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에 으레 등장하는 흑색 비방 망령이 6ㆍ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열세로 평가되는 후보 측이 주로 그런 행태를 보인다. 사생활을 상대방 비방 수단으로 삼는가 하면 개인 부채를 경쟁 후보의 약점으로 부각시켜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결함이 있으니 이 사람은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못 먹는 밥에 재나 뿌리고 보자는 건가 아니면 이판사판 한꺼번에 시궁창으로 들어가자는 것인가. 이번 한 번으로 정치 인생을 마감하려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럴 순 없다.
후보자의 도덕적ㆍ윤리적 하자가 유권자의 권익을 훼손할 개연성이 있다면 선택에서 당연히 배제돼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이나 부채, 자녀 비리까지 들먹이는 건 정도를 넘는 일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연회비 1억원 피부 관리실 이용설`에 휘말려 치명상을 입고 낙선했다. 1년 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나 후보가 쓴 돈은 550만 원이 전부였다. `연회비 1억원 설`이 허위임이 경찰에 의해 밝혀졌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언비어를 퍼트린 쪽이 처벌받았을 뿐 그렇다고 해서 선거결과가 바뀐 것도 아니다. 처벌받은 사람이 선거와 직접 관련돼 있지 않으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타격을 입은 나경원 후보는 한때 정치 일선에서 떠났다.
지난 29일, 30일 이틀간 진행된 지방선거 울산지역 사전투표 결과를 보면 상대방에 대한 흑색비방 선전이 먹혀들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울산 전체 유권자의 20% 이상이 선택 후보자를 미리 결정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더 이상 알량한 비방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동시에 오히려 그런 불법을 동원하는 쪽이 낙인찍힌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만큼 주권자들의 정치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 이에다 대고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퍼트리면 유권자들이 이를 가만두겠나.
여론 오도를 위한 각종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같은 선거운동 상황에선 그 여파가 이보다 수백 배 더 클 수도 있다. 흑색 비방에 귀를 쫑긋거리는 게 인간 심리다. 문제는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선거판에서까지 이런 비방이 먹혀든다는 사실이다. 흑색선전이 사회에 끼친 폐해를 잘 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유권자들이 이런 `흑색 비방 망령`에 흔들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