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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ㆍ 인간은 평등하지 않으며 신이 만든 신분 질서를 어기지 말라고 가르친 신학자들
ㆍ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믿은 광신자들
ㆍ 파라다이스는 아시아 동쪽 끝에 있고 지옥은 땅속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
ㆍ 전염병을 신이 내린 벌로 간주하고 불임을 악마의 소행이라 믿은 사람들
ㆍ 이자는 죄악이며 이자 대부업자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생각한 사람들
ㆍ 왕이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 여긴 사람들
ㆍ 성인들의 뼈를 숭배한 사람들…
https://www.youtube.com/watch?v=CzbPIK9BLkA
저자인 남종국 교수는 30여 년간 중세를 연구한 역사학자로서, 학교 강연뿐 아니라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외부 강연과 칼럼 등을 통해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는 그가 코로나19 상황 이전부터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던 때까지 약 2년간 연재한 신문 칼럼과 이후 덧붙인 글을 갈무리한 역사교양서인 동시에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현재 우리 모습과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오버랩시킨 역사 에세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첫 번째 장인 ‘중세라는 이상한 세계’에서는 중세를 이해할 때 많이 언급되지만 낯설고 이상하다고 오해받는 모습들의 실제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본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당시, 지금 우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듯, ‘부리 가면’이라 불리는 이상한 가면을 썼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몽골군이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가짜 뉴스가 병과 함께 확산되었다는 이야기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책 사냥꾼’이라 불리는 사람들, 대표적으로는 《로마 건국사》를 찾아낸 페트라르카 등이 잃어버렸던 고대의 뛰어난 고전들을 찾아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에서는 중세가 이성이 사라진 암울한 세계만은 아니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교회가 성행위를 통제하고, 불임을 악마가 벌인 짓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현대와는 너무 다른 당시 사람들과 사회의 낯선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장 ‘그리고 신의 이름으로’에서는 기독교가 지배한 종교사회로서 중세를 이야기한다. 수도원 수도사들이 쓴, 마녀를 색출하고 고문하는 법을 다룬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라는 책이 당시 베스트셀러였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비롯해, 알고 보면 기독교와 이슬람은 같은 신을 믿는다는 이야기 등은 마녀사냥과 십자군전쟁으로 대표되는 중세의 현실을 또 다른 창을 통해 보여 준다. 또 단테의 《신곡》 속 ‘연옥’이 중세 최고의 발명이었고 종교가 지옥의 존재를 이용해 사람들의 환심을 샀다는 이야기와 종교가 다르고 소수라는 이유로 유대인을 이자 대부업자로 낙인찍어 차별한 이야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종교 갈등과 소수자 차별이라는 현실과 묘하게 닿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끝으로 ‘Miscellanea, 역사의 상상’ 편에서는 중세 이야기와 함께 저자가 연구하고 고민해 온 역사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황이 고려 왕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놀랍지만 황당한 이야기부터, 고대 로마의 황제 네로에 관한 엇갈린 평가, 로마 황제가 교황에게 영토 일부의 통치권을 넘겼다는 위조문서 이야기, 루터와 칼뱅으로 대표되는 종교개혁에는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는 사실 등은 기존 역사에서는 쉽게 알 수 없었던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종교 갈등 와중에도 아랍어로 된 여러 책들을 번역해 학문을 발전시킨 중세 학자들의 또 다른 모습과 중세 말 유럽으로 팔려온 아시아계 노예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현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서양 중세가 결코 암흑의 세계가 아니라는 명백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망각한다. 이는 분명 잘못된 교육이 잘못된 상식을 낳은 결과다. 이 책은 서양 중세 사회와 문화가 얼마나 다채롭고 역동적인지 보여 준다. 학계 중진으로서 탁월한 학술적 성취를 이룬 저자가 우아하고도 유려한 필체로 낯설고 기이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역사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_ 주경철_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대항해 시대》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저자
역사학자의 시선이 에세이라는 여유로운 형식을 통해 쉽게 마음에 다가온다. 저자는 중세 유럽인의 울퉁불퉁한 삶, 그것이 때론 엽기적으로 다가오는 일화들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유럽인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저자의 손에 의해 목격하다 보면 황당함에 웃음을 짓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다른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신기한 변이를 맛보게 된다. 이때 이 책은 유럽 중세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인의 묵시록으로 변하는 마법을 보여 준다.
_ 양정무_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벌거벗은 미술관》 저자
중세 유럽이라는 낯설고 이상한 세계를 경험하는 여행이 될 것이다. 두려움도 있겠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흥분과 설렘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_ 프롤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