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엘롯기’(LG,롯데,기아)가 있다면 축구에는 ‘대대강광’(대전,대구,강원,광주)이 있다. 야구와 축구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팀들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들이거늘 강원과 대전 두 팀이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준 행보가 홈 팬들의 뜨거운 축구 열기에 비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던 것을 생각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단어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예전 이야기가 됐다. 홈 팀 강원은 리그 3연패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원정 팀 대전은 3월 한 달 2승 1무라는 좋은 성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후 3시,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2011 K리그 4라운드 강원vs대전의 경기가 열렸다. 물러설 곳 없는 강원과 파죽지세의 대전이 만난 경기, 현장 사진들로 당시 분위기를 살펴보자.
3일 대전전, 6일 전남전.
리그 3연패, 게다가 강릉에서 열리는 홈 2연전이었기에
최순호 감독이 앞으로를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3일 대전전이 결국 사퇴를 결정짓고 말았다.
인자한 미소의 을용타.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 전북의 모 선수를 보자면
을용타의 좌우명이 떠오르곤 한다.
<축구를 하기 전에 인간이 되라>
앞으로 더 성숙한 모습 보여주길.
윤준하-서동현 투톱이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장을 했다.
자연스레 김영후는 후반에 조커로 기용되곤 했다.
주장 정경호.
후반에 상대 선수와 충돌을 하더니 결국엔 부상.
전해듣기론 6개월 짜리라고... 허허...
답이 없다.
레인메이커.
리그에서도 단비를 내려주세요 제발.
이 날 경기에서도 이상하리만큼 안 들어갔다.
강원의 공격에 뭐가 씌기라고 했나...
대전은 박은호앓이중...
근데 박은호만 있는 게 아니다.
한재웅, 박성호도 정말 ㅠㅠ
잘하더라.........
같이 간 친구에게 박은호라는 외국인 선수를 관심있게 지켜보랬더니
한재웅을 외국인으로 착각하고 있었고.
좋지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12,317명이 찾은 강릉 종합운동장.
인구가 21만 8천밖에 되지 않음을 감안하면 축구 열기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
오늘도 어김없이 나르샤가 함께 했고.
먼 걸음한 퍼플크루도 함께 했다.
대전의 한재웅은 빠른 발을 이용해 쉴 새 없이 강원의 수비 진영을 휘저었고
박은호는 개인 득점보다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플레이로 승리에 일조했다.
후반 초반, 대전의 골키퍼 최은성이 부상을 당해 교체 아웃되는 장면.
5분 가까이 일어나지 못했는데, 큰 부상 아니라 다행.
후반 중반 무렵까지도 0-0이었거늘,
이후로 3골을 헌납했고.
홈 경기장에서
남의 잔치 열어주고.
만세 소리 들어주고.
그 동안 잠잠했던 주장 박성호는 10분 동안 두 골이나 넣으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고
이로써 대전은 3승 1무의 성적으로 10년 만에 K리그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대전의 왕선재 감독의 경기 후 기자회견.
“아직 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정규리그 1위는 상상도 못한 결과다.”
“주중에 열리는 러쉬앤캐쉬컵은 2군 위주로 하고 K리그에 전력을 쏟을 생각이다.”
Man Of the Match에 선정된 박성호.
“팀을 위해 헌신해 준 박은호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수비를 두텁게 하교 역습을 하자는 생각이 잘 먹혀들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4연패를 당한 강원의 최순호 감독은 “오늘은 소감만 얘기하고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원FC 선수단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정규리그 1위의 승장과 정규리그 16위의 패장, 그 사이의 온도차가 그 어느 때보다도 극명했던 기자 회견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4일, 최순호 감독은 끝내 자진 사퇴를 했다.
대전의 왕선재 감독이 <아직 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정규리그 1위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나 또한 이 경기가 최순호 감독의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가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위기의 순간마다 간간히 승리를 거두며 어떻게 해서든 버텨왔거늘, 마침내 그것이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
강원에는 초대 감독의 자진 사퇴라는 슬픔을, 대전에는 10년 만에 1위라는 영광을 안겨주며 승부의 세계란 냉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준 경기였다.
이제 5시간 뒤면 열릴 최순호 감독의 고별 경기,
마지막은 웃으며 떠날 수 있길.
공감하셨다면 클릭해주세요.
첫댓글 박성호가 살아나서 개인적으로 기쁩니다.ㅎ
진짜 마지막에 눈물나게 털렸네요...
잘 지내시죠? 담에 뵐게요^^
오늘 성남 컵대회 감?
아 댓글 늦게 확인했네요ㅠ
오늘 강원vs전남 경기 다녀왔어요..
우오오 잘봤어여! 공감눌렀습니다!
russ1010 홍님 블로그 사무실에서 즐겨찾기해놓고 글올라올때마다 보는데, 진짜 축구 분석 쩔으시더라구요 ㅋㅋ 강원에대한 애착도 남다르신거같은데... 강원 아무튼 잘됬으면좋겟네요 ㅠㅠ
으허. 과찬이십니다.
앞으로 많이 노력해야지요.
아무쪼록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분인지...진짜 궁금~~왠지 공감안하면 안될꺼 같은 분석과 글솜씨네요.
위에서 아홉번째 사진에서 나르샤 응원단 왼쪽 앞에 보면 노스패딩 입은사람 옆에 흰색 첼시패딩 입은 사람 있는데 그게 접니다ㅋㅋㅋ
6개월..이라니!!!!!!정주장님 ㅠㅠㅠㅠ글과 사진잘봤습니다
오늘 주워듣기론 6개월이 아니라네요...
정 선수가 문자보낸 거 아는 형님 통해서 확인했는데
뼈에 금이 간 상태고 5-6월 쯤이면 복귀 가능하다고 하네요..
괜히 헛소문 흘린 거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