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28. 경남 의령군.
큰뱀허물쌍살벌이 올해도 어머니 밤밭에 집을 지었더군요. 예년과 다른 점은 어머니께서 알고도 제가 사진 찍을 수 있게 남겨두시고 위치까지 알려주셨다는 거. ㅋㅋㅋ
무거운 밤을 마대자루에 가득 담아 차로 집까지 실어다두고 다시 혼자서 찾아가 사진을 찍었답니다. 경계병들이 무섭게 노려보는 중에도 10cm쯤 떨어져서 사진을 찍고 플래쉬까지 팡팡 터트려도 가끔씩 날개를 무섭게 떨 뿐 별다른 제지가 없더군요. 하필 집이 매달린 가지가 무너져서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뭇잎처럼 대롱대롱 흔들리기에 옆에 있는 풀줄기를 훑어 30cm 정도 되는 작대기로 만들어 멀리서 집을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불과 1cm쯤 벌집을 움직였을까 0.01초나 됐을까? 순식간에 벌 세마리가 달려들더군요. 눈앞으로 돌진하는 건 손바닥으로 쳐냈는데 곰처럼 까만 털 색깔을 가진 머리로 돌진한 녀석은 기어이 왼쪽 정수리 가장자리에 한 방을 놓더군요. 땅벌이나 장수말벌이나 등검은말벌도 아니고 큰뱀허물쌍살벌이라 별로 아프지는 않더군요. 그냥 몇 번 긁적긁적 그러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벌독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로부터 무려 일주일 동안 온몸에 모기 물린 것처럼 반점이 가려워 가려워... 으으으...) 하여간 아프지는 않았으니 뭐...
이놈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적어도 제가 떠나올 날짜까지 그대로 있었답니다. 이미 밤 줍기가 끝난 곳이라 어머니께서도 굳이 킬러의 힘을 빌리시지 않아도 됐을 텐데...
경계병들이 여차하면 달려들려는 듯 눈빛이 무섭지만 저에게는 귀여운 아가가 자기 먹거리 건드리면 죽어 하듯이 주먹을 움켜쥐고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져 귀여울 뿐입니다.
아래 녀석들은 2023.9.29. 같은 곳입니다.
꼬리치레개미와 같이 있으니 무슨 공룡급 괴물로 보이지만 어른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안 된답니다. ^^
바로 위 사진에서 보듯이 옆가슴에 ㅅ자 모양의 검은 무늬만 달랑 있습니다. 뱀허물쌍살벌은 무늬가 더 진하고 복잡하답니다.
뱀허물쌍살벌은 앞이마에 펜촉 모양의 검은 줄무늬가 있는데 큰뱀허물쌍살벌은 사진처럼 아무런 검은 무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