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날지 않는 나비>의 후속 편이다.
날지 않는 나비를 쓸 당시는 전혀 후속 이야기를 생각 안했다,
그런데 11년 후, 묵혀있던 날지 않는 나비를 꺼내 다시 읽어 본 후
문득 그들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 뒤를 추적해 보았더니...)
,,,그로부터 11년 후.
ㅁ...이혼 해?
오전 진료 시간 이였다,
진료가 끝난 환자를 내 보내고 명우는 잠시 창가에 가 섰다,
3월 첫 주말, 화창한 날씨다. 저 만큼 행단보도가 있는 길 건너편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쇼핑백을 든 아주머니에 보따리를 인 할머니, 어깨에 걸친 날렵한 핸드백만큼이나
날씬한 아가씨며 자전거를 붙들고 차가 오는 방향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늙수그레한 남자에,
죄 없는 신호등만 노려보고 있는 사람들..그 가운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처럼 불안전해 보이는
어린것들이 시선을 끌었다, 왼쪽 가슴엔 커다란 명찰을 단 아이들이였다, 아이들의 옆에 있는 여자들은
분명 그들의 엄마일 것이다, 까불거나 뒤뚱거리다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손을 잡았고, 한편으론
대견한 듯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를 보며 웃고 있기도 했다, 마침 빵집에서 나오고 있는 모녀가 있었다.
빵 봉지를 안은 그 또래의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역시 횡단보도에 섰다, 아이는 앞머리를 자른
어딘가를 손짓하며 제 엄마를 보고 웃는 아이, 명우도 빙그레 웃었다, 아내 명희와 딸 장 주현 이였다,
아내가 고집을 꺽고 자기의사를 따라 준 것에 대한 미소이기도 했다,
오늘이 주현이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일을 끝내고 돌아오고 있었다,
아침에 아이일로 두 사람이 다퉜던 것이다, 첫 입학이 있는 날인데 아내가 직장 때문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명우가 흘기자 아내가 말했다,
“ 태현이 있잖아요, 같이 보내면 되지이- 태현이가 그렇게 하기로 했단 말이에요. 응?”
남편을 달래 듯 했는데,
“태현이가 주현이 곁에 계속 붙어 있을 수 있어? 그 앤 제 교실에 안가고?”
“그냥 반만 찾아주고 가면 되잖아 그러면 되지. 금방이면 끝나는 일인데.”
“그래 금방이면 끝나는 일인데, 잠시만 같이 있어주면 될 텐데 당신 왜 그러는 거야?”
명우도 물론 억지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우선 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자기 생각을 관철
시키고 싶은 치기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내가 마침내 짜증을 냈다
“아이참, 이이는 정말! 오늘 나도 새 학기란 말이에요, 아침조회에 빠지란 말이야? 오늘 같은 날
조회가 길어지면 쓸어지는 아이도 있고 배 아픈 아이도 생긴단 말이야, 주현이만 혼자 가는 게
아니라구, 혼자 가는 아이들 많잖아 ”
“당신 그러고도 엄마라고 할 수 있어? 입학식 날 혼자 보내는 부모가 어딨어! 부모 없는 아이라면
모를까.”
“누가 혼자 보낸데? 아줌마도 있고 윤간호도...”
“주현이가 엄마가 없어서?”
명우가 말을 잘랐다, 그러자 그녀 남편을 흘겨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참나, 당신이야 말로 왜 이러는 거에요? 지들이 다 알아서 할 텐데 - 우리 주현이 멍청하지 않잖아.
주현이도 혼자 잘 한다구, 당신 태현이 한텐 맨 날 자립심 어쩌구 하며 내 버려 두라고 하면서
주현이 한 텐 왜 그러는 거야? 태현이 입학식 날 내가 가겠다는데도 당신 말렸잖아
“태현이 하고 주현이가 같애?”
넥타이를 매며 언성을 높인다,
“다를 건 뭔데?”
그녀 멀뚱거리며 남편을 본다.
...어휴 저걸!,, 명우는 그런 아내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몰라서 묻는 게 아니였다, 어깃장을 놓고
있었다,
“알아서 해, 오늘 애 혼자만 보냈단 봐라 당장 이혼하고 말테니까.”
방을 나가며 그랬다,
“흐흥. 누가 겁낼 줄 알고! 그래요 이혼하자고 언제 갈 건데? 당장 날 잡아!”
그의 등에다 대고 소릴 지른다,
“좋아 이번 일요일에 가!”
“?!...”
명희는 어리둥절했다, ...일요일?....
“조용한 날 하자고, 난 사람 많은 날은 싫으니까.”
그러고는 병원으로 내려가 버렸다, 정선댁이 듣고 까르르 웃었다,
“그긴 일요일에도 사무를 보나 보래요.”
“...”
명희도 할 수없이 피식 웃고 말았다,
횡단보도에서 두 사람이 사라진 후 잠시 뒤였다,
“아빠! ”
간호사가 열어준 문으로 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명우의 팔에 덥석 안기며 벌쭉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