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들이 꼽는 국악 명인 임동창.
젊은 시절 ‘서양클래식을 현대음악까지 완전 섭렵한 작곡과 출신인데 처음 본 악보도 척척, 귀신같이 피아노를 잘 치더라…’는 소문의 주인공으로 마치 강호의 숨은 고수처럼 여겨지던 그였다. 그러나 운명처럼 찌리릿 전기가 통한 국악과의 만남은 끊임없는 학습과 협업으로 그를 이끌었다. 백인영, 김덕수, 이생강 외 숱한 우리음악의 명인들과의 연주, 2000년도 EBS 기획시리즈 [임동창이 말하는 우리음악] 등의 성공은 대중들로 하여금 그를 ‘피아노 치는 국악인’으로 알아보게 했다. 소위 잘나갈 때 들어앉아 10년을 골몰한 끝에 음악가 필생의 화두인 ’나만의 오롯한 음악’까지 찾아낸 얄미운 그이지만, 그에게는 오랜 고민이 있었다. 그와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이 피아노라는 녀석은 사실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결국 피아노를 제작하는 친구, 서상종과 함께 연구의 연구를 거듭하여 ‘피앗고’(피아노와 가얏고의 합성어) 두 대를 만들었다.
피아노가 뭐가 그렇게 못마땅하길래 피앗고라는 새 악기를 굳이 만들었을까?
“첫째, 피아노가 가진 소리의 한계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목소리가 달라요. 그런데 비엔나 합창단의 소리를 들어보면 그 많은 사람들의 음색을 하나로 통일시켜놓았잖아요. 서양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전 그게 싫어요. 우리 악기들은 소리가 매우 입체적이라 생동감이 있어요. 잘 들어보면 여러 가지 소리가 나요. 하지만 피아노 같은 서양악기들은 평면적이에요. 매끈한 하나의 톤을 내도록 만들고 그래서 감성적이고 분위기 위주의 음악에 적합하죠. 둘째, 우리음악을 연주하기에 적합한 피아노의 음색을 찾고 싶었어요. 더 건강하고 더 섹시한. 피아노의 줄은 쇠줄인데 쇳소리를 안내고 양털 해머로 부드럽게 내잖아요. 응큼하고 인위적이에요. 피앗고는 양금처럼 여러 가지 쇳소리가 함께 들려요. 살아 꿈틀대는 소리죠. 그래서 우리음악의 생동감을 표현하기 적합한 겁니다.”
임동창은 정악에 어울리는 [피앗고I]으로 7월 21일 가나아트센터에서
[중광지곡]을 연주하여 우리음악에 맞는 새로운 사운드의 지평을 열었다는 큰 호평을 얻었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은 “국악관현악단의 소리가 함께 들린다”라 평했으며 일반 관객들도 “이제 피아노 소리는 싱겁게 들려요”라며 피앗고의 음색이 우리음악의 깊은 맛을 훨씬 잘 표현한다고 놀라워했다. 이번에는 민속악에 어울리게 소리를 개조한 [피앗고II]로 10월 5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를 연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