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 골목에 비 내린다
노란 우산을 쓰고
잠시 쉬었다 가라고 옷자락을 붙드는
늙은 창녀의 등뒤에도 비가 내린다
행려병자를 위한 요셉병원 앞에는
끝끝내 인생을 술에 바친 사내들이 모여
또 술을 마시고
비 온 뒤 기어나온 달팽이들처럼
언제 밟혀 죽을지도 모르고
이리저리 기어다닌다
영등포여
이제 더이상 술을 마시고
병든 쓰레기통은 뒤지지 말아야 한다
검은 쓰레기봉지 속으로 기어들어가
홀로 웅크리고 울지 말아야 한다
오늘밤에는
저 백열등 불빛이 다정한 식당 한구석에서
나와 함께 가정식 백반을 들지 않겠느냐
혼자 있을수록 혼자 되는 것보다는
혼자 있을수록 함께 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
마음에 꽃힌 칼 한자루보다
마음에 꽃힌 꽃 한송이가 더 아파서
잠이 오지 않는다
도대체 예수는 어디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가
영등포에는 왜 기차만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가
.
.
.
정호승의 이야기처럼
스무해 전 영등포의 풍경은 아마도 그러했던 것 같다
늦은 밤 비가 내리고 역앞을 스쳐 지금의 신세계 앞을 지날 때,
노란 우산을 바쳐 주며 살냄세 풍기던 짙은 화장의 여인...
그저 미소로만 김안과 앞까지 우산을 씌워줬던 여인..
그녀도 창녀였을까!
그날 밤,비에 젖은 몸뚱아리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서도
내내 잠못 이뤗던 건 그녀의 살내음 때문였을까!
그후론 가끔은 늦은 귀갓길이면 우체국앞으로 해서 그길을 걷고 했었다.
"놀다 가세요"
"쉬었다 가세요"
페프의 휘파리는 늘 여전한데
노란 우산 받혀 주고도
끝내 그말을 하지 못한 그녀는 무슨 심사로 그리했을까!!
그길을 걸을 때면 노란 우산속 그녀 생각에 잠시 미소지어본다.
도시의 진실일 뿐.
비가내리면 홍등가 여인처럼 질퍽거리는 진등포의 밤...
해가 솟으면 모두 사라지고 먼지만 폴폴거리는 먼등포의 하루
첫댓글 가을과 어울리는것 같아요.
짧은 글속에...많은게 함축 되어있는거 가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