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담, 무화과 푸른 잎 둘러 준 당신의 손은 어디에 그토록 밝았던 눈은 무엇을 보고 있나 보이지 않아도 걷는다 알고 걷는 길이 어디 있을까 비가 많이 와요 걱정 마라 난 어디든 괜찮다 당신 가슴 속을 흐르는 급류 당신의 뼈가 나를 이루었으니 슬픔도 세습이 되나요 당신이 아침과 저녁을 헤맬 때 나는 어디에서 길을 잃었나요 낙원은 돌아갈 수 없는 곳의 이름인가요 더는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있어요 빗줄기는 거세지는데 웅크리고 앉아 나를 기다리는 늙어버린 나의 연인이여
◇박인하= 광주 출생. 2018 ‘서정시학’ 신인상 수상.
<해설> 오감으로 나누는 대화를 통해 물음과 답을 반복하고 있다. 묻는 것은 길이며 묻는 대상은 아담이다. 갑자기 갈비뼈가 근지럽다. 비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안식을 지루해하는 당신은 매일 길을 버리고 처음 앞에 서 있다고 시인은 진술하고 있으면서도 이미 당신은 눈감고도 길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당신은 시인에게 푸른 무화과 잎을 둘러 준 당신이기에 손잡아 이끌어주기를 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절절하다. 마치 당신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이 호우를 만나 격랑의 물결을 일으키듯 문장을 엮어가고 있다. 나르시시즘이 생겨나면서 꿈꾸던 낙원을 잃어버린 여자는 현실이 호우 속이다. 슬픔 덩어리이다. 늙어버린 나의 연인은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