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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 별장과 교회
호주 이야기를 하다가 몇 개 빠트린 게 있어서 다시 몇 자 적어본다.
1. 호주의 개(犬)
호주에서 서열을 매기면 첫째가 여자요, 다음이 아이들이요, 그 다음이 개(犬)고, 남자는 맨 마지막 서열에 속한다 한다. 개 보다 못한 것이 남자 신세다.
길을 가거나 공원에 산책을 하면서 목줄을 한 개를 끌고 다니는 모습은 얼마든지 볼 수가 있다.
컹컹 짖거나 저희 끼리 싸우지도 않는다.
완전 순둥이개들만 끌고 다니는 것 같았다.
호주의 개 중에서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하나는 양몰이개다.
아시다시피 뉴질랜드나 호주는 양들의 숫자가 인구의 열배씩 되는 나라다. 따라서 양과 관련된 산업이 발달한 것은 당연하다.
이 양들을 관리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개다.
크지도 않은 것이 쏜 살 같이 이리 저리 다니면서 양떼들이 흩어지지 않게도 하고, 풀밭을 옮겨 다니게도 하며, 양털을 깎아야 할 때는 양들을 우리에 몰아 넣어서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즉 집합과 분리와 인도를 사람의 명령에 따라 자유자재로 한다.
강아지 신세를 좀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키는데,
주로 선배(주로 엄마)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다가 한 살이 넘어서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독립적으로 직업견(?)이 된다.
일이 없을 때는 그늘에서 쉬며 놀다가도 사람이 부르면 잘도 달려온다. 사람을 잘 따라서, 관광객 배웅도 하는데,
버스에도 주인과 함께 올라서 작별을 고한다.
주인은, 개가 관광객중 누군가가 새끼양이라도 한 마리 업어가나 하고 감시하러 탔다고 너스레를 떨어서 웃음을 선사한다. 영어로 얘기해서 알아듣는 사람은 적었지만.
다른 한 가지 사례가 또 나를 인상 깊게 했다.
밤 비행기를 타느라 오후에 차를 갖고 영동고속도로를 통해서 인천으로 향했다. 가다가 횡성 휴게소에서 볼 일도 보고 담배도 필 겸해서 아름드리 편백나무 밑으로 갔다.
팔을 뻗어서 새순을 조금 따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참으로 신선한 향이 머릿속 까지 맑게 해주었다.
밤 열시 뱅기를 타고 호주에 도착한 것이 다음 날 아침,
휴게소도 없는 뱅기를 타느라 밤새 담배를 굶었더니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다.
검색대에서 휴대용 짐을 주욱 늘어 세우게 하고는 빨간 조끼를 입은 개를 델고 와서는 냄새를 맡게했다.
크기는 중개 만한 것이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짐을 하나 하나씩 콩콩거리며 냄새를 맡아가며 지나갔다.
이윽고 내 보따리에 와서는 좀 더 오랜 시간을 콩콩 거리더니 뒤의 짐으로 향했다가 다시 내 짐 쪽으로 돌아와서 또 콩콩거리는 것이었다.
순간 세관 직원이 내 짐을 달랑들고 나와 함께 검색대 테이블로 가서는 보따리를 모조리 쏟아 부었다.
사탕과 세면 도구등 자질구레한 용품과 담배 라이터등이 전부였다. 다시 그 직원이 짐보따리를 탈탈 털자, 엄지 손톱만한 푸른 나뭇잎이 하나 나왔다. 예의 그 편백나무 이파리였다!!
순간, 당황해서 세관 직원을 향해 ‘이건 소나무의 한 종류인데, 아로마 요법으로도 쓰는 것이고, 마리화나나 뭐 그런 것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라고 빠른 말로 지껄였다. 이에 세관 직원도 빙긋이 웃으면서 그 작은 이파리를 손바닥에 쓸어 담고는 나가도 좋다고 했다.
거의 하루가 지나서 이제는 바짝 말라서 냄새라곤 나지 않는 그 작은 이파리를 짐 속에서 찾아내다니!
정말 개코였다!
잠시 나를 당황시키키도 했지만, 그 작은 개에게 칭찬도 해주고 공항을 나섰다. Smart and clever dog!
2. 호주의 교회
예전에 중앙선 야간 열차를 타고 청량리를 향할라치면,
서울에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눈에 띄는 것이 빨간 조명을 한 교회 십자가 숲이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아파트나 상가 한 구석에도 교회가 있다. 가히 옛날의 다방 숫자 만큼 흔한 게 교회다.
지난 해 민어를 먹으러 목포엘 갔더니 절깐 바로 옆에 교회가 있어서 절로 웃음이 나왔거니와, 통영 한산섬에 딸린 용초도(용호)란 공을 차면 바로 바다에 공이 빠지는 조그만 섬에서는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찬송가를 틀어서 ‘내애 주를 가까이 하아려 함은’ 하고 기선을 제압하려 하면, 바로 옆 절에서는 녹음기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하며 불경을 틀어 두 소리가 서로 왕왕대서 그 조그만 섬이 오전 내도록 시끄럽다.
교회의 숫자가 그렇게 많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우리나라교회의 대형화에 대하여는 새삼 말 할 나위도 없다.
여의도에 있는 조모라는 사기꾼(하필이면 경상도 출신)이
운영하던 교회는 신도가 수 만명으로 세계에서 젤로 크다하고, 그게 미국, 뉴질랜드, 호주에도 진출했단다.
기독교 나라에 교회를 수출하다니!
에스키모에게 냉장고 팔아먹을 일이다.
학원과 함께 교회는 조선 사람의 중요한 수출품이 되었다. 사회 오염은 자명한 일이다. 돈이 오가고 파벌이 생기고.
강릉에도 건축비가 수백억이 넘는 교회가 여럿이 있다.
넓은 주차장에 경치도 좋은 곳에 대형 건물이 들어서 있고, 버스도 여러 대 주차해서 연봇꾼들을 실어나른다.
성경 어디에도 그리 크고 호화롭게 교회를 지으라는 구절은 없다. 오히려 예수는 상업화 되어있는 교회와 그 종사자에 대하여 크게 노하여 일갈하였다.
이에 반하여 호주의 교회는 일반 주거용 주택과 거의 구분이 되질 않는다. 단층으로 된 작은 건물이 주택가 어드메에 조용히 있을 뿐이다.
3. 남진 별장
호주는 공원의 나라다.
년전에 딸레미를 뉴질랜드에 보냈더니 한 달간을 호주에 가서 야생동물 케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해서 허락을 한 바가 있었다.
그래서 호주엘 간 건 알겠는데, 한 달이 다 가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다. 당연히 걱정이 되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뉴질랜드에서 다시 또 호주로 단신으로 가서 아무런 연락이 없고 메일을 보내도 답신도 없어 참으로 애를 태우다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서야 전화가 왔다. 나는 당장 야단부터 쳤다. 아바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고.
딸래미 대답은 이랬다.
‘아빠는 뭐 공원이 운동장만 한줄알아? 국립공원이 충청남도 크기야. 물론 전화도 인터넷도 없고. 한 달 동안 죽도록 걷고 합숙하느라 죽을 뻔 했는데.’
이렇게 규모가 큰 것도 많지만, 동네 어느 곳에도 잘 가꾼 공원이 있어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 하며 음식을 먹고, 조깅을 하고,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잘 날지 앉는 새들도 사람 가까이에서 먹이를 찾는다.
공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골프장도 엄청 많다.
시드니 인근에도 여나무개가 있단다. 비용도 저렴해서 2,3만원이면 하루를 즐길 수 있기에 아침 나절부터 여편들이 줄줄이 카트를 끌고 다닌다. 물론 캐디는 없이 그냥
오락으로 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가 다소 옆으로 흘렀는데, 이와같이 호주는 온통 잔디밭이다. 공원도, 골프장도, 말이나 양이 놀고 먹는 곳도 모두 풀밭, 잔디밭이요, 사는 집들도 모두 초원 위에 있다. 주말이면 남자들은 잔디 깎는 게 일과란다.
그래야 마누라한테 용돈 얻어서 골프치러 갈 수 있고.
사는 집은 모두 단층집.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70년대 가수 남진의 노래가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있는 게 호주다.
4. 에필로그
거의 칭찬 일색으로 쓴 글에 반감을 느끼는 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건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다.
버릴 건 버리고, 닮을 건 닮자고 이런 글을 쓴 거다.
마지막으로 미안한 마음 한 가지.
둘째 날 호텔에 저녁 여장을 풀고 혼자 로비로 나왔다.
로비 바로 옆 바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떠들고 있었는데, 맨 뒷켠 한 자리에 좀 나이가 들어 보이는 친구가 혼자 마시고 있었다.
맥주 한 병을 사들고 다가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맥주가 작은 병이라 곧 바닥이 났다.
그 친구가 일어나 두 병을 사왔다.
남북한이 따로 있고, 그 쪽 사정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고, 김씨 왕조가 장기집권을 하고 있고...등등 이야기 끝에 당신 직업이 뭐냐 물으니 관광 버스 운전사란다.
난 음주운전을 하면서 집엘 어떻게 가느냐 하니 그가 내 뒷통수를 치는 말을 했다.
집은 불과 60킬로 정도 떨어져 있지만, 일주일 중 운전을 하는 4일 동안은 호텔에서 자고, 나머지 3일은 집에서 쉰단다!
아, 나름 고급 호텔에서 나 같은 관광객이나 묵을 줄 알았는데, 버스 운전사도 일주일에 나흘을 묵는단다.
물론 공짜로. 사흘은 집에서 쉬고.
순간적으로 부끄러운 마음과 부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버스 운전사는 그런 호텔에 당연히 묵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부끄러움과, 직업에 관계없이 일과 휴식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는 부러움이었다.
하긴, 불과 몇 킬로 되지도 않는 블루마운틴 가는 길 확장 공사도 2년 전에 봤던 공정과 불과 몇 미터 더 나아가지 않고 있었으니.
노가다도 주말엔 놀고 평일에도 오후 세시면 칼 같이 삽자루를 놓을 뿐 아니라, 중장비가 움직이면 안전을 위하여 그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니 공사가 진척될 일이없다.
사람이 우선하는 국가였다.
그날은 양넘에게서 공술을 얻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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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람 사는게 다 같지는 않겠지요. 물론 밥먹고 자고, 세수하고, 화장실 가는거야 같겠지만.
서울에도 강남과 강북이 생활 차이가 있거든요. 더군다나 나라의 차이는 더하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하여간, 푸른늑대님의 글을 읽으면 빙그레 미소짓게 하시는 큰 재주가 있으셔요..한 번 웃고 다시 쓸께요. 웃음이 어설퍼도 양해요!(캬캬캬!!!).......<호주의 개>그런가요? 남자들이 개 뒤라니!!! 불쌍해요. 그래서 개만도 못하다는 말이 남자를 두고 한 말이던가요? 나뭇잎 하나도 찾아 내는 개코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네요. 그리고 최고의 약사분께서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하시다니?! 이건 의지력이 없는 것일까요? 아님 즐기시는 걸까요? 아님 그냥 피우는 건가요? *^^* 방울꽃님도 가만 있는데 왜 제가 왈가왈부하는지, 원! 저도 문젭니다요. ㅋ
<호주의 교회>교회뿐만 아니라 노래방, 다방, 커피숍, 포교원도 많아요. 그 만큼 사람들 마음이 각박하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화선지에 먹물 스미듯 조용히 있다는 호주의 교회 모습이 잔잔함으로 밀려 옵니다. 저도 호주를 한 번 가보고 싶네요. <호주의 공원>그렇게 크다구요?! 저는 걷는 걸 좋아해서 무지 좋아하겠는데요*^^* 골프장이 많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골프여행을 호주로 많이 가는군요..../영어를 잘하시나 보네요. 외국사람한테 가서 말 걸고 술까지 얻어 잡숫고....하여간! 인물이십니다. 푸른늑대님의 글을 읽으면 참 기분이 좋아지고 신이 납니다. 파이팅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카페를 타고 좋은 여행을 다녔습니다. 푸른 늑대님의 글을 읽는동안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문맥을 따라 읽어 갔습니다. 가끔씩 조우크도 터뜨리면서 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