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禪詩 80수 감상 -
1. 過古寺 - 淸虛休靜 [과고사:옛 절을 지나면서 - 청허휴정]
花落僧長閉 [호락승장폐] 꽃 지는 옛 절문 오래 닫혔고
春尋客不歸 [춘심객불귀] 봄 따라온 나그네 돌아갈 줄 모른다
風搖巢鶴影 [풍요소학영] 바람은 둥우리의 학 그림자 흔들고
雲濕坐禪依 [운습좌선의] 구름은 앉은 중의 옷깃 적신다
2. 蘭 - 四溟惟政 [난 - 사명유정]
萬疑都就一疑團 [만의도취일의단] 만가지 의심을 한가지 의심에 뭉쳐서
疑去疑來疑自看 [의거의래의자간] 의심해 오고 의심해 가면 스스로 보리라
須是拏龍打鳳手 [수시나룡타봉수] 용을 잡고 봉황을 치는 솜씨로
一拳拳倒鐵城關 [일권권도철성관] 한 주먹으로 철성관[話頭]을 넘어뜨려라
3. 懶翁慧勤 [나옹혜근]
阿彌陀佛在何方 [아미타불재하방] 아미타불이 어느 곳에 계신가
着得心頭切莫忘 [착득심두절막망] 마음을 잡아두고 간절히 잊지 말아라
念到念窮無念處 [염도염궁무념처] 생각이 다하여 무념처에 이르게 되면
六門常放紫金光 [육문상방자금광] 육문에서 항상 자금광이 빛났음을 알리라
4. 靈雲志勤 [영운지근]
三十年來尋劒客 [삼십년래심검객] 삼십 년을 검을 찾은 나그네여
幾回落葉又抽枝 [기회낙엽우추지] 몇 번이나 낙엽 지고 가지 돋았나
自從一見桃花後 [자종일견도화후] 복사꽃을 한 번 본 뒤로부터는
直至如今更不疑 [직지여금갱불의] 지금까지 다시는 의심이 없어라
5. 辭世頌 - 石屋淸珙 [사세송 - 석옥청공]
白雲買了賣淸風 [백운매료매청풍] 흰구름 팔아서 맑은 바람 사니
散盡家私徹骨窮 [산진가사철골궁] 살림살이 바닥나 뼈 속까지 가난하네
留得數間茅草屋 [유득수간모초옥] 남은 건 두어 간 띠집 뿐이니
臨別付與丙丁童 [임별부여병정동] 떠난 뒤 불 속에 던져버리게
※ 태고보우 스님의 법사인 중국 임제종 석옥청공 스님이 임종 시에
고려 白雲景閑[백운경한] 스님에게 법을 부촉하며 지은 게송
6. 偶吟 - 換醒志安 [우음:우연히 읊은 시 - 환성지안]
盡日惺惺坐 [진일성성좌] 온종일 또렷이 앉아 있으니
乾坤一眼中 [건곤일안중] 하늘과 땅 모두가 한 눈 속이라
有朋來草室 [유붕래초실] 벗들이 초막을 찾아오나니
明月與淸風 [명월여청풍] 밝은 달 그리고 깨끗한 바람
7. 少林斷臂 - 靑梅印悟 [소림단비 - 청매인오]
一揮霜刀斬春風 [일휘상도참춘풍] 서릿날 휘둘러 봄바람 베어냄에
雪滿空庭落葉紅 [설만공정란엽홍] 눈 가득한 빈 뜰에 낙엽이 붉다
這裏是非才辯了 [저리시비재변료] 이 가운데 소식을 그대여 알겠는가
半輪寒月枕西峯 [반륜한월침서봉] 반 조각 추운 달이 서봉을 베고 누워있네
8. 豫章宗鏡 [예장종경]
雲卷秋空月印潭 [운권추공월인담] 구름 걷힌 가을 하늘의 달이 못에 비치니
寒光無際與誰談 [한광무제여수담] 찬 빛의 끝없음을 누구와 더불어 얘기할거나
豁開透地通天眼 [활개투지통천안] 천지를 꿰뚫는 안목을 활짝 여니
大道分明不用參 [대도분명부용참] 대도가 분명하여 참고할 게 없도다
9. 摩訶衍 韻 - 碧松智嚴 [마가연 운 - 벽공지엄]
一衣又一鉢 [일의우일발] 옷 한 벌, 한 바리때여
出入趙州門 [출입조주문] 조주의 문을 들며 날며 했구나
踏盡千山雪 [답진천산설] 첩첩산 저 눈 다 밟은 후에
歸來臥白雲 [귀래와백운] 흰구름 위에 누워 돌아온다네
10. 崔致遠 [최치원]
僧呼莫道靑山好 [승호막도청산호] 스님이여, 청산 좋다 말하지 마오
山好何事更出山 [산호하사갱출산] 산 좋다면 무슨 일로 산 밖으로 나옵니까
試看他日吾踪跡 [시간타일오종적] 시험삼아 후일에 내 종적을 보시오
一入靑山更不還 [일입청산갱불환] 한 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다
11. 秋夜雨中 - 崔致遠 [추야우중:비 오는 가을 밤에 - 최치원]
秋風惟苦吟 [추풍유고음] 가을 바람에 오직 괴로이 읊나니
擧世少知音 [거세소지음] 온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적구나
窓外三更雨 [창외삼경우] 깊은 밤 창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燈前萬里心 [등전만리심] 등불 앞 외로운 마음 만리를 달리네
12. 浮碧樓 - 李穡 [부벽루 - 이색]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 오래된 바위 위로 천 년의 구름 흐르네
麟馬去不返 [인마거불반] 인마는 떠나간 뒤 돌아올 줄 모르고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서 노니는가
長嘯倚風磴 [장소의풍등] 바람부는 돌계단에 기대어 긴 휘파람 부니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13. 大同江 - 鄭智常 [대동강 - 정지상]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비 개인 긴 언덕에 풀빛도 많은데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남포로 님 보내는 구슬픈 노래 울리나니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이 대동강 물은 언제나 다 마르리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이별 눈물이 물길을 더하는 것을
14. 鄭智常 [정지상]
琳宮梵語罷 [임궁범어파] 임궁에 염불소리 끝나니
天色淨琉璃 [천색정유리] 하늘색이 유리같이 깨끗하구나
※ 김부식이 이 구절을 탐내 정지상에게 얻으려 하였으나 거절 당했다 함
15. 龍牙居遁 [용아거둔]
何事朝愁與暮愁 [하사조수여모수] 어찌하여 아침시름이 저녁시름에 이어지는가
少年不學老還羞 [소년불학노환수] 젊어서 공부 안 하면 늙어서 부끄러워라
明珠不是驪龍惜 [명주불시려용석] 여룡은 밝은 구슬을 아끼지 않는데도
自是時人不解求 [자시시인불해구] 지금 사람은 그것을 구할 줄 모른다네
※ 마조 스님의 법제자 용아 스님이 道士 여동빈에게 읊어준 게송
16. 滿空月面 [만공월면]
萬像寂滅釋迦面 [만상적멸석가면] 만상이 적멸한 것은 석가의 얼굴이요
寂滅滅已眞歸面 [적멸멸이진귀면] 적멸도 다한 것은 진귀조사의 얼굴이로다
世尊應化二三千 [세존응화이삼천] 세존이 가신지 이삼천년에
妙理眞光永不昧 [묘리진광영불매] 묘한 이치와 참 광명이 영원히 어둡지 않도다
17. 傅大士 [부대사]
夜夜抱佛眠 [야야포불면] 밤마다 밤마다 부처를 안고 자고
朝朝還共起 [조조환공기] 아침 아침이면 부처를 끌어 안고 일어난다
欲識佛去處 [욕시불거처] 부처 간 곳을 알고자 할진대
只這語聲是 [지저어성시] 다만 말하는 이 놈이니라
18. 黃庭堅 - 晦堂祖心禪師 [황정견 - 회당조심선사]
海風吹落楞假 [해풍취락릉가산] 바다 바람 능가산에 불어오니
四海禪流着眼看 [사해선류착안간] 사해의 선객들이여, 여기에 착안해 보라
一把柳條收不得 [일파유조수부득] 한 움큼 버들가지 잡아 얻지 못하여
和風搭在玉欄干 [화풍탑재옥난간]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 두노라
19. 悟道頌 - 蘇東坡 [오도송 - 소동파]
溪聲便是廣長舌 [계성변시광장설] 개울 물소리는 장광설이요
山色豈非淸淨身 [산색기비청정신] 산 빛이 어찌 청정한 몸이 아니랴
夜來八萬四千偈 [야래팔만사천게] 어젯밤 다가온 무량한 이 소식을
他日如何擧似人 [타일여하거사인] 어떻게 그대에게 설명할 수 있으랴
20. 雲水頌 - 布袋和尙 [운수송 - 포대화상]
一鉢千家飯 [일발천가반] 한 그릇으로 천가의 밥을 빌면서
孤身萬里遊 [고신만리유] 외로운 몸은 만리를 떠도네
靑目睹人少 [청목도인소] 푸른 눈 알아보는 이 드무니
問路白雲頭 [문로백운두] 저 흰구름에게 갈 길을 묻네
21. 詠花 - 知玄後覺 [영화:꽃을 노래함 - 지현후각]
花開滿樹紅 [화개만수홍] 꽃 피니 나무 가득 붉은 빛이요
花落萬枝空 [화락만지공] 꽃 지니 가지마다 빈 허공이네
唯餘一朶在 [유여일타재] 꽃 한송이 가지 끝에 남아 있으나
明日定隨風 [명일정수풍] 내일이면 바람따라 떠나가리라
22. 無題 - 此菴守淨 [무제 - 차암수정]
流水下山非有意 [유수하산비유의] 산 아래 물 흐르는 것 별다른 뜻이 없고
片雲歸洞本無心 [편운귀통본무심] 조각 구름 골로 들어오는 것도 무심한 일인데
人生若得如雲水 [인생약득여운수] 인생이 물과 구름 같을 수 있다면
鐵樹開花遍界春 [철수개화편계춘] 무쇠나무에 꽃피어 온 누리가 봄이리
23. 人境俱奪 - 淸虛休靜 [인경구탈 - 청허휴정]
梨花千萬片 [이화천만편] 배꽃 천만 조각
飛入淸虛院 [비입청허원] 빈집에 날아든다
牧笛過前山 [목적과전산] 목동의 피리소리 앞산을 지나가건만
人牛俱不見 [인우구불견] 사람도 소도 보이지 않는다
24. 夾山善會 [내산선회]
荷葉團團團似鏡 [하엽단단단사경] 연잎은 둥글둥글 둥글기가 거울 같고
菱角尖尖尖似錐 [능각첨첨첨사추] 마름 뿔은 뾰족뾰족 뾰족하기 송곳 같네
風吹柳絮毛毬走 [풍취유서모구주] 버들가지 바람 타고 솜털 날리고
雨打梨花胡蝶飛 [우타이화호접비] 배꽃에 비 뿌리니 나비 날으네
25. 黃檗希運 [황벽희운]
塵勞逈脫事非常 [진로형탈사비상] 번뇌를 벗어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니
緊把繩頭做一場 [긴파승두주일장] 승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공부할지어다
不是一番寒徹骨 [부시일번한철골] 추위가 한 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爭得梅花撲鼻香 [쟁득매화박비향]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
26. 鏡虛惺牛 [경허성우]
山氣鐵寒風滿壑 [산기철한풍만학] 산기운 쇠같이 차가운데 바람 봉우리마다 가득하구나
27. 冶父道川 [야보도천]
千尺絲綸直下垂 [천척사륜직하수] 천 척의 낚싯줄을 곧게 드리우니
一波載動萬波隨 [일파재동만파수] 한 물결 일어나매 많은 물결 따라 인다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어부식]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서 고기는 물지 않고
滿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월명귀] 배에 허공만 가득 싣고 밝은 달 속에 돌아 오노라
* 야보도천은 宋의 고승임. 금강경 해설에 능하였음. 금강경 해설 내용을 시로 많이 표현하였음
28. 冶父道川 [야보도천]
得樹攀枝未足奇 [득수반지미족기] 나뭇가지 잡음은 족히 기이한 일이 아니니
懸崖撒手丈夫兒 [현애철수장부아]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水寒夜冷魚難覓 [수한야냉어난멱] 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
留得空船載月歸 [유득공선재월귀] 빈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 오노라
29. 冶父道川 [야보도천]
山堂靜夜坐無言 [산당정야좌무언] 산 집 고요한 밤, 말없이 앉았으니
寂寂寥寥本自然 [적적요요본자연] 고요하고 고요해서 본래 이러하구나
何事西風動林野 [하사서풍동임야] 무슨 일로 서풍은 잠든 숲 깨워
一聲寒雁淚長天 [일성한안루장천] 한 소리 찬 기러기 장천을 울며 가는고
30. 冶父道川 [야보도천]
法相非法相 [법상비법상] 법상과 비법상이여
開拳復成掌 [개권복성장] 주먹을 펴니 다시 손바닥이로다
浮雲散碧空 [부운산벽보] 뜬구름이 푸른 하늘에서 흩어지니
萬里天一樣 [만리천일양] 만리의 하늘이 온통 푸른 하늘이더라
31. 冶父道川 [야보도천]
三佛形儀總不眞 [삼불형의총부진] 법, 보, 화신의 형상과 거동은 다 진실이 아니고
眼中瞳子面前人 [안중동자면전인] 눈 가운데 동자는 그대 앞의 사람이라
若能信得家中寶 [약능신득가중보] 만약 능히 집에 있는 보배를 믿기만 하면
啼鳥山花一樣春 [제오사화일양춘] 새 울고 꽃 피는 것이 한결같은 봄이로구나
32. 冶父道川 [야보도천]
多年石馬放毫光 [다년석마방호광] 여러 해 동안 돌말이 빛을 토하니
鐵牛哮吼入長江 [철우효후입장강] 쇠소가 울면서 장강으로 들어간다
虛空一喝無踪迹 [허공일갈무종적] 허공 향한 저 고함소리 자취도 없더니
不覺潛身北斗藏 [부각잠신북두장] 어느 사이 몸을 숨겨 북두에 들었는고
33. 冶父道川 [야보도천]
蚌腹隱明珠 [방복은명주] 조개 속에 진주가 들어 있듯
石中藏碧玉 [석중장벽옥] 돌 속에 옥이 감추어 있듯
有麝自然香 [유사자연향] 사향을 지니면 저절로 향기로운데
何必當風立 [하필당풍립] 하필이면 바람 앞에 서야 하랴
34. 冶父道川 [야보도천]
若要天下行 [약요천하행] 만약 천하에서 행하고자 할진대
無過一藝强 [무과일예강] 한가지 재주를 뛰어나게 하라
35. 雪竇重顯 [설두중현]
牛頭沒馬頭回 [우두몰마두회] 소 대가리로 사라졌다 말 대가리로 돌아오나니
曹溪鏡裏絶塵埃 [조계경리절진애] 조계의 거울 속엔 티끌 먼지 전혀 없다
打鼓看來君不見 [타고간래군불견] 잘 보라고 북을 두드려도 그대 못 보나니
百花春至爲誰開 [백화춘지위수개] 봄이 오면 꽃들은 누굴 위해 피는가
36. 過邸舍聞琴 - 淸虛休靜 [과저사문금 - 청허휴정]
白雪亂織手 [백설란직수] 눈인 듯 고운 손 어즈러이 움직이니
曲終情未終 [곡종정말종] 가락은 끝났으나 情은 남았네
秋江開鏡色 [추강개경색] 가을江 거울빛 열어서
畵出數靑峯 [화출수청봉] 푸른 봉우리 두엇 그려낸다
37. 賽 一禪和之求 其四 - 逍遙太能 [새 일선화지구 기사 - 소요태능]
可笑騎牛子 [가소기우자] 우습다 소 탄 자여
騎牛更覓牛 [기우갱멱우]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斫來無影樹 [작래무영수]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銷盡海中漚 [소진해중구] 저 바다 거품을 태워 다하라
38. 贈月松大師 - 涵月海源 [증월송대사 - 함월해원]
月入松聲白 [월입송성백] 달빛 들어 솔 소리 희고
松含月色寒 [송함월색한] 솔잎 달빛 머금어 차다
贈君般若劍 [증군반야검] 그대에게 반야검을 주노니
歸臥月松間 [귀와월송간] 돌아가 달과 소나무 사이에 누워지내라
39. 盤山寶積 [반산보적]
心月孤圓 [신월고원] 마음 달 홀로 둥글어
光呑萬像 [광탄만상] 그 빛 온 누리를 삼키도다
光非照境 [광비조경] 광명이 경계를 비치지 않고
境亦非存 [경역비존] 경계 역시 있는 게 아니네
光境俱亡 [광경구망] 광명과 경계가 모두 없어지니
復是何物 [복시하물] 다시 이 무슨 물건인고
40. 出山 - 白谷處能 [출산 - 백곡처능]
步步出山門 [보보산출문] 걸음걸음 산문을 나오는데
鳥鳴花落溪 [조명화락계] 시냇가에 꽃 날리고 새가 우는구나
烟沙去路迷 [연사거로미] 안개골 가득히 길을 잃은 채
獨立千峯雨 [독립천봉우] 천 봉 저 빗줄기 속에 외로이 서 있다
41. 春吟 - 換醒志安 [춘음 - 환성지안]
緤杖尋幽逕 [설장심유경] 지팡이 데리고 깊은 골 따라
徘徊獨賞春 [배회독상춘] 홀로 걸으며 봄을 맞는다
歸來香滿袖 [귀래향만수] 오는 길 소매 가득 꽃의 냄새여
胡蝶遠隨人 [호접원수인] 나비 한 마리 향기 따라 멀리서 온다
42. 豫章宗鏡 [예장종경]
報化非眞了妄緣 [보화비진료망연] 보신, 화신 참이 아니고, 망연으로 인함이니
法身淸淨廣無邊 [법신청정광무변] 법신은 청정해서 가이 없구나
千江有水千江月 [천강유수천강월] 천 강의 물에 천 강의 달이여
萬里無雲萬里天 [만리무운만리천] 만리에 구름이 없으니 만리의 하늘이더라
43. 鏡虛惺牛 [경허성우]
世與靑山何者是 [세여청산하자시] 속세나 청산이 어찌 다름이 있으리요
春城無處不開花 [춘성무처불개화] 봄빛이 있는 곳에 꽃 안 피는 곳이 있겠는가
傍人若問惺牛事 [방인약문성우사] 누가 나에게 성우[경허]의 일을 묻는다면
石女心中劫外歌 [석녀심중겁외가] 돌계집 마음속의 영원의 노래라 하리라
44. 龐居士 [방거사]
十方同共聚 [십방동공취] 시방에서 행자들 모여들어
箇箇學無爲 [개개학무위] 모두가 제각기 무위를 배우나니
此是選佛場 [차시선불장] 이곳은 부처 뽑는 과거장이라
心空及第歸 [심공급제귀] 마음 비워 급제해 돌아가리라
45. 小艶詩 [소염시 - 민간에 떠돌던 시]
一段風光畵不成 [일단풍광화불성] 고운 맵시 그리려도 그리지 못하리니
洞房深處說愁情 [통방심처설수정] 깊은 규방 앉아서 애 타는 심정
頻呼小玉元無事 [빈호소옥원무사] 자꾸 소옥을 부르나, 일 있음이 아니라
只要檀郞認得聲 [지요단랑인득성] 오직 님께 제 소리를 알리려는 짓
46. 天台德韶 [천태덕소]
通玄峯頂 [통현봉정] 통현봉 꼭대기는
不是人間 [부시인간] 인간세상이 아닌데
心外無法 [심외무법] 마음 밖에는 법이 없으니
滿目靑山 [만목청산] 눈에 가득 온통 푸른 산이네
47. 雲山吟 - 太古普愚 [운산음 - 태고보우]
山上白雲白 [산상백운백] 산 위의 흰구름 더욱 희고
山中流水流 [산중유수유] 산 속에는 흐르는 물 또 흐르네
此間我欲住 [차간아욕주] 이 속에서 나는 살고파
白雲爲我開山區 [백운위아개산구] 흰구름이 나를 위해 한 자리 비워주네
我亦隨君馭淸風 [아역수군어청풍] 이 몸도 그대처럼 맑은 바람 타고서
江山處處相追遊 [강산처처상추유] 강과 산 곳곳에 마음대로 노닐면서
追遊爲何事 [추유위하사] 노닐면서 무슨 일 하여 볼까
堪與白鷗戱波頭 [감여백구희파두] 흰 갈매기 동무하여 파도 위에서 놀아 볼까
48. 長沙景岑 [장사경잠]
百尺竿頭不動人 [백척간두부동인] 백 척 낭떠러지에서 동요치 않는 사람
雖然得入未爲眞 [수연득입미위진] 비록 한 경지를 얻었다 해도 아직 멀었네
百尺竿頭須進步 [백척간두수진보] 백 척 낭떠러지에서 한 걸음 나아가야
十方世界是全身 [시방세계시전신] 시방세계가 온통 내 몸이 되리라
49. 悟道頌 - 淸虛休靜 [오도송 - 청허휴정]
髮白非心白 [발백비심백] 머리는 세어도 마음 안 센다고
古人曾漏洩 [고인증루설] 옛사람 일찍이 말했던가
今聞一聲鷄 [금문일성계] 이제 닭 우는 소리 듣고
丈夫能事畢 [장부능사필] 장부의 큰 일 능히 마쳤네
忽得自家處 [홀득자가처] 홀연히 본 고향을 깨달아 얻으니
頭頭只此爾 [두두지차이] 모든 것이 다만 이렇고 이렇도다
萬千金寶藏 [만천금보장] 수많은 보배와 같은 대장경도
元是一空紙 [원시일공지] 원래 하나의 빈 종이로다
50. 平田 [평전]
神光不昧 [신광불미] 신령스런 광명 어둡지 않아
萬古徽猷 [만고휘유] 만고에 빛나도다
入此門來 [입차문래] 이 문안에 들어와서는
莫存知解 [막존지해]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
51. 讀罷楞嚴 - 淸虛休靜 [독파릉엄 - 청허휴정]
風鼎化猶落 [풍정화유락] 바람 자도 꽃은 오히려 지고
鳥鳴山更幽 [조명산갱유] 새 울어도 산은 더욱 그윽하네
天共白雲曉 [천공백운효] 하늘과 더불어 흰구름 밝아오고
水和明月流 [수화명월류] 물은 밝은 달과 함께 흘려가네
52. 悟道頌 - 五祖法演 [오도송 - 오조법연]
山前一片閑田地 [산전일편한전지] 저 산밑에 한 뙈기 묵은 밭
叉手丁寧問祖翁 [차수정녕문조옹] 손 맞잡고 노인께 공경히 물었더니
幾度賣來還自買 [기도매래환자매] 몇 번이고 팔았다가 다시 산 것은
爲隣松竹引淸風 [위린송죽인청풍] 송죽에 이는 맑은 바람이 좋아서라네
53. 密語 - 雪竇智鑑 [밀어 - 설보지감]
世尊有密語 [세존유밀어] 세존께서는 숨기신 말씀 계셔도
迦葉不覆藏 [가섭불복장] 가섭은 숨김없이 이해했나니
一夜落花雨 [일야낙화우] 하루밤 비에 꽃잎이 져서
滿城流水香 [만성류수향] 온 성에 흐르는 물 향기 가득하구나
54. 李存勖 - 都尉 [이존욱 - 도위]
學道須是鐵漢 [학도수시철한] 도를 배우려면 모름지기 무쇠로 된 놈이라야 하리니
着手心頭便判 [착수심두편판] 착수하는 마음에서 결판내야 하리라
直趣無上菩提 [직취무산보제] 곧바로 무상보리로 나아가려거든
一切是非莫管 [일절시비막영] 일체의 시비에 상관하지 말라
55. 豫章宗鏡 [예장종경]
心眼俱通法界周 [심안구통법계주] 심안을 함께 통하여 법계에 두루 하니
恒沙妙用沒踪由 [항사묘용몰종유] 항하사의 묘용이 자취가 없음이로다
雲收江湛天空豁 [운수강담천공활] 구름 걷힌 강은 맑고 하늘은 드넓으니
明月蘆花一樣秋 [명월노화일양추] 밝은 달과 갈대꽃이 한 무늬의 가을이로다
56. 臨終偈 - 天童宏智 [임종게 - 천동굉지]
夢幻空花 [몽환공화] 꿈같고, 환같고, 허공 꽃같은
六十七年 [육십칠년] 육십 칠년의 세월이여
白鳥煙沒 [백조연몰] 백조 날아가고 물안개 걷히니
秋水天連 [추수천연] 가을 물이 하늘에 닿았네
57. 僧肇 [승조]
四大元無主 [사대원무주] 사대는 원래 주인이 없고
五蘊本來空 [오온본래공] 오온 또한 본래 공한 것이라
以首臨白刀 [이수임백도] 머리에 흰 칼 스치니
猶如斬春風 [유여참춘풍] 마치 봄바람을 베어내는 것 같구나
58. 高峰原妙 [고봉원묘]
海底泥牛含月走 [해저니우함월주] 바다 밑의 진흙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
巖前石虎抱兒眠 [암전석호포아면] 바위 앞의 돌호랑이 아기 안고 졸고 있다
鐵蛇鑽入金剛眼 [철사찬입금강안] 쇠 뱀은 금강안을 뚫고 들어갔는데
崑崙騎象鷺絲牽 [곤륜기상노사견] 곤륜산이 코끼리를 타고, 해오라비가 끌고 있다
59. 豫章宗鏡 [예장종경]
一月普現一切水 [일월보련일체수] 한 달이 일체의 물에 비치니
一切水月一月攝 [일체수월일월섭] 일체의 물 달이 한 달에 포섭되도다
60. 函虛得通 [함허득통]
風和花織地 [풍화화직지] 봄바람이 불면 꽃이 땅을 수놓고
雲淨月滿天 [운정월만천] 구름이 걷히면 달빛이 하늘에 가득함이로다
61. -草堂詠柏 - 休靜[초당영백:초당의 잣나무를 노래함 – 휴정]
月圓不逾望[월원부유망] 달은 둥글어도 보름을 넘지 못하고
日中爲之傾[일중위지경] 해는 정오가 되면 기울기 시작하네
庭前柏樹子[정전백수자] 뜰 앞에 잣나무는
獨也四時靑[독야사시청] 홀로 사시사철 푸르네
62. 三夢詞 - 休靜[삼몽사 – 휴정]
主人夢說客[주인몽설객] 주인은 나그네에게 꿈 이야기하고
客夢說主人[객몽설주인] 나그네도 주인에게 꿈 이야기하네
今說二夢客[금설이몽객] 지금 꿈 이야기하는 두 나그네
亦是夢中人[역시몽중인] 또한 꿈속의 사람이네
63. 金剛山彌勒峯偶吟 - 休靜[금강산미륵봉우음 – 휴정]
坐斷諸人不斷頂[좌단제인부단정]만인이 못 끊는 분별심을 앉아서 끊으니
許多生滅竟安歸[허다생멸경안귀]하고 많은 생멸이 마침내 어디로 갔는가
飛塵鎖隙安禪久[비진쇄극안선구]참선이 익으니 날아든 티끌이 틈을 막았고
碧草連階出院稀[벽초련계출원희]외출이 드무니 푸른 풀이 층계까지 이어졌네
天地豈能籠大用[천지기능롱대용]천지가 어찌 대용을 가두겠는가
鬼神無處覓玄機[귀신무처멱현기]귀신도 현기를 찾을 곳이 없네
誰知一衲千瘡裏[수지일납천창리]뉘라서 알거요, 헤진 누더기 속에
三足金烏半夜飛[삼족김오반야비]세 발의 금까마귀가 밤중에 나는 줄을
64. 詠懷 - 休靜[영회 - 휴정]
病在肉團心[병재육단심]모든 병은 마음에 있거니
何勞多集宇[하노다집우]어찌 힘들게 글자만 모을 것이랴
五言絶句詩[오언절구시]오언절구 한 수면
可寫平生志[가사평생지]평생의 마음을 담을 수 있네
65. 登檀君臺 - 休靜[등단군대:단군대에 올라 - 휴정]
披雲登老石[피운등로석]구름을 헤치고 오래된 바위에 올라
遙想古皇王[요상고황왕]옛 요임금을 생각하네
山形一翠色[산형일취색]산의 모습은 한결같이 푸른데
人事幾興亡[인사기흥망]인간사 흥망이 얼마였던가
66. 探密峯 - 休靜[탐밀봉:밀봉을 탐방하며 - 휴정]
千山木落後[천산목락후]산마다 나뭇잎 떨어지니
四海月明時[사해월명시]온 세상 일시에 달이 밝네
蒼蒼天一色[창창천일색]푸르고 푸른 하늘은 한 빛인데
安得辨華夷[안득변화이]어찌 중화니 오랑캐니 구분하는가
67. 賞秋 - 休靜[상추:가을을 감상함 - 휴정]
遠近秋光一樣奇[원근추광일양기]가을 풍광 어디서나 하나같이 기이하니
閑行長嘯夕陽時[한행장소석양시]석양에 휘파람 불며 한가롭게 걷네
滿山紅綠皆精彩[만산홍록개정채]온 산에 붉고 푸른 아름다운 빛깔과
流水啼禽亦說詩[유수제금역설시]물소리 새소리 그대로 시를 설하고 있네
68. 還鄕 - 淸虛休靜 [환향:고향에 돌아와 - 청허휴정]
三十年來返故鄕 [삼십년래반고향] 삼십년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人亡宅廢又村荒 [인망택폐우촌황] 사람은 죽고 집은 헐고 마을은 황량하도다
靑山不語春天暮 [청산불어춘천모] 청산은 말이 없고 봄날은 저무는데
杜宇一聲來渺茫 [두우일성래묘망] 두견새 한 소리 아득히 들려오네
一行兒女窺窓紙 [일행아녀규창지] 늘어선 아녀자들 문 틈으로 엿보는데
鶴髮隣翁問姓名 [학발인옹문성명] 백발의 이웃 노인 이름을 묻는구나
乳號方通相泣下 [유호방통상읍하] 어릴 때 이름 대자 서로 눈물 흘리고
碧天如海月三更 [벽천여해월삼경] 푸른 하늘 바다 같고 달은 삼경이라
69. 前生誰是我 - 鶴鳴禪師[전생수시아:전생에는 누가 나이며 - 학명선사]
前生誰是我[전생수시아]전생에는 누가 나이며
來生我爲誰[내생아위수]내생에는 누가 나일까
今生始知我[금생시지아]금생에는 가짜 나에 집착하여
還迷我外我[환미아외아]참 나 밖에서 참 나를 헤매었구나
70. 何論空劫未生前 - 懶翁惠勤[하론공겁미생전:화두는 따로 들어 무엇을 할 것인가 - 나옹혜근]
無端逐步到溪邊[무단축보도계변]생각 없이 걸어 시냇가에 이르니
流水冷冷自說禪[유수냉냉자설선]흐르는 물소리 소리마다 선나[禪那]를 일러
遇物遇緣眞體現[우물우연진체현]대하는 모든 것이 진리의 모습이니
何論空劫未生前[하론공겁미생전]화두는 따로 들어 무엇을 할 것인가
71. 人生七十歲 - 白雲景閑[인생칠십세:사람이 칠십을 사는 것 - 백운경한]
人生七十歲[인생칠십세]사람이 칠십을 사는 것
古來亦希有[고래역희유]예부터 드문 일인데
七十七年來[칠십칠년래]일흔일곱 해나 살다가
七十七年去[칠십칠년거]이제 떠나려네
處處皆歸路[처처개귀로]내 갈 길 툭 트였거니
頭頭是故鄕[두두시고향]어딘들 고향 아닌가
何須理舟楫[하수리주즙]상여는 만들지 마시오
特地欲歸鄕[특지욕귀향]이대로 떠나려네
我身本不有[아신본부유]내 몸은 본래 없었으니
心亦無所住[심역무소주]마음 또한 머물 곳 없어라
作灰散四方[작회산사방]태워 흩어져 버릴 것이니
勿占檀那地[물점단나지]구태여 시주 땅을 차지하리오
72. 踏雪野中去 - 西山大師 [답설야중거:눈 내린 들판을 밟고 갈 때는 - 서산대사]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눈 내린 들판을 밟고 갈 때는
不須胡亂行[부수호란행]모름지기 어지러이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오늘 나의 이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73. 작자미상
本是山中人 [본시산중인] 본시 산에 사는 산사람이라
愛說山中話 [애설산중화] 산중 이야기를 즐겨 나눈다
五月賣松風 [오월매송풍] 오월 솔바람을 팔고 싶으나
人間恐無價 [인간공무가] 그대들 값 모를까 그것이 걱정이다
74. 작자미상
盡日尋春不見春 [진일심춘불견춘] 하루종일 봄을 찾아도 찾지 못하고
芒鞋遍踏隴頭雲 [망혜편답롱두운] 짚신이 다 닳도록 온 산 헤맸네
歸來偶過梅花下 [귀래우과매화하] 집으로 돌아오다 매화 밑 지나는데
春在枝頭已十分 [춘재지두이십분] 봄이 이미 매화가지 위에 있었던 것을
75. 작자미상
靑山疊疊彌陀窟 [청산첩첩미타굴] 첩첩한 청산은 아미타불이 계신 곳이요
滄海茫茫寂滅宮 [창해망망적멸궁] 아득한 푸른 바다는 적멸궁이로다
物物拈來無가碍 [물물념래무가애] 물물이 서로 아무 장애 없으니
幾看松亭鶴頭紅 [기간송정학두홍] 소나무 정자 위 학머리가 붉음을 몇 번이나 보았는가
* 여기서 “가” 字는 중국 및 불교에서만 쓰이는 글자로 四자 밑에 圭자가 있는 글자임
76. 작자미상
是是非非都不關 [시시비비도부관] 옳다, 그르다 도무지 관계없고
山山水水任自閑 [산산수수임자한] 산산, 물물이 스스로 한가하네
莫問西天安養國 [막문서천안양국] 서방 극락세계 어디냐고 묻지를 말게
白雲斷處有靑山 [백운단처유청산] 흰구름 걷히면 그대로 청산인 것을
77. 작자미상
刹塵心念可數知 [찰진심염가수지] 티끌같은 이 마음 다 셈하고
大海中水可飮盡 [대해중수가음진] 큰바다 저 물을 다 마시고
虛空可量風可繫 [허공가량풍가계] 허공 끝 헤아리고 바람 묶는다 해도
無能盡說佛功德 [무능진설불공덕] 부처님 공덕은 능히 다 말할 길 없네
78. 작자미상
昨夜江南雨 [작야강남우] 어제 저녁 강남에 비가 내리더니
洞庭秋水深 [동정추수심] 동정호에 가을 물이 깊어졌네
一葉孤舟客 [일엽고주객] 작은 배 외로운 나그네
月中千里心 [월중천리심] 달빛 속에 고향 생각 천리를 달리네
79. 작자미상
春有百花秋有月 [춘유백화추유월] 봄에는 갖가지 꽃, 가을에는 달
夏有凉風冬有雪 [하유량풍동유설] 여름에는 맑은 바람, 겨울 눈이라
若無閑事掛心頭 [약무한사괘심두] 마음에 걸림없이 한가롭다면
更是人間好時節 [갱시인간호시절] 이야말로 인간세상 호시절이라
80. 작자미상
珊瑚枕上兩行淚 [산호침상양행루] 산호 침상 위에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은
半是思君半限君 [반시사군반한군] 반은 님을 그리는 것이요, 반은 님을 한하는 것이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