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 즉 문경새재! 이름만 들어도 유서깊고 사연 많은 고개이다. 제아무리 하늘을 우습게 여기며 높이 날으는 새라 하여도 날아서는 감히 넘을수 없는 높고 험준한 산이라하여 문경새재라 불렀고, 그 형상이 마치 새를 닮았다하여 문경새재 또는 조령(鳥嶺)이라 불렀다. 문경새재의 정확한 위치는 경상북도 문경군과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의 접경지대로서 조령산(1,017M)의 신성봉(967M)과 마폐봉의 안부에 위치한 643M의 고개이며, 험준하기로 말하면 북한의 관북지방을 연상케 할 정도로 등고선간의 간격이 좁고 기복이 심하여 사방을 둘러봐도 강심장이 요구되는 수직경사가 즐비하다. 보기에도 아슬아슬하고 현기증이 느껴지는 끝없는 낭떠러지는 그저 하염없이 빨려들어 가는듯 한 착각현상과 금방이라도 쓰러질것만 같은 공포감과 불안감이 고조되어 나그네의 심장과 간담을 초토화 시키기에 충분하며, 한번 다녀오면 그 공포증과 불안감이 일주일간 지속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후유증의 심각한 증상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곳이 문경새재이다. 기회가 된다면 타인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몸을 싣고 무궁무진한 곡선커브가 감동적인 문경새재를 넘어보라. 속리산 말티재의 커브가 급하고 짧은 고개라면, 문경새재의 커브는 급하고 길고 가파르며 변화무쌍하기 그지없고 위험천만하게 느껴지는 아찔한 증상이 간담을 콩알만 하게 만드는 숨 가쁜 고개이다.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하는 차의 움직임 때문에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동작은 능숙한 앉은뱅이 춤에다가 살려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119댄스를 추게 만들고, 금방이라도 수직절벽의 머나 먼 계곡으로 굴러 떨어질것만 같은 위기의식과 불안감에 참기 힘든 소변욕구의 쓰라린 인내를 경험하게 한다. 어머! 또 쌌어? 함께 간 동료중 누군가의 입에서 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도 모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에 머리를 박고 있다. 고개 아래로 펼처지는 어지러운 절벽 때문이었다. 용기를 내어 창밖을 바라보니 고개를 올라가는 중턱의 왼쪽 산골밭에는 보기에도 싱거러운 담배,양배추,옥수수 밭의 풍경이 눈 앞에 들어온다. 마치 흘러 간 옛노래의 유정천리에서 나오는 < 감자 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노랫말 처럼.... 천신만고 끝에 고개의 정상에 도달하면 이제는 살았구나!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긴장도 풀려서 양다리에 힘이 빠지고 맥 놓고 쉬고 싶은 본능의 삼매경에 접어든다. 그러나 마치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에 올라온것 같은 감격도 느끼니 어찌 가만히 앉아 쉬는 휴식을 택할수 있으리. 발 아래 자욱히 펼처지는 충북 괴산 연풍땅! 고산지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수려하기 그지없고 넓게 펼처진 연풍평야가 더욱 넓고 상큼하고 시원스럽다. 아무리 명산대천이라 하지만 어찌 저런 수려함을 지닐수 있으리. 감동을 진정하고 문경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왼쪽에도 산이요, 오른쪽에도 산이요, 정면으로는 더 넓지 못하여 탄식하는 벌판이 반기고 유구한 역사와 전설을 말해주는 칠백리 낙동강의 상류가 굽이친다. 문경새재가 철옹성을 연상케 하는 천연의 요새이기에 문경은 문경새재가 굿건하게 도열하여 관찰하면서, 한가운데에 모셔놓고 옥좌처럼 호위해 주는 깊고 깊은 산중의 작은 도시이기도 하면서, 선조의 전통과 문화유산을 숭상하고 옛것을 계승하는 양반양민의 고장이다. 문경의 멋스러움과 고향같은 이유가 바로 문경새재라는 웅장한 고개의 지리적인 배경하에 있고 넉넉한 인심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문경 사람들의 멋이 있기에 그런 것이다. 문경새재뿐만 아니라 사방을 둘러 보아도 울창한 산! 빼어난 지형! 신성봉,마폐봉,대미산 포암산,주흘산,조령산,희양산, 그리고 대야산과 청화산!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산이 명산이고 절경이다. 내가 만일 감정의 표현이 탁월한 당대의 문장가라면 진하고 깊게 우러낸 감동의 詩를 백지에 그려내고 묘사하면서, 여한없이 표현하고 가련만, 재능이 미약하니 한없이 애석하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문경새재의 사연들! 잠시 그려보고 추정해 본다. 문경새재는 영남에서 한양으로 이르는 가장 넓은 대로로서, 낙동강에서 하선한 물건을 문경새재를 넘어서 충주 남한강의 나룻배에 옮겨 실으면 서울의 마포나 뚝섬의 나룻터로 운반되었고, 영남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거나,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상업적인 왕복도로로 이용했던 역사적인 고증의 땅이고 고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문경새재는 영남의 일급관문이요, 교통과 운반통로의 천연요새라 아니할수 없다. 임진왜란때 고니시 유끼나가가 지휘하는 일본대군은 예상외의 험준한 문경새재를 만나 넘다 지처서 병사들이 기진맥진하고 사기가 떨어져 북진속도도 둔화되는 등의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한양에서 가등청정과 합류하여 행주성을 공격하였지만, 문경새재의 험준한 지형이 북진하는 왜군의 전력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들어 행주대첩의 권율장군에게 참패를 당했다는 분석도 있다. 통일신라가 멸망하고 왕건과 견훤이 천하를 다툴때, 충북과 경북을 감제할수 있는 문경새재를 장악하여야만 사벌주와 문경도 손에 넣을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문경새재가 갖고 있는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다. 이외에도 조선시대의 < 최명길과 새재 아가씨 > < 신립장군과 새재귀신 ><문경현감과 새재 산신령 >등 문경새재와 관련된 역사적 전설과 고증이 무궁무진하게 늘려 있지만, 지면상 이것으로 갈음하고 넘어 가고자 한다. 일찌기 북한지방에서는 <"험준한 산악엔 바람이 험하네. 수려한 산에는 사람도 순하네"> 라는 말들이 사람들의 입가에 오르내리고 있듯이, 인적이 드문 심산협곡에는 지리적인 영향 때문에 사람의 인심이 후하고 양순하기로 정평이 높다. 그래서 문경새재를 병풍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인심은 어린 아이가 이쁘게 그려놓은 그림과 같고 구수하게 잘 끓여 놓은 된장찌개와 같으며, 이는 그곳 사람들이 구사하는 경상도 방언과 함께 후하고 구수하고 맛있기가 한이 없다. 상주를 가도 예천을 가도 상주를 가도 문경에서 들었던 똑같은 사투리를 동일하게 들을수 있으니 정겹고 오랜 인연인듯 한 모습들이 무수하게 늘려 있어서 좋다. 문경을 뒤로 하고 문경새재를 넘으면, 반기는 괴산 사람들의 또 다른 충청도 말씨가 이채롭고 또 다른 관심과 재미의 삼매경에 빠져들게 한다. 문경새재를 사이에 두고 그처럼 말씨가 다르다니, 참으로 신기하고 궁금하고 오묘하고 재미있기가 한이 없다. 문경새재 사람들의 인심과 동향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다시금 문경새재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자 한다. 그 옛날 산적과 산짐승을 피하고자 문경새재를 넘지않고 다른 길로 돌아서 한양에 도착하였다가 시일이 너무 걸려 과거시험이 끝난 뒤라서 땅을 치고 울었다는 어느 선비에 얽힌 전설이 심금을 울려주고 문경새재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지금은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문경새재의 하단으로 터널이 관통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을 먹어야 문경새재를 올라 갈수가 있지만, 어릴때나 성장기때는 지금처럼 많이 깎아 내리지도 않아서 더욱 높고 장엄하여 간 작은 사람은 감히 범접조차 할수 없었던 호젓하고 소름이 끼치는 고개였다.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문경새재는 기습과 기만,교란과 매복, 압축포위와 火戰에 대단히 유리한 지형이다. 방어부대의 열세인 전력으로도 통과하거나 공격해 오는 적을 양면분리작전으로 功者의 전방과 후방을 양분시키고, 진로와 퇴로를 차단하여 攻者를 섬멸하고 괘멸 시키기에 유리한 지형이 문경새재이다. 반면에 功者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형이 문경새재이며, 낙엽진 가을 이후의 계절에는 능선을 타고 오르는 바람을 따라 火攻戰을 감행하면 防者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형이 문경새재이다. 이때는 공격선상에 화공전의 원천이 되는 낙엽이나 잡목을 제거한 후 방어하면 평시처럼 유리한 지형이 문경새재이다. 단,급수대책과 지휘통신,병참선이 확보된 상황하에서만 防者의 유리한 발판을 확보할수 있고, 모든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옛날 임진왜란때 신립장군은 왜 문경새재를 버리고 탄금대에서 적과 결전하여 소중한 부하들을 희생시키고 완패하였는지..... 생각만 해도 애석하고 한탄스럽기 그지없다. 잘못된 지휘관의 판단과 결정이 얼마나 참흑한 결과를 담보하여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에 신립장군의 부장인 김여물 장군의 뜻대로 문경새재에서 대적하였다면, 설령 병사들의 전투력이 미흡했다 치더라도 고니시키 유끼나가의 일본대군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을 것이다. 지금에사 땅을 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만, 국난에 처하여 탄금대에서 완패하였던 쓰라린 비극이 생각남을 떨칠수가 없다. 여기에서 교훈으로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전장을 이끄는 지휘관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휘하장졸은 물론이고 국가의 존망도 좌우된다는 사실! 때문에 감정에 치우처 병력을 움직여서는 안되며 현명하고 사려깊은 작전이 요구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문경새재는 지리적인 입지조건이 뛰어나고 그 자태가 장엄하고 수려한 백두대간의 험산준령이며 조령관문,새재박물관,주흘관 ,조곡관,여궁폭포, 신라의 문성왕때 창건한 혜국사,조령산성,조령원터, 등 무궁무진한 역사의 숨결이 서려있는 유서깊은 고개이며, 관광자원의 발굴과 개발의 잠재력이 무한한 산림도립공원이며, 우리나라 핵심부의 허리에 걸려서 영남과 중부의 경계선의 역할을 하는 고개이며, 한양에서는 직전방에 놓여진 최단거리 접근로로서 서울로 가는 이정표 구실을 하는 천연요새의 고개이다. 이런 문경새재를 무한히 사랑하며 고향인 속리산에서 멀지 않으니 이 또한 특별한 영광이 아닐까?
소유권과 무관하죠?ㅎㅎㅎㅎㅎㅎ
문경새재에 관한 긴 글 잘 보았습니다. 여름철 녹음이 푸르를때 1-2-3관문을 통과해 봤으면 좋겟는데...ㅎㅎㅎ 난 언제 문경새재 가보나,,,,태조왕건 사극 촬영할 때 도립공원에 갔다가 입구에서 조껍데기 탁배기 마시느라 세트장은 가보지도 못하고....ㅠ,ㅠ
너무도 많이 알고 계시네요.조령에 관한 사항을.......최고이네요.
산이 좋아요... 언제나 말없는 포옹이 좋아요..
ㅎㅎ 아주 귀중한 자료! 입니다 ㅎㅎ 잘 보았습니다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건필하십시요 ~~
미스터박!!! 대단하십니다....문경에 살고 있는 저는 그저 먹기이네요..우리고장을 널리 알려주심에 감사합니다..근디 미세스박인 저는 한가지 할일이 있네요...새재오시면 조껍데기동동주 제가 살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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