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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를 맞이한 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다들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정말 부족한 솜씨지만 이번 연말연시를 맞이해서 글을 여러 개 써 볼까 합니다. 생각하고 있는 주제는 여러 가지입니다만, 일단 여러 선수들에 대한 제 생각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적 부탁드립니다.
첫 글은 KB 스타즈의 '슈퍼 땅콩 가드' 심성영 선수 이야기입니다.
프롤로그
여자농구를 2004년도 겨울리그 때부터 봐 왔습니다. 올 시즌 전까지 시즌이 개막되는 매년 10월~11월이 되면 제가 좋아하는 팀과 선수들을 직접 경기장에 가서 본다는 기대에 마음이 설래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2013-2014 시즌 초반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여자농구를 전혀 챙겨보지 못했습니다. 가끔 2~3일에 한 번씩 홈 경기장이 가까운 관계로 8년 여간 정이 들었던 우리은행의 연승 기사만을 챙겨보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전부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어느 분야에 있어 한 번 게을러지기 시작하면 지난 세월간의 성실함을 되찾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굳이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이나 백제의 의자왕 같은 위인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러던 지난 12월 초, 퇴근을 하고 심심한 차에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던 저는 우연찮게(?) 네이버 농구/배구 기사 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고, ‘오랜만에 농구 동영상이나 보자.’하고 농구동영상 창을 클릭했습니다. 무언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몰라인업의 돌격대장 심성영 인터뷰>.
심성영?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아, 우리은행의 이승아, 이정현 선수하고 같이 2011 신인 드래프트에 들어온 KB의 선수구나. 코트에서 한 번도 못 봤는데?’하고 영상을 틀고 인터뷰를 봤습니다. 인터뷰 전에 방영해주는 플레이 영상에서 심성영 선수는 그 커다란 삼성생명의 용병 에슐리 로빈슨 선수 앞에서 돌파에 이은 레이업을 성공시키더군요. ‘야, 저 작은 키에? 이번에 KB에서 제대로 된 선수를 키우고 있구나.’
소위 ‘필’이 꽂혀버린 저는 당장 만사를 제쳐두고 이 선수에 대한 기사와 지난 경기 동영상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자농구에 대한 예전의 흥미와 애정이 되살아난 채로 말이죠. 이후 몇 시간의 자료 조사(?)가 끝난 저의 심성영 선수에 대한 결론은 ‘서동철 감독님의 야심작’!!
당당히 92년생 세대교체의 주자로 코트에 오르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겠지만 현재 우리 여자농구의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전주원 - 김영옥 - 정선민 - 박정은 - 김지윤 선수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줄줄이’은퇴를 했고, 새로운 얼굴들이 코트에서 관계자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늦은 속도로 꾸준히 진행되어 온 현상입니다만 올 시즌 들어 더욱 두드러집니다.
새로운 얼굴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기수’는 92년생 선수들입니다. 이미 우리은행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낙점받은 이승아 선수를 비롯하여, 서른 줄에 다다른 최윤아 선수를 대신하여 상당한 시간동안 코트에 모습을 보이는 신한은행의 김규희 선수, 올 시즌 들어 단지 외모로만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로 많은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홍아란 선수 등...
동기인 이 선수들에 비해 출전 시간이나 팀 내에서의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심성영 선수는 홍아란 선수와 더불어 KB의 가드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미 여러 기사에서 언급된 바 있지만, 이번 시즌 들어 출전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그림1 참조>
< 그림1 > 이전 세 시즌동안 심성영 선수는 출전 시간이 거의 없는, '벤치맨'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팀이 치른 15경기 중 13경기에 평균 11분 16초동안 출전하였습니다.(2013년 12월 30일 현재 기준) 팀 내에서의 비중 성장이 괄목할 만합니다.
저는 서동철 감독님이 단순히 현재 팀의 주전 가드인 홍아란 선수의 ‘체력 세이브’만을 위해 심성영 선수의 출전 시간을 대폭 늘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올 시즌 현재까지의 이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충분히 증명이 됩니다. 몇 가지로 살펴볼까요?
첫째, 단신 가드가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드리블 능력이 뛰어납니다.
드리블 능력은 단지 스피드가 좋다고 해서 뛰어나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집중 수비에서 벗어날 만큼의 볼 핸들링과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방향 전환 등이 겸해져야 뛰어나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능력들에 스피드가 더해진다면 상대편 코트를 마음껏 휘저을 수 있고요. 감독님은 심성영 선수의 이런 점들을 비시즌 동안 눈 여겨 보셨을 것입니다.
서동철 감독님은 ‘얼리 오펜스’를 강조하십니다. 상대방이 수비 진영을 다 갖추기 전에 공격을 적극적으로 하라는 말씀인데 이에는 빠르고 볼 핸들링이 뛰어난 가드가 필요합니다. 엔드 라인 혹은 사이드 라인에서 패스를 받고 재빨리 하프 코트를 넘어 상대가 수비 진영을 갖출 새를 주지 않고 재빨리 패스하여 골을 넣어버리는 것이 얼리 오펜스입니다. 여기에 적격인 선수가 심성영 선수이고요.
둘째, 상대 가드에 대한 수비 능력에서 많은 성장이 보입니다.
농구에서 신장이 다른 선수에 비해 월등히 작다는 것은 분명 크나큰 핸디캡입니다. 특히 수비 면에서 상대방에게 미스 매치를 허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미스 매치가 나면 실점률도 높아질뿐더러 파울도 많아지게 되어 경기 운용이 어렵게 됩니다.
심성영 선수의 키는 농구화를 벗었을 때 165센티가 채 안 됩니다. 이 선수와 주로 매치업되는 다른 팀들의 가드 선수들의 신장과 비교해 본다면 핸디캡 정도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교해 볼까요?
우리은행 이승아 선수 175Cm
신한은행 김규희 선수 171Cm
하나외환 김지현 선수 177Cm
KDB 생명 이경은 선수 176Cm
삼성생명 이미선 선수 174Cm
차이가 이러한데도 감독님은 홍아란 선수와 더불어 심성영 선수에게 위의 선수들에 대한 대인 마크를 적극 주문합니다. 분명 미스 매치인데도 말이죠. 왜일까요? 수비 능력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5일, 크리스마스 때 구리에 가서 이경은 선수를 상대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 보았습니다.
물론, 당시 이경은 선수는 최근 든든한 백업 가드인 김진영 선수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인해 시즌 아웃이 되면서 체력적으로 어려운 상태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는 2006년 데뷔 시즌 때 평균 10분 정도의 출전 시간을 보장받은 선수입니다.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인데 제가 본 바로는 일대일 능력에서 열에 여섯일곱 정도는 제칠 수 있는 개인기 능력이 일품이고요. 대인 마크가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날 심성영 선수는 이경은 선수를 단 4득점으로 묶어냈고, 이날 대승의 숨은 공신이 되었습니다. KDB 생명의 주 공격루트인 이경은 선수를 이렇게 묶어내기엔 결코 쉽지 않은데 말이죠. 이는 적극성과 더불어 비시즌 때 혹독하게 닦은 수비 테크닉(예를 들어 돌파할 자리를 미리 차지하고 막는 것과 페이크 스텝에 속지 않는 침착함)이 빛을 발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상대 가드 선수들을 상대로 이런 좋은 수비를 보여준다면 감독님의 코트로의 소환은 꾸준히 계속될 것입니다.
KB의 벤치를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심성영 선수에게 경기 도중 많은 것들을 말해주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당당히 92년생 여러 동기들과 더불어 코트 위에 오른 이 선수를 확실히 이번 시즌 실전을 통해 키워내려는 코칭 스텝의 의도를 잘 읽을 수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위와 같은 코칭 스텝의 의도대로, 홍아란 선수와 더불어 KB의 주전 가드로서 코트에서 많은 분들에게 가드진의 세대 교체의 원만한 진행을 당당히 어필하는 92년생 심성영 선수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그녀에게 좀 더 필요한 것, 정교함과 적극성
“아란아, 성영아. 쟤네들이 너희 두고 ‘언더’ 하는 건(3점 라인 부근에서 외곽슛을 핸드-체크하지 않고 수비 진영을 하이 포스트 로 ‘내리는’ 것) 너희를 무시하는거야. 무시당하지 말고 올라가!!”(2013년 12월 2일 춘천 경기 작전타임 중 서동철 감독님)
“성영아!! 거기선 쏴야지!!”(수시로 서동철 감독님)
“성영아, 좀 더 공격적으로 해 봐.”(수시로 서동철 감독님)
위의 말들에서 보듯이, 서동철 감독님은 심성영 선수가 코트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게임에 임하기를 누차 강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많은 팬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분명, 여기서 적극성이라고 하는 것이 난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머지 네 명을 리딩하는 포인트 가드에게 있어 앞뒤 가리지 않는 ‘에라 몰라’식의 난사는 팀 전체 게임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어이없는 플레이 중 하나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은 어느 리그의 선수들을 막론하고 이런 선수들에 대해서 결코 호감을 가질 수 없습니다.
감독님이 강조하는 적극성이라고 하는 것은 슛을 쏠 타이밍에 주저하지 말고, 즉 ‘아 이 슛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거 꼭 넣어야 하는데.’식의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신있게 슛을 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거침없이 ‘붙이고 올라가야 할(상대 선수의 블로킹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파 후 레이업을 하는 것)’ 상황에서 드리블로 피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한 장면을 볼까요.
심성영 선수가 탑에서 공을 잡고 드리블을 칩니다. 이 때 커리 선수나 콜맨 선수가 정면에서 스크린을 서 탑에서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나머지 세 선수는 골밑으로 리바운드를 잡으러 갈 준비가(대략적인 박스아웃) 되어 있고요.
이 상황에서 심성영 선수는 슛을 쏘지 않고, 수비수들이 있는 공간으로 드리블을 치거나, 사이드의 선수에게 패스를 합니다. 이 때 감독님의 탄식(“아, 쏴야지..”)이 나오는 것을, 저는 직접 혹은 중계를 통해 여러 번 봤습니다.
심성영 선수에게 또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가드로서 정교함을 갖추는 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째는 슈팅에서의 정교함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자신있게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보다 성공률을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심성영 선수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천안 연수원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겠지만요.
< 그림2 > 올 시즌 현재까지 심성영 선수는 필드골(2점슛) 38개 시도 12개 성공, 3점슛 18개 시도 3개 성공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출전 시간이나 팀 내에서의 비중으로 봤을 때 시도 횟수와 성공률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입니다.
둘째는 공격 리딩 시의 정교함입니다.
어제 삼성생명 전에서 심성영 선수는 앞선 에서부터 집중 마크하는 이미선 선수를 상대로 세로 드리블(앞으로 나가는 드리블)을 깊은 곳까지 했습니다. 이에 다른 수비수가 협력 수비를 하고 패스도 곤란해질 정도로 가로막힙니다. 패스 게임으로 공격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상황에서 세로 드리블 고수로 인해 실수를 한 것이죠.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하는 포인트 가드는 세로 드리블과 가로 드리블을 상황에 맞게 정교하게 섞어 해야 합니다. 다르게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치고 나가야하는 상황과 옆으로 꺾어야 하는 상황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좋은 패스를 할 타이밍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도 있습니다.
심성영 선수가 수비를 안으로 몰고자 드리블로 깊숙이 들어가고 수비수들이 자신한테 몰리는 틈을 타 외곽의 동료 선수에게 빼는 패스를 합니다. 이 빼는 패스가 빨라야 외곽슛 찬스가 금방 나오는데, 가끔 보면 직선으로 가야 할 이 패스가 곡선으로 천천히 가는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스틸당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소위 ‘흔들어놓고 빼주는 패스’에서 좀 더 정교함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에필로그
요 한달 새에 많은 분들이 홈인 청주체육관에서, 또는 원정 경기에까지 찾아와서 KB에서 홍아란 선수와 더불어 서동철 감독님 조련 하에 ‘쑥쑥’ 자라가는 심성영 선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아끼지 않는 것을 몸소 보고 겪었습니다.
어느 분께서 말한 것이 있습니다. ‘심성영 선수의 플레이는 코트 전체에 활력을 넣어주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단신으로 상대 코트를 휘젓고, 자신보다 족히 10센티는 큰 상대 가드들을 열심히 수비하는 심성영 선수의 플레이는 분명 보는 팬분들이 ‘농구는 신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아이버슨의 유명한 경구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매력에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많은 분들이 ‘열광’하는 것이고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심성영 선수의 매력적인 플레이를 볼 수 있기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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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분석글 잘읽었습니다! 심성영선수는 kbl최고 수비실력을겸비한 양동근의 수비자세를 보고 연습한다네요.
또좋은글기대할게요!
고칠 것이 한없이 보일 글인데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네 잘 읽었습니다. 심성영선수 잘 성장해 주길....
이번 시즌에 부상없이 실전을 많이 소화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이승아 선수처럼 쑥쑥 자랄 될성부른 선수입니다~ 많이 지켜봐 주세요^^
잘읽었어요~
더 잘 썼어야 하는데... 감사합니다^^
수비력이 진짜 좋더군요 작은키때문에 당하는걸 단한번도 보지못했고 작은키로인해서 구멍이 될느낌도 전혀 못받을정도로 수비하는데 많은 선수들이 그런 수비는 본받아야할듯 어제경기에서도 트리블더블 갈뻔한 이미선을 막판에 잘 수비해준듯 심성영들오올때 이미선의 활동반경이 많이 줄어들더라구요.
비시즌 때 수비훈련을 많이 한 것이 실전에서 확연히 드러나요~ 특히 무리하지 않은 핸드 체킹에 공간자르기가 볼 만해요~
슛이 넘 아쉽고 역시 작은키땜에 돌파 잘 들어가도 블락당하는게 많긴하죠 ㅠㅠ
그래도 제 응원팀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게 넘 좋습니다 ㅎㅎ
심성영 선수가 연차가 더 되서 파울 얻어내는 요령을 자연스레 익힌다면 돌파능력이 빛을 더 발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