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 지례예술촌 촌장이 <우스개 4탄> ‘거륵한 죄인’을 칭찬하면서, “자네는 구원 받을 것 같다면서, 건필을 빈다”고 하더니, 이윽고 나를 ‘거륵한 죄인’이라 호칭하면서, 촌장의 춘부장이신 김구직(金九稷) 어른이 쓰신 책 '구곡상류'(九曲上流)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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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죄인’ 보게. 내가 요즘 잔디 깎느라 고단해서 농담할 기분이 아닐세. 우리 아버지가 쓰신 책이 나왔는데 "노인들의 우스개"가 여러 편 있으니 그걸 봐 주게. 주소 좀 보내주게. 친구들 피서 가자거든 이리 오게. 더위 먹지 말게. - 2013.7.7. 김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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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깍느라 수고하네. 얼마나 고단했으면 ‘해학’ 저자가 농담할 기분이 안 날까. 책을 또 보내 준다니 우스개 또 하나 쏘지. 이번 <우스개 5탄>은 안동이 발원지가 아니고 평양 근교 어딘 것 같으나, 50년대 안동 교계에 널리 알려진 우스개일세. - 2013.7.7. 민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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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5탄>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
안동은 일찍부터 미국북장로회 선교부 주둔지였기 때문에 미국 선교사와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퍼져 있다.
우리나라에 선교사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여름 날, 어느 시골 교회에서 부흥 집회가 있었다. 부흥 강사인 선교사와 교인들은 낮에 인근 동네를 돌면서, 저녁 집회에 많이 참석해 달라고 사람들에게 홍보했다.
“예수 믿고 구원(救援) 받으세요!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
무척 가난했던 그 시절, 예수 믿으면 ‘구원(九圓: 당시 화폐)’을 준다기에 저녁 집회에 마을사람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어 예배당이 콩나물시루가 되었다. 동네 구장(區長: 요즈음 동장) 어른을 비롯해 아이들까지 온 마을사람들이 다 모였다.
찬송가가 여러 차례 지루하게 불려진 다음, 마침내 예배가 시작되었다. 무더위에도 사람들은 구원 받기를 기다리며 강단을 주시하고 있었다. 성경봉독 시간이었다. 선교사는 우리말로 더듬더듬 말했다.
“이제... 성경... 봉독... 하겠습니다... 누가(누가복음)... 구장(九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청중석에서 누군가 갑자기 크게 외쳤다.
“내가 구장이요! 내가 구장!”
구원을 주기 위해 구장을 먼저 찾는 줄 알고, 구장(區長) 어른이 손을 번쩍 치켜들고 일어서면서 신나게 대답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