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
아침을 맞아 창가에 기대서서 가을이 쌓여가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문득 이어령 선생의 노후담이 생각이나 한 줄 옮겨볼까 한다.
일찍이 부인을 잃고 사랑하던 딸마저 암으로 떠나보낸 뒤 혼자서 저술과 강연을 이어가던 어느 날, 자신도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세계적으로 이름 난 암 전문의를 만나 조언을 구하던 이야기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세계 최고의 암 전문의가 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 정동에 있는 세실 레스토랑에서 만나 그 동안의 진료기록을 보여주며,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할 일이 참 많아요. 지금 20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책도 여러 권 써야 하고 방송 프로그램도 있고…”
조급하게 자신의 심경을 쏟아내는 이어령 선생을 앞에 두고 진료기록을 세심하게 검토하던 암 전문의는 이어령 선생을 빤히 쳐다보다가 거두절미하고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암을 이대로 놔두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냥 이대로 사시면서요.
나는 암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일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시는 게 낫겠습니다.
3년 사시게 되면 3년치 일 하시고, 5년 사시게 되면 5년치 일만 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게 치료 방법입니다.”
문학과 역사, 철학 등 달통한 지식과 식견 등으로 한국이 낳은 당대 최고의 석학도 자신에게 닥친 죽음의 그림자는 피해 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향년 88세로 생을 마감한 이어령 선생을 기억하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상념의 계절, 가을 아침을 맞아 사색에 잠긴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라 한들 피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죽음을 고통이나 두려움의 존재가 아닌 계절의 변화가 주는 신선함이나 생경 함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웰 빙(Well Being :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과 웰 다잉(Well Dying :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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