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에 문 닫는다” 20년 된 광산구 소아과 '폐원' 논란
소아청소년의사회 폐과 선언 이후 첫 다른 과 전환 사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3.29. photocdj@newsis.com
20년 넘게 동네 아이들의 진료를 전담하던 광주 광산구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이 폐과를 결정, 배경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을 한 이후 실제 다른 과로 전환하는 첫 사례가 파악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소아청소년과의원의 폐과는 경영난이 아닌 보호자의 악성민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광산구에서 20년 넘게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해 온 김모 원장은 이날 의원에 폐과를 공지한 글을 게재했다.
김 원장은 "꽃 같은 아이들과 함께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아온 지난 20여년, 제겐 행운이자 기쁨이었다. 하지만 진료를 봤던 A 환자 보호자의 악성 허위민원으로 인해 8월5일로 폐과한다"고 적었다.
그는 "타 병원 치료에 낫지 않고 피부가 붓고 고름, 진물이 나와서 엄마 손에 끌려왔던 4세 아이. 2번째 방문에서는 보호자가 많이 좋아졌다 할 정도로 나았다. 하지만 보호자는 간호사 서비스 불충분을 운운하며 허위,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
환자가 아닌 이런 보호자를 위한 의료행위는 더 이상 하기 힘들다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향후 보호자가 아닌 아픈 환자 진료에 더욱 성의정심, 제 진심을 다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의원은 폐과하고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서비스망(SN S) 계정을 통해 이번 폐과 사실을 공유하면서 "우리나라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오늘도 겪고있는 문제"라며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니 더 심각하고 더 화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살펴보면 소아청소년과는 2013년 2천200곳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천147곳으로 53곳(2.4%) 감소했다.
앞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고 장기적인 저출산 흐름, 고착화된 낮은 수가(진료비)등을 이유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간판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