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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유소년 축구 현장에 있는 선수, 지도자, 학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우리의 현실은 이렇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ONSIDE는 총 네 편에 걸쳐 ‘I AM 토킹’이라는 제목으로 유소년 축구 구성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전한 현실, 여기에서 얻는 교훈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짚어볼 예정이다.
I AM 토킹 연재 순서
① 10월호 – 선수가 말하는 유소년 축구 방향
② 11월호 – 지도자가 말하는 유소년 축구 방향
③ 12월호 – 학부모가 말하는 유소년 축구 방향
④ 2025년 1월호 – 우리가 가야 할 길은?
- 본문에 들어간 사진은 자료 활용으로,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ONSIDE ‘I AM 토킹’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고등학생 축구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 C씨가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학부모의 시선에서 본 유소년 축구 환경과 여기에 대한 생각들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선수, 지도자의 이야기만큼이나 같이 고민해야 할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I AM 토킹’은 우리 유소년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방향을 모색해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환경을 돌아보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요. 현실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위해 바꿀 것은 바꿔야 합니다. 유소년 축구 구성원인 선수, 지도자 그리고 학부모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이유입니다. 각자의 의견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목표는 동일하겠죠. 결국 주인공은 선수이고, 선수가 행복하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 내용은 학부모 C씨가 ONSIDE에 전해온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며, 대한축구협회(KFA)의 공식 입장이 아닌 C씨의 개인적인 생각임을 알립니다.
불안은 학부모의 숙명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생 축구선수를 자녀로 두고 있는 엄마입니다. ONSIDE를 통해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축구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환경에서 뛸 수 있을지 작은 목소리라도 보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부모들의 불안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수업으로 축구를 시작해서 곧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축구선수로 성장할 때까지 부모인 저는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불안’이더라고요.
아이가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왔습니다. 처음에는 겁부터 나더라고요. ‘축구를 하면 커서 먹고 살 수는 있을까?’, ‘축구선수가 못 되면 바보가 되지는 않을까?’, ‘난 인맥이 없는데 어쩌지?’라는 고민들로 시작해 ‘좋은 팀,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을까?’, ‘레슨이나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이면, 과연 돈 들인 만큼 아이가 성장할까?’, ‘우리 아이가 더 눈에 띄는 방법은 없을까?’와 같은 걱정들이 뒤따라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서야 한다’, ‘모든 것이 공정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다치지만 않기를 바란다’, ‘내 천운도 아이에게 갔으면 좋겠다’와 같은 생각들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불안은 존재합니다. 어쩌면 운동하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불안이라는 것은 늘 안고 살아야 하는 굴레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장에서 뛰는 아이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내 아이의 상태를 보고 무엇이 부족한지,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현실을 직면하게 되니까요.
이 밖에도 감정 조절 못하고 목소리만 컸던 지도자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비굴한 순간, 팀과 지도자에게 요구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해 당당하지 못했던 순간, 부모들 사이에서 편이 갈리는 모습들,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은 경쟁에 내몰린 나약한 한 사람의 불안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참 씁쓸한 일이지요.
경쟁이 당연한 운동 세계에서는 불안도 당연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를 말할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생기기도 합니다. 세상은 한 번에 바뀔 수 없지만, 제가 쓰는 이 글이 쓸데없는 경쟁과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선수가 주인공입니다
운동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아이도 있는 저는 유치원, 초등학교만 봤을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경이 만족스럽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존중, 아이들이 중심에 있는 환경 때문인데요.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 시계 바늘이 10년 전으로, 고등학교에 가면 2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선생님과 지도자 분들이 보면 기운 빠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탓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우리나라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뜻입니다.
지금 당장 해결되면 좋을 것 같은 대회 성적으로 대학에 가는 입시 문제, 백이면 백 아이들에게 좋을 수밖에 없는 초중고리그 승강제 도입, 프로 유스팀과 일반학교팀을 구분해 리그나 대회를 치르는 것이 정말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고등 프로 유스팀 아이들이 졸업할 때 하는 우선지명 계약의 불공정성, 훈련비 이외에 여러가지 이유로 원칙 없이 부모들이 고비용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 등……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공론화됐으면 하는 것들이 아직 진척이 없는 상황이지요.
왜 진척이 없을까 생각해 보면, 아마도 부모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가 없고 선수인 우리 아이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어른들의 이해 관계가 더 중요시 여겨져 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축구와 관련된 모든 어른들은 선수인 우리 아이들 덕분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산적해 있는 모든 문제들이 의외로 술술 풀리지 않을까요?
좋은 지도자 교육의 중요성
아이들도 초등 5학년 말 이후부터는 축구에 대한 개념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고 경기에 이기는 게 좋아서’와 같은 단순한 이유로는 더 이상 축구를 대하기 힘들어진 것이지요.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 걸 느끼면서 팀이 하나가 되고, 동시에 경기에도 이긴다면 여기에서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저희 아이를 보면 이제는 생각하는 축구를 해야 고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계속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생각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는 말은 늘 들었습니다. 축구에서 중요한 것이 피지컬인지 아니면 스피드나 멘탈 혹은 기술인지를 놓고 많은 부모들과 논쟁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어느 때는 피지컬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느 때는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내 아이의 상황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지기는 하겠지요.
피지컬과 기술이 어느 정도 완성된 고등학교 이후부터는 생각하는 축구,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여기에 맞게 몸을 움직일 줄 아는 축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고등학생인 제 아이가 만약 초등학생으로 되돌아 간다면 공부하는 지도자, 머리를 쓰고 생각하는 축구를 가르쳐 주는 지도자가 있는 팀으로 보낼 것 같습니다. 내용도 없이 윽박지르기만 해서 아이들의 머릿속을 굳게 만드는 지도자 말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깨우치도록 기회를 주는 지도자가 있는 곳으로 아이를 맡기고 싶습니다.
스폰지처럼 주변의 것들을 빨아들이는 아이들은 지도자의 생각하는 방식, 훈련 구성, 왜 이런 훈련을 하는지, 일주일에 단 30분이라도 경기 영상 분석으로 배우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 공부가 아니라 훈련장에서도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지도자를 닮아갈 것입니다. 그런 지도자 밑에서 배우고 성장한다면 아이들은 지금 당장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느끼겠죠. 돈 주고도 사기 힘든 귀한 경험입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축구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큰 자산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도자를 위한 질 좋은 교육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축구 선수로 자라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지도자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아이들의 생애 주기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특성 교육이나 인문학, 대화법, 팀 경영법, 플래닝 등 교육 내용이 다양하면 좋겠습니다. 또 연령에 맞는 세세한 훈련 계획과 방법, 프로그램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교육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평균 이상의 기본 역량을 지닌 지도자들을 더 많이 배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수준도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겠지요.
기본 지침서가 필요한 이유
개인적으로 늘 느꼈던 생각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축구를 처음 시작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우리나라 축구 시스템, 철학, 한국축구가 가고자 하는 기술적 방향, 연령별로 해야 하는 운동들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침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어느 축구팀에 가든 일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그런 지침서 말입니다.
특히 생소한 축구 용어나 개념, 피지컬 운동의 적절한 시기, 연령별 대표 선발 기준, 유소년 선수의 진로, 대회 및 리그 시스템, 우리나라 축구가 추구하는 방향과 목표가 무엇인지 등이 지침서에 담겨 처음 축구 세계에 들어오는 학부모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인생이 달린 일인데 부모가 최소한의 기본 축구 지식을 몰라서 불안에 떠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요.
지침서는 지금 내 아이의 지도자가 연령에 맞게 잘 가르치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내 아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자료로도 활용되겠지요. 지도자 입장에서도 조금 더디지만 당장의 성적보다 아이의 성장을 위한 방향으로 잘 훈련하고 있음을 부모와 아이에게 알리는 근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지침서를 만들어 전국 축구팀으로 배포하고 모든 축구팀들이 기본 지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활용법을 교육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부모들도 팀을 선택할 때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고 있는지, 선수 개인의 성장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지를 지침서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요. 기본 지침서가 모두에게 완벽히 적용되긴 어렵더라도 세상의 변화에 발 맞춰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업그레이드한다면 우리나라 축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좀더 구체적으로 다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존중해야 더 나은 미래가 온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저희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와 비교해 많은 여건들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불과 5~6년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요. 그 중에서도 가장 달라진 건 부모님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참고 참는 시대는 이제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축구는 단체 운동이고 서로 얽혀 있는 축구판에서 내 목소리를 크게 낸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저는 부모로 고등학교 축구까지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그래도 아주 작은 용기 한 줌은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할 때 내지 못했다가 나중에 후회할 일이 꼭 생기거든요. 특히 아이가 후유증을 겪고 있다면 후회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최근 들어서는 부모님들 사이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도 이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내 아이가 남다른 축구선수로 자라나기를 바란다면 학교 공부를 쓸데없이 여기는 것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라고 여겼으면 합니다. ‘공부 안하고 축구만 해서 머리에 든 것이 없다’고 우리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존중입니다. 고등학생 축구선수인 제 아이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우리가 축구를 못하면 사람도 아닌 줄 알아요.” 저는 아이의 이 한 마디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 제목도 떠오르더라고요.
축구를 못해도 집에서는 넘치는 사랑을 받는 자식입니다. 축구 아니고 다른 걸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 아이는 축구를 하는 시간 이외에도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지는 지금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지도자도 존중의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가정이 있음에도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하고, 가정과 팀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도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데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거나 길잡이를 바라기도 할 것입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으시겠지요
우리,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존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존중하는 마음이 켜켜이 쌓인다면 지금 당장은 결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더라도 불안의 자리를 서서히 희망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두 달 전 가을이 무르익던 어느 날, 집 앞에 개나리가 꽃을 피웠더라고요. 우리는 보통 이것을 ‘바보 개나리’라고 부릅니다. 봄과 가을의 기온이 비슷하기에, 이 ‘바보 개나리’는 지금이 봄인 줄 알고 피어났겠지요. 하지만 그 개나리 꽃은 세상이 정해 놓은 때에 맞추지 않고 햇살과 온도, 바람과 같은 주변 여건들이 받쳐 주니 스스로 피어난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공정하고 안정된 시스템과 좋은 지도자, 이를 신뢰하는 부모들이 받쳐주는 여건 속에서 저마다 때는 다르지만 언제든지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축구 환경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2월호 ‘COLUMN’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리=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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