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괭이밥
2023년 3월 21일(화) 맑음
천마산을 가기로 정상을 오르지 않은 게 조금은 섭섭하지만, 오남호수공원을 지나 팔현계곡
과 약물샘터(돌핀샘)에서 호평동으로 가는 코스가 야생화 들여다보느라 하루가 짧았다. 작년
에는 비 오고 날이 추워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날이 맑아(봄이라 미세먼지는
어쩔 수 없다) 걸음걸음이 알뜰했다. 큰괭이밥,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너도바람꽃, 노루
귀, 복수초, 천마괭이눈, 현호색 등등을 만날 수 있었다.
이때 찍은 야생화를 세 번에 나누어 올린다.
김소월의 시 두 편(‘옛이야기’와 ‘오는 봄’)을 곁들인다.
2. 오남호수공원 데크로드에서 바라본 천마산
3. 큰괭이밥
옛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러한 등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었습니다
8. 다람쥐, 오른쪽 위에 있다
9. 중의무릇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10. 광대나물
11. 말냉이
12. 현호색
그러나 그 한때에 외어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줍니다
13. 현호색
14. 천마괭이눈
오는 봄
봄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
쓸쓸한 긴 겨울을 지나보내라.
오늘 보니 백양(白楊)의 뻗은 가지에
전(前)에 없이 흰 새가 앉아 울어라.
16. 천마괭이눈
그러나 눈이 깔린 두덩 밑에는
그늘이냐 안개냐 아지랑이냐.
마을들은 곳곳이 움직임 없이
저편(便) 하늘 아래서 평화(平和)롭건만.
18. 노루귀
새들게 지껄이는 까치의 무리.
바다를 바라보며 우는 까마귀.
어디로서 오는지 종경소리는
젊은 아기 나가는 조곡(吊曲)일러라.
보라 때에 길손도 머뭇거리며
지향없이 갈 발이 곳을 몰라라.
사무치는 눈물은 끝이 없어도
하늘을 쳐다보는 삶의 기쁨.
저마다 외로움이 깊은 근심이
오도 가도 못하는 망상거림에
오늘은 사람마다 님을 여의고
곳을 잡지 못하는 설움일러라.
오기를 기다리는 봄의 소리는
때로 여윈 손끝을 울릴지라도
수풀 밑에 서러운 머리결들은
걸음걸음 괴로이 발에 감겨라.
첫댓글 댕기오셨군여
저는 새벽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