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만날 때 질문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 - 진리의 문을 여는 열쇠, 질문
"지혜로운 이는 묻기를 즐겨하여 지혜가 날로 늘고, 스스로 안다고 여기는 이는 묻기를 꺼려 날로 좁아진다." - 설원(說苑)
혼자서 즐기는 고요함을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함께 있을 때 고요한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대화를 하기로 한 시간이 고요하면 고역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제자들과 인터뷰 시간이 왕왕 그러합니다. 그러던 중 한 청년이 제안했습니다.
"다음 질문할 사람을 지목할까요?"
사랑의 짝대기가 생각나지만 그 효과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청년들뿐 아니라 전 연령대의 사부대중(四部大衆)과 질의응답할 때 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한동안 관찰해보니 장단점이 모두 있습니다.
장점은 모든 참여자가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언제 자신의 차례가 올지 모르기에 마음에 적당한 질문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분위기가 조금 더 활발발(活潑潑)해집니다. 단점은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질문 자체가 큰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부담감이 다른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가 되기도 하는데, 왜 우리는 질문을 이렇게 부담스러워하는 것일까요?
"매일 좁니다"와 "대총상법문", 중생의 비교 본능
"스님 전 명상이 지루합니다. 그래서 매일 조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명상 후 인터뷰 시간에 한 청년이 한 질문입니다. 그래서 "앉을 때 자겠다고 마음먹은 것 아니야?"라고 장난스럽게 일갈(一喝)한 후 조는 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다양한 비유로 설명을 해줬죠. 그런데 그날은 다른 때보다 훨씬 질문이 활발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질문이 뚝 끊어진 날도 있는데 이런 질문이 기억납니다.
"스님 <기신론(起信論)>을 공부하며 일법계대총상법문(一法界大總相法門)에 대해서 궁금했습니다..."
중생(衆生)은 비교가 본능입니다. 다른 사람의 첫 질문을 들으면 자동으로 비교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하면 쉽게 쉽게 자신의 의문을 말하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것이죠. '잘'하고 싶은 마음을 알겠으나 일단 해야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좋은 질문, 수준 높은 질문, 교양 있는 질문에 집착하지 마세요.
부처님이 가장 크게 칭찬하시는 순간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 껍질을 깨뜨리니, 스승의 감화와 제자의 기틀이 서로 딱 들어맞도다." - 벽암록(碧巖錄), 줄탁동시(啐啄同時)
선배, 선생님 그리고 스승을 만날 때는 질문을 준비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존중이고 예의입니다. 경전을 살펴보면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는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이유로 칭찬하시는 것일까요? 좋은 공양물을 가지고 와서? 사업에 큰 성공을 거뒀다고? 가장 자주 칭찬하시는 것은 좋은 질문을 한 경우입니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수보리여! 그대가 말한 바와 같이, 여래는 모든 보살들을 잘 보호하여 염려하고, 모든 보살들에게 잘 당부하느니라." - 금강경(金剛經)
아라한이 보여준 체면 없는 솔직함
좋은 질문이 눈에 밟히시나요? 부처님께서 평가하시는 좋은 질문은 그럴싸한 질문이 아닙니다. '솔직한' 질문입니다. <유마경>에 보면 아라한들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유치한 말들이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처님께서 유마거사의 병문안을 다녀오라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 아라한들은 각자의 솔직한 부담을 말하며 못 가겠다고 답변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모두 유마거사에게 된통 당한 뒤라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범부와 아라한들이 다른 지점이 이곳입니다. 그들은 체면을 생각해 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부처님께 고하고 솔직히 질문합니다. 이 솔직한 태도가 종종 법회 속 대중들이 품고 있는 공통의 의문을 드러내게 되고 '적절한' 질문으로 칭찬받는 것입니다. 제자가 솔직하고 용감하게 질문한다면 스승은 이를 적절한 지혜로 승화시켜 큰 공덕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스승을 만나기 전 질문을 품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스승을 만나기 전 질문을 준비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첫째, 스승의 시간을 귀하게 여긴다는 증거입니다. 시간은 곧 스승의 수명(壽命)입니다. 스승에게 수명의 일부를 받았는데 횡설수설 이를 낭비한다면 스승을 존중하는 것인가요? 무시하는 것인가요?
"스승이 비록 훌륭한 법을 지녔다 한들, 묻는 자가 그릇을 비우고 정성스레 청하지 않는다면 어찌 감로의 비를 담을 수 있겠는가." - 대지도론(大智度論)
둘째, 질문은 곧 그릇입니다. 스승의 지혜는 제자들에게 평등하게 내리는 비와 같습니다. 그릇의 유무 그리고 크기와 상태에 따라 받아가는 바가 다를 뿐입니다. 솔직하고 적절한 질문을 미리 준비한다면 지혜를 받을 그릇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스승과 자신을 모두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셋째, 학문(學問)이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질문은 곧 배움의 시작입니다. 스승은 답변하는 자입니다.
"의심을 품고 부끄러워 숨기지 말라. 질문하여 의혹을 풀어야 비로소 밝은 눈(혜안)을 얻게 된다." -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스승의 정신 속에 깃든 진리의 문, 즉 법문(法門)을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쇠가 필요합니다. 그 열쇠가 바로 당신의 정직한 질문입니다. 체면을 내려놓고 미리 준비한 질문을 용기 내어 던져보세요. 바로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불사(不死)의 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
붓다스쿨 10월 법회 일정 안내 - <법화경> 10월 2일 저녁 7시 30분
https://cafe.daum.net/everyday1bean/fOB7/25?svc=cafeapi
첫댓글 네~ 스님_()_
아는만큼 보인다고, 사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생각하다보니, 입이 잘 열어지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스승님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었다니...^^;;
반성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주심에 늘 감사하며, 솔직하고 정직한 질문으로 불사의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
질문은 곧 배움의 시작이다. 질문을 통해 의문도 해결하고 부족한 점은 채워 가고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_()_
스승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스승의 지혜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며, 스승의 법문을 열어 얻기 위해 질문을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
줄탁동시~
솔직함으로
진리의 문을 여는 열쇠를
준비하겠습니다
_((♡))_
매번 빚진 느낌, 거기다가 스승님의 수명을 줄이고 예의와 연관이 된다니 정신이 번쩍 납니다. 항상 준비하고 나누는 태도로 공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