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칠공예
목칠공예 전시실 소장품
나전 칠 연꽃 넝쿨무늬 옷상자 : 15-16세기 경 조선 전기 나전칠기는 크게 두 가지 계열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고려시대의 전통을 계승하여 국화나 모란무늬를 사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무늬의 크기가 커지고 줄기는 금속선 대신 자개를 사용하는 차이점이 나타납니다. 다른 한 계열은 조선 나름대로의 무늬 표현을 모색하는 계열입니다. 이 계열은 활짝 핀 꽃무늬와 봉오리무늬를 번갈아 배치하고 잎은 흩날리듯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조선 특유의 나전 장식 기법인 타찰법打擦法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이 작품은 관복을 담았던 상자로 추정됩니다. 고려 나전칠기의 장식 구성을 계승하면서도 큼직한 자개를 타찰법으로 붙여 오색찬란한 빛의 반사를 극대화했습니다.
나전 칠 함 : 19-20세기 초의 나전칠기에는 십장생十長生, 쌍학천도雙鶴天桃, 박쥐, 수복壽福 글자 등 여러 가지 무늬가 나타난다. 이들은 모두 부귀영화, 장수長壽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두세 가지 무늬가 조합을 이루어 표현되었다. 이와 함께 끊음질 기법으로 표현한 기하학적 무늬나 산수무늬가 유행하였다.
이 함은 두루마리 서류를 보관하였던 것이다. 윗면은 쌍학과 천도로 장식하였고 앞면에는 소나무와 쌍학, 대나무와 봉황무늬를 장식하였다. 뒷면에는 매화와 새무늬가 장식되었는데 조선 후기 십장생무늬를 사용한 나전칠기에서 종종 나타나는 무늬구성이다.
나전 칠 문갑 : 끊음질 기법은 가늘고 길게 잘라 낸 자개로 무늬를 만드는 방법으로, 기하학적 무늬나 회화적인 무늬 표현에 주로 사용하였다. 고려시대 나전칠기에도 나타나며 주로 19세기-20세기 초에 유행하였다.
이 문갑의 문판은 거북등무늬로, 천판은 산수무늬로 장식하여 조선 후기 끊음질 기법의 사용 예를 잘 보여준다. 자잘한 거북등무늬는 한 치의 어그러짐이 없고 산수무늬는 그 표현이 자연스러워 끊음질 기법의 정교하고 섬세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나전 대모 칠 국화 넝쿨무늬 불자 : 고려시대의 나전칠기는 섬세하고 정교한 장식으로 이름 높습니다. 문양의 구성요소 각각을 극히 작은 부분으로 오려 조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려의 장인은 나전과 대모, 구리선을 함께 사용해 섬세하고도 우아한 장식미를 성취했습니다. 넝쿨무늬에 연꽃과 국화가 어우러진 연속무늬를 즐겨 장식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 적은 수량이 전하며 불자拂子, 경함經函, 모자합母子盒 등 종교 기물과 귀족 생활용품 일부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연상 : 연상은 벼루, 먹, 연적 등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하는 문방가구로 서안 옆에 놓아두었다. 이 연상의 상단은 벼루를 보관하는 공간으로, 평소 사용하지 않을 때는 뚜껑을 덮어 먼지가 쌓이지 않고 단정하게 보이도록 하였다. 상단 아래에 설치된 서랍은 상단 몸체의 먹감나무 무늬와 연결되어 눈에 쉽게 띄지 않도록 숨은 서랍으로 만들었다. 하단은 배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층널을 만들어 작은 책이나 문방용품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하단은 버선코 모양의 풍혈(風穴: 물건의 둘레에 구멍을 뚫거나 잘게 새겨 붙이는 꾸밈새)이 둘러져 있어 경쾌한 느낌을 준다.
화각 함 : 화각華角 기법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선의 독창적인 장식 방법입니다. 소의 뿔을 펼쳐 얇게 깎아낸 각지角紙 뒷면에 그림을 그리고, 이를 목가구 등의 기물 표면에 부착하는 것입니다. 원래 바다거북의 등딱지인 대모玳瑁 뒷면에 색을 칠하여 장식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모는 열대지방에서 수입하는 값비싼 재료였기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뿔을 반투명하게 가공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뿔의 크기에는 제한이 있어 각지는 작은 크기로 제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작은 물건에도 수십 장의 각지가 사용되었습니다. 각지에 적색, 황색, 녹색 등의 안료로 그림을 그렸기에 화려한 장식성이 돋보입니다. 주로 안방가구와 빗 등의 여성용품에 화각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함을 장식한 화각에는 상상력 가득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용, 호랑이, 해태, 코끼리 등의 환상적 동물들을 비롯해 동자와 모란 등 복을 부르는 상징물들이 각지 한 장 한 장에 따로 그려져 조합되었습니다. 바탕을 칠한 붉은색은 잡귀를 쫓고 공간을 화사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안온한 삶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이 화각함에 담아 소중히 다루었을 것입니다.
이층농 : 옷이나 옷감, 솜 등을 보관하는 이층으로 된 농으로 주로 안방에서 사용했습니다. 옷 등을 보관하는 가구로는 ‘장’과 ‘농’이 있습니다. 농은 각 층이 분리되고 양 옆판에 손잡이를 달아 쉽게 옮길 수 있게 만든 것이고, 장은 옆판이 하나의 판으로 되어 있어 분리되지 않도록 만든 것입니다.
화각 화조・서수무늬 사층 장 : 높이 95.8cm, 너비 48.3cm의 삼층 장으로, 전면에 화각을 빼곡하게 부착했습니다. 가로로 긴 머름간에 모란, 연꽃, 매화, 목련 등의 꽃을 그렸고, 정방형에 가까운 쥐벽간에는 꽃과 더불어 봉황, 사슴, 호랑이, 학과 같은 상서로운 동물을 그렸습니다. 문판 중앙에 학, 닭, 꿩, 사슴, 거북 등을 그려 장식하고 가장자리에 얇은 소뼈를 둘렀습니다. 놋쇠를 두드려 만든 나비 모양 경첩과 앞바탕이 아름답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기의 사층 장으로,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이 돋보이는 귀한 가구입니다.
호족반 : 호족반은 다리 윗부분이 밖으로 벌어지다가 다시 안으로 구부러져 내려오면서 발끝이 살짝 바깥으로 내밀린 형태의 소반이다. 다리에는 풀무늬나 대나무 마디 모양의 장식을 붙이기도 하였다. 천판天板 아래에도 다른 판을 대어 투각 장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천판은 원형이나 12각형이 대부분이다. 전국에서 생산되었고 민간이나 궁중에서 모두 사용하였다.
경상 : 경상은 원래 절에서 불경을 얹어 놓는 데 사용한 책상이지만 사랑방에서도 작은 책상인 서안 대신 사용했습니다. 상의 양 끝을 두루마리나 병풍처럼 살짝 굴곡이 있게 만들어 책이 굴러 떨어지지 않게 했습니다. 직선적인 서안에 비해 장식적이며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삼층탁자 : 책이나 여러 가지 문방용품을 올려놓았던 삼층 탁자입니다. 맨 아래층에 서랍과 여닫이문을 설치하여 중요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닫이문과 서랍의 문판에는 검은 먹 무늬가 들어 있는 먹감나무 판재를 대칭으로 사용해 추상적이면서도 나뭇결 자체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잘 살렸습니다.
사랑방 모형 : 이곳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공간인 사랑방을 재현한 곳입니다. 사랑방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던 서재였으며, 남성 손님과 함께 학문과 예술은 물론 각종 사회 문제를 토론하던 공간이었습니다.
사랑방 내부는 흰색 벽면으로 되어있고, 가구는 요즘과는 달리 낮고 작습니다.
가장 안쪽 중앙에는 서안을 놓습니다. 서안은 책상입니다. 천판과 다리로 구성되고 장식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학문을 닦을 때 한 틈의 흐트러짐 없이 정신을 집중하려 한 선비들의 올곧은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안 옆에는 연상을 두었습니다. 선비들은 이곳에 벼루를 보관하고 종이나 붓, 연적과 같은 작은 물건들을 넣어 두었습니다. 문방용품들을 한곳에 모아 정리하는 연상은 선비들의 깔끔한 생활에 딱 맞는 것이었습니다.
방 한구석에는 다른 가구에 비해 키가 큰 사방탁자가 있습니다. 책이나 감상하는 물건들을 올려놓던 가구입니다. 기둥과 널판으로만 구성되었는데 왜 사방이 트였을까요? 만약 면을 다 막는다면 방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물건을 보관하고 진열하는 기능과 방의 분위기까지 생각한 옛사람들의 지혜가 느껴집니다.
사랑방은 장식이 많지 않고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에서 화려함을 멀리하고 검소한 생활을 한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국립 중앙박물관 목칠공예실이 위치한
2층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