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파일]한여름에 겨울맛내기
[속보, 생활/문화] 2003년 07월 17일 (목) 16:21
요즘 대전 유성에서는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감독 이건동·제작 튜브픽쳐스) 촬영이 한창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계절은 겨울. 제작진은 한여름에 한겨울 장면을 찍느라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다.
겨울의 상징은 눈(雪). 눈이 내리는 장면은 특수효과 업체인 퓨처비전에서 맡았다. 퓨처비전은 튀긴 쌀가루를 강설기로 날려 눈이 오는 효과를 내고 있다. 과거 한국영화에서 눈이 내리는 장면은 화학용 세제로 만든 거품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것은 액상이어서 배우의 얼굴이나 신체에 묻으면 확연히 티가 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튀긴 쌀가루를 강설기로 날리는 방법. 할리우드에서 개발, ‘나홀로 집에’ ‘버티칼 리미트’ ‘K2’ 등에 사용된 방법으로 국내에서는 KBS 2TV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영화 ‘챔피언’ 등에서 사용되었으며 한여름에 세트장이 아닌 공개된 현장에서 강설기로 눈을 뿌리는 것은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가 처음이다.
바닥에 쌓여있는 눈은 식용 소금을 사용했다. 제작진은 무려 5t(15㎏짜리 약 400포대)의 소금을 현장으로 날라 뿌리고 또 제거하느라 고역을 치렀다. 집과 거리 구석구석에 비닐을 깔고 소금을 뿌렸으며 촬영이 끝난 뒤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금은 수거하고 나머지는 호스로 물을 뿌려 녹였다.
크리스마스의 상징은 트리. 제작진은 20일에 걸쳐 대전시의 협조 아래 유성구 봉명동 온천거리에 11m 높이의 화려한 트리를 세웠다. 카메라에 담길 대형 트리 주변의 나무 5그루는 나무병원 측의 소견에 따라 입을 제거했고, 촬영을 마친 뒤에는 링거 생육증진제 등 수관주사를 놔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조치했다. 꼭대기에 온천 마크가 달린 트리는 촬영 후 유성을 상징하는 장식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밖에 고드름 눈사람 등도 만들었다. 고드름은 특수 실리콘으로 만든 뒤 접착제로 일일이 붙였으며 눈사람은 스티로폼 등으로 만들었다. 제작진은 또 재래시장에서 연탄을 긴급 공수, 모두 화로로 태워 소품으로 비치했다.
‘해피 에로 크미스마스’는 파출소 순경(차태현)과 볼링장 직원(김선아)의 러브스토리를 축으로 온천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담는 코미디. 오는 12월말 개봉될 이 영화 제작진은 올겨울 크리스마스때 관객들에게 행복하고 재미있는 캐럴을 보여주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