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엔 공급 부족과 토지보상금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가시화하며 상반기보다 더 오를 겁니다. 하반기 키워드는 ‘1기 신도시의 부활’이 될 겁니다.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이 재건축과 리모델링으로 다시 날갯짓을 할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하반기 집값이 상반기보다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상승을 전망하는 이유는
“현재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요소는 공급 부족이다. 서울시 인구가 1000만명 아래로 감소했지만, 가구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아파트 매수수요는 인구가 아닌 가구 단위로 작동한다. 인구 감소에도 매수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공급은 적다.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은 총 3만1000여가구인데, 내년과 내후년엔 각각 2만가구, 2만1000여가구로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
하반기엔 공급 부족이 더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이 지났기 때문에 하반기엔 시장에 나올 매물이 상반기보다 적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3만1000여가구인데, 이 중 하반기 입주 물량은 1만2000여가구로 상반기보다 적다. 하반기 상승폭이 상반기보다 더 크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2019년 이후 최근 2년 새 ‘전약후강’ 현상이 반복하고 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상반기를 ‘약(弱)’으로 정리하기 어렵지만, 하반기에 더 강한 상승세가 온다는 의미다.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도 하반기 주요 상승 요인이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데, 하반기엔 3기 신도시 등 각종 개발로 인한 토지보상금으로 유동성이 더 커진다. 토지보상금을 받고 1년 이내 대체 부동산을 매입하면 취득세를 감면해 주기 때문에 토지보상금으로 증가한 유동성은 1년 이내에 절반은 부동산으로 돌아오는 특성이 있다. 가뜩이나 저금리로 풍부한 유동성에 토지보상금이 가세하는 것이다.”
―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 영향은
“우선 금리 인상이 여러 차례 큰 폭으로 이뤄지기 쉽지가 않다. 한국은행은 연내 1~2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연내 1차례,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경제 여건을 고려해 금리 인상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또 국내 가장 큰 이슈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경제 살리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재임 초기부터 금리를 인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이 여러 차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금리와 부동산은 전통적인 역의 관계이지만, 소폭의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금리는 통상 절반 정도 반영돼 0.10% 안팎으로 오른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하면 대출금리는 현재 2.6~2.7%대에서 2.8%로 오른다. 수요자 체감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저금리에서 우상향으로 전환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은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칠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투자 격언이 있는데, 지금은 어디쯤인가
“어깨 정도에 와있다. 매매가격이나 평당가만 살펴보기보다 소득을 반영한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 통계를 살펴봐야 한다. 이 통계를 보면, 서울의 중위 소득 계층이 중간 가격대 집을 살 때 올해 3월 기준으로 17.8년이 걸린다. 1년 전만 해도 14.2년이었다. 서울은 10년, 지방은 5년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집값은 정상(10년)보다 약 80% 비싸다는 것이고, 그만큼 주택가격이 고점으로 올랐다는 뜻이다.”
― 어깨에 다다랐다면 격언처럼 팔아야 하나
“비싸지만 가지고 있어야 할 때고, 비싸지만 사야 할 때다. 팔아야 하는 타이밍이지만 팔 수 없는 이유가 더 많다. 과연 집값이 하락할까. 공급이 대폭 확충돼 수요를 충당하고 나서 공급이 더 있어야 집값이 떨어진다. 수요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데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할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2인 가구 증가로 수요는 계속 늘고 당분간 공급이 요원하다. 3기 신도시나 공공 정비사업을 통한 대규모 공급은 빨라도 5~6년, 일반적으로는 7~8년이 걸린다. 수급 불안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 일시적인 경제 충격으로 집값이 조정받을지 몰라도 폭락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무주택자는 전세로 머무는 것보다 집을 사는 게 유리한 시점이며 비싸지만 사야 할 때다. 집값이 어깨로 올랐으니 팔겠다는 유주택자의 선택은 현시점에서 상당한 리스크다.
무주택자라면 집값이 떨어져도 조기에 회복할 만한 입지를 골라 살 필요는 있어 보인다. 구매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지겠지만,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조기에 회복할 만한 입지나 지하철 신설 등 교통이 개선되는 지역으로 사야 한다. 상대적으로 침체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고, 떨어져도 지지가 될 곳을 골라야 한다.”
― 올 상반기에 시흥, 동두천, 고양, 의정부가 20% 이상 급등했는데, 하반기 주목할 지역은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이 재건축과 리모델링으로 다시 날갯짓을 할 시점이다. 올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본격 시작할 것이다. 특히 분당은 때를 만났다. 교육과 커뮤니티가 우수한 지역인데, 판교의 상승세와 비교하면 여태 덜 올랐다.
평촌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인덕원역이 개통하면 최대 수혜지고, 중동은 GTX 부천종합운동장역이 개통하면 수혜를 본다. 1기 신도시들은 지역별로 각자 호재를 갖추고 있는데, 재건축과 리모델링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 날갯짓을 할 때가 다가왔다.”
― 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 상품 가운데 주목할 만한 상품이 있다면
“주거용 오피스텔이 소형주택의 대체재로 떠오르는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다. 투룸 이상 오피스텔은 올 하반기 소형아파트의 틈새 보완재로 좀 더 인기를 누릴 수 있다. 아파트를 사고 싶으나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이 투룸 이상 오피스텔에 주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