어 있다.
그리고 잃어버린 나와 나의 자아와 변해버린 또다른 내가 있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역사는 흐른다.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뒷골목을 뛰놀던 동무들, 까까머리 중학생 친구들
그들의 모습은 사라 졌어도 오늘 이렇게 나의 가슴에서 부활한다.
유년의 기억이, 사라져 버린 왕십리와 동대문, 을지로6가의 모습이 복원되고 있다.
나의 마음에, 나의 온몸의 세포와 숨결속에서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제 개인 소개글이 되었네요. 적토마군의 소개로 인사 드립니다!
최윤발
첫댓글 난 시골 촌사람이라서
청주고등학교 졸업하
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
시험 보러 2번째 서울에 왔습니다.
첫 번째 상경은 1966
년 국민학교 때 수학여
행 때였답니다.
선택 받은 분입니다.
수구초심이라고 나이 들면 어린시절 고향의 추억에 빠져드나 봅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네요! 공유하는 추억이 너무 많군요. 읽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요.
적토마님 뭐하요
손님을 데리고
왔으면 인사 부터
시켜야지 글 잘
쓰시는 윤발님 여기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덕분에 서울의 옛 모습을
더듬고 갑니다
늘 존경하는 눈꽃님! 반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어제 마신 술이 덜깬 상태로 출근중 입니다.
왕십리 밤거리에 구슬피게 비가 내리면~
윤발형이 왕십리의 비를 몰고 온건가 ? ㅋㅋ~
@적토마 닉네임 바꿔볼까나, 비의 나그네로? ㅎㅎ
언제 비 오는 날 밤 왕십리에서 한잔 하세~^^
@최윤발
좋죠~ㅎㅎ
왕십리 토백이 여기도 있습니다.
행당초를 5년 다녔습니다
같은 왕십리 분을 만났네요, 반갑습니다!~
지금도 쉬는날이면 왕십리 에서 놀다들어갑니다
광무극장 추억소환되었어요
광무 극장은 나의 시네마 천국. 반갑습니다!~^^
서울사람이시군요.
왕십리에 고모가 살앗어서
자주 갓지요.
옛날 서울을 다시 보는 듯이
자세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제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