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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시안 베일록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좋건 나쁘건 ‘기대’가 우리의 성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굉장한 이야기다.
토비 레스터 (과학 저널리스트, 작가)
상상의 놀라운 힘에 대해 과학자들이 막 알아내기 시작한 흥미로운 내용들. 우리의 생각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꾸어놓을 책이다.
마이클 에라드 (작가)
당신의 머릿속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당신의 뇌가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여 현재의 삶을 바꾸어놓는 모습들을 폭로한다.
세스 슐먼 (작가)
루이 14세 궁정부터 현대 신경과학 실험실까지, 스포츠계, 기업계, 정계, 의료계에서 자주 무시당하고 오해받는 ‘기대’의 진정한 힘을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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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이 책에서는 우리가 추정하는 미래와 현재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풀어헤치려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시력 검사표를 뒤집으면 왜 사람들의 시력이 좋아질 수 있는지, 왜 가짜 약이 브라질 환자보다 프랑스 환자의 궤양을 더 잘 치료하는지, 사람들이 왜 치즈를 먹었다고 상상하면 포만감을 느끼는지, 가짜 선글라스를 쓰면 왜 사람들이 사기꾼으로 변하는지, 나쁜 시력이 왜 크리켓 타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지, 왜 면접관들은 더 무거운 클립보드에 끼워진 이력서를 보고 이력서 주인이 적임자라고 생각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상상, 기대, 플라세보, 예상 등의 많은 용어들을 사용할 것이다. 물론 이 용어들이 모두 똑같은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용어들은 서둘러 결론에 도달하려는 마음의 습관과 함께, 그 결론들이 행사하는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기대가 지닌 힘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힘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한편,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 또한 피할 수 있다. _21쪽
잉글랜드가 또다시 승부차기에서 패한 이유를 두고 추측이 분분했다. 주장 데이비드 베컴은 발목 부상으로 하프타임 직후에 교체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심은 거칠게 수비하다가 넘어진 포르투갈 수비수를 발로 밟은 잉글랜드의 플레이메이커 웨인 루니를 퇴장시켰다. 루니의 퇴장으로 잉글랜드 팀은 후반전 내내 수적 열세에 시달렸지만 잘 버텨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열성적인 잉글랜드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선수들은 열심히 뛰면서 승리의 기회를 모색했다. 분명 그들에겐 이길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후반전에 엄청난 투지를 불살랐다. 그런데 왜 졌을까? 어떤 면에서, 그들이 패배를 예상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과중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스포츠 스타의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로 흥미롭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이러한 페널티킥 에피소드들은 예외적인 일처럼 보이고, 예상하기 힘든 끔찍한 일이 벌어질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주는 증거 같다. 피상적으로 보면,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연쇄충돌 사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엄청난 부담감 때문에 숨이 막힐 듯한 상황은 그것보다 훨씬 더 심하며, 실제로 이렇게 있을 것 같지 않은 실패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스포츠의 본질이 드러난다. _52쪽
마지막으로, 도박 중독자들은 ‘간발의 차이로 실패했다’는 착각에 자주 빠진다. 로또 복권에서 숫자가 하나가 달라서 1등에 당첨되지 못했다거나 슬롯머신을 돌릴 때 마지막에 잘못해서 잭팟이 안 터졌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도박 중독자들은 이 결과를 실패로 간주하고 실망스러운 고통으로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게임을 정복해가고 있고 운도 자기편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그래서 그들은 더 많은 돈을 건다. 도박 중독자들이 간발의 차이로 인한 실패에서 느끼는 왜곡된 즐거움은 인간의 선천적인 ‘인지적 반사작용’에 근거한다. 인간의 미래 지향적인 뇌는 습관적으로 패턴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일정한 패턴이 앞으로 닥칠 일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패턴을 찾는다는 것은 간단한 퍼즐을 푸는 것과 같다. ‘이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패턴을 찾아내니 보상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패턴 찾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패턴을 찾으려 애쓴다. 뇌 스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사각형과 원을 연달아 보여주겠다고 말을 해도, 그들의 전두엽과 보상센터는 몇 개의 사각형이나 원이 연속해서 나오거나 사각형-원-사각형-원-사각형 식으로 원과 사각형이 순서대로 계속 나오는 상황에 여전히 반응한다. 도박 중독자의 뇌는 이 반사작용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 강박적 도박을 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기회는 성격과 목적을 갖는다. 또한 운은 애를 쓰면 얻을 수 있고, 정복 또한 가능하다. _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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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어떻게 믿음이 현실이 되는가?
상상,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능력
1784년, 오스트리아의 치료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Franz Anton Mesmer)의 최면 치료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파리의 부자들이 최면 치료를 받기 위해 그의 병원으로 몰려들었는데, 그의 열렬한 추종자 중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비롯한 궁중 사람들도 다수였다. 그의 치료법에 대해 프랑스 의료계에서 논쟁과 비난이 들끓자, 루이 16세는 과학의 이름으로 왕립위원회에 조사를 명령했다. 얼마 후, 왕립위원회 학자들은 루이 16세에게 정부는 물론 국민의 기강까지 위협하는 존재의 등장을 경고했다. 이 위협은 점점 세를 불리며 도처에서 감지될 만큼 무시무시했는데, 보거나 만지거나 맛보거나 혹은 냄새를 맡기도 불가능한 불길하면서도 신비로운 힘이었다. 그 힘은 바로 ‘상상력’이었다.
“다수의 국민들이 상상력에 지배를 받고 있다. 상상력은 이성의 적이자 반항의 선동자다.”
그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상상력 때문에 쉽게 겁을 먹지 않지만,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상상과 생각의 힘, 그 강력함에 대해서 왕립위원회 학자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저명한 과학 저널리스트 크리스 버딕은 《상상하면 이긴다》에서 기대 심리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흥미롭게 설명하면서, 미래에 대한 가정에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며 또한 현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기대의 힘에 대해 철저히 살펴본다. 기대의 영향력은 착각 심지어는 속임수에 기반하고 있는 듯하지만, 좋든 나쁘든 직접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학교, 스포츠 경기장, 주식시장에서 ‘기대’는 중요하다. 학생들의 수학 시험을 망치는 선생님의 한 마디, 선수들이 슬럼프를 벗어나게 하는 코치, 통증을 없애주는 가짜 약에서부터 대규모 예금인출사태에 이르기까지 기대에 자기실현적인 능력이 있음을 알리는 힌트는 오랜 세월 동안 관찰됐다. 그리고 이제 의학에서 교육학, 형사행정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그 힌트들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대 심리’가 언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기대는 우리의 몸을 치료하고 더 힘세고 영리하고 성공하게 만들 수 있으며, 반대로 고민에 빠뜨리고 기분을 망치고 자유의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기대가 지닌 힘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힘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한편,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 또한 피할 수 있다.
독자들은 《상상하면 이긴다》를 통해 기대에 대한 흥미로운 실화들과 심리학, 신경과학, 역사적 에피소드 등을 쉽고 재미있게 접하면서, 오늘날 인간의 심리와 뇌 연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분야로 활기 찬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그런 것’ 사이 벌어지는 머릿속 메커니즘
한계에 부딪힌 육체, 기대는 어떻게 육체를 조종하는가?
1부에서 저자는 한계를 맞닥뜨린 육체와 기대 심리에 대해 포착한다. 기록을 깰 수 있다는 믿음 즉, ‘기대’가 궁극적으로 신체적 한계를 어떻게 결정하고 극복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가 승부차기에서 매번 패하는 사례를 통해 부담감과 불안감 같은 심리 상태가 최고 수준의 육체적 능력을 어떻게 제한하는지 흥미롭게 살펴본다. 육상 선수는 의지력으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까? 정신력은 인간의 근력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할까? 사이클이나 수영, 역도 등 스포츠에서의 기대 심리는 난데없이 없던 파워나 스피드, 지구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유리하다는 말을 들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더 향상되는 것처럼, 선수들이 이미 갖고 있는 능력을 활용하도록 도와준다. 기대는 육체적인 한계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집중하고 불안감을 덜어주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역사적으로 승부차기에서 패한 경험이 많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PK에 더한 압박을 느끼고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명성이 높은 최고 수준의 선수들임에도 부담감에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이다. 불안과 부담감 때문에 질식할 지경이 된 선수들은 예측 능력을 잃는다. 또 서둘러 공을 차서 상황을 얼른 끝내고 도망가고 싶어 하는 회피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회피는 부담감을 줄여주지만 집중력을 빼앗기도 한다.
당신의 미각은 누구 것인가? 원하는 것에 대한 거대한 욕구, 그리고 보상
2부에서는 식욕, 돈, 도박 중독 등 원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본성, 그리고 욕구가 생기는 근원에서 기대를 파헤친다. 좋아하는 것은 서서히 시들해지지만, 원하는 것은 포기가 불가능하다. 원하는 것에 대한 기대는 현 시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대상보다 뇌의 보상체계를 훨씬 더 강력하게 활성화한다. 사람들은 종종 욕구와 욕구의 대상을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니코틴, 슬롯머신에서 쏟아지는 동전에 대한 탐닉 그 자체가 동기를 부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뇌를 일깨워 음식이나 담배, 도박에 다시 손을 대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이러한 보상에 대한 화려한 ‘기대’이다.
욕구에 대한 기대는 굉장히 강력하면서도 변동성이 심한 동기 요인이다. 기대를 이리저리 바꾸어 놓으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보상과 그 보상으로부터 얻는 만족감도 완전히 달라진다. 욕구는 사람에게 목표를 추구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는데, 너무 과한 욕구는 위험에 눈을 멀게 하고, 성과를 떨어뜨리며,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위해 힘들게 일하게 만들 수 있다.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은 맛에 기대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건강에 기대를 하기 때문에 음식의 유혹에 낮게 반응한다. 욕구와 기대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면 중독에 빠지게 되므로, 욕구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끝없는 기대부터 부숴버려야 한다.
당신의 미각은 누구 것인가? 기대는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며, 가격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형성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은 비싼 제품일수록 더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람들은 비싼 와인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좋아할 거라고 예상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실제로’ 좋아하는 것을 잘못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기대에 의해 형성된 선호도가 진정으로 확보한 유일한 선호도인지는 살펴볼만한 문제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결과들은 실제 선호도와 가짜 선호도를 구분하는 일은 말하기는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모르는 것이 약일 때가 있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기대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
또한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다. 어떤 대상의 가치는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얼마나 가치 있게 보느냐 하는 기대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것도 우리의 가치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 의해 매겨진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비싸고 기능 많은 전자기기를 사는 것도 사람들이 가능이 더 많은 휴대폰과 카메라를 선택한 이를 기술에 조예가 깊고, 새로운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고 여기는 우호적인 기대에 집중한 것이다.
마음을 이기는 마음, 뇌가 새로운 나를 창조한다
3부에서 저자는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식과 기대,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의 힘의 강력함을 다양한 심리실험을 통해 살펴본다. 인간의 뇌는 예측에 의한 추정과 기대를 통해 패턴을 찾고, 물체를 확인하며, 빈틈을 메운다. 우리가 서로에게 거는 기대는 엄청나다. 그리고 그 기대를 숨겨두지 못한다. 곁눈질이나 미묘한 표정의 신호를 받아 순식간에 형성되었다가 그만큼 빨리 사라지는 기대가 있는가 하면, 천천히 형성되는 기대도 있다. 타인에 대한 기대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을 살인범으로 기억되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또한 타인뿐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도 예측에 의한 추정에 해당한다. 자각에 대한 추정은 신체적 자아를 넘어서는 부분까지 포함하며, 기대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하는 데 여러 영향을 미친다.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반칙을 더 많이 하고, 더 잘생긴 아바타로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이 온라인 데이트 실험에서 더 자신감을 가지는 결과를 보였다. 나는 늙었나 젊었나? 못생겼나 아름답나? 이 방, 이 학교, 이 거리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은가 다른가? 만약 다르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그 답들은 우리를 풍요롭게 만드는 동시에 방해할 수 있는 자기실현적인 예언으로 넘쳐난다. 그리고 우리는 자각에 대한 기대를 수정함으로써 자기 모습의 경계선을 확장할 수 있다.
힘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신체의 호르몬 균형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 우리는 힘을 고위층, 권력, 통제력과 결부 짓지만, 그것들 중 아무것도 없어도 힘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마음이 몸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몸도 마음을 통제한다. 실제로 웃으면 행복해진다던지, 고개를 위로 젖히면 자부심이 유발된다든지, 구부정하게 앉으면 우울해진다와 같은 것들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왔다. 저자는 사람들이 몸을 쭉 펴고 커 보이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만으로 힘을 가진 것과 같은 신체 반응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심리 실험을 공개한다. 가짜 힘도 힘인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TosjtxpKuU
플라세보, 믿음이 과학이 되는 순간
4부에서는 그동안 속임수 혹은 비윤리적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플라세보 효과(위약효과)’ 연구에 대해 살펴보며 그간의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동안 당연히 여겨왔던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기대와 상상의 힘의 강력함에 대해 역설한다.
의학계에서 플라세보 효과를 이용하여 건강과 치료효과를 향상시키는 일은 윤리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제 플라세보 효력의 진정한 원천을 찾아내는 일을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설탕 알약이나 식염수 주사 같은 것으로 간주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기대는 건강과 질병, 회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거짓말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저자는 나아가 플라세보가 치료효과를 발휘하려면, 플라세보 효과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는 의료계뿐 아니라 환자 자신부터 자기 내적인 힘에 신뢰를 갖고, 그동안 당연히 여겨왔던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하여 치유의 장을 열어 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언제나 미래를 바라본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생활의 많은 부분을 지금 이 순간에 완벽히 쏟아 붓지 못한다. 인간의 상상과 기대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 고로 플라세보의 힘은 거짓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모든 것에 있으며, 플라세보는 결국 우리 뇌가 만드는 것이다. 생각의 힘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다.
책속으로 추가
맥주를 마시기 전에 식초 얘기를 미리 한 경우, 피험자의 약 70퍼센트가 순수한 맥주를 선호했다. 맛을 본 뒤에 식초 얘기를 했을 때는 절반 이상이 여전히 식초가 들어간 맥주를 선호했다. 이처럼 기대는 우리가 즐긴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대는 근본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을 바꾼다. 식초가 든 맥주를 마실 때 생기는 본능적 기대와 비교하면, 가격이나 브랜드 이름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추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기대도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의 선호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일찍이 1960년대에 실시된 브랜드 파워에 대한 연구를 보면, 자주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라벨이 보이는 경우에는 ‘자신이 마시는 맥주 브랜드’를 일관되게 선호했다. 그런데 라벨을 감추자 맛이 비슷한 두 종류의 맥주 중에 자신이 즐겨 마시는 맥주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들은 아무 맥주나 다 좋다고 대답했다. 마케터들이 라벨과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하기 위해 수십 억 달러의 돈을 들이지만, 가격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형성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은 비싼 제품일수록 더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_125쪽
조지 애커로프와 로버트 쉴러는 공저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2009년)에서 주택 가격 붕괴 이후 일어난 신용 위기를 신뢰의 거품이 터진 것으로 묘사했다. 그들은 신용, 즉 credit이 ‘나는 믿는다`’를 의미하는 라틴어인 credo에서 유래했음을 지적했다. 거품이 형성될 때는 신뢰와 낙관주의가 서로에게서 힘을 얻는다. 왜냐하면 낙관적인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할 공산이 더 크고, 바로 그 신뢰가 낙관주의의 확산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애커로프와 쉴러는 이렇게 말했다. “호황에는 사람들이 서로를 믿는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결정한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서로를 계속해서 신뢰하는 한, 그들의 충동적 기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뢰가 사라지고 나면 썰물이 빠져나간다. 그들이 내린 결정은 무방비 상태로 그대로 드러난다.”
뱅크런 사태는 무서운 기대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자기실현적 예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함께, 신뢰를 잃었을 때 발생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한순간에는 서로 신뢰하려고 애쓰다가, 다음 순간에 그렇게 갑자기 신뢰를 포기하려 할까? _173쪽
사회적 통념에 따르면, 한 사람의 힘과 의지력은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경계선은 분명하다. 힘과 의지력에 따라 출세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남은 파이 한 조각을 먹지 않고 참거나 먹어치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장에서 다룬 연구 내용은 그것이 그렇게까지 단순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힘과 의지력은 어느 정도까지는 정신 상태이고, 자신의 기대에 즉각 반응한다. 힘과 의지력은 성공과 성취의 주변을 맴돌지만, 가끔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우리를 끌어당기기도 한다. 조금 더 당당하게 몸을 펴거나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여 얻을 수 있는 가짜의 힘을 생각해보는 일은 흥미롭다. 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의지력에 더 많이 기대하는 것이, 다시 말하면 꾸준히 해나갈 수 있도록 더욱더 힘을 내고, 유혹에 저항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높아진 의지력에 대한 기대는 궁극적인 성공에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_2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