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조행기 올립니다.

[강물]

달천에서 잡은 꺽지 사진.

꺽지낚시

TV를 보다보면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눈에 많이 띈다. 이런 음식, 저런 요리가 맛

깔스럽게도 포장되어 시청자들의 눈을 현혹하는 것이다. 어느 날 프로그램도 그랬다. 한정식 식단이었는데, 40여 가지의 반찬도 맛있게도 보였지만 그 보다 더 구미가 당겼던 것은, 먹다 남은 반찬을 준비해 놓은 도시락에 포장해가도록 하는 식당의 배려 때문이었다. 반찬 가지 수가 많은 한정식을 먹으면 늘 남기는 음식이 더 많음이 늘 찜찜해서 그랬을 것이다.

같이 TV를 보던 아내도 저 집 괜찮겠다며 은근히 결단을 촉구한다. 주말이면 낚시를 가는 지라 한 번쯤은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번 주말에는 가자고 약속한다. 받아놓은 날짜는 빨리 온다고 어김없이 주말이 찾아오고 약속대로 점심시간에 맞추어 느지막이 속리산 법주사를 향해 차를 몬다.

법주사 앞에 있는 식당의 2인분에 5만원하는 정찬(正餐)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전라도의 음식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강원도와 전라도의 음식 중간쯤 되는 딱 그런 맛이었다. 하기야 장소가 충북이니만큼 그런 맛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포만감을 즐기며 법주사 경내를 산책한다. 속리산의 산세를 배경으로 초여름의 신록에 쌓인 고찰은 장엄하면서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눈길은 자주 절 앞을 가로 질러 흐르는 시냇물에 가 닿는다. 무엄하게도 낚시꾼은 절집에 가서 시냇물 속의 고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차가 막히니까 일찍 올라가자는 핑계를 대면서 바로 고속도로로 향하지 않고 물길을 따라 괴산 쪽으로 차를 몬다. 속리산의 동쪽 측면을 스치면서 달천의 흐름을 따라가는 구간의 37번 국도 풍경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그리하여 잠시 차가 머문 곳은 달천의 상류 지점인 화양계곡 입구에 있는 교량 부근. 차를 내려 아래를 보니 물 흐름이 꺾지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짐칸에 실려 있는 루어대를 꺼내 스피너(회전판이 달려있는 금속으로 만든 인조 미끼 중의 하나인데, 일명 ‘꺽지 킬러’)를 주섬주섬 단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아내는 무심하게 쳐다본다. 낚시꾼의 아내로 살아온 연륜이 손오공을 보는 삼장법사의 눈을 가지게 한 것이다.

생각대로 여울에서 던진 두 번째 캐스팅 만에 덜컥 무엇이 걸린다. 꺽지 특유의 앙탈을 부리는 손맛이다. 제법 큰 꺽지. 체색이 바닥을 닮아 검은 편이다. 아마도 보호색이리라. 그 후 여러 번 탐색해 보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방생.

돌아오는 길에서 루어낚시 애호가인 친구 유변호사에게 전화를 건다. 달천에서 한 마리 잡았는데 어쩌구 하니까 다음 주 토요일 홍천강으로 가잔다. 자기가 잘 아는 포인트에 가면 100마리는 잡는다고 큰 소리 친다. 그러면서 금요일 밤에 가서 쏘가리 낚시를 하다가 다음날 꺽지를 하면 어떻겠냐고 한술 떠 뜬다. 나는 단호히 거절하고 아침에 홍천강에서 만나자고 한다. 밤 쏘가리낚시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 다음 주 새벽 다섯 시 나는 정확하게 홍천강 중류인 노일리에 있는 다리에 도착했다. 주차된 차에서 그는 자고 있었다. 깨워서 물어보았더니 쏘가리는 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꺽지도 안 나올 것 같은데, 라며 입맛을 다시는 게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강물을 보니 홍천강 답지 않게 수량이 줄어 물 흐름이 거의 없다. 남쪽에서는 장마가 시작되었다지만, 강원도 쪽은 가뭄인 것이다.

꺽지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며 농어목 꺽지과의 민물고기다. 2급수 이상의 맑은 물에 사는데 크기는 보통 20cm 이하다. 습성은 물 흐름이 있는 여울이나 큰 돌이 많은 조금 깊은 곳 등에 산다. 낮에 주로 활동하는 물고기로 크기에 비해 힘이 좋고 포식성으로 농어목이라 하지만 잡아보면 바닷물고기 중에는 쏨뱅이와 많이 닮았다. 강계에 따라 체색이나 서식 지역이 조금씩 다르다. 대개는 루어로 낚아 내지만, 물이 좀 흐릴 때는 짧은 대낚시로 지렁이 등을 꿰어 바다낚시의 구멍치기처럼 하면 의외로 좋은 조과를 올릴 수도 있다. 특히 비가 한 50mm 정도 내리고 난 뒤 물이 맑아지기 시작하는 무렵에는 루어낚시로 다수확을 보장받을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홍천강, 한탄강, 달천, 소양강, 동강, 남한강 상류 등 주로 쏘가리와 견지 포인트 주변에서 낚시할 수 있다.

꺽지는 민물고기 중에서는 최상급의 맛을 자랑한다. 맛이야 사람의 기호에 따라 또 요리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꺽지 소금구이나 매운탕은 여느 바다 생선 못지않다.

유변호사와 나는 본격적으로 채비를 하고 손실을 대비해 비싼 스피너 대신 가벼운 웜을 준비해 산길을 헤치기 시작한다. 왜 낚시 하는데 산을 타냐고? 바로 쏘가리낚시나 꺽지낚시의 어려운 점이 바로 이러한 험로(險路) 이동 때문이다. 포인트가 물 깊은 쪽에 형성되기에 수심 깊은 물로는 갈 수가 없어 반대편 산길을 택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계류 루어낚시는 포인트를 찾아 계속 이동하여야 한다. 어지간한 등산보다 체력 소모가 심하여 그야말로 스포츠 피싱이라 할만하다.

20여분을 걸어 물 흐름이 형성된 계류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서 잡지 못하면 꺽지낚시는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유변호사의 말씀. 야, 그러면 지난 주 그렇게 말하지, 그랬다면 날씨도 좋고 조금 물때인데 우럭이나 잡으러 갔지, 하려다가 참는다. 오늘 날씨가 좋을지는 그리고 일주일 내내 비가 안 오리라는 것은 저번 주에는 알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나의 감언이설에 속아 바다낚시를 함께 갔다가 파도에 고생하고 몰황에 실망한 적이 그가 훨씬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감언이설에 또 속아 줄 것이기에.

포인트에 도착해 우리는 열심히 캐스팅을 한다. 이곳저곳 여울과 물이 숨을 죽이는 곳, 돌무더기 주변, 큰 바위 아래..... 그리고 마침내 유변호사가 외침이 들린다. 잡았다. 그리고 나도 한 마리 잡았다. 귀여운 꺽지 녀석.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렇게 잡아봐야 꺽지낚시는 헛것이라는 것을. 최소 2,30마리는 잡아야 한 매운탕 감이 되는데 그렇게 잡으려면 최소 이틀은 잡아야 한다는 것을.

두어 시간 탐색을 하고 잡은 꺽지 네 마리를 방생하고, 우리는 강가에 주저앉아 맛있게 담배를 한 대씩 핀다. 맞은 편 청산(靑山)과 앞의 녹수(綠水)를 바라보며. 약간은 허탈하게.

[넘버원(황정성)]

참 예쁘군요. 무슨 뱀 머리인줄 알았습니다.ㅎㅎ

[dansoon]

강물님 글 정말 오랜만입니다. 신기한게... 어제 제 아내와 무슨 이야기 끝에 강물님이 등장하셨거든요...^^ ㅋㅋ 이럴 때 "호랑이도 제 말하면..." 혹은 "양반 못되네.." 라고들 합니다. 둘중에 하나 고르세요, ㅎㅎ

[강물]

제가 영광스럽게도! '양반'으로 하지요. 감사.

[재서니]

홍천강꺽지낚시,,죽음이죠..ㅋㅋ..저도 홍천강에 꺽지낚시 자주 다녔습니다.진짜 많이 잡을때는 100마리도 넘게 잡은것 같은요..꿰미2개를 허리에다 차고 다롱이(장화옷)입고 다니면 물속에서 무거워서 걷지도 못할 정도니깐..16온즈하고 8온즈 번갈아 가며 그날따라 맞는 스피닝 고르는것도 포인트죠..무슨 다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리옆에 물정수장있고,,거기가 포인트중에 포인트죠..작년에 갔을때 공사해서 물이 흙탕물이어서 포기했는데..조만간 한 번 가려구요..물살이 빨라 견지낚시로도 최고입니다.눈치 80cm짜리도 잡아봤어요..아~~~가고싶따..홍천강..기다려라..꺽지들아~~

[재서니]

참고로 꺽지회 드셔보셨어요?? 혹시나 안 드셔보셨으면 한 번 드셔보세요..기가 막힙니다..ㅋㅋ

[팍팍이]

재서니님 견지낚시 좀 칼쳐주세요. 정말 좋아하지만 제대로 배워본적이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강물]

꺽지회 좋지요. 혹 디스토마 걸렸다고 항의할까가봐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회만 잘 치면 좋습니다. 감사.
그리고 지난 토요일 현재 홍천강은 물흐름도 약하고 물색도 탁합니다. 저는 여름철이면 두어 번 견지를 가는데,
썰망을 안달고 피라미나 갈겨니만 잡습니다.

[재서니]

팍팍이님..25일 정출 안 가세요?? 간만에 한 번 뵐 기횐데..아쉽네요..

[오션가이]

쏘가리 인줄 알았네요...꺽지는 모르는데 정말 맛있겟군요..저는 안주로 보입니다..잘보고 갑니다..

[강물]

안주로도 좋습니다. 구워 왕소금 뿌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