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막제(兒莫啼)
아가야 울지 말라는 뜻으로, 조선 말엽 자장가이다.
兒 : 아이 아(儿/6)
莫 : 없을 막(艹/7)
啼 : 울 제(口/9)
조선시대라고 자장가가 없었겠는가.
자장자장 워리 자장,
앞집 개도 잘도 자고,
뒷집 개도 잘도 자고,
우리 강생이(강아지)도 잘도 잔다.
할머니가 그 할머니의 품 안에서 잠들며 들었을 것 같은 노래가 무의식에 구전되어, 아마도 내 어린 시절까지 맴돌았던 것 같다.
추사 김정희와 거의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이양연(李亮淵)은 한시로 된 자장가를 남겼다.
抱兒兒莫啼(포아아막제)
杏花開籬側(행화개리측)
花落應結子(화락응결자)
吾與爾共食(오여이공식)
안아 줄게 아가야 울지 말아라
살구꽃이 울타리에 옆에 피고 있다
꽃 지고 살구가 곱게 익으면
너랑 나랑 둘이서 같이 따먹자
허시 리틀 베이비(Hush Little Baby)란 서양 자장가를 들으니 엄마나 아빠가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계속 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었다.
물론 사주는 것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것이긴 하지만 시장경제가 뿌리내린 고장에선 아이의 잠조차도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양연은 살구꽃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울음을 그쳐야 하는 이유가 살구꽃이 피고 있기 때문이란다.
왜냐면 저 살구꽃이 피었다가 떨어질 무렵이면 살구가 돋아나 익을 것이고 그걸 너랑 나랑 함께 먹을 수 있으니 울음을 멈추고 잠에 들라는 얘기다.
군것질이 궁했던 시절의 참 소박하고 궁한 약속이지만 아이를 안은 옛 노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짠하다.
이양연이란 분은 서산대사의 시로 잘못 알려진 '야설(野雪)'의 진짜 작자이다. 김구 선생이 자주 읊었다는 그 시이다.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을 뚫고 들판 길 걸어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아라.
오늘 아침 내가 밟고 간 자취가,
따라오는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이양연은 호조참판과 동지의금부사를 지낸 인물로 시에 능했다고 나와 있으나, 어떤 분인지 알기는 어렵다. 다만 그의 시가 몇 수 남아있는데, 그 아취가 높다고 한다. 그의 시들을 음미해 보고 싶어진다.
🔘 自挽(자만) / 李亮淵(이양연)
스스로 輓詞를 짓다
一生愁中過(일생수중과)
明月看不足(명월간부족)
萬年將相對(만년장상대)
此行未爲惡(차행미위악)
평생을 근심 속에 사느라,
밝은 달도 제대로 보지 못했네.
이제부터 만년 토록 마주 볼 테니,
이 길도 나쁜 것만은 아니려니.
🔘 半月(반월) / 李亮淵(이양연)
玉鏡磨來掛碧空 [옥경마래 괘벽공]
옥거울 갈아서 푸른 하늘에 걸어두니
明光正合照粧紅 [명광정합 조장홍]...
밝은 빛 참으로 화장하기에 마침맞네
宓妃織女爭相取 [복비직녀 쟁상취]
복비와 직녀가 서로 갖겠다고 다투더니
半在雲間半水中 [반재운간 반수중]
반은 구름속에 남기고 반은 물속에 있네
🔘 田家苦(전가고) / 李亮淵(이양연)
耕田賣田糴(경전매전적)
來歲耕何地(내세경하지)
願生伶俐兒(원생령리아)
學書作官吏(학서작관리)
갈던 밭을 팔아 곡식을 사니,
내년에는 어디에 농사지을까.
바라건대 영리한 아이를 얻어,
글 가르쳐 벼슬아치 되었으면.
🔘 이양연(李亮淵)
본관은 전주(全州)이고 자는 진숙(晋叔)이며, 호는 임연(臨淵)이다.
1830년(순조 30) 음보(蔭補)로 선공감(繕工監)에 제수되고, 1834년 사옹원봉사(司饔院奉事)에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1838년(헌종 4) 충청도도사(忠淸道都事)를 거쳐, 1842년 공조참의가 되었고, 1850년(철종 1) 동지중추부사, 이듬해 호조참판·동지돈녕부사 겸부총관에 제수되었다.
문장에 뛰어났고 성리학에 정통하였으며, 역대의 전장(典章), 문물(文物), 성력(星曆), 술수(術數), 전제(田制), 군정(軍政) 등에 널리 통하였다.
늙어서도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문장이 전아간고(典雅簡古)하여 후학들이 다투어 암송하였다.
시에도 뛰어나 사대부로서 농민들의 참상을 아파하는 민요시를 많이 지었는데, 그 중 야설(野雪)이란 시는 백범(白凡) 김구(金九)가 애송(愛誦)하였다고 한다.
저서에 침두서(枕頭書), 석담작해(石潭酌海), 가례비요(嘉禮備要), 상제집홀(喪祭輯笏) 등이 있고, 민요시 촌부(村婦), 전가(田歌), 해계고(蟹鷄苦) 등을 남겼다.
묘는 경기도 이천군 마장면(麻長面)에 있으며, 묘갈명은 영의정 정원용(鄭元容), 묘지명은 영의정 이유원(李裕元)이 찬하였다.
▶️ 兒(아이 아, 다시 난 이 예)는 상형문자로 児(아)의 본자(本字), 齯(예)의 고자(古字), 儿(아)는 간자(簡字), 倪(예)는 동자(同字)이다. 兒(아)는 이를 강조하여 그린 사람의 모습으로, 간니가 다시 날 때쯤의 유아(幼兒)를 말한다. 옛날 사람은 臼(구)의 부분을 이가 아니고 젖먹이의 머리뼈가 아직 굳지 않은 모양으로 설명(說明)하고 있다. 그래서 兒(아, 예)는 어린아이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①아이 ②아기, 젖먹이 ③젊은 남자(男子)의 애칭 ④나이가 어린 사람 ⑤어버이에 대한 아들의 자칭 ⑥명사(名詞)에 덧붙이는 조사(助詞) ⑦연약(軟弱)하다 ⑧약소하다, 그리고 ⓐ다시 난 이(예) ⓑ성(姓)의 하나(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이 동(童)이다. 용례로는 어린아이를 아동(兒童), 아이 때의 이름을 아명(兒名), 남에게 자기 아들을 이르는 말을 가아(家兒),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를 미아(迷兒), 젖먹이를 영아(嬰兒), 어린아이를 유아(幼兒), 죽은 아이를 망아(亡兒), 어린아이를 기름을 육아(育兒), 부모없이 홀로 된 아이를 고아(孤兒), 아들의 아들을 손아(孫兒), 어린아이를 소아(小兒), 사내 아이를 남아(男兒), 혈기가 왕성한 남자를 건아(健兒), 어린아이를 해아(孩兒), 젖을 먹는 어린아이를 유아(乳兒), 지략이 뛰어난 젊은이를 봉아(鳳兒), 많은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는 사람을 총아(寵兒), 모체 안에서 자라고 있는 유체를 태아(胎兒), 버림받은 아이를 기아(棄兒), 여성으로 태어난 자식을 여아(女兒), 아이를 돌봄을 간아(看兒), 아이를 낳음 또는 태어난 아이를 산아(産兒), 어린이와 바쁘게 돌아다니는 심부름꾼이라는 뜻으로 철없는 아이들과 어리석은 사람들을 이르는 말을 아동주졸(兒童走卒), 거지 애가 비단을 얻었다는 뜻으로 제 분수에 넘치는 일을 지나치게 자랑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걸아득금(乞兒得錦), 우는 아이에게 젖을 준다는 뜻으로 무엇이든 자기가 요구해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읍아수유(泣兒授乳), 새 새끼의 주둥이가 노랗다는 뜻에서 어린아이를 일컫는 말을 황구소아(黃口小兒), 슬기와 재주가 남달리 뛰어난 젊은이를 일컫는 말을 기린아(麒麟兒), 권세와 이욕을 붙좇는 소인을 꾸짖어 이르는 말을 향화걸아(向火乞兒) 등에 쓰인다.
▶️ 莫(없을 막, 저물 모, 덮을 멱)은 ❶회의문자로 暮(모)와 동자(同字)이다. 삼림(森林) 혹은 초원(草原)에 해가 지는 모양을 나타내고 해질녘의 뜻이다. 나중에 음(音) 빌어 없다, 말다의 뜻(無, 毋)으로 전용(專用)되고 해질녘의 뜻으로는 暮(모)자를 만들었다. ❷회의문자로 莫자는 '없다'나 '저물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莫자는 茻(잡풀 우거질 망)자와 日(해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莫자를 보면 풀숲 사이로 해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날이 저물었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해서에서는 아래에 있던 艹(풀 초)자가 大(큰 대)자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莫자가 되었다. 그러니 莫자에 쓰인 大자는 艹자가 잘못 바뀐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莫자는 이렇게 날이 저물은 것을 표현한 글자지만 지금은 주로 '없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해가 사라졌다는 뜻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다시 日자를 더한 暮(저물 모)자가 '저물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莫(막, 모, 멱)은 ①없다 ②말다, ~하지 말라 ③불가하다 ④꾀하다(=謨) ⑤편안하다, 안정되다 ⑥조용하다 ⑦드넓다 ⑧아득하다 ⑨막(=膜) ⑩장막(帳幕)(=幕) 그리고 ⓐ저물다(모) ⓑ날이 어둡다(모) ⓒ나물(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 이것을 양념하여 무친 음식)(모) 그리고 ⓓ덮다(멱) ⓔ봉하다(열지 못하게 꼭 붙이거나 싸서 막다)(멱)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몹시 크거나 많음을 막대(莫大), 힘이 더 할 수 없이 셈을 막강(莫强), 매우 중요함을 막중(莫重), ~만 같은 것이 없음을 막여(莫如), 또는 막약(莫若), 벗으로서 뜻이 맞아 허물없이 친함을 막역(莫逆), 매우 심함이나 더할 나위 없음을 막심(莫甚), 매우 심함을 막급(莫及), 가장 좋음을 막상(莫上), 아닌게 아니라를 막비(莫非), 깊은 밤이나 이슥한 밤을 막야(莫夜), 몹시 엄함을 막엄(莫嚴), 말을 그만둠이나 하던 일을 그만둠을 막설(莫說), 더할 수 없이 매우 강함을 막강(莫強), 황폐하여 쓸쓸함을 삭막(索莫), 고요하고 쓸쓸함을 적막(適莫), 도무지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막무가내(莫無可奈), 마음이 맞아 서로 거스르는 일이 없는 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친밀한 벗을 일컫는 말을 막역지우(莫逆之友), 어느 것이 위고 아래인지 분간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막상막하(莫上莫下), 도무지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막가내하(莫可奈何), 막역한 벗의 사이를 일컫는 말을 막역지간(莫逆之間), 동서를 분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리를 모르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막지동서(莫知東西), 자식을 가르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음을 일컫는 말을 막여교자(莫如敎子), 어느 누구도 감히 어찌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막감수하(莫敢誰何), 모든 것이 다 운수에 달려 있음을 이르는 말을 막비명야(莫非命也), 인적이 없어 적막하도록 깊고 높은 산을 일컫는 말을 막막궁산(莫莫窮山), 두려워서 할 말을 감히 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막감개구(莫敢開口), 더할 수 없이 매우 강한 나라를 일컫는 말을 막강지국(莫強之國),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막불감동(莫不感動), 아주 허물없는 사귐을 일컫는 말을 막역지교(莫逆之交),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중요한 곳을 이르는 말을 막중지지(莫重之地), 피할 곳 없는 도적을 쫓지 말라는 뜻으로 궁지에 몰린 적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기 쉬우니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라는 말을 궁구막추(窮寇莫追), 매우 무지하고 우악스러움을 일컫는 말을 무지막지(無知莫知), 가는 사람은 붙잡지 말라는 말을 거자막추(去者莫追), 남의 활을 당겨 쏘지 말라는 뜻으로 무익한 일은 하지 말라는 말 또는 자기가 닦은 것을 지켜 딴 데 마음 쓰지 말 것을 이르는 말을 타궁막만(他弓莫輓), 배꼽을 물려고 해도 입이 닿지 않는다는 뜻으로 일이 그릇된 뒤에는 후회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비유한 말을 서제막급(噬臍莫及),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이나 일이 잘못된 뒤라 아무리 뉘우쳐도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후회막급(後悔莫及) 등에 쓰인다.
▶️ 啼(울 제)는 형성문자로 謕(제)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帝(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啼(제)는 ①울다 ②(새나 짐승이) 울부짖다 ③소리내어 울다 ④눈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러워할 통(慟), 울 곡(哭), 울 읍(泣)이다. 용례로는 동물의 울음소리를 제성(啼聲), 우는 새 또는 새의 울음소리를 제조(啼鳥), 피를 토하며 욺을 제혈(啼血), 큰 소리로 욺을 제곡(啼哭), 소리를 높여 욺을 제읍(啼泣), 울려는 아이 뺨 치기라는 뜻으로 남이 핑계로 삼을 일을 하거나 또는 시끄러운 일이 생기려고 하는데 그 일이 더 빨리 터질 수 있게 충동한 경우를 이르는 말을 타욕제지아(打欲啼之兒),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름을 이르는 말을 소제양난(笑啼兩難)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