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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의 기술
(밀랜드 M. 레레 지음/권성희 옮김
흐름출판/2006년 6월/319쪽/13,000원)
■ 차례
머리말 - 성공하는 기업은 모두 독점한다
1부 독점에 관한 진실
1장 들어오지 마시오
독점의 발견: 혼다의 미니밴 이야기/새로운 독점의 두 가지 조건
2장 경쟁은 한물간 유행어다
경쟁의 환영에 홀린 20세기/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은 감성 마케팅이 아니다/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성공한 진짜 이유/성공한 기업들의 네 가지 공통점
3장 독점의 다양한 특색
리피토와 코카콜라, 그리고 슈퍼볼/크고 긴 독점 VS 작고 짧은 독점/명확한 독점 VS 모호한 독점/자산독점 VS 상황적 독점/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자동차가 필요하면 엔터프라이즈/결론: 새로운 독점의 강점
2부 눈을 떠라, 새로운 독점이 온다
1장 독점의 어두운 과거
경제학 원론에서 가르치는 독점/정치적으로 올바른 새로운 독점
2장 독점의 두 가지 차원
소유할 만한 공간/남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독점공간을 잡아라/도움이 될 만큼 충분한 기간
3장 독점을 보호해주는 방어벽
철통같이 지킨다, 규제 방어벽/최고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 기술 방어벽/꼬리에 꼬리를 무는 네트워크 효과, 고객 섬
4장 앞으로 10년, 상황적 독점이 시장을 지배한다
지나가버린 독점, 자산/추락하는 과거의 독점들/상황적 독점의 황금기가 온다/IT 나치를 무너뜨린 델컴퓨터의 독점/노란 달걀 흰자 독점
3부 독점의 힘은 어디로 움직이는가
1장 독점이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다
구글이 노래하는 주식 오페라/독점을 알면 시장가치가 보인다/주식을 사기 전에 독점지수를 따져라/그렇다면 구글의 진짜 가치는 얼마인가?
2장 끊임없이 변하는 독점
독점의 만화경을 읽는 세 가지 징후/전 세계 뉴스를 독점한 기업/셋이 모두 움직여야 하나가 움직인다/몰락한 독점이 주는 교훈
4부 독점의 기술
제1장 지금 가지고 있는 독점은 무엇인가
독점을 찾아라/독점을 찾는 다섯 가지 질문/오해하는 순간 독점은 떠나간다/언제까지 독점할 수 있을까
제2장 절대 뺏기지 마라
벤츠는 왜 도요타에게 졌을까/독점을 쉽게 빼앗기는 이유/독점을 빼앗기지 않는 다섯 가지 교훈
제3장 미래의 독점을 발견하라
행운의 여신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웃는다/독점을 만드는 조건을 찾는다/산업의 핵심적인 믿음을 이해하라/변화의 힘을 파악하라/신규 진입자처럼 생각하라/그 독점은 진짜 독점일까
제4장 왜 차지하지 못하는가
한 치 앞을 못 본 판단/자동차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자동차회사/고릴라 복장을 한 남자를 놓치지 말라
제5장 독점이 먼저, 전략은 그 다음!
마음속에 최종 목적지를 그려보고 시작하라/델컴퓨터를 따라한다고 델컴퓨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속 빈 강정 같은 화려한 브랜드
제6장 달려라 달려라, 독점을 잡아라
지금 당장 잡지 않으면 영원히 놓친다/용감한 사람이 미인을 차지한다/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달리지 말라!
제7장 독점을 향해 점프하라
독점 건너뛰기를 연습하라/당신의 미래를 재설계하라
제8장 독점이 사라질 때
모든 독점은 끝난다/끝난 독점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자세/코요테를 따라 뛰어간 GM
맺는 말 - 내일의 독점은 어디에 있는가
역자 후기 - 현대 사회에서는 독점을 가진 기업이 승리한다
독점의 기술
독점에 관한 진실
들어오지 마시오
▶ 독점의 발견: 혼다의 미니밴 이야기 - 2002년 가을에 나는 아내와 함께 미니밴을 사러 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했다. 처음 들른 것은 혼다 대리점이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오디세이(Odyssey)를 보고 싶었다. 오디세이의 트렁크는 밑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었지만 폭이 좁았다. 그런데 자동차 트렁크 쪽 뒷문을 올리고 레버를 당긴 다음 가장 뒷좌석인 세 번째 좌석 뒷부분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확 잡아당기자 뒷좌석이 넘어지면서 접혀 움푹 파여 있는 트렁크 공간 안으로 쑥 들어갔다. 마치 카펫이 깔린 듯한 넓은 수납장이었다. 아내와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 사면 언제쯤 오디세이를 인도 받을 수 있을까요?”
“음, 지금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으면 한 8주 후쯤에 받으실 수 있겠네요.”
나는 8주나 기다려야 오디세이를 인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너무나 놀랐다. 하지만 우리는 혼다의 오디세이를 사기로 결정했다. 나는 왜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오디세이처럼 뒷좌석이 접히면서 트렁크 안으로 쏙 들어가 평평한 바닥을 만드는 미니밴을 만들지 않는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곧 왜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뒷좌석이 접혀 들어가는 미니밴을 만들 수 없는지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오디세이의 트렁크 바닥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다이스(금속을 가공할 때 사용하는 틀 같은 것)로 바꾸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다이스 하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제품 생산을 일주일 이상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 결국 자동차 회사들은 제품 생산을 멈출 수가 없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까지 다이스를 못 바꾸는 것이었다.
혼다의 오디세이는 1999년 말에 처음 선보였고, 다른 주요 자동차회사들은 2000년 초에 새 모델을 내놓았다. 자동차회사들이 보통 4년마다 한 번씩 새 모델을 내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최소 2004년까지는 뒷좌석이 접히는 미니밴을 내놓을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혼다는 뒷좌석이 접혀 바닥처럼 평평해지는 미니밴을 판매하는 유일한 회사로 1999년 말부터 2004년까지 독점을 누렸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혼다는 10%도 안 되는 점유율로 미국 미니밴 시장에서 창출되는 전체 이익의 1/3 이상을 차지했다.
▶ 새로운 독점의 두 가지 조건 - 내가 ‘독점’이라고 말할 때 그 독점은 한 기업이 이익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소유할 만한 사업 영역이나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독점이 의미가 있으려면 반드시 사업 영역이나 공간이 ‘소유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는 그 사업 영역이나 공간을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고 수익성도 있다는 뜻이다. 둘째, 독점이 의미가 있으려면 소유할 만한 공간을 높은 이익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고객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당신에게 필요한 ‘충분한 기간’은 길어진다.
혼다의 미니밴 독점은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다. 혼다의 ‘소유할 만한 공간’은 어린아이들이 있고 때로 자동차에 큰 짐을 실어야 하는 미니밴 구매자들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태우거나 큰 짐까지 나를 수 있다는 두 가지 요구 조건이 충족된다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자동차를 받을 때까지 오래 기다려줄 의향이 있는 미니밴 구매자들이다. 미니밴 독점기간 동안 혼다는 매년 평균 12만 대의 오디세이를 팔았는데, 이 기간 동안 혼다는 오디세이에 단 1%의 인센티브나 리베이트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디세이는 할인도 안 하면서 오히려 다른 미니밴보다 1,500달러 정도 더 비쌌다.
결국 혼다는 미니밴 한 대당 1,000달러 가량의 마진을 남긴 경쟁사보다 거의 4,000달러 가량 더 많은 이익을 누렸고, 독점기간 5년간 팔린 오디세이 총 대수 60만 대를 곱하면, 혼다가 이 기간 동안 미니밴 사업부문에서 경쟁사보다 24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더 거둬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접혀 트렁크 안으로 쏙 들어가는 뒷좌석으로 벌어들인 이익치고는 꽤 괜찮지 않은가?
경쟁은 한물간 유행어다
▶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은 감성 마케팅이 아니다 -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현재 미국 전역에 8,00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31개국에 진출해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커피의 맛과 생활방식에 작은 혁명을 일으키며 커피로 연간 40억 달러(2003년 회계연도 기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스타벅스의 성공 스토리다. 그러나 놀라운 부분은 이제부터다. 스타벅스는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 가운데 어떠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일단 스타벅스는 첫 매장을 개장한 이후 10년 이상 규모에서 우위를 누릴 수 없었고, 진정한 의미에서 유일무이한 상품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며, 생산량이나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일정 비율로 낮아진다는 경험곡선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도 못했다. 브랜드에서 강점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며, 가격 면에서 경쟁력도 없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왜 성공했을까? 바로 독점이다. 스타벅스는 ‘맛있는 커피에 대한 독점’을 가지고 있었다. 폴저스와 맥스웰 하우스, 네슬레는 강력한 브랜드는 가지고 있지만 지배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공간, 즉 독점영역이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들은 1파운드당 4.5달러에 커피를 팔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스타벅스는 무려 10배나 더 비싼 45달러에 커피 1파운드를 팔고 있다. 그런데도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겠다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 성공한 기업들의 네 가지 공통점 - 서로 다른 산업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둔 각양각색의 기업들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로는 이들 기업의 성공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성공한 기업 중에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대부분이 경쟁이 매우 심한 성숙산업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이들 기업의 성공은 단기간의 현상으로 그친 일시적인 기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심지어 9.11 테러로 항공기 이용객이 급감할 때조차도 흑자를 냈다. 넷째, 이들 기업은 모범적인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보유한 경쟁업체가 고전하고 있을 때, 심지어 파산 지경에 이르렀을 때조차 번성했다.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는 높은 이익을 올리는 데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이는 한두 가지 특별한 영역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낼 뿐이다. 단지 그것이다! 당신이 찾고 있는 수익성을 보장받으려면 독점을 소유해야 한다. 한 가지 예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강력한 경쟁우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독점공간이 사라지면 비싼 마케팅 비용과 보잘것없는 이익뿐이다. 40년 전 캐딜락은 독점공간을 소유한 위대한 브랜드였지만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인피니티 등에 밀린 요즘, 독점이익은 전혀 누리지 못하면서도 유명세를 유지하는 데 드는 고비용을 감당하느라 고전하고 있을 뿐이다.
더 좋은 쥐덫을 가지고 있으면 세상이 우리를 자발적으로 찾아올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 이제부터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시장에서 독점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 독점 공간은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눈을 떠라, 새로운 독점이 온다
독점의 두 가지 차원
▶ 공간 : 소유할 만한 공간 - 소유할 만한 공간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고 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이 공간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는 공간인가? 아니면 소비자의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는 추상적인 개념의 공간인가? 이 공간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왜 어떤 기업은 이 공간을 발견했고 다른 기업들은 보지 못했는가? 이 공간은 얼마나 넓고 커지고 있는가? 이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어느 정도인가?
특정 지역에서 배타적인 권리를 갖는 것도 소유할 만한 공간의 또 다른 사례가 된다.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몽골에서 코카콜라의 원액을 공급받아 물과 탄산을 섞어 판매하는 보틀링 권한을 확보하고 있다면 범위가 분명하게 정해진 수익성 높은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독특함 때문에 확보되는 독점공간도 있다. ‘경제적인 승용차’인 폭스바겐의 비틀과 시트로엥의 두세보는 모두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연료비가 덜 드는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거의 독점적으로 차지할 수 있었다.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독점공간 중에는 소비자 개인의 감정이 강력하게 개입하면서 형성된 것도 있다. 애플컴퓨터, 할리 데이비슨, 포르셰 등은 거의 숭배에 가까운 지지를 보내는 마니아,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폐인’을 거느리고 있다.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모호한 공간들은 더 오래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독점의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어떻게 할리 데이비슨이나 애플컴퓨터가 소유하고 있는 공간에 침투해 들어갈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들 고객의 머릿속에 파고 들어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당신에 대한 공격을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결국 남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독점공간을 잡아야 한다. 때로는 다른 기업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독점공간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잠재적인 독점공간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비범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제트블루는 데이비드 닐먼이 2000년 2월에 설립한 신생 항공사다. 제트블루가 등장한 후 국제선 중심이었던 JFK 공항은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운항하는 저가 항공기를 타려는 수십만 명의 뉴욕 시민들로 북적거리게 됐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수많은 대형 항공사들이 지속적으로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제트블루는 연간 1억 6,800만 달러 이상의 영업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JFK 국제공항은 최신 시설을 갖추고도 100%도 이용되지 못했고, 경영진은 국제선이 운항하지 않는 낮 시간에 공항을 이용해달라고 간청이라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은 공항에서 1.5마일이나 떨어져 있었고, 뉴욕 시내에서도 멀었다. 게다가 대형 항공사가 제트블루와 같은 저가 항공사와 경쟁하기 위해 이착륙 장소를 JFK 국제공항으로 옮길 리는 만무했다. 제트블루는 장거리 택시요금을 지불하고도 남을 만큼 저렴한 항공료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또한 가죽 좌석에 음악과 주문형 비디오 시스템을 설치했다. 파격적으로 싼 항공료와 고급스러운 서비스는 특별한, 그리고 특별하게 가치 있는 결합이었다.
▶ 시간 : 도움이 될 만큼 충분한 기간 - ‘독점 기간’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경우 독점 기간은 며칠 혹은 몇 주일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짧다. 반면 어떤 독점은 수년씩 심지어 수십 년씩 지속된다. 말할 필요도 없이 독점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 좋다. 모방하기 어려운 것일수록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독점 기간도 길어진다. 앞에서도 살펴봤듯 혼다의 오디세이가 가진 완전하게 뒤로 젖혀져 평평해지는 뒷좌석은 5년의 독점 기간을 누렸다. 경쟁업체들이 오디세이처럼 뒷좌석의 디자인을 바꾸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페덱스는 정확히 10년간 야간포장-익일배달 시장을 독점적으로 소유했다. 경쟁사인 UPS가 익일배달이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야간 배달 시스템을 도입하고 비행기를 구매하고 직원들을 훈련하고 물류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체스터 칼슨이 획득한 복사기 기술에 대한 특허권 덕분에 제록스는 20년간 복사기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다. 월트디즈니가 처음 등장시킨 미키마우스는 저작자의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이 보호되는 이른바 소노 보노 저작권 기간 연장법 덕분에 저작권이 무려 2023년까지 보호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점은 저작권이나 등록 상표처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 말은 독점 기간이 얼마나 유지될지 추정하는 것과 독점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10년, 상황적 독점이 시장을 지배한다
▶ 지나가버린 독점, 자산 - 한때 언제 어디서나 일관되게 맛있는 커피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 스타벅스는 이 상황을 이용해 상황적 독점을 소유했다. 기존의 커피회사들은 커피 캔을 만들어 대량으로 판매하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커피 맛은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스타벅스는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해 잠재적인 독점을 발견해 이용했다.
어쩌면 상황적 독점이 전통적인 자산 기반의 독점을 완전히 대체해버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앞으로는 독점이 될 만한 ‘상황’을 발견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전체적인 비용을 줄이는 것과 최소한 똑같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경영자나 기업 종사자들이 아직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계의 엄청난 지각 변동이다. 어떤 산업이든 예외 없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독점적인 자산이 가지고 있는 고수익 창출 능력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반면 상황적 독점을 가진 기업들은 같은 산업 내에서 똑같이 극심한 경쟁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점점 더 번성하고 있다.
▶ 상황적 독점의 황금기가 온다 - 극심한 경쟁과 빨라진 기술 확산 속도로 인해 오늘날 PC산업에서는 수익을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PC 회사들이 같은 부품업체에서 공급받은 부품으로 같은 공장에서 위탁생산을 해 같은 유통망을 통해 같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결과적으로 PC 관련 산업 전체에서 매력적인 수준의 이익을 내는 기업은 고작해야 기술력에 근거한 자산 독점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한 애플컴퓨터, 상황적 독점을 소유하고 있는 델컴퓨터 정도이다.
여기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상황적 독점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극심한 경쟁으로 자산 독점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모든 경쟁 기업이 매순간 당신의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으며, 즉각 모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모든 기업의 경영자들이 너무 열심히, 면밀하게 경쟁을 지켜보고 있는 탓에 그들의 바로 눈앞에 나타난 상황적 독점의 기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다. 한편 기업의 새로운 성공신화는 저가 항공사인 제트블루처럼 누구나 차지할 수 있지만 남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개방된 미개척 공간을 발견해 선점하는 기업들이 만들어나갈 것이다.
▶ 노란 달걀 흰자 독점 - 에그 비터스는 원래 달걀을 저을 때 사용하는 거품기를 말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노른자를 제거하고 노란 식용색소를 첨가한 흰자를 종이팩에 담아 판매하는 식품 브랜드로 유명하다. 우유처럼 여러 가지 용량으로 판매되며 종류도 다양하다. 에그 비터스는 전형적인 상황적 독점이다.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 대신 내과의사들을 대상으로 고지혈증 환자들에게 에그 비터스가 얼마나 유용한 제품인지 설명했다. 에그 비터스를 내놓은 시점도 탁월했다. 당시 심장질환은 미국인들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고,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아침식사로 달걀을 먹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그런데 왜 경쟁업체들은 에그 비터스를 모방하지 않았을까? 다른 업체들은 모두 한 가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제품의 발전단계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경쟁사들은 모두 달걀을 대체할 식품은 콩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때까지 진행했던 콩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콩은 달걀을 대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당신은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당신에게서 원하는 것을 살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제품이든 서비스든 가격이 저렴할 필요도 없고 두드러진 특성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고 대대적인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 상황적 독점을 보유하고 있다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독점의 기술
지금 가지고 있는 독점은 무엇인가
▶ 독점을 찾는 다섯 가지 질문 - 당신의 독점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사업 전체를 살펴보면서 여기에 소개하는 다섯 가지 질문에 대답해 보라.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하다 보면 당신의 기업이 수익성이 높고 가치 있는 진짜 독점을 소유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① “당신의 고객은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는가?” - 사람들은 윈도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윈도가 너무 문제가 많아서 매킨토시로 바꿔야겠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매킨토시가 문제점이 훨씬 더 적고 훨씬 더 안정적이고 편한데 말이다. 이는 윈도의 영향력이 미치는 세력권이 너무 넓고 강해서 컴퓨터 사용자의 절대 다수에게 윈도는 대안이 없는 유일한 PC 운용 소프트웨어다.
② “당신의 기업은 경쟁업체의 눈에 잘 띄지 않는가?” - 나는 기업 경영을 연구하면서 독점의 가능성을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았다가 결국 최고의 사업 기회를 놓쳐버린 기업을 수없이 많이 보았다. 시장 사이에는 서로 넘나들 수 없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으며 이 경계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치명적인 착각이다.
③ “당신이 활동하는 시장의 바깥에 진정한 경쟁자가 있는가?” - 당신의 진정한 경쟁자는 당신이 고객에게 선사하고 있는 혜택을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전달 방식, 사업모델 등으로 제공하면서 당신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다.
마지막 두 가지 질문은 기업의 이익과 관계가 있다.
④ “당신의 기업은 독점 기업처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가?”
⑤ “가격 결정권을 보유하여 높은 이익, 즉 ‘독점적 지대’를 누리고 있는가?”
수익성은 독점 여부를 판단해주는 궁극적인 잣대이다. 당신의 기업이 현재 어떤 독점을 소유하고 있는지 찾아내려면 각 사업별, 상품별 이익 수준을 면밀히 살펴 보라. 당신의 독점은 어쩌면 전반적으로는 평균 수준의 이익을 내거나 때로는 손실을 내기도 하는 큰 사업부서나 제품군 속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숫자를 하나씩 벗겨내며 조사하다 보면 사업부서 전체 혹은 다른 제품군 전체를 지탱하고 있는 감미롭고 매력적인 작은 독점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미래의 독점을 발견하라
▶ 독점을 만드는 조건을 찾는다 - 새로운 독점이 생길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조건들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독점의 기회는 통상 소비자들이 무엇인가를 원하고 있지만 기존 기업들은 이것을 제공할 수 없거나 또는 제공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생겨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더 우수하게, 더 값싸게, 더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새로운 독점 공간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독점 공간을 발견하고 싶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상황이 어디에서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① 새로운 요구의 등장
② 타성에 젖은 기업
③ 새로운 능력
예를 들어보자. CNN의 ‘24시간 뉴스 독점’은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생활에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정에 맞춰 원하는 시간에 뉴스를 보기 원했다(새로운 요구의 등장). CBS나 NBC, ABC 등 공중파 방송사들은 뉴스가 별다른 돈벌이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존의 뉴스 시간대를 바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타성에 젖은 기존 기업). 위성방송과 케이블방송의 등장으로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뉴스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수익성도 있는 방법이 등장했다(새로운 능력). 만약 이 세 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했더라면 독점은 없었을 것이고 아마 CNN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 신규 진입자처럼 생각하라 - 현재 존재하고 있는 독점을 무너뜨릴 잠재력을 가진 변화의 힘을 파악했다면 이제 신규 전입자처럼 생각하라. 원점에서부터 새로 생각하라. 그 산업에 시선을 집중하면서 오늘날 가장 민첩하고 탁월한 경영자 한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라. 그리고 그 경영자처럼 당신 자신에게 물어 보라. “기민하고 눈치가 빠른 신규 진입자라면 어디를 공략할까? 어디에 초점을 맞출까? 왜 거기에 주력하는 걸까?”
신용카드 산업의 경우 핵심적인 믿음을 뒤집어보면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독점 공간 외에도 독점이 될 만한 다른 공간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잠재적인 독점 공간들은 현재의 핵심적인 믿음에 가려져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신용카드 회사들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가난해서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피하려고만 한다. 프로비디언 파이낸셜의 최고경영자인 샤일레시 메흐타는 바로 이 공간을 파고들어 독점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 공간이 독점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째, 고객의 요구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게도 신용카드는 필요하다. 둘째, 기존의 신용카드 회사들은 고개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프로비디언 파이낸셜은 선불카드에서 방법을 찾았다. 선불카드란 고객이 미리 일정한 금액의 돈을 카드회사에 지불하고 그 돈의 한도 내에서만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 카드다. 미리 쓰고 나중에 갚는 신용결제 기능을 없애버려 아예 신용 위험을 제거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위해 기꺼이 미리 돈을 지불하려 했다. 선불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현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과 위험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독점 공간을 하나 발견했다고 해서 결코 만족하지 말라. 산업 전체를 구석구석 살펴 보라. 고객의 요구와 이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타성에 젖은 기존 기업, 그리고 이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잠재적인 독점 공간을 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독점이 먼저, 전략은 그 다음!
▶ 마음속에 최종 목적지를 그려보고 시작하라 - 경영계에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보다도 더 신성시되는 개념이 있는데 바로 전략이다. 좋은 전략을 갖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또 습관적으로 전략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실 위대한 경영자들은 거꾸로 일했다! 그들은 어디에서 독점을 창출할 수 있고 그 독점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으며 그 독점의 수익성은 얼마나 되는지 먼저 생각했다. 그런 다음에 가능한 한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 그 독점에 빨리 도달하기 위한 전략을 찾았다.
마이클 델은 각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된 PC를 원하는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고객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맞춤형 PC로 이익을 남기려면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PC 제조업체들은 직판에 관심이 없었다. 영업사원을 고용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델도 영업사원을 고용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전화로 주문을 받아 PC를 고객에게 직접 배송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델은 자신이 발견한 독점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효율적인 공급망과 직판체제 등과 같은 독자적인 전략을 개발해 발전시켜 왔던 것이다. 델은 결코 전략을 먼저 세운 다음 그 전략을 이용해 독점 영역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 속 빈 강정 같은 화려한 브랜드 -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레블론은 선도적인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일 것이다. 레블론은 광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동안 레블론의 실적은 끔찍할 정도로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다. 레블론은 지난 4년간 최고경영자를 세 번이나 교체했다. 레블론의 주가는 1998년 60달러였다가 이제 3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도 브랜드 관리를 엉망으로 했기 때문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유통에 있었다. 레블론은 언제나 대량판매 시장에 집중해왔다. 헬레나 루빈스타인이나 엘리자베스 아덴과 같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이 백화점에서 팔리는 것과 달리 레블론은 슈퍼마켓이나 대형 유통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후 동네 슈퍼마켓들이 통폐합되면서 전국적인 규모의 잡화점인 월그린과 할인점인 월마트가 레블론의 주요한 판매처로 등장하자 레블론의 마진은 엄청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고객들로 북적거리는 월그린과 월마트 매장에서 가격표를 붙인 채 판매되고 있는 레블론의 대중화된 명품, 즉 매스티지(Masstige, 대중을 뜻하는 mass와 명품을 뜻하는 prestige의 합성어) 제품군에서 강력한 브랜드는 더 이상 강력한 이익을 의미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영진은 ‘전략적인 질문’에서 벗어나, 단 하나의 결정적인 이슈로 관심의 초점을 돌려야 한다. 즉, “화장품산업 어디에 이익이 나는 소유할 만한 독점 공간이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전략에 집중하는 대신 이런 질문을 던져 보라.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판단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과연 그 전략이 독점을 창출할 수 있을까?”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이 거기에 도달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할 수밖에 없다.
달려라 달려라, 독점을 잡아라
▶ 지금 당장 잡지 않으면 영원히 놓친다 - 독점 공간을 발견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독점 공간에 빠르게 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재빨리 그 독점 공간에 들어가 최소한 잠깐이라도 경쟁자가 그곳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방어벽을 쳐야 한다. 제록스는 건식 복사기 특허권을 가지고 있던 체스터 칼슨과 제휴한 덕분에 복사기를 대량생산할 때까지 시간이 충분했고 또 오랫동안 복사기 시장에서 독점을 누릴 수 있었다. 화이자는 2009년까지 리피토를 독점으로 판매할 수 있으므로 리피토를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시간이 있다.
그러나 독점을 보호해주는 방어벽이 앞으로도 계속 독점 기간을 연장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안일한 자기 만족에 빠질 위험이 있다. 제록스는 복사기라는 기념비적인 특허권 덕분에 엄청난 독점 이익을 누렸으나 자기 만족에 빠져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제록스는 전설적인 자체연구소 팔로알토 연구소(PARC)를 통해 세계 최초로 PC를 기반으로 하는 기초기술을 개발했으나 이를 무시했다. 이외에도 인터넷 네트워크 구조, 레이저프린터, 마우스, 3D 컴퓨터 그래픽 등 많은 핵심기술을 개발했으나 이를 제품화하지 못했다.
제트블루도 최적의 확장 속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아가야 할지, 멈춰야 할지 선택해야 하지만 과연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 것이다. 확장을 늦추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나 ATA, 에어트랜 혹은 다른 새로운 저가 항공사들이 가장 수익성이 뛰어난 시장을 낚아채 간다. 반면 너무 빨리 확장하다 보면 자금 부담이 너무 커져 경기가 둔화될 때 재정적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트블루는 매우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제트블루의 확장 전략이 적절한 속도로 진행됐는지는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달리지 말라! -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독점을 구축하려는 기업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훈계의 말도 덧붙여야겠다. 1990년대 말 인터넷 광풍이 몰아쳤을 때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진정한 독점 공간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사업을 확장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닷컴기업들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대중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한 많은 영역을 차지하려 했다. 그러나 속도는 소유할 만한 진정한 독점 공간이 있을 때만 효과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닷컴기업들에게는 독점 공간이 없었다. 심지어 매출액과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본 설계도인 사업모델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베이는 이런 닷컴기업 중 몇 안 되는 예외였다.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는 충족되지 못한 고객의 요구를 새롭고 이익이 되는 방법으로 만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의 혜택까지 입었다. 네트워크 효과란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효과가 점점 더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결국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쟁업체가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들어버린다.
반면 아마존은 네트워크 효과의 혜택을 입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아마존에서 책을 산다고 나까지 아마존에서 책을 살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출판사까지 아마존에서 책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없다는 것은 독점 공간을 쉽게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전통적인 브랜드 독점을 창출하는 데는 성공했다. 특히 책 판매와 관련해 아마존은 확고한 브랜드 독점을 소유할 수 있었다. 아마존은 대표적인 온라인 서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또 대대적으로 투자했고 덕분에 온라인 서점이라는 사업영역과 사실상 동일시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속도만 가지고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다. 진정한 독점 기회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채 정신 없이 빨리 달리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 그러나 일단 진정한 독점공간을 발견했다면 그리고 그 공간이 앞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조건에 부합한다면 주저하지 말라. 다른 누군가가 그 공간을 차지하기 전에 재빨리 그 공간에 자리 잡으라. 그러지 않으면 영영 잃어버린 기회를 안타까워하며 후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