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터(prompter)
이우디
한 줌 빛으로만 있는 너를,
사방으로 흩어지는 너를,
어두운 화면으로 읽은 적 있다
홀로 존재하는 빛처럼 접속되지 않는 너를,
그림자만 골몰하는 너를,
고장 난 화면처럼 기다린 적 있다
휘어진 빛 뒤쪽의
약속일지 몰라,
돌멩이에 맞은
새가
떨어뜨린 노래처럼
비명도 그 무엇도 아닌 소리로
보내지도 잡지도
못한
사이, 사이, 피어오르는 안개
그리고 침묵
스팟트 뉴스처럼 스쳐 가는 나의 내면을
너에게 들킨 적 있다
ㅡ시집『수식은 잊어요』(황금알, 2020)
■ 시작노트
보이는 것은 들리는 것은 오해하면서 이해하지 못하면서 뒤쪽이 흔들렸다
허공을 날던 새의 울음이 콧등에 떨어진 노래가 입안으로 흘러들었다
가슴에 묻은 새가 울었던가
망가지고 싶었다
서툴게,
곧 들켜야 했으니까
*이우디 : (본명 이명숙). 제주 거주. 2014년 《영주일보》시조 신춘문예 당선.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2019년 문학청춘 시 신인상. 시조집 『썩을,』 .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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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디의 시「프롬프터」를 읽으면 블랙홀을 연상한다. 우주적인 접근이 너와 나로 압축되면서 사건의 지평선은 "스팟트 뉴스처럼 스쳐가는 나의 내면을/ 너에게 들킨 적 있다"는 진술로 모인다. 첫째 연 "한 줌 빛으로만 있는 너를,/ 사방으로 흩어지는 너를,/ 어두운 화면으로 읽은 적 있다"는 데서, 빛의 생성과 소멸을 본다. 우주의 비밀과 내밀한 조력자인 어둠의 존재(장막 뒤에 숨어 있는)라는 프롬프터를 자연스럽게 음각화함으로써 빛은 소멸하면서 빛난다. 그러니까 빛과 어둠의 간극은 휘어진 약속처럼 뒤틀리고, 새의 비명처럼 왜곡되는 듯하지만, 경계를 허무는 안개와 관용의 침묵으로 포용하면서 거대한 우주쇼는 완성된다. 그것은 찰나로 노출되는 화자의 마음이 당신에게 도달하면서 블랙홀은 완성된다.
(시인뉴스Poem- 김영탁 시인)
첫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