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ㆍ생명운동본부, 모자보건법 시행 40년 특별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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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보건법 시행 40년 특별 세미나 종합토론 시간에 최현일 연구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 모자보건(母子保健). 말 그대로 어머니와 자녀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1973년에 제정된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를 규정하면서 낙태에 합법성을 부여했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와 생명운동본부(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1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올해로 시행 40주년을 맞은 모자보건법을 윤리적ㆍ법적ㆍ인구사회학적으로 짚어보는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다음은 발제문 요약. 정리=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의학적 관점에서 본 모자보건법 / 최현일 연구원장(효산의료재단 샘병원)
인간 생명체의 발달은 생식세포에서 수정을 거쳐 자궁 내 태아 발달과 출생 후 성장을 통해 생애 전 주기를 살아가는 연속 과정이다. 한 개의 세포는 연속 분열을 거쳐 약 60조 개 세포를 가진 인간 개체가 된다.
수정은 400만 개 난소 세포 중 한 개의 난자와 한 번 사정으로 배출된 약 2억 개의 정자 중 한 개가 만나 이뤄진다. 수정된 세포는 하나의 세포이지만 인간의 유전적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에 이 시기부터 인간 배아다.
정자는 머리 부분에 있는 유전물질을 함유한 핵만 난자 내로 들어간다. 난자는 핵을 포함해 세포의 구성 성분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유지한다. 정자의 핵을 제외한 나머지 세포기관들은 난자의 기관들에 의지하게 된다. 초기 수정 시기에는 정자의 핵과 난자의 핵이 완전히 합쳐지지 않지만 핵막이 없어지면서 둘은 가까이 접근하고 염색체 재배열과 수적 증가를 동반해 세포 분열을 준비한다.
착상 전 인간 배아는 투명대라고 하는 당단백질의 보호를 받는다. 이 보호막은 수정 후 인간 배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수정 전에도 난자를 보호하고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수정 후 5일이 지나면 인간 배아를 구성하는 세포 전부가 이 막을 뚫고 나온다.
자궁내막에 도착한 인간 배아는 자궁내막의 환영을 받는다. 자궁내막은 인간 배아를 안전하게 착상시키기 위해 분열을 통해 많은 세포를 만들어 인간 배아를 둘러싼다. 배아는 태반과 양수를 생성하는 세포들을 분화시키며 인체 각 기관을 만드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수정 후 8주가 되면 인간 배아는 '태아'로 명명하게 된다.
▨법학적 관점에서 본 모자보건법 / 정종휴 교수(암브로시오, 전남대 로스쿨)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사실상 낙태 자유화 선언 조항이다. 형법상의 낙태죄를 무력화한다. 일종의 '낙태 면허' 조항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적극적으로 포기한 셈이다.
손해배상청구권과 관련해 태아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762조). 그 결과 태아는 태아인 동안 고유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 여기에는 위자료청구권도 포함된다. 태아 자신에 대한 불법 행위도 성립한다.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의사를 인공중절수술의 주체로 설정한다. 예외적으로 낙태가 허용되더라도 임부가 고뇌 끝에 상대방 동의를 얻어 의사에게 인공중절수술을 의뢰하면, 의사는 의사의 막중한 윤리 의무에 따른 깊은 고뇌와 신중한 고려 끝에 가급적 출산을 권장하고, 마지못해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그에 앞서 정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구조의 조문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모자보건법 14조는 의사가 마음만 먹으면 적극적으로 낙태에 가담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른바 안락사 규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악법이다.
제1항 1ㆍ2호는 우생학이나 유전학적 질환을 이유로 하는 낙태의 허용 범위를 대통령령에 일임하고 있다. 우생학적ㆍ유전학적 정신 장애와 신체 질환은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관점에 따라 종류도 많고 의학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태아가 생명권의 주체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질환을 인공임신중절의 사유로 명시하는 것 자체가 헌법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 헌법ㆍ민법ㆍ형법과의 저촉으로 법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폐기가 없다면 생명 문화의 건설을 바랄 수 없다.
▨윤리적 관점에서 본 모자보건법 / 정재우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인간이 행하는 악행 중 근본적인 것은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일이다. 특히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가장 심각한 악행이자 자유의 남용이다.
생명이란 자유, 평등, 희망, 사랑이 의미가 있게 하는 모든 가치를 떠받드는 기반이다. 인간 생명이 모든 가치의 근본이 된다면 인간이 누리고 행사하는 모든 권리의 기반에도 생명이 자리하고 있다. 살아 있지 않으면 권리를 누릴 수 없으며, 생명이 침해된다면 다른 권리들의 보장이 무의미해진다. 낙태와 임신중절이라는 말에 내포된 것은 새 생명을 인위적으로 몸 밖으로 꺼내어 죽게 하는 적극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모자보건법이 지닌 문제점은 이와 같다. △낙태 행위를 명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의 생명과 안녕을 보호한다는 사회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를 위반하며 구성원의 생명권을 침해한다 △생명이라는 자유의 기반을 파괴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자유의 정당한 행사와 자유의 남용을 구분할 일차적 기준을 무너뜨린다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인간 기본 양심의 명령을 거슬러 그것을 '필요할 때는 해도 된다'는 개념으로 바꿔 가치를 전도시킨다 △모성 및 영유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제1조)는 '모자보건'의 의미에 모순되며 그것을 왜곡한다.
낙태 시술은 여성이 임신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그러나 낙태 행위의 의미를 아는 여성이라면 아기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인간 생명과 모자 관계를 파괴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 산모들을 여러 방법으로 지원, 지지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인구사회학적 관점에서 본 모자보건법 / 이연숙(가타리나, 전 평화신문 편집국장)
2011년 현재 우리나라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1.24명을 출산한다. 1960년대 6명을 출산한 것에 비하면 크게 감소했다. 민간 차원의 가족계획사업은 1961년 11월 국가재건최고회의 상임위원회의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하나로 추진하면서 국가 시책으로 탄력을 받았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군사정부는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게 했다. 정부는 경제개발 목표를 달성하려고 인구 억제 정책을 강화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모자보건법이다.
정부가 산아제한정책을 국가 시책으로 채택한 것은 높은 출산율이 경제개발 정책의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낙태를 합법화하는 모자보건법을 1973년 제정해 가족계획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1984년 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으로 낮아졌는데도 1986년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가족계획사업의 법적 근거까지 마련했다.
정부는 1980년대 가족계획사업을 더 밀어붙였다. 불임 수술, 자궁 내 장치 시술에 의료보험을 적용했다. 1984년 합계출산율이 대체출산율인 2.1%를 기록하고, 1985년에는 1.7%로 내려갔지만 산아제한정책은 지속됐다. 1990년대 출산율 하락이 뚜렷해지자 정부는 1996년 인구억제정책을 폐지하고 인구정책을 전환했다. 저출산이 지속되자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했다.
경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생명 존중은 밀려났다.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이 현실화되자 전국 규모의 낙태 실태조사가 처음 실시됐다. 근시안적인 인구 정책이 대한민국을 노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전락시켰다.
<한국교회 생명운동 일지>
한국교회는 40년 동안 사실상 낙태를 합법화하는 모자보건법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해왔다. 다음 표는 모자보건법 폐지를 촉구해온 한국교회 생명운동 일지.
-1961년 9월 2일 한국 주교단 '인구 문제와 산아제한' 공동교서 발표 -1973년 2월 8일 모자보건법 제정 -1973년 2월 18일 '모자보건법의 독소를 고발한다' 사목교서 발표 -1974년 3월 15일 '인구 문제와 교회' 주교단 사목교서 발표 -1976년 6월 14일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우리의 태도' 선언문 발표 -1976년 6월 25일 '건전한 가족계획에 대한 사목교서' 발표 -1982년 2월 24일 '인구 증가 억제 대책 활성화에 대한 문제 해결 촉구' 사목교서 발표 -1988년 5월 8일 인공유산과 불임수술에 관한 담화문 발표 -1992년 7월 13일 '태아의 생명을 죽이지 말라', 형법개정안 제135조(낙태 허용 범위 신설) 폐지 서명 운동 주교단 성명 -1994년 10월 12일 형법 개정안 제135조에 관한 한국 주교단 건의 -2000년 12월 17일 '모자보건법 제14조 낙태 허용범위 규정 폐지 촉구 청원서' 국회 전달 -2009년 10월 29일 '불법 낙태 근절에 앞장선 산부인과 의사들을 지지합니다' 성명 -2009년 11월 1일 프로라이프 의사회, 범국민 낙태 근절 선언 -2013년 2월 13일 모자보건법 낙태 허용 조항 삭제와 속죄를 위한 40일 기도 운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