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이, 얘가 할말있데."
왜 내가 이런 '거지같은 짓껄이'를 도와줘야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쌀쌀 맞은거 아니냐고 말 할수도 있지만, 나는 현재 이런 '거지같은 짓껄이'를 막 20번째를 돌파했다. 그런데 도와주는
데로 쏙쏙 녀석의 대답은 똑같으니, 도와준 사람도 맥 빠진다는 건 익숙한지 오래여서 이제는 기대한다는 등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하도 여자들이 귀찮게구니, 차라리 얼른 차이고 정신차리는게 낫다고 생각하는거다. 대체 이런 놈이 뭐가 좋
은건지...참..
" 선배..조..좋아해요.."
" .......... "
" .......... "
" ..야, 박라임 "
내가 미쳐 ..이 상황에서 내 이름이 왜 나와?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저 귀여운 여자아이의 표정은 안보이나? 저 여자애는 심
장이 쿵쾅쿵쾅, 적어도 너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신의 말씀보다 더 귀하고 소중할거다. 내가 어쩌다 다른 사람 생각은 요
만큼도 안하는 저런 녀석을 11년이나 옆에두고 살았나 몰라. 나도 모르게 손이 이마로 향했다.
" 뭐 "
" 내 노트는 다 썼냐? "
"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오는데? "
갑자기 노트 얘기는 왜 나와?, 평소에는 쉬는 시간 전까지만 다 쓰면 되던 녀석이..
저 녀석이 말하는 노트는 기가, 사탐, 국어..그외 필기 노트들이다. 저 녀석도 학생은 학생이고, 수행평가는 해야 지 적성에
풀리는지 어째뜬 한 학기당 전체 12500원, 대충 짐작가겠지만 10000원과 15000원 사이에서 공정한 흥정의 결과이다. 원래
7500원이였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난 이 정도로는 절대 너 것까지 책임질 수가 없다며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 그래서 다 썼냐고, 안 썼냐고. "
" 당연히 아직 하나도 안했는데. "
어제 저녁에 가져간걸 주말에 해결하지 뭐더러 바쁜 평일에 하고말겠나.
" 그럼, 이번은 그거 다시 돌려주라. "
" 뭐? "
그 돈으로 내 돈이랑 합쳐서 옷 살꺼랑 다 정해놨는데 무슨 소리인가!
뭐..어차피 계약금 5000원은 챙기게 되는 셈이지만..어째뜬.
" 야, 1학년 "
" ...네..네? "
" 내꺼 노트 다 써놔, 그럼 같이 만나줄게.."
" 네?...하..하지만..전 2학년꺼가 하나도..없는데요? "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 뭐라고?, 순간 입이 헉하고 벌어졌다. 더 웃긴건 기꺼이 해줄 수도 있다는 저 여자아이의 표정
과 대답.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왔다. 지금 저 개만도 못한 놈을 그래도 좋아한다는 말이야?
" 저..저기..얘야? "
이름 모르는 여자아이를 내가 옆집 아줌마인 마냥 불렀다. 나보다 한참이나 짧은 스커트하며 당장이라도 가슴에 있는 단추
가 피슝하고 튀어나와서 벽에 밖혀버릴 듯 쫙째이는 와이셔츠하며 이 여자애는 소위 놀만큼 노는 여자애였다. 그런데 지금,
물론 이 새끼 역시 먹혀줄만한 얼굴로 지같은 친구들이랑 놀만큼 아-주 놀대로 놀지만, 그래도 그렇지 지딴에는 지 세상에서
남 부러울 것없는 자신인데 겨우 이딴 새끼앞에서 이렇게 비굴해지다는 말이 되는가? 철이 없는건지, 이 녀석의 페이스에 단
단히 속아버린건지..어째뜬 나로써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였다.
1학년 여자애는 고개를 돌려 나를 애처롭게 쳐다봤다. 자기도 이게 뭐하는 짓인지는 알긴 알고있겠지.
" 지금..이래도 애가 좋다는거야? "
" .......... "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이 상황의 황당함과 흥분을 감추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끝내 울어버렸다.
그 정도로 이 애를 좋아하는건가?, 난 놈을 향해서 얼굴을 돌렸다. 놈은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흘렸고, 여전히 벤치에 앉
아 편하게 다리를 꼬며 아이팟을 귀에 끼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건 녀석에게 있어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였던거다.
녀석을 한껏 째려준 다음, 화가나서 뒷마당을 빠져나와 신경질적인 발걸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짜증난다. 짜증난다.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녀석의 행태들을 볼 때마다 난 너무 짜증나서 돌아버릴 지경에 이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냥 제발
다른 사람을 생각해주면서 조금이라도 마음 씀씀이 있는 한마디를 해주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이럴때는 진짜 10년 넘
은 정이 나몰라라 뚝뚝 떨어진다.
덕분에 그 후의 수업은 하나도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이 없었다, 밖으로 갑자기 보슬보슬 내리는 빗방울에 나는 다행히도 가
방 속에 우산을 챙겨온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절대로 임신오 그 자식에게는 씌어주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저스트 텐미닛
이면 여자하나 구해 같이올텐데 뭐.
" 어라?, 신오는? 오늘은 같이 안왔냐? "
" 아, 몰라 그 자식 얘기하지마!! "
" 어이구, 또 싸웠냐아~? "
아빠는 허허 웃으며 배달나갈 짜장면을 만들었다. 옆에 있던 배달 오빠들은 또 싸웟냐며 나를 놀렸고, 나는 또다시 신경질적
인 발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바로 침대 위로 뛰어들어 베게를 이에 꽉 물어 아까 못지른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이불도 발로 차내며 속으로 그녀석의 이름을 거칠게 불렀다. 임신오!!!!!!!!!!!!!!!!!!!!!!이 개자식아!!!!!!!!!!!!!!!!!!!!!!!!!!!!!!!!
결국은 잠에 들어버렸나보다. 눈을 떠보니 해는 이미 져있었고 비는 그쳐 있었다, 뭔가 멍-했다. 가끔 낮잠을 자게되면 정말
내가 싫어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난 내가 평소에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들이 무엇이든, 갑자기 이렇게 눈앞에
서 변해버린다는게 정말 싫었다.
난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팔을 긁적긁적 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피부에서 느껴지는 감촉만으로도 내 상태
가 얼마나 밉상인지 알 수 있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개기름 범벅이였고 묶여있던 머리는 사방팔방으로 삐쭉삐쭉 튀어나
와 있었다. 난 내가봐도 도저히 봐줄 수가 없어 바로 물을 세게 틀어 거칠게 세수를 했다.
" 머여, 너가 왜 여기있음 "
1층으로 내려가니, 지금 상태로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는 놈이 짬뽕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짜증남을 음식으로 위로해볼까
1층으로 내려갔는데, 나는 바로 표정이 굳어버렸고, 놈은 그저 날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였다. 왠지 더 짜증나는 것은 재밌게
나와 놈을 번갈아보는 우리 아빠. 저녁 먹고있던 배달 오빠들도 우리 둘만 킥킥 거리면서 쳐다봤다.
" 짬뽕 먹으러 왔지. "
" 그럼 이제 가. "
" 싫은데- "
" 장난하냐? "
저게 사람가지고 장난치나, 확 짬뽕 국물 얼굴에 쏟아버릴가보다.
" 삐쳤냐? "
" 전혀-"
" 뻥까고있네 "
" 얼른 안나가?, 꼴보기도 싫거든? "
놈은 입술을 내놓으며 눈을 흘겼다. 귀엽기보다는 색기 풍기는 저 표정...귀여운 기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게 날 무시하고 있다 이거임?
" 하..아빠 나 좀 나갔다올게. "
" 뭐? 이 시간에? 어디 갔다오려고?! "
걱정하는 듯한 아빠의 말투를 지나치고 집을 나왔다. 그러고는 뒤로 '제가 나가볼게요' 라며 뒤따라 나오는 녀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편의점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뒤에는 날 따라오는 남자의 걸음걸이가 들렸다.
"어이~ "
" ......... "
" ......... "
뒤에서 작게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졌다' 라는 의미였다. 난 살짝 고개를 뒤로 돌렸다. 저 한숨소리는 내가 이겼다는
말이니깐, 난 인심썼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뭔가 짜여진 극본처럼 행동했다.
" 화해하자 "
" ......... "
" ......... "
" .....엉 "
우린 언제나 이렇게 뭐가 있다는 듯, 대단히 성질낼거 다 내다가도 이렇게 허무하게 서로에게 기권을 하곤 한다. 이번에는
성질내는 역할은 나였고, 화해하자는 사람은 놈이였을 뿐...뭐..대다수가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끝나지만..
" 아..더워!! "
뭔 날씨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 뭔 놈의 날씨가 벌써부터 이렇게 더운지,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한 손에는 위아래를 빠
르게 번갈아가는 부채와 다른 한 손에는 샤프를 들고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물론 전-혀 집중력 제로다. 그저 대한민국 고딩
이란 명분 아래 한 상 위에서 놈과 함께 의무적인 공부를 하고 있을뿐.
" 임신오- "
내가 발로 녀석의 다리를 툭툭 건드리며 놈을 부르자, 놈은 집중하고 있었는데 짜증나게 건드렸다는 듯 짜증나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아, 뭐 '
" 나랑 가위바위보해서 아이스크림 사오기로 하자. "
" 싫어. "
" 안 더워? "
" 네가 가서 사오면 될거아냐, 멍청아 "
임신오는 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더우니깐 저리 비키라며 손짓을 했고, 내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다시 건너편으로 건
너가자 놈의 머리칼이 바람과 함께 살랑거렸다. 그러자 그의 목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왠지 그쪽으로 눈이 갔다.
..아...내가 제대로 더위를 먹었나보다.
결국 내가 신발장 위에 굴러다니는 동전들을 주워 모아 뒷문으로 나갔다. 앞문으로 나갔다면 아빠는 분명 그럴 줄 알았다며
내 붕어같은 집중력을 놀렸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나온 돈은 총 1350원..난 반값 세일을 이용하여 750원 짜리를 사먹고, 놈은 350원짜리를 사줄 셈이다. 왠지 모르
게 통쾌한 웃음이 나왔다. 만약 놈이 ' 헐, 왜 너만 그거 먹냐? ' 라고 하면 난 ' 그럼 니가 사먹던지-' 라며 약올리는 것이다..
크큭..생각만해도 웃음이 나왔다.
" 어?, 라임이네? "
" ...선배? "
" 우와, 오랜만이다! "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흘렀다. 이런 갑작스런 만남은 전혀 예상치못한 상상을 초월한 만남이였다!
난 빳빳이 굳은 몸으로 순간 나의 모든 것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어제 아침에 감고 안감은 머리로 대충 묶었는데도 머릿 사
이로 간간히 보이는 개기름, 후줄근하게 목 다 늘어난 원더우먼 반팔티와 이주째 빨고 있지 않은 학교 반바지 체육복. 양말
도 신지 않은채 구겨신은 운동화......모든 체크가 완료되자 난 내 순간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원망하지 않을거라는 것을 알
고 있었다. 내 상태는 최악의 최악의 최악이였다. 그것도 옛 마이 러브인 선배 앞에서!!!
" 하하........잘..지..지내세요? "
" 응, 어디 가는 길이였어? "
" 아...네....여기 앞에 슈퍼에 잠깐.."
" 아아...."
손은 이미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냥 이 상황을 바로 피하고 싶었다.
" 신오는 잘 지내? "
" 아..네 "
아주 잘~지내고 있습니다요.
" 그렇군..잘 지내나보내 "
선배는 뭔가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 지금은 나도 약속있으니깐, 나중에 말하자. 알았지? "
" 아..네..네! "
" 신오랑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
" ..아...네!."
난 아이스크림이고 뭐고 초고속으로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깜빡하고 앞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깜짝놀라며 어디 갔다왔냐
며 물어보는 아빠를 뒤로하고 2층으로 뛰어올라 내 방문을 활짝 열었다.
" 뭐야..아이스크림은? "
난 대답을 뒤로하고 바로 방금 집앞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오히려 빠진게 있을까봐 더 조급하게 하나도 빠짐
없이 녀석에게 말했다. 난 굉장히 들떠있고 흥분되는 마음으로 말했던 것 같다.
" ....그래서..좋았다고? "
" 좋았다고?...하핫..그랬으려나? 나도 모르겠다..그래도 옛날 사람이니깐..근데 그래도 내 상태 완전 최악이였잖아!! "
놈의 말대로 좋아지려 했다가 아까 내 상태를 생각하니 몸서리가 쳤다. 선배한테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예전부터 죽기보다
싫은 장면이였다. 아 맞다, 선배는 나보다는 2살이 많다. 지금은 대학교 1학년이고, 작년에는 우리학교 1년 선배였다. 그런데
같은 드라마 동아리였기 때문에 같이 부활동을 했었는데, 말그대로 한 눈에 반한 상대였다. 그런데 기숙사 생활을 하는 선배
의 대학이 꽤 먼 것도 있고, 사실은 작년에 고백하다 차였기 때문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잊겠다는 결심으로 한동안은 신경
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나타나니, 다시 내 심장은 빠른 속도로 두근두근거렸고, 온몸이 엔돌핀으로 노
래를 불렀다.
" 아아..."
" 뭐야?, 할말이 그것밖엔 없어? "
그는 알겠다는 표정과 말투를 제외하고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하여간 사람 맥빠지게 하는데는 한 소질 있는 놈이다.
" 최악.."
" ...뭐? "
" ....맞어, 너 최악이라고...."
" 누가 모르냐?! "
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 더 화가 나서 반박했다. 그런데 반응이 이상했다. 놈한테는 내 생생하고 따끈따
끈한 러브스토리가 재미가 없었는지 오히려 더 짜증났다는, 완전 무(無)의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이내 자리를 일어섰다.
" 뭐야, 집에 가? "
" 엉 "
" 왜 벌써가는데? "
" 내 맘 "
그러자 놈은 자기 책들을 챙기더니 내 방을 나갔다. 갑작스럽게 집으로 가는 그놈의 행동에 난 '잘가'라는 말 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 후로 5 일이 지났다. 그런데 계속해서 임신오 그놈의 모습은 물론이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이내 나는 또다시 짜증의 상
태에 이르게 됬고, 전화 와봐라, 절대 안 받을테다의 마음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녀석은 너무 변덕이 심한 녀석이였
다. 그래봤자 우리집 짬뽕이랑 탕수육이랑 풀세트로 대령하면 금방 풀릴거면서..나는 아마 녀석이 다른 애랑 노닥거리는다
아이스크림도 못사온 것에 그 더위에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을거라고 생각된다. 어렸을때 자기한테 줄 케익을 옆집 남자애
한테 줬다고 거의 한달 동안은 나랑 말도 안 섞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을 일이였다.
" 저..저기 선배님.."
" 어?..그때 그 1학년? "
아마 차였겠지.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그냥 아직도 그림자가 드리워진 저 여자아이의 앞에서 차마 지금 난 5일째 그 녀석하
고 연락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조차도 미안했다. 이 애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처럼 그런 과정을 거쳤겠지? 차인다는게
얼마나 가슴 무너질 일인데...난 안쓰러운 마음에 이 1학년 여자애의 어깨를 다독여주고 싶었다.
" 저....할말이..있어요.."
1학년 여자애는 우물쭈물 거리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뭔가 말해야하나 안해야하나라는 갈등에 휩싸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
다. 그리고 난 고개를 갸우뚱하면 여자애의 말을 들었다.
"..헐 ..뭐...뭐라고? "
" .......... "
" ...진짜 사실이야? "
" 네...일찍 말하지 못했던 거 미안해요..그냥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난 충격에 현기증이 일어날 지경이였다. 지금 난 뭘 어떻게 생각해야되는거지?...
자기가 그 동안 말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시작한 여자애의 말..나는 대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눈앞의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1학년 여자애가 말한 것은 이거였다. 작년에 학교 배정받고 입학식 전에 주말에 이 학교에 아는 언니 오빠들 따
라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단다. 그러다 우연히 혼자서 복도를 지나가다 과학실 앞에서 내가 선배에게 한 고백을 받아들이지 말
라는 선배에게하는 임신오의 말을 들었다는 1학년 여자아이의 말...
" ....죄송해요..그래도 오빠가 너무 좋아서 말 못했어요...그리ㄱ.."
" 하......"
1학년 여자애는 또 나에게 뭘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내 분노게이지는 생각할 것도 없이 일단 열이 오를대로 오른 탓에 계속
해서 녀석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만 할 수는 없었다. 난 거친 발걸음으로 녀석의 반으로 찾아갔고, 교실 문을 열었다. 역시 녀
석은 그곳에 없었다.
" 임신오 어딨어? "
" 그건 왜? "
" 어딨냐고! "
빈정거리며 말 끝을 흐리는 녀석의 친구들과 상대해줄 시간은 없었다. 난 대답을 듣고 바로 또 거의 뛰다시피 학교를 나왔
다. 녀석의 친구가 말한 곳은 학교 뒤에 있는 산이였다. 그럼 녀석이 있는 곳은 충분히 어딘지 알고 있었다. 난 갈수록 가파
른 길을 마다하지 않고 분노의 힘으로 주먹 꽉쥐고 녀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하..하...너...왜 그랬어? "
" ......... "
" 내가 선배를 얼마나 좋아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그런 일을 한거냐고!! "
도착해서 숨 쉴틈도 없이 녀석에게 쏘아댔다. 조금 놀란 표정이였지만, 이내 굳어지는 그의 얼굴이였고, 놈은 기대고 있던
버드나무 밑에서 계속해서 표정변화 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 그러고도 니가 사람이야?, 그렇게 날 골려주고 싶었어? "
일 년 전까지만해도 선배 때문에 울고 웃었던 작고 큰일들이 내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누구보다 가장 먼
저, 가장 믿고 말한 사람이 임신오였다. 그렇게 인정하고 싶다거나 말하고 싶지 않지만, 녀석은 누구보다 가장 친한 친구니
깐...그런데 이렇게 당하는 배신은..정말 치가 떨리도록 용서할 수가 없었다.
" ......... "
" 넌 자기가 원하는 여자라면 다 만날 수 있으면서!! "
" ......... "
" 나는 내 첫사랑이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뜨릴수가 있어?, 그것도 너가?! "
나는 감정에 북받혀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솔직히 선배에 대한 감정에 의한 분노는 아니였다. 그냥 그가 나를 배신했다
는 더 큰 커다란 배신감에서 분노가 비롯됬다. 어떻게..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거지..아무리 다른 사람 생각 안하는 놈이라고
하지만...이건 너무하잖아..
" 짜증났어.."
" .....뭐? "
"졸라 짜증났다고 "
" 하...뭐? "
" ..널 다른 사람한테 뺏기는 건 죽기보다 싫었어. "
" ......... "
" 난 10년동안 아직 시작도 못하고 맴돌고만 있는데, 다른 사람한테 널 뺐기는 건 진짜 너보다 도는 일이지 않겠냐?, 그래서 내가 그 고백 받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했어. "
" ......... "
" 솔직히 니가 그게 첫사랑이였다고 말하는 것도 졸라 짜증나. "
" ........ "
놈은 마지막 말에서 처음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버드나무 줄기잎의 그림자 때문에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그랬다.
그러더니 잠시 우리 서로간의 정적이 흐르더니, 이내 놈은 우습다는 듯 슬쩍 웃음을 지었다..이..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어째...우리 사이가 다시는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넘어와버렸다..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냥 언제나 그렇듯이, 학교..집..학교..집..하고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나의 하루 하루는 많은게 변
해버린 듯했다. 변해버린 것에 대해 말하고 싶진 않고, 그냥 이런게 너무 싫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다 익숙해
지겠지만, 다 옛날일이 되어버릴지 모르겠지만...그냥 난 지금 이게 너무 싫었다. 시간에 의해 흘러가는 자연의 법칙이 깨져
버린 듯했다..완전히 산산조각 난 듯했다..괜찮아질거야...괜찮아..
" 딸..신오는 이제 안오는거야? "
" 아빠..제발 걔 얘기는 하지마.. "
아빠랑 같이 빨래를 개키며 아빠가 말했다. 아빠는 많이 서운해하는 말투였다. 적어도 10년전부터는 일주일에 여러번씩 지
겨울만치 얼굴을 내밀던 놈이였는데, 요새는 보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아빠도 얼마나 허전할까..
" ....싸웠나? "
갑자기 되도 않는 사투리 말투를 쓰며 내게 물어보는 아빠를 나는 한껏 째려봤고, 난 내 빨래감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버렸
다. 그리고 서랍 속에 옷들을 정리했다.
" ......... "
나도 모르게 난 흐느끼기 시작했다..막 개켜놓은 빨래들 위에는 내 눈물들이 떨어졌고, 난 새로 빤거에 무슨 짓인가 하며 바
로 눈물자국을 지웠지만, 이상하게 계속해서 눈물이 빨래위로 떨어졌다.
결국 난 또다시 집밖을 뛰쳐나왔다. 이상하게 오늘만은 아빠가 날 붙잡지 않았다....난 그 녀석의 집으로 뛰어갔다. 쉬지 않
고 뛰어갔다. 힘들어도 쉬고 싶지 않았다. 그냥 얼른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 ......... "
" ......... "
난 그저 가뿐 숨을 내뱉었고, 그 이외에 우리 사이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일단 뛰어서 달려오기는 했는데, 딱히 생
각은 없었다. 그저 집안에 아무도 안 계셔서 다행이다..뭐 이런 생각..
" ......... "
" 잘...지냈어? "
나도 참..할말 없다..몇일 전까지만해도 울면서 그렇게 소리 질러놓고는 갑자기 와서 고작하는 소리가 잘 지냈어라니..
" ......... "
" ......... "
" ......... "
정말 저기다대고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의 앞에서 난 숨을 쉴때마다 내 존재가 한 없이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나 여기 왜 왔니..그냥 무작정 오고싶어서 오기는 했는데...뭐라고 할말은 없다.
" .....엉.."
..대답을 했다.
" ...아..그니깐..니가 말하려던거 대답해주려고..왔어.."
개뻥이다..대답은 무슨..그 일 이후로 내가 그런 생각 안 할려고 얼마나 별 쌩쑈를 다했었는데..그런데 이 놈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거다.
" ........ "
" ....그니깐...사실 그냥 왔어. 나도 왜 왔는지 모르겠어, 와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올 수밖에 없었어. 그냥 너가 있는 곳이기때문에 온거였어. 계속 내가 살아왔던 내 세상은 너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나봐. 그냥..그냥..너무 허전했어..우리 아빠도 너 안 온다니깐 계속 실망한 표정이고, 학교에서도 애들이 너랑 나랑 싸웠냐고 왜 같이 안 붙어있냐고 난리고, 허전하지 않을래야 허전할 수 밖에 없었다니깐...."
뭔가 번개가 번쩍하고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의 번개와 지금 내가 가슴 속에서 느끼는 이게 뭘 말하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
다. 난 그냥 입밖으로 나오는 단어들을 뱉어냈다. 이게 내 진심일거라고, 놔버린거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내가 지금
껏 생각했던 선을 훨씬 더 넘어버린 것 같았다..
" ......... "
" 어쩌면...어쩌면.."
" ......... "
" 나.나는 널..게속 친구의 이상으로..가족만큼 소중한 존재로 생각했었는지도 몰라.."
그렇구나...난..이 애를 우리 아빠만큼 소중해하는구나..
임신오는 내 인생에서 이젠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사람이구나...그렇구나..
" 어쩌면..너가 첫사랑이였을지도..."
" ...잠깐.."
" ......... "
" ..이제 말하지마.."
" ......... "
" 그 뒷얘기는 내가 하고싶으니깐..."
녀석의 얼굴에는 살며시 미소가 새겨져있었다. 계속 고개를 돌리고 있는 상태였지만, 나한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모양
이였다. 그런데 난 그의 목에서 얼굴이 붉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난 그 녀석의 이외의 반응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그러더
니 지금 내가 한 말들에 대해 깨달았고, 나도 모르게 덩달아 몸이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꼈다.내가 지금..지금 뭐라고한거야?
" 아나..."
그러더니 놈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여전히 고개는 돌린 상태였고, 그놈은 주머니에 있던 한 손을 빼더니 이마로 손을
올렸다.
" ........ "
" 졸라..귀엽잖아.."
" ........ "
" 그런 표정짓고 있으면.."
이내 녀석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평소의 그 놈의 표정이였다..평소의 그 놈의 인정하기 싫지만, 여전히 잘생긴 그놈
의 얼굴이였다. 그런데..그런데..달랐다. 이상하게 달랐다. 이전의 그 놈의 모습이 아니였다. 왠지..더 설레이게 만들고, 더
가슴이 뭉클해지는게..꼭..꼭..이 놈을 처음봤을 때..그 느낌이였다. 역시..이 놈은 내 첫사랑이였나보다..그랬나보다..
" ........ "
" ...좋아해.."
" ........ "
" ........ "
" 나..나도..좋아해.."
난 갑작스런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갑작스런 변화만은 아니다. 절대 내가 생각하는 자연의 법칙을 산산조
각내는 변화가 아니다. 그가 여전히 내 곁에 있으니깐...나도 모르게 미소가 퍼져나왔다.
----------------------------------------------------
흐메~~~또다시 소설을 들고왔습니다. (보통은 연달아서 올리는 일은 없는데 말이죠..ㅎㅎ)
친구에서 연인사이로 발전해가는 뻔한 스토리였구요. (그래도 이런게 달달하니 좋으니깐>_<)
둘이 이쁜 사랑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번외는..잘은 모르겠어요. ^^;;; 이대로 이쁜 사랑으로 끝내고 싶긴한데..
써야하나..?...써다주시라고 한다면 어쩔도리가 없는데 말이죠...ㅠㅠ
여러분의 댓글을 사랑합니다!! 꼭!!
첫댓글 와우
와우..인가요?ㅎㅎㅎ감사합니다!
유튜브 영상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감상할 수 있으며 그 영상 그대로 PC에 저장할 수 있는 뮤젯플레이어입니다.
AVI나 MP4로 확장자를 지정해서 저장할 수 있고 MP3로 변환까지 되는 플레이어~
사용하기 어렵지 않을 뿐더러 무료에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어요.
http://www.mujet.co.kr
재밋어요! 번외같은거 없어요ㅠㅠ??
으으..고민중입니다..ㅎㅎ 그런데 아직 내용도 잘 모르겠고..그래서 어째뜬..고민중입니다!
아 ! 정말 좋아용 ㅋㅋ 귀여운 것들! ㅋㅋㅋㅋㅋ번외 ㅠㅠㅠ
윽! 감사해요!!번외....ㅠㅠㅠㅠㅠㅠ
귀엽다 ㅋ !!! 언능 번외편 기다릴게요 ! ^^
헐..정말 번외를 써야하는걸까요..ㅎㅎ일단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ㅠ
이제야 깨달아나보네요. 가까이 있으면 소중함을 모르니깐요. 그래도 잘되었어 너무 좋은데요.
하핫, 감사합니다. 역시 가족의 소중함을 평소에는 잘 모르듯 말이죠..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무슨뜻인가요..ㅎㅎ
잘읽었어요!!! 번외기다릴께요^^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
잘봤숩니다 ㅋㅋ 근데 이건 딱히 번외가 필요없을듯. 먼가 이대로 끝나는게 더 깔끔하고 좋은거같아요
에휴..그러는 맛이 좋을까요??..ㅠㅠ고민중입니다..ㅎㅎ;; 차라리 제가 지금 떠오르는 걸로 쓰고싶은 마음이 좀 큰데말이죠......ㅠㅠ아아..
그렇죠!! 친구에서 연인이 진리인겁니다! 하하핫~!! 달달달달해서 몸이 베베꼬여버렸어요~ㅋㅋ 잘봤습니다!!
헤헤 몸이 베베꼬여버렸다니..ㅎㅎㅎ 정말 재밌게 읽으신거 같아서 기뻐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달달하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우와 진쨔 재밌어요. 맨처음에 들어가고 나서 글씨체 땜에 따분한줄 알았거덩요 ㅋㅋ 그런데 다시 읽어보려고 들어오니깐 진쨔 ㄷ ㅐ 박 재밌어여 ㅠㅠㅠ 쟐봤어여
역시 궁서체는 따분함이군요ㅠㅠㅠ헉 바꿀까요..ㅋㅋㅋ나름 애지중지하는 글씨체인데 말이죵..ㅋㅋㅋ바꿔보는것도 괜찮은듯!!..한번해볼게요..ㅎㅎ
우웅~ 재밌어요>_< 나도 저런 소꿉친구같은 친구 있으면 조켔당!@_@
ㅋㅋㅋ저도요!ㅠㅠㅠ글쓴건 저이지만 저 역시 저런 친구하나있었으면 좋겄다하며 썼다죠..ㅠㅠㅠㅋㅋ
우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달달달달달!!!!!!!!!!!! 완전 달달해요ㅠ.ㅠ!!!!!!!!
오올 감사해요!! 달달하다니~~
동글동글>< 귀여워요!!!
헤헤..감사합니다>_<
헐랭~~완전재밌어요>ㅡ<
ㅎㅎ 감사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둘다 귀여워 미치게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