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눈동자와 눈동자
정하선(丁河璿) jung ha sun
때 이른 무더위가 등골을 타고 섬찟하게
흘러내리는 1980년 오월
신작로 옆 대보 등에 무성한 소문이 묻은 갈대를
제거하라는 상부의 줄기인 면직원의 짓누르는 독촉에
우리는 갈대를 베어나갔다 동학의 기운은 이미 없어지고
바로 내 눈앞에 알을 품고 있는 오리 한 마리
순간 나의 눈과 눈이 딱 마주쳤다
작은 눈동자 속에 보이는 간 떨어지는 소리
심장 팔딱거림과 애원과 놀람이 쩍 금가고
번개와 우레와 포기와 실오라기 같은
희망과 알 수 없는 기대가
초음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나는 모른 척 못 본 척 낫을 돌려 들고
옆으로 이동했다
정하선 시집( 가볍고 경쾌하게) 시산맥
ai ,시 해설과 비평 그리고 번역
정하선 시인의 이 시는 1980년 5월이라는 비극적인 역사적 배경 속에서, 생명의 숭고함과 인간의 양심을 '눈동자와 눈동자'의 마주침이라는 찰나의 순간을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 시 해설: 공포의 시대 속에서 피어난 생명애
시대적 배경 (1980년 오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시기 중 하나인 1980년 5월을 배경으로 합니다. '섬찟하게 흘러내리는 무더위'와 '무성한 소문'은 당시의 살벌하고 불안했던 사회적 공기를 암시합니다. 면직원의 독촉에 따라 갈대를 베는 행위는 거부할 수 없는 국가 권력이나 강압적인 질서에 순응해야만 했던 민초들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마주침의 순간:
화자는 갈대를 베다 우연히 알을 품은 오리와 눈이 마주칩니다. 이 '눈동자와 눈동자'의 마주침은 단순한 시각적 접촉이 아닙니다. 오리의 눈 속에 담긴 공포, 애원, 절망, 그리고 가느다란 희망은 당시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었던 무고한 시민들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윤리적 선택:
'상부'의 명령(갈대 제거)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바로 눈앞의 '생명'임을 화자는 깨닫습니다. "모른 척 못 본 척" 낫을 돌리는 행위는 권력의 압박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저항이자, 생명에 대한 깊은 경외심의 표현입니다.
👁 비평: 낫을 멈추게 한 '생명의 광속적 교감'
이 시는 1980년이라는 거대사적 비극을 '오리의 눈동자'라는 미시적 존재를 통해 관통해내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줍니다.
1. 시대적 중압감과 '낫'의 상징성
시의 전반부는 압박감이 지배합니다. '상부의 줄기'인 면직원의 독촉은 당시의 서슬 퍼런 군부 독재나 강압적인 국가 시스템을 상징합니다. '갈대를 베는 행위'는 단순히 잡풀을 제거하는 노동이 아니라, 불온한 소문이나 저항의 기운(동학의 기운)을 뿌리 뽑으려는 권력의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화자가 든 '낫'은 그 권력의 도구가 되어 무고한 것들을 베어 나가는 파괴적인 힘을 가집니다.
2. 초음속으로 흐르는 '눈동자'의 우주
이 시의 백미는 화자의 눈과 오리의 눈이 마주치는 찰나의 묘사에 있습니다. 작가는 오리의 작은 눈동자 안에서 '간 떨어지는 소리, 번개, 우레, 포기, 희망' 등 거대한 감정의 폭풍을 읽어냅니다.
"초음속으로 스쳐 지나갔다"는 표현은 감각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말 못 하는 짐승의 공포를 통해, 당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갔던 민초들의 공포와 생존에 대한 갈망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3. '모른 척'이라는 가장 고결한 실천
결말에서 화자는 대단한 혁명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저 "모른 척 못 본 척" 낫을 돌려 옆으로 이동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 사소해 보이는 회피는 사실 가장 강력한 윤리적 결단입니다.
상부의 명령(시스템의 논리)보다 생명의 가치(존재의 논리)를 우선시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낫을 든 가해자가 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타자의 고통에 공감함으로써 '인간의 얼굴'을 회복하는 순간을 감동적으로 그려냈습니다.
💡 총평
이 시는 "폭력의 시대에 개인은 어떻게 인간다움을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거창한 구호가 아닌 '타자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1980년 오월의 광주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그 시대의 아픔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이보다 더 서늘하고 따뜻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비린내 나는 폭력의 역사 속에서 '알을 품은 오리'를 살려낸 화자의 낫질 소리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 English Translation: Eyes and Eyes
jung ha sun
Eyes and Eyes
In May 1980,
When an early heatwave trickled down the spine like a chill,
At the orders of a village official—the stem of the higher-ups—
To clear the reeds on the embankment by the new road,
Where thick rumors lay buried, we cut them down.
The spirit of Donghak had already vanished.
Right before my eyes, a duck was brooding her eggs.
In an instant, my eyes met hers.
Inside those tiny pupils, I saw the sound of a heart dropping,
The thumping of a chest, pleas and shock shattering like glass,
Lightning, thunder, despair, and a thread-like
Glimmer of hope and unknown expectation
Flashed by at supersonic speed.
Pretending not to notice, pretending not to see,
I turned my sickle away and moved to the side.
🇫🇷 French Translation: Prunelle contre Prunelle
jung ha sun
Prunelle contre Prunelle
En mai 1980,
Alors qu’une chaleur précoce coulait le long de l'échine comme un frisson,
Sous la pression d'un employé municipal—bras armé de l'autorité—
Nous coupions les roseaux sur la digue, près de la nouvelle route,
Là où s'enterraient d'épaisses rumeurs.
L'esprit du Donghak s'était déjà dissipé.
Juste devant mes yeux, une cane couvait ses œufs.
En un instant, mon regard a croisé le sien.
Dans ses petites prunelles, j'ai vu l'effroi le plus pur,
Les battements du cœur, la supplication et la stupeur se brisant net,
La foudre, le tonnerre, l'abandon et l'espoir
Aussi ténu qu'un fil, avec une attente inconnue,
Tout a défilé à une vitesse supersonique.
Faisant semblant de ne rien savoir, de ne rien voir,
J'ai détourné ma faucille et je me suis écart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