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산지: 막장봉(868), 충북 괴산군 칠성면, 경북 문경시 가은읍 일대
※ 입산일: 2014년 6월 29일 12시 20분 ~ 19시
※ 입산구간: 제수리재 ~ 막장봉 ~ 시묘실이계곡 ~ 쌍곡폭포 ~ 절말
※ 날씨: 구름 및 연무
늦으면 좀 어떤가? 산은 언제든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법이다.
산을 그리워하다보면 꿈에서도 나타난다. 꿈속에서 산을 거닐기도 한다.
꿈에 취했을까? 마음은 산으로 가는데 몸은 아직 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머니 품같은 괴산을 찾는다. 산을 내게 가르쳐준 괴산과 문경의 산들.
무작정 떠나서 제수리재에 닿았다.
오늘은 막장봉이다. 더 걷다가 맘이 내키면 장성봉도 좋다.
입구부터 까치수염과 나리꽃이 반긴다. 여름에 만나는 꽃은 봄꽃의 설렘과는 느낌이 다른 화려함이 느껴진다. 색도 진하다.
괴산과 문경의 산은 나와 가족에게 단순한 입산이 아니었다. 마눌의 괴산과 문경의 산에 들어서는 일을 '서바이벌'이라고 했다.
들어서면 길을 잃었다. 내려서도 예상치 못한 곳이 나타난다. 해거름이면 다행이고 어둠을 헤쳐나갔다.
한번은 문경새재에서 야간촬영하러 올라오는 배우와 만나 서로 놀란 적도 있다. 그 때 반딧불이가 없었으면...
그렇게 산은 내게 회초리를 많이 들었다. 아마 그렇게 초기에 혼내지 않으면 사고를 칠 놈으로 봤던 모양이다.
그리고나서야 난 산에서 꽃을 봤다.
이제 산으로 들어가면 더 짙은 꽃이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 까치수염
▲ 이빨바위
▲ 우산나물
저 밑에 동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산등성이에 서면 또 내가 사는 공간의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눈개승마
길을 잃어버린 사람은 길의 소중함을 안다. 속세에는 도로는 있고 길은 없다. 그래서 난 산 오솔길이 좋다. 누군가 지나가서 만들어진 오솔길.난 먼저 지나간 그들을 믿는다.
어느 새 시원하게 눈이 열린다. 남쪽으로 대야산 하늘금이 보이고 뒤로 이름모를 산이 너울을 만든다. 그만큼 꽃도 더 선명해진 느낌이다.
▲ 대야산 방향 조망
누구 말대로 소나무는 여럿이 함께 있기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독야청청이다.
또 소나무는 바위를 좋아한다. 아무도 근처에 오려 하지 않는다.
▲ 백두산천지바위
쐬주는 아무래도 쓴맛, 단맛밖에 없다. 막걸리는 지역마다 제품마다 맛이 다르다. 산을 찾을 때는 그 지역막걸리 맛보는 것도 재미다.
문경에서 샀더니 양조장이 상주 화북 입석리다. 신맛은 없고 담백하고 깔끔하다. 허기를 채우니 덩치바위, 기묘한 바위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사람이 존재하기 전에 자연이 존재했으니 자연은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다. 산이 좋아 찾는 사람들이 어찌 나 뿐이랴. 여럿이 모이면 산을 쥐고 흔드는 경우가 있어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막걸리 마시며 직감적으로 단독산행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산에서 노닐기 딱 좋은 순간이다. 산이 좋으면 머무는 시간을 늘리게 된다. 한뎃잠도 감수하게 되는 것이 바로 산이 내뿜는 마력이다.
▲ 참꿩의다리
두리번 거리며 막장봉에 닿으니 더 지체하기 힘든 시간이다. 장성봉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테니.
시묘살이계곡으로 해서 절말로 내려서련다.
▲ 병조회풀
내려설수록 물이 넉넉하다. 괴산의 물은 맛있다.
군자산, 작은 군자산 물맛은 무색, 무취, 은근한 단맛으로 일품이다.
▲ 시묘살이계곡
시간은 늦었지만 햇살은 아직 남았고, 그 남은 햇살은 내 마음에 번진다. 게으름도 산은 넉넉히 받아준다.
▲ 자귀나무
▲ 휴게소에서 본 칠보산
여름이 더 무르익으면 괴산과 문경의 산자락에 엄청나게 물려들 사람들이 떠오른다. 산은 아끼면 더 많은 것을 사람에게 배푼다는 작은 경험을 서로 나눴으면.
첫댓글 금속 퐈이링~~~~~ㅎ
칠보산이 기다려지네요~ㅎ
이곳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
10년 쯤 전 직원의 추천으로 쌍곡계곡으로 여름휴가를 두 번 간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냇가에서 놀고 있을 때 저희 내외가 칠보산 구경이나 해 보자 하고 오르다
그 경치에 반해서 한참 올라가다가 문득 애들을 두고 온 생각이 나서 뛰어 내려왔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두번 째 갔을 때 쌍곡계곡도 조금씩 훼손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안타까웠던 기억도 납니다....
칠보산은 일곱 보물이 있다고 전해지죠. 자연을 사랑하면 더 많은 것을 주는데 안타깝습니다. 자연사랑을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려 합니다^^
좋은곳 다녀오셨군요! 즐감합니다
정말 좋습니다^^
털중나리를 아주 이쁘게 여러장 찍으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나리꽃이 다양한데 털중나리 바로 알아보시네요. 고맙습니다^^
나리꽃이 참 예쁘네요 ...
이빨바위는 정말 닮았구요 ~~
그렇죠? 이제 슬슬 원추리가 보일 때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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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셨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