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06년 휴가 중 마지막으로 배를 타는 날이 다가왔다.
오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오히려 빨리 오는 것 같은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다만 군대 있을 때 국방부 시계도 잘 돌아주었음으로 지금의 내가 있지 않는 가 싶으니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 같기도 하다.
1월 30일 월요일.
이 날이 한국에선 구정이자 민속의 날이라 하는데 원주민들 속에서 지내다 보니 이 날이 구정인지는 나중에 귀가하여 집에 있는 달력을 보고 알았다.
나도 한국에 많은 일가친척을 두고 있는데 서로 왕래가 없다보니 솔직히 원주민 이웃사촌 보다 못한 것이 현실인 것 같다만 이 날 만은 조국에 있는 삼촌,이모, 사촌형제 등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주었음 하고 기원하게 되는 것 같다.
구정을 잊은 지 오래이다 보니 무덤덤한 평일을 보내는 것과 같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각설하고,
금년 휴가의 마지막 배낚시 순간을 맞았음으로 계획했던 횟감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 였다.
그 이유는 나도 회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매장을 대신 지키고 계신 장인,장모님 내외가 회를 상당히 즐기고 계셨고 사위로써 응당 횟감을 제공할 의무와 권리가 있었던 탓 이었다. ^^
회라는 것이 얼리면 안되고 신선도를 생명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잡아 꽁꽁 얼어있는 것을 대접해 드릴 수도 없고 그 해의 마지막 날 잡은 생선을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의 낚시는 행운이 많이 따라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오전 물때는 7시 반이었고 10시에 철수를 했으나 횟감으로 쓰일 Corvina는 두 마리 밖에 잡지를 못했다.
나머지는 회로 쓰기에는 너무 컸거나 작은 사이즈였다.
그래서 오후 물때인 2시에 아들넘 하고 다시 나가게 됐는데 그 정성에 하늘도 감복을 했는지 잡히는 씨알이 모두 횟감으로 충분한 사이즈여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더욱이 원주민들이 Corvina는 못 잡고 Pescadilla라는 수조기만을 잡아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전량 Corvina만 잡았으니 이것이 하늘의 도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Corvina는 갑각류를 즐겨먹는 돔 종류로 살이 단단하고 맛이 좋으며 낚시에 걸렸을 때 화이팅이 끝내주는 물고기다.
한국의 조기와 똑같이 생긴 Pescadilla는 떼로 다니기 때문에 주위에 한 사람이라도 조기를 잡으면 그 배 밑에는 조기떼가 들어왔다고 생각할 만큼 무진장한 어군을 자랑하는 물고기다.
다만 고기살이 Corvina 보다 단단하지 않고 낚시에 걸렸을 때 당기는 손 맛이 적기 때문에 Corvina 보다는 낚시꾼의 선호도가 덜 한 편이다.
그러나 낚시가 잘 안될 때는 찬밥, 더운밥 가리게 생겼나~?
그래서 대부분 이곳의 낚시안내인은 항상 풍성한 조황을 약속하는 조기어장으로 낚시고객을 모시고 가는게 묵시적으로 공통된 원칙이었던 것이다.
오늘의 히어로도 역시 아들넘이었다.
이상하게 아들넘이 앉은 자리에서 입질이 계속 왔고 나는 그 넘이 잡은 물고기에서 바늘을 빼주기 바빴다.
니가 잡으나 내가 잡으나 결국 마찬가지 이지만 내가 손 맛을 못보는 것은 안타깝기만 했다.
휴가 기간 중 마지막으로 타는 배 낚시 였음으로 배는 이제 트레일러에 올려져 있는 것이 보인다.
아마 내 년에야 다시 이곳을 찾게 될 것으로 생각하니 배에게도 미안했다.
저 정도면 횟감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했고 더불어 마눌님도 좋아하니 기쁨은 배가 되었다.
횟감이 넘치니 오늘 저녁도 Corvina회다~!!!!
이 사진이 집에 도착해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위해 회를 뜬 그림이다.
무려 8마리를 회를 떴다.^^
배를 뭍으로 올려놨으니 이제는 귀로를 위한 준비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동안 사용했던 낚시대도 릴과 낚시대를 분리를 해놓고 내일 일찍 떠날 생각하에 모든 짐을 싸서 출발 준비를 미리 해놔야 했다.
어느정도 짐이 챙겨지자 집사람과 Gordo라는 수퍼마켓에 가서 그동안 친절과 정성으로 안내를 해준 해군을 위해 선물을 사러 갔다.
슈퍼의 출입문에 2월 19일에 이곳에서 열릴 제 15회 낚시대회를 안내하는 공고문이 붙어있었다.
나도 두 세번 참가한 기억이 있다.
작년의 경우 새 자동차 2대를 걸어놓고 대회를 열었는데 올 해는 1등이 8.000뻬소라고 하는 게 보인다.
작년의 경우 해군에게 캔맥주를 몇 박스 돌렸으나 아무리 근무시간이 지난 휴식시간에 마시겠지만 바다를 지키는 해군의 직무상 음주를 하게 한다는 것은 좀 거시기 해서 이번에는 코카콜라 2,25리터 짜리로 6병을 구입했다.
그리고 바로 해군기지에 가서 당직근무자에게 우리는 내일 새벽에 간다라고 인사한 후 인계를 하고 나오는데 뒤에서 똑~똑~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그동안 나를 담당해 주었던 낯익은 얼굴들이 창문에 서서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높히 치켜 세워주고 있었다.
나도 빙그레 웃으며 같이 엄지손가락을 높혀주고 뒤를 돌아섰다.
미리 뭘 바라고 선물을 해주는 것은 청탁과 뇌물일 수 있으나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그동안의 고맙고 감사함의 표시로 뭘 전해주는 것은 선물일 뿐이다.
코카콜라 라는 작은 물건이었지만 크게 감동한 그들에게서 진한 뿌듯함과 인간미를 느꼈다.
이제 공식적인 휴가는 마쳤고 내일은 하루종일 운전을 해야하니 일찍 취침에 들어야 했는데 마눌님이 찬 맥주와 한국산 쥐포를 구워 내놓는다.
역시 마누라가 제일이여~!!!!!!!!
계속