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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중등축구는 유망주로 가는 길에 놓여 있는 다리와 같다. 이 다리를 무사히 건너야 계속 원하는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완의 선수들이 많지만 한창 꿈을 키우는 시기인 만큼 지도자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ONSIDE가 현장에서 뛰고 있는 중등 지도자 4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은 갈수록 빨라지는 중이다. 과거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고등학교를 마치면 바로 프로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중간 지점에 위치한 중등축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성장 가능성이 커질 수도, 반대로 줄어들 수도 있다.
중등 선수들은 초등, 고등 레벨에서 찾아보기 힘든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급격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다.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다 보니 계속 키가 자라는데 이 과정에서 성장통과 같은 문제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춘기를 겪으면서 혼란이 심해지고 반항심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도 종종 관찰된다.
중등 지도자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또한 잘못된 축구 습관을 고등학교까지 가져가지 않도록 빠르게 고쳐줘야 한다. 몸과 마음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선수들인 만큼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감독의 경험, 노하우가 중요한 이유다.
질풍노도의 중등 선수 다루기
지도자는 선수의 특성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사람이다. 팀에 있는 각양각색의 선수들과 생활하면서 이들의 장단점을 꼼꼼히 관찰한다. ONSIDE와 인터뷰한 중등 지도자들은 이 시기 선수들의 특징을 혼란과 혼돈으로 표현했다. 더 좋은 유망주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잘못된 점들이 보인다면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만 23년 간 유소년 축구 현장에서 뛰었고 현재 보물섬남해스포츠클럽U15를 이끌고 있는 박진희 감독은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요즘 중등 아이들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했다. “2001년 남해초 시절부터 20년 넘게 유소년 축구 지도를 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가르쳤던 친구들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제가 계속 데리고 있었어요. 보물섬남해스포츠클럽U15를 맡은 건 올해로 5년 차인데요. 현장에 있으면서 느끼는 건 모든 아이들이 공평하게 부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선수는 감독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하지만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자꾸 어긋날 때가 많다. 박진희 감독은 “신체적, 정신적, 호르몬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발생하는 시기가 바로 중등 레벨이라서 이러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선수의 색깔은 누가 봐도 하얀색이지만 본인은 검은색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감독이 ‘너 왜 안 뛰었냐’고 말하면 본인은 ‘뛰었는데요?’라고 반문한다. 본인의 이름을 부르거나 지적을 하면 짜증을 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28년간 백마중을 이끌어 온 김진수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예전보다는 참는 것을 힘들어하고 어려운 것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어찌 보면 온실 속 화초가 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사춘기로 혼란을 겪는 선수들에게 지도자가 똑같이 화를 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당근과 채찍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아이들이 잘못된 습관을 보일 때 대화로 주로 풀어간다고 했다. 단 아이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 지도자의 말을 수긍할 수 있도록 한다.
박진희 감독은 “몇 년 전 거금을 주고 GPS 장비를 구매했다. 감독이 ‘너 왜 안 뛰었냐’고 했을 때 선수가 ‘저 뛰었는데요’라고 말한다면 GPS 데이터를 뽑아내 직접 보여준다. 생각만큼 뛰고 있지 않다는 증거가 거기에 다 나와있다. 데이터를 100% 믿지는 않지만, 적절히 활용하면 아이들을 컨트롤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조만간 멘탈 코치를 채용해 중,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등축구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포함해 총 7개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한 울산HDFC U-15(현대중) 김호유 감독은 필요에 따라 엄격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생활을 컨트롤하고 있지만 지도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아이들에게 뭔가 큰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본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잘 가르쳐야 한다. 인성이나 습관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가르치는 것도 힘들고 아이들이 잘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엄격하게 나서야 할 때는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 중등축구리그 왕중왕전 4강 팀인 FC모현U15 최영일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선수를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지도자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아이의 상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대화하는 것 이외에는 사실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지도자들도 선수 출신이고 어렸을 때 사춘기를 경험해 본 만큼 아이들에게 직접 해줄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기의 빠른 완성이 중요한 이유
사춘기로 인한 심리적 혼란뿐만 아니라 축구의 기본 습관도 중등 시기에 완성을 해야 한다. 잘못된 기본기 습관이나 반복되는 실수를 고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기량 성장이 더딜 수 있다. 중등 지도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이유다. 김호유 감독은 “이 시기 기본적인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중요하다. 불필요한 행동, 습관이 있다면 우리 팀은 미팅을 하면서 신중히 다루려고 한다. ‘우리 팀에 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니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 보였다. 헌신과 희생을 강조하니 아이들도 팀도 발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올해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최영일 감독은 “사실 요즘 선수들을 보면 스타일이 마치 붕어빵처럼 비슷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그 색깔이 다 비슷하다. 그래서 좋은 습관을 가지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볼을 다루는 것만이 기본기가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도 기본기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이 몸에 익을 수 있도록 반복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패스, 볼 컨트롤 등 기본적인 습관들은 초등학교 때 완성을 하고 올라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갈수록 축구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감독은 “예전에는 중등 1, 2학년 시기에 기본기 위주로 훈련을 했고 3학년 때는 경기 위주로 뛰었다면 지금은 볼 컨트롤과 같은 기본기는 이미 초등학교 때 갖추고 올라오는 친구들이 많다. 워낙 유튜브를 통해 축구 영상을 많이 접하다 보니 성장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중학교 초반부터 경기 운영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 팀도 본인이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평가하는 것을 숙제로 내주는데 창의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진희 감독은 “축구의 기본 습관을 바로잡는 것은 먼저 본인이 받아들일 자세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선수 스스로는 본인이 잘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습관들을 초등학교 때 완성하고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폭이나 자세 교정, 스텝이나 밸런스 등이 초등학교 때 완성된다면 중학교에 와서 더 성장할 수 있다. 중학교 때는 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생각을 바꾸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을 바꿔야 할까? 박진희 감독은 목표 의식 심기와 반복 훈련을 이야기했다. “목표 의식을 정확하게 심어주고 거기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야 한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엄청나게 해야 하는 만큼 중등 레벨에서 반복 훈련으로 기본을 잡아야 진짜 실력이 나온다. 지겹도록 반복을 시켜야 선수가 인지를 하고 기록을 한다. 좋은 실력도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동기부여 방법, 개인 맞춤이 중요
선수가 축구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지도자가 동기부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축구를 그만두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이 때도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김진수 감독은 “기본적으로 중학교 때까지는 축구를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친구들이 많다. 약간의 스트레스는있겠지만 아직은 순수하게 축구를 받아들이는 시기가 바로 중등 레벨”이라고 강조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진학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감독은 “3학년이 되면 소위 말해 머리가 좀더 컸다고 봐야 한다. 이 때는 대화로 동기부여를 해주려고 한다. 조금 더 큰 무대로 갔을 때 어느 위치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지금 선발로 경기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수시로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김호유 감독은 좀더 효과적인 동기부여를 위해 아이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 많은 만큼 기본적으로 감독이 선수의 개별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사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코칭스태프와의 역할 분담이 그래서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훈련을 마치고 아이를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한다. 잘못된 점을 고치도록 돕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부모님들과 간담회를 할 때도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집중한다. 아이들의 동기부여는 지도자만 노력해서는 될 일이 아니라 부모님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팀은 구단 차원에서도 상담 선생님을 파견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희 감독도 동기부여는 ‘선수 맞춤’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DNA는 똑같지 않다. 엄하게 이야기해야 듣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어르고 달래야 따라오는 친구들도 있다. 동기부여를 할 때 되도록 아이들의 성격에 맞추는 편이다. 하지만 개인의 성격을 고려한다고 해서 단체 생활의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 단체 운동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흔히 이 시기에는 축구를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즐기는 것보다 노력이 더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가진 능력의 100%를 쏟아야 한다.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운동장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 이 점을 항상 아이들에게 강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영일 감독은 아이들에게 숙제를 준다. 볼 리프팅처럼 기본기를 정해진 횟수만큼 하도록 과제를 주고, 이를 달성하게 되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감독의 칭찬은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안겨준다. 이 성취감이 바로 훌륭한 동기부여 방법이 되는 셈이다. 최 감독은 “노력 끝에 성취감을 경험하는 것을 아이들이 직접 느껴봐야 한다. 이렇게만 하면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서도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력의 중요성을 알아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연령별 대표팀 이외에도 선발팀이 많이 꾸려지면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시스템과 관련된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등 축구는 과거와 역할이 달라지는 중이다. 일찍 프로로 가는 것이 대세가 되는 요즘, 하루라도 빨리 기본기를 갖추고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등 레벨에서의 과제가 되고 있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미완의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도자는 중심을 잡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신체적, 정신적인 요소들을 폭넓고 세심하게 살펴야 하며 또한 팀의 목표와 선수 개인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김호유 감독은 “매년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중등 축구도 고등학교 못지않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느낀다. 경기 템포도 점점 빨라지고 피지컬도 성인 못지않은 친구들이 많다”면서 “앞으로도 목표를 향해 계속 가기 위해서는 팀에 갑작스럽게 변화를 주는 것보다 개개인에게 정확하게 고쳐야 할 점들을 알려주고 따라오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2월호 ‘ISSUE 2’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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