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 그랬어, 만나러 가는 걸 알고 있었다면 명희가 외출을 하자마자 그들에게 알려야 했겠지,
미리 연락을 해서 명희 뒤를 미행 시키던지 했어야 할 일이였고, 그런데 그러지 못했잖아 .위험이
그렇게 빨리 닥칠지도 몰랐고.. 사실은 안 보내고 싶었어, 내 뜻을 받아들여 전화로 말해 주길 바랬어,
그런데 상대쪽에서 할 말이 있을 거라고 당신이 말했을 때는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일찍 와야 한다던지
만나기로 한 장소가 어다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어ㅡ 당신 자존심을 건드릴 것 같아서 말이야 나중에
후회 했지만..“
명우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자존심을 찾다가 자칫 그녀를 잃을 뻔 했으니
“당신을 기다린 거지. 일단 강 병열을 만날 수 있게 되면 그를 만나 본 다음에 김 반장에게 말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당신한테서는 연락이 없고.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 지더군. 두 번씩이나 편지를 받은 것 도 그랬고
불길한 느낌에 휩싸여왔어, 정 선댁을 골목에 보내놓고 전화로 김 반장을 불렀지, 편지 건을 말하려고 말이야,
다시 알몸이 되어 누운 그녀가 물었다,
“그날 - 그 낚시 방에서 명우씨 정말 아무렇지 않았어?”
“뭐가?”
"!.." 명희는 그런 남편을 멍뚱한 눈으로 바라본다
...어머 이 남자 좀 봐. 정말 아무 생각 안했나 보네!...
“당신 다른 생각했어?”
“아이 몰라.”
“정말! 언제 그런 생각했는데?”
“몰라, 그만 둬요!”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며
“얘기 할 때였어? 내가 정액 어쩌구 할 때 당신 눈빛이 달라지는 걸 봤어,”
“아니? 나중이였어, 다 챙겨 가지고 나올 때, 명우씨가 방안을 휘둘러보고 있을 때 그 생각을 했단 말이야.”
“무슨 생각이였는데?”
명우가 짓굳게 자꾸 묻고 있었다,
“아이 몰라!”
수줍어하는 그녀의 입술에다 키스했다 음..음..언제나 긴 키스였다,
입맞춤을 할 때마다 사건에 억매여 있던 그 당시의 은밀했던 순간을 , 특히 그녀의 말문을 열게 하기위해
분위기를 조성 한 뒤, 고백을 끝낸 그녀의 눈물을 찍어 주며 나누웠던 키스를 잊지 않고 있었다,
저리도록 감미로웠던 키스였다, 그 맛을 재생 하듯 항상 이들의 입맞춤은 길었다,
그녀가 옆에 있어도 늘 갈증이 났다, 방문에 어스름이 스며드는 달빛에 서로의 육체를 감상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이르며 행위예술에 심취하고 난 뒤에도 이튼 날 그녀를 보면 몸이 스멀거렸다,
지난밤을 음미하며 은근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게 되고 그녀는 그런 명우를 흘겨보기 일쑤였다,
제법 큰 읍이나 면에 가서 바쁠 때는 보건소의 보건 요원이 출원하여 함께 일을 보기도 했다,
그럴 땐 떨어져 잠을 잔다, 그러면 이튼 날 그녀를 쫃느라 진료에 지장을 초래 하기도 하였다,
순회 진료 일 년을 마친 뒤 더 연장 제의가 있었지만 그만 두고 대구에다 정착했다, 명희의 배가 많이
불러 왔기 때문이며, 마침 대구에 적절한 곳이 있다며 박 선배가 알려주어 영주 정착을 보류 시키고
대구에다 개업을 했다,
명우의 병원이 잘 되었다, 몇 년 사이 소문난 병원으로 알려져서 환자들이 북적 거렸다, 덕분에 지금의
이곳 영주에다 대지를 구입하고 건물을 올려 종합 크리닉을 냈다,
ㅁ.....특별한 토요일 오후.
그해 겨울, 아슬했던 순간이나 의혹에 쌓여있던 부분을 그렇게 풀어가며, 반복하며 ,즐거워하고 웃으며 ,
때론 토라지기도 하는 일을 십일 년이 지난 지금 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주로 밤 시간에 잠자리에서 ,
또는 엑스터시가 있기 전 이거나 있은 후 이며, 혹은 무슨 일로 다투고 난 뒤에도 그 얘기를 하며 풀었다,
옛말 하며 살아라 하는 말이 이들 부부에게 적절했다, 지난 일을 반추함이 싫증나지도 않았다,
꿈결 같은 십일 년이였다, 명우에게 있어 진정 그랬다, 여늬 부부처럼 살아 왔지만 결코 여늬 부부 같지
는 않았던 것이다,
회상에서 깨어난 명우는 길 건너 저 만큼 빵집 이층에 있는 찻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전 퇴근을 한
명우의 윤 간호원이 다른 크리닉의 간호원들과 차도를 건너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진료를 보았고 일요일은 쉬었다, 각 크리닉에서도 그들 데로 진료 시간을
정해놓고 있지만 일요일은 휴무 하는 걸로 하고 있었다, 곧 비뇨기과 의사 김 해준이 큰 키를 꺼덕거리며
어디론가 또 가고 있었다, 그는 지금 신혼 중이였다, 명우 가만히 웃는다, 그러는 사이 이윽고 평범하지 않은
여자 하나가 동쪽 길에서 나타나더니 삼거리 이층 찻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명우의 책상 위 전화벨이 울렸다,
“네,병원입니다,”
“..바쁘신가요?”
“노!.”
“그럼 차한잔하고 가시죠, 장 명우씨.”
,,장 명우씨-..하는 어투에는 약간의 빈정거림이 있었다, 명우 히죽 웃으며 쟈켓을 입고 나갔다,
찻집에 들어서자 주인 여자가 반색을 하며 맞았다, 꽃 장식이 화사했다, 조화이긴 하지만 소국과
후리지아로 가운데와 가장자리를 거의 빈틈없이 꾸며 놓아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명우 별반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창가로 간다, 도로쪽을 보며 오만하게 앉아 있는 여자에게로 가서
옆에 앉았다, 아내 명희였다, 아침의 일로 아직 토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시위라는 걸 알고 있다,
그녀는 아침에 남편과 다투고 나서도 딸을 데리고 간 학교에서 틀림없이 웃었을 것이며, 집으로 아이를
데려다 놓고 애정 어린 남편의 말을 들은 척도 안하고 사나운 몸짓으로 다시 자신의 학교로 늦은 출근을
했지만 그 일에 최선을 다 했을 것이다,
이 주말 오후의 만남은 그녀가 학교에 나가면서 만든 것이다, 대구에 있을 때 태현이 낳고 일년을 쉰
아내는 병원과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립 여학교에 양호 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 일 때문에 이들 부부는 처음으로 다투웠다,
“왜 그 일을 해야 하는 건데? ”
명우가 못마땅해 했다,
“집에 있으면 뭐해요 나도 일을 가지고 싶어.”
“태현인 어쩌고? 아이를 돌보는 일도 일이잖아.”
“나 일 하면서 아이 잘 볼 수 있어.”
“나가 있으면서 어떻게 아일 본다고 그래!”
언성을 높인다,
“아이참, 당신 왜 그래 ? 아줌마 있잖아 우리 태현이 잘 거둬주고 있잖아요, 나보다 더 잘 한다구요.”
“엄마하고 아줌마 하고 같애?”
아내를 노려본다,
“명우씨-”
저 자세로 나오며 남편을 설득하려 애쓴다,
“나 일 가지고 싶단 말이에요, 교장 선생님이 직접 부탁을 해 온 일이란 말이야 .나도 승낙을 했고,
약속을 해 놓고 안 갈 수는 없잖아? 그리고 하루 종일 아이하고 있다고 해서 아일 잘 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종일 집에 있으면서 나태하기 쉬운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일을 하는 엄마 모습이 생동감 있고
아이 정신건강에도 더 좋은 거에요, 활발한 느낌을 주고 아침저녁으로 듬뿍 사랑을 주는 것이 신뢰감도
주고 독립심도...”
“아무튼 당신 직장 갖는 거 난 반대야. 나중에 아일 다 키워놓고 하고 싶으면 그 때가서 해. 정 하고
싶으면 내 곁에서 하던지,”
명우는 그렇게 말해 놓고 병원으로 나갔다 .하지만 아내는 기여히 학교엘 나갔다, 그리고는 퇴근하면
곧 바로 와서 아이에게 신경을 썼다, 명우가 꼬투리를 잡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 했다, 자기 일을 소홀이
하지 않은 점이 또한 그녀의 자존심 이였다, 일요일은 정선댁을 쉬게 하고 그녀가 집안일을 했다,
휴가를 받은 정선댁은 기껏 아내의 친정 과수원이 있는 경산에 가서 또 일을 거드는 게 전부였지만,
어디 영화관에라도 갔다 오라고 아내가 돈을 쥐어 주어도 그녀는 과수원행이였다,
아내는 간호원의 식사도 소홀함이 없도록 아줌마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일러 주곤 했다,
“식구들이 먹던 걸 내 놓지 말아요. 아까워서 정 먹이고 싶으면 접시라도 새 것으로 바꿔 담아 내세요,”
그러다가 두 번 째 아일 가졌다, 이번에는 명우가 달랬다.
“그만 두지. 당신 힘들어 보여서 그래, 두 아이를 거두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부른 배를 껴안고 다녔고, 아일 낳고 두 달을 쉰 뒤 다시 나갔다, 숫제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처음 그녀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그녀가 학교에 나가고 두 번째 주말 오후였다,
그녀의 고집을 언짢아하며 화가 안 풀리고 있던 참인데 진료 끝나고 저녁 시간을 기다리며 책을 보고
있던 중이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네 병원입니다,”
“장 명우 원장님이신가요?”
목소리가 이상했다, 가성 같았는데 애교가 섞인 코맹맹이 소리였다,
“..네 그런데요?”
“저 모르시겠어요? 미스리에요, 요즘 왜 놀러 안 오세요?”
“?...”
“안방 재미에만 취해 있지 마시고 가끔 저도 좀 찾아 주세요.”
명우는 눈치챘다, 아내의 장난 전화였다,
“그럽시다 그곳이 어디요, 내 조만간 찾아 가지,”
틀림없이 저쪽에서 당황하리라고 여겼다, 장소를 못 될 테니까, 그런데
“지금 와 주시면 고맙겠는데요.”
“지금!.”
“일어 나셨어 보시면 제가 보일 겁니다, 선생님.”
“?....”
명우 전화기를 들고 창문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퍼떡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길 건너 <봉이 찻집>입니다, 기다리고 있을 게요.”
“...”
통화를 끝낸 뒤 명우는 잠시 선채로 턱을 괴고 찻집을 노려보았다, 틀림없이 직장 관계로 화가 나 있는
명우를 쓸어 보려는 그녀의 유화 작전 이였다, 반대를 무마 해 보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명우는 윗도리를 입은 다음 찻집으로 건너갔다, 아내가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녀의 옆자리에 가 앉으며
“바로 앞에 병원 놔두고 사람은 왜 불러 내.”
“명우씨 바람 좀 쐬이게 해 주려고.”
“아주 먼 여행의 대단한 바람이였소이다, 미스리!.”
“후훗, 우린 낭만파잖아. ”
“낭만이 다 죽었구만 ”
계속 빈정댔다,
“이제 바람 쏘이라 가야지 우리 저녁 먹으러 가요.”
남편의 팔을 잡는다,
“?..”
“나 근사한데 가서 초밥 먹고 싶어.”
"..."
한번으로 끝낼 줄 알았는데 다음 토요일에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도 ..차만 마시고 들어 가려 하자
그녀가 잡았다,
"오늘 오후는 우리 시간이야, 명우씨와 나 들 만의 시간 , 우리 특별한 시간 갖자구요.“
“특별한 시간?”
“으응!”
“이럴 테면?”
“이럴 테면 ,,나에게 어떤 계획이 있을 땐 그것을 해 주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거나 가고 싶은 데가
있으면 난 무조건 따라한다,?”
“흠 .”
괜찮은 발상 이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으나 차츰 생활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럽게 되 버렸는데
그녀의 소박한 의도를 알게 된 때문이기도 했다, 자칫 틀에 박힌 생활로 되어 버리는 일상에 활력소를
심어 보려는 것도 있었고 그녀 자신만의 개성이나 특별한 연출을 해 보려는 의도 였다, 자신들의 일에
어떤 차질이 생기지 않은 한은 이 주말 만남이 중단 되는 일이 없었다, 언젠가는 그날 아침에도 무슨
사소한 일로 입씨름을 한 일이 있었는데 명우는 그 날 오후는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가 아침의 일로
전화를 안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화를 해 온 것이다, 그녀의 일관성에 놀랐다,
그것은 공적인 것으로써 사적인 감정 개입을 배제 한다는 의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분이 언짢았거나 즐거웠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라도 토요일 만남을 빼 먹지 않았다, 하다못해 차한잔
을 하고 그만 두는 일이 있어도 남편을 불러냈다, 그러므로서 그때까지 안 풀린 문제가 있을 시는 그로써
풀었는데..그녀가 전화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이 회복 되었다는 것이거나 상대방은 어떠냐고 묻고 있는
것이며, 혹은 풀리지 않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풀어줄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하는 것이기도 했다,
주말의 그런 완충 역할 때문에 두 사람의 문제가 일주일을 넘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늘도 아침에 다툼이 있었고 오전 까지도 그녀의 감정이 풀리지 않고 있었지만 역시 전화를 했고
만남이 이루워졌다, 명우는 설마 하면서도 은근히 걱정을 했다, 만약 전화를 안 한다 하면 이제까지
그녀의 행위로 봤을 때 화가 단단히 났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제안은 주로 외식이거나 영화관 ,등 문화 행사장의 관람이며 쇼핑 이였고, 명우는 가벼운 드라이브로
야외로 나가는 쪽 이였는데 사실 오후 늦은 시각에 무엇을 찾아 보거나 마땅히 할 일이란 게 없었다,
겨울은 금방 어두워져서 기껏 레스토랑이나 미식가 마냥 특별한 맛을 찾아 저녁을 먹고 오는 게 고작
이였고 봄부터 여름동안은 그래도 꽤 늦게까지 환해서 가까운 여행이 가능했다,
두어 달에 한번 정도는 여세를 몰아 1박 2일의 먼 여행을 시도 하기도한다,
- 계속
* 이 글은 < 날지 않는 나비>의 후속편입니다, 일인칭소설인< 날지,,> 에서 모호했거나 알 수 없었던
상대의 내면을 삼인칭으로 해서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방정식을 풀어가 듯 ,
<날지않는,,> 은 블로그에 있습니다.
< 퍼팩트 러브 >를 보시고 부부관계.. 재 정립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