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늘 오늘만 같아라!
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동짓달 초사흗날
어제 오전부터 시작한 겨울비는 지금껏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지금은 눈발까지 섞여서 진눈깨비로
변했다. 하루종일을 내리고도 모자라 밤에도 마치
여름날 내리는 비처럼 이주 거세게 내리더니 이젠
눈발까지 함께 내린다. 지금껏 내린 강수량은 무려
45mm란다. 주말인 내일은 다시 눈으로 변할 것
이라는 예보이다. 촌부의 휴일이 길어지는 것이다.
아침 기온 영상 1도, 그러니까 눈이 아니고 겨울에
비가 내리는 것이겠지? 시냇물 소리도 요란하다.
12월 중순에 시냇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정말
알 수 없는 날씨변화이다. 24년째 산골살이에서
이런 겨울은 정말 처음이다.
어제는 아침나절에 두어 시간 절개지 정리작업을
했다. 전날 가지를 잘라놓고 옮길 수 있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은 통나무를 아랫쪽 밭으로 옮겼다.
그러기 위해서는 잡목을 정리해야만 했다. 또다시
엔진톱으로 아카시아나무를 비롯한 잡목부터 다
베어냈다. 그 다음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하여 모든
통나무를 굴렸다. 중간에 멈춰 또다시 굴려야했다.
잔가지와 들 수 있는 통나무는 밭으로 넘겼으나
밑둥의 굵은 통나무는 촌부의 힘으로는 어림없어
그냥 두었다. 엔진톱으로 한번 더 토막을 내야만
할 것 같다. 그 굵은 통나무는 이서방의 목공예용
재료로 요긴하게 쓰게 될 것이다. 그 일을 하려고
할 무렵 비가 시작되어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늘 오늘만 같아라!'
뜬금없이 무슨 좋은 일이 있어 이런 말을 했을까?
어젯밤 청바지클럽 모임을 파한 다음 집으로 올라
오며 아내와 니눈 대화 중에 나온 촌부의 말이다.
사연인즉슨, 둘째네가 청바지클럽 회원들을 위해
수육을 삶아 대접을 하느라 모임을 가진 것이다.
처제의 숨은 비법으로 삶은 수육은 그 어느 유명한
수육집의 수육 맛보다도 훨씬 더 맛있게 잘 삶았다.
모두들 감탄을 하며 맛있게 먹었다. 부들부들하고
야들야들하고 쫀득쫀득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수육에 곁들인 알배추와 김장속 무우채는 아내가
우리 것으로 협찬을 했단다. 수육에 술이 빠질 수
있겠는가? 소주, 맥주, 와인 그리고 고급 중국술을
준비했다. 특히 도수가 굉장한 중국술은 얼마전에
서울 막내 매제가 촌부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건
중국에서 꽤나 유명한 술이라고 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네 사람인데 이서방은 그다지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셋이 그 독한 중국술을 다 마셨다.
그렇게 둘째네가 마련한 청바지클럽 수육 파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라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뿐인가? 60이 넘은 노땅들이 온갖 게임도구로
다트게임, 젠가게임, 해적룰렛게임을 하며 놀았다.
진한 커피, 카푸치노, 대추차, 생강차를 마시며...
이 얼마나 건전한 노땅들의 산골살이 놀이인가?
늘 하는 말, "사는 것 뭐 특별한 것이 있겠는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훈훈한 온정을 나누며 사는
것, 늘 오늘만 같아라! 하며 살면 되는 것이지!"
이번 모임에서는 또다른 축하를 겸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맘때 이장으로 뽑혀 마을을 위해 너무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승규 아우에 이어 이번엔
촌부의 산골살이 멘토인 선기 아우와 함께 우리
이서방이 반장으로 선출이 되어 마을 발전을 위해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6년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참 잘했던 부녀회장직을 내려
놓은 승현 엄마까지 모두를 축하하는 시간이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마을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은 청바지클럽 회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 셈이다. 그 활약이 잔뜩
기대가 된다. 선한 마음을 가진 아우들이라서 모두
마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일 마을주민들이 다 모이는 대동회에서 또한번
축하를 받게 될 것이다.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즐거움 넘치는 매일의 촌부님 부럽습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 하세요
사는 것 뭐 있겠습니까?
그냥저냥 즐거움 찾아 사는 것이죠.ㅎㅎ
감사합니다.^^
친구님...주소찍어 주셔요.
달려갑니다...^^ㅎㅎ
맛나게 드시고
늘...지금처럼 정감가득 담는 모임이 되시고
그 우정 영원히....^^
부럽습니다...^^
따습게 보내시구요..^^
그럴까요?ㅎㅎ
근정님과 함께 오세요.
도시와 달리
많은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소박한 분들과 정을 나누며
오손도손 살고 있지요.
부러우면 지시는데...ㅎㅎ
감사합니다.^^
장년기를 보내며
할 일과 가정과 친구만
있으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 하겠습니까.
이웃들과 더불어
마을 일도 하시고
친목도 다지며
오늘처럼만 행복하시길요~
내일부터는
눈 길 조심하시고요~
맞습니다.
촌부와 같은 나이에는
열거하신 세 가지가
참으로 중요하지요.
더불어 살며 즐기는
삶이면 더 이상은
바랄 것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